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이가든 (개정판)

아오이가든 (개정판)

$16.00
Description
“그것은 그에게 인간의 몸이란 부패하기 쉬운
단백질 덩어리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주었다”
한 번도 꿔본 적 없는 악몽,
어쩌면 이미 경험했을지 모르는 세계,
그럼에도 여전히 낯선 기괴한 상상!
저자

편혜영

1972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예대문예창작과와한양대국어국문학과대학원을졸업했다.2000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등단했으며,소설집『아오이가든』,『사육장쪽으로』,『저녁의구애』,『밤이지나간다』,『소년이로』,그리고『어쩌면스무번』등이있고,장편소설『재와빨강』,『서쪽숲에갔다』,『선의법칙』,『홀TheHole』,『죽은자로하여금』등이있다.앤솔러지『놀이터는24시』...

목차

저수지
아오이가든
맨홀
문득
누가올아메리칸걸을죽였나
만국박람회
서쪽숲
마술피리
시체들

해설|시체들의괴담,하드고어원더랜드_이광호
작가의말
개정판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WelcometoHardgoreWonderland!
―편혜영서스펜스의시작을알린‘아오이가든’이다시문을연다!

한여학생실종사건이후시체를찾기위한저수지수색과정에서,버림받고방치된세아이를뒤늦게발견하는이야기「저수지」,비에섞여바닥으로떨어지는개구리와집밖으로내던져진쓰레기더미와구역질을퍼올리는악취가가득한도시의한가운데,역병으로무너져가는와중에도다른도시로갈수없는이들만남은아오이가든을배경으로,나이조차가늠할수없는한가족(엄마,누이,나)의모습을그린「아오이가든」,생계걱정을하느라자식들을방치하는부모를떠나도시의땅밑,맨홀안으로들어간아이들의이야기「맨홀」,낚싯대에걸려올라온시체한구에서시작해,구더기로가득한방에홀로누워생과죽음을구분하지못하는여성의이야기로이어지는「문득」,추리소설의결말을끝내읽지못하고하루가온통꼬여버린,집에서도동네에서도환영받지못하는한남성의이야기「누가올아메리칸걸을죽였나」,폭우로모든걸잃은수재민들의임시거처가된박람회장,박람회개장에맞춰떠나야하는수재민가운데,엉터리마술과쇼로생계를유지하는한소년과그의삼촌의이야기「만국박람회」,의뢰인들에게알수없는서류를전달하는일을하는약국여자의이야기「서쪽숲」,단백질부족으로죽어가는실험용쥐와다를바없는삶을살아가는모녀의이야기「마술피리」,아내가익사한장소로추정되는계곡으로,아내의신체일부를확인하기위해찾아가는남편의이야기「시체들」.

『아오이가든』속아홉편의이야기에는산사람과시체의경계가지워진듯보인다.그렇게이세계에서실종되고,스스로도죽었는지살았는지모르는채로,때로는신체의일부분으로남은이들이여기에있다.저수지속에서썩어가거나계곡물아래에서수초와얽혀부유하거나구더기와함께더러운방에놓인시체의모습으로,역병처럼불길한아오이가든이나번화한도시아래맨홀속혹은누구도가본적없이소문만무성한서쪽숲의사람들로.어쩌면이들이야말로평범한일상뒷면에놓여우리를불안과공포에젖게하는지도모른다.편혜영의작품세계가장밑바닥에묻혀있는존재가바로이들이아닐까.

개정판작가의말

『아오이가든』은내게가장가까운이름이자가장먼이름이된소설이다.
소설을쓰다막막해지면이소설을쓰던때를떠올렸다.부러멀어지기도했지만이제는그럴필요가없다는걸안다.다시돌아갈수가없는것이다.
지난소설을읽으면서종종한시절을잃은듯한상실감을느낄때가있는데,『아오이가든』을읽을때면특히그러했다.이책이작가로서나의첫책인것을여전히행운으로여기고있다.

2023년3월
편혜영

책속에서

아오이가든이안전할리없었다.아오이가든은도시에서처음으로역병환자가발생한아파트단지였다.그래도우리는여기밖에있을곳이없었다.가족누구와도손을잡지않고누구와도마스크를벗고수다떨지않으며같은컵으로물을나누어마시지않으면,같은베개를베거나꿈길에서라도만나짧은시간얘기를건네지않는다면아오이가든에서도버틸수있을터였다.집에서도마스크를쓰자니처음에는다소불편했다.조금지나자마스크를쓰고도밥을먹을수있을만큼익숙해졌다.
---「아오이가든」중에서

시체는왕피천동쪽끝자락에서떠올랐다.시체를건져올린사람은젊은남자였다.남자는낚시가처음이었다.그래서인지찌가조금굽어져내려갔을때바로감지하지못했다.시체는얼마전부터호수밑바닥에서수초처럼춤을추고있었을것이다.가스가차올라부력으로떠오르기에는부족한시간이었던모양이다.지렁이미끼를매단남자의낚싯바늘이시체가입고있는스웨터앞섶을건드렸다.필라멘트실이목을휘감아낚싯대가아치처럼깊게구부러졌다.
---「문득」중에서

그는시체의일부인그것을덤덤하게바라보았다.다리는가차없이썩어가는것으로자신의죽음을증명했다.수분과단백질,핵산등의유기물이모두빠져나가면서이미삶과는동떨어진사물이되었다.그것은그에게인간의몸이란부패하기쉬운단백질덩어리라는사실을각인시켜주었다.다리를보고있자니몸구석구석을살피며썩은곳이없는지찾아보고싶어졌다.할수만있다면죽기전한움큼의방부제를삼키리라.
---「시체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