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울지 않는 밤

누구도 울지 않는 밤

$14.42
저자

김이설

2006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열세살」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제1회황순원신진문학상,제3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소설집『아무도말하지않는것들』,『오늘처럼고요히』,『잃어버린이름에게』,경장편소설『나쁜피』,『환영』,『선화』,『우리의정류장과필사의밤』등이있다.앤솔러지『장래희망은함박눈』에「안녕,시호」를수록했다.

목차

모면
내일의징후
축문祝文
환기의계절
치유정원에서
계절이바뀌는곳
반뗀라지?
가족의일생
긴하루
그래도되는사이

해설|계절이계절에게·김미정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끝을알수있다면시작하지않을일이얼마나많을까.”
지켜야하는것vs자립해야하는것
가족이라는불안한인연

“고작제사때문에헤어지자는거야?”
남편은어이가없다는듯이쳐다봤다.그렇게밖에생각하지못하는너여서헤어지자는걸남편은평생이해하지못할것이었다.생전본적도없는남편의조상을위해,심지어저희들도본적없는존재를먹이기위한다는명분으로산사람들이다먹지도못할만큼많은음식을꾸역꾸역해대는일이얼마나시대착오적인지,집안의새식구라는나를너희집대소사에필요한일을하는사람으로취급하는것이얼마나무례한짓인지도수긍하지않았다.(「축문祝文」)

가족이라는공동체는태어날때부터마지막순간까지결속된다.최초로인연을맺게되는관계의시작점이면서법적으로도효력이발생하는,인생에서가장중요한집단이라는것을부정할수없다.그런가족이지옥이된다면어떻게해야할까.이것이『누구도울지않는밤』의중심축이자각사건들의출발선이다.

「가족의일생」에서정균은하루에배달을50건은채워야네식구에게밥을먹일수있는배달라이더이다.그는은주가동거남의아이를가진것을알고도,사랑하기때문에그녀와가족이되기를자처한다.그러나반복적으로가출하던“은주는돌아오지않았”고정균에게남겨진것은여섯살이된아이뿐이다.「환기의계절」에서‘나’는외도하는남편이이혼까지요구하자자신이어렸을때집을나간아버지에대해생각한다.그아버지가병들고늙은몸으로돌아오자기다렸다는듯이해하고받아주는엄마를이해할수없는상황에서깨져버린자신의가정을돌아보게된다.「긴하루」에서하나밖에없는딸혜서와사는유순은하루종일여러개의아르바이트를하며생계를유지하고있다.홀로아이를키우는자신처럼되지않길바라는마음에유순은딸의이성교제를반대하지만혜서는이말을달고살더니정말집을나가버린다.“이러니내가집을나가고싶지!”

「모면」에서소영은형부의외도로점점무너져가는언니의모습을바라봄과동시에유년시절함께살던이모와아버지의부적절한관계를목격했던것을떠올린다.「치유정원에서」는식목원에서상주하며아르바이트하는‘나’와석우의동거생활을그린다.‘나’는동생의자살로트라우마를안고사는터라석우에대한집착이심하다.결국석우마저떠나버리자‘나’는“모든것을잃은기분”에휩싸인다.「반뗀라지?」의두연은베트남에서시집온엄마와한국아빠사이에서태어났다.그는고모네집에얹혀살며고모의아들지혁에게지속적인학대와성폭행을당한다.두연은이를힘들게고모와고모부에게고백하지만2차가해자를당할뿐이다.“네몸하나간수못하고서어디서귀한아들잡아먹을소리를해대는거야!”

“감정은개인적이지만동시에늘관계적이고사회적인것이다”(김미정문학평론가해설).태어나보니가족이된집단에생긴균열은자의에의해얻어진것도아니면서주인공들을(혹은우리를)옥죈다.불편한이야기가넘쳐나는현실에서작가는더욱불편한이야기를소재로삼는다.어쨌든우리는가족을비롯한무리속에서관계를맺으며살아가야하고가족내폭력과착취가이사회에팽배해있으므로.

“여기는끝이아니었다.아직은마음먹은대로할수있었다.”
어지러운현실에서온전히살아남으려는다짐들

세상으로부터부정당한기분,나만외톨이가된기분에서벗어나지못했지만아이를생각하며정신을차리려고애썼다.잠든아이를내려다보며나는매일밤다짐했다.어떻게든살아갈거라고.엄마를닮지않기위해서가아니라엄마처럼살거라고.아이의손을잡으면아이는잠결에도잡은내손을꼭쥐었다.(「환기의계절」)

희망이없는곳에서벗어나기위해서는희망의무게보다훨씬무거운결심이필요하다.단단히마음먹은뒤행동하더라도이탈할수있을지미지수다.하지만삶이지속되는한우리는버텨야하고,좀더나은쪽으로갈만한선택을해야한다.

「내일의징후」의배경은환란을예고하듯장마철이다.헤어진연인관계인성은과소혜-아픈엄마와가난한집으로부터도망치고싶은윤주-방안에서청춘을무기력하게흘려보내는태현과이를답답해하는엄마상희의에피소드가교차된다.마음이눅눅한이들에게장마는끝나지않을것처럼보인다.그래도“기다리는사람을너무오래기다리게하지마”라는성은의엄마조언과포기했던꿈인그림그리기를시작하려미술도구를구매하는윤주의모습에서그끝을조금은기대해보게된다.「계절이바뀌는곳」의‘나’는돌아가신아버지의가업을이어받아버섯농사를하고있다.손많이가고돈안되는버섯농사를하면서아픈동생시연을돌보기는버겁기만하다.같은동네에서버섯농장을운영하며안정적으로정착한민수와결혼을생각해보지만민수집안의반대에부딪힌다.그럼에도앞으로행할수있는여러가지선택지를떠올리는데모두지금의‘나’보다숨통트이는방향들이다.

「그래도되는사이」에는엄마와현재엄마의세번째남성,유경그리고그의연인성운이등장한다.넷은엄마의집에모여담소를나누다가서로의애정을확인한다.엄마의세번째남성은엄마의건강검진결과가좋지않음에도불구하고혼인신고를하려는것으로자신의사랑을증명하고,성운은결혼과책임이란단어를내세우며본인의진심을고백한다.하지만유경은이렇게말하며거절한다.“부모자식도20년정도살면헤어져.그런데남남이어떻게7,80년을같이살아.그것도한집에서.”둘의끝은정해져있지만오랜동거끝에명확해진각자의다짐을응원하는,“그래도되는사이”다.

지옥같은현실에서빠져나갈희망,즉구원을이소설집에서단번에찾기는어려울지도모른다.그러나열가지의서사에담긴다짐들은우리의삶에도새로운결심의계기를건넨다.그리고작가는“오전내내비가오고오후에바짝갠하늘을보여주더니,해질녘이되자수평선부근부터붉은색으로변해가”(「내일의징후」)듯삶의풍경도자꾸만변한다는것을잊지말라고당부한다.그러니더는혼자울지말고김이설의작품세계로가기위해“이제정말서둘러야한다”(「반뗀라지?」).

■작가의말

두번째단편집『오늘처럼고요히』이후,6년간발표한단편들중에서『잃어버린이름에게』에실은작품들과「갑사에서울다」라는단편을제외한열편을추렸다.열편의소설을모으는동안글을못쓰던시절이있었다.아프기도했다.이제껏믿었던세계에대해의심을품었고,그동안써온내소설을부정하는일도겪었다.생각해보면소설가라면한번쯤겪어야하는마땅한통과의례였다.그고비를넘기면서지어온소설들이니각별하나,두렵다.

그럼에도불구하고한치의의혹없이내소설을읽어와준손정혜와윤규미,허물많은소설을보듬어준김미정선생님,세번째단편집으로묶일수있도록애써준문학과지성사와이주이편집자,무엇보다도김이설의소설을기다려준독자분들에게가장큰감사를드린다.기다리는글을쓰는일.살게하는힘이되었다.

정말쓰고싶은소설이야말로어느누구도울지않는밤에관한이야기.그런소설을내놓을때까지,써보겠다.여하튼쓰겠다.

2023년3월
김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