홈 스위트 홈 - 문학과지성 시인선 582

홈 스위트 홈 - 문학과지성 시인선 582

$12.00
Description
“아득해서 영영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어
그래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나를 거두는 집과 나를 가두는 가정
사랑으로 설계된 공간을 둘러싼 폭력의 역사

닫힌 문 너머 해방을 불러오는 용기, 이소호 세번째 시집 출간
2014년 『현대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일상성을 허무는 전위적이고 투쟁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제37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소호 시인의 세번째 시집 『홈 스위트 홈』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직전의 시집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현대문학, 2021) 이후 2년 만이다. 총 48편의 시를 묶었다.
여성 주체의 역사적 고통을 더듬으며 현실의 탈출구를 모색하는 이소호의 시 세계는 성차별, 약자 혐오 등 가부장제 사회의 어두운 잔재를 거침없이 노출하며 동시대의 윤리 회복을 호소한다. “폭력의 장소에서 목격자이자 방관자로서의 제3자의 자리를 과감히 삭제하는 독창성”(장은정)을 드러낸 데뷔 시집 『캣콜링』의 파격적인 목소리는 몰입을 극대화한 전시 공간의 문자화와 미적인 탐구를 거쳐(『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이번 시집에서 밀도를 강화한 시적 자아와 “홈 스위트 홈”이라는 표제를 통해 원초 집단의 아이러니를 예리하게 해부한다. 무의식의 표정을 섬세하게 다루는 것으로 정평이 난 비주얼 아티스트 ‘연여인’이 작업한 본문 일러스트는 독자의 공감각을 더욱 풍부하게 넓혀준다.
“명징하게, 직접적으로, 충격적으로 보여주는 ‘전시’의 방법을 택함으로써 이소호의 시는 외려 선명하게 들리지 않는 것들이 여전히 빼곡하게 남아 있음을 자꾸만 기억하는, 기억하게 하는 일에 마음을 쏟고 있는 것은 아닐까.”(홍성희) 이소호의 시는 부지불식간 개인에게 체화된 집단의식의 저변을 집요하게 파헤치며 미래를 모색한다. 혼란과 고통으로 점철된 개인사를 뛰어넘어 자아의 역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도약 지점을 똑바로 겨누면서.

이소호의 시는 적어도 어떤 이야기들에게 사람들의 안락한 우화의 논리에 묻혀버리지 않을 수 있는 텅 빈 자리를 잠시나마 되돌려주려 하는지도 모른다. 그 텅 빔이 ‘나’에게만큼이나 ‘나’의 다정한 이웃들에게도 무작정 덮어놓은 달콤함이 아닌 외로움으로 다가설 수 있기를, 연을 구분하는 한 줄의 공백보다 다섯 배, 여섯 배 깊은 묵음에는 ‘쥐’가 아니라 사람이 있다는 것을 언젠가는 우리 모두 들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홍성희, 해설 「밥솥이 없는 자리」에서
저자

이소호

1988년호돌이와함께서울여의도에서태어났으며,서울예술대학문예창작과와미디어창작학부를졸업,동국대국어국문학과석사를수료했다.2014년[현대시]를통해등단했으며제37회김수영문학상을수상했다.발간된책으로는시집『캣콜링』,영어번역본(Englishtranslation)『Catcalling』,『불온하고불완전한편지』,산문집『시키는대로제멋대로』,『나를사랑하지않는사람에게...

목차

시인의말

플라스틱하우스
구성원
광신도
나홀로아파트
우리집인동시에집이아닌것
밑바닥에서
홈스위트홈
홈앳홈
손없는날
아버지가방으로들어오신다
특선다큐멘터리
다정한이웃과층간-소음사이에순장된목소리
미니멀리스트
어느고독한게이트볼선수의일대기
피난난민
인기가없는집
봇짐
굿모닝아메리카
신문이담지못한모든가능성
새를먹는이누이트
툰드라
오프화이트
그는미국인나는한국인
성장통
운동장
학교,종이,땡
빙고는내이름
주사위놀이
형상과그림자그리고허상
가름끈이머물던자리
당신의마음을다담기에는하필지금이종이가너무좁아서
도로와비와서로의방
택시마니아
도시건강보감
미모사
InstantPoem
뉴욕의명복을빌며
브루클린브리지위를지나는브롱크스
휴가지
이웃하지않은이웃
뉴욕뉴뮤지엄B4층에서<이소호:숲,AThickForest>展이열리고있다
한낮의누드크로키
멜버른에서온편지
간추린이민뉴스
누구를위하여종은울리나
컴백홈
제8요일
어쩌면우리에게더멋진일이있을지도몰라

해설
밥솥이없는자리·홍성희

출판사 서평

■뒤표지글(시인의산문)

나는신이깜빡조는사이지옥에잠시다녀왔다하얀미사포를쓰고묵주반지도꼈지만하도끔찍해서예배시간에번쩍,눈을떴다나란히앉아짓지도않은죄를고백하던엄마는성호를긋다말고소란스러운나의입술위에급히검지를가져다댔다

다시

건반위로차분히손가락은올라가고
이상한옥타브에걸려모두가부르기힘든성가는
이상하다아무리불러도되돌이표로
돌아간다
다만누군가말미에힘주어

“아―아멘”

하고외치면비로소끝나는것이다

그누군가가누구인지는아직밝혀지지않았다

나는노래를계속부르고싶었다

그날가장절박한사람은나였다

■시인의말

집에돌아가지않기로했다.
그곳이볕이아닌
빛이드는곳이라고해도.

2023년봄
이소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