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가시 - 대산세계문학총서 184

죽음의 가시 - 대산세계문학총서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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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난 아무래도 이해가 안 가요.
당신이란 인간은 왜 그런 짓을 한 거죠?”

남편의 외도로 시작된 아내의 병
추궁과 고백, 다툼과 다짐은 끝없이 이어지고
두 사람의 감정은 바닥의 바닥을 드러낸다.

제43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죽음의 가시」 원작 소설
패전 후의 혼란을 보다 일상적인 차원에서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 전후문학의 대표 작가 시마오 도시오의 장편소설 『죽음의 가시死の棘』가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184번으로 출간되었다.
작가인 남편 ‘나’와 아내 ‘미호’는 10년을 함께한 부부이다. 남편의 불륜을 감지한 아내는 어느 날 남편의 일기를 보고 남편을 심문하기 시작한다. 유순했던 아내가 다른 사람처럼 변하자 남편은 잘못을 인정하지만 가족의 일상은 점점 무너져간다. 일본 전후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시마오 도시오는 정신적 위기에 몰린 아내와 남편, 그와 함께 흔들리는 가족의 모습을 무서울 정도로 차분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이 작품은 1954년 10월부터 1955년 6월까지 작가의 가정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다룬 소설로, 부부는 이후 이 일을 둘러싼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을 각자 발표하기도 했다. 소설과 작가의 삶 모두 관심을 모으는 작품이지만 정작 소설은 끝없는 다툼의 시간 속에서도 서로를 안쓰럽게 여기는 부부의 모습을 통해 사랑과 유대, 감정과 시간이 진정 무엇인지를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이토록 무시무시한 작품들에서 인간성을 구해야 할까, 아니면 예술을 구해내야 할까. 사소설이란 이처럼 절망적인 질문을 부추기는 골치 아픈 존재라는 것을 이만큼 명확하게 증명하는 작품이 있을까? - 미시마 유키오(소설가)
저자

시마오도시오

시마오토시오는일본의작가이다.특공러외요원이되어제18진양대지휘관으로서아마미군도가게로마섬에부임하였으나,발진의호령을받지못한채종전을맞이하였다.이때의체험과1946년결혼한섬의구가의딸'미호'와의만남의후의문학의숙명적원점이되었다.대표작으로는처의발병의관한「죽음의가시(死の棘)」,「섬의끝」등이있다.

목차

제1장이탈
제2장죽음의가시
제3장벼랑끝
제4장하루하루
제5장흘려보내다
제6장매일의의례
제7장오그라든하루
제8장아이들과함께
제9장과월제過越祭
제10장한참뒤
제11장이사
제12장입원까지

옮긴이해설·나는왜소설을쓰는가에대한고백
작가연보
기획의말

출판사 서평

시마오도시오와사소설,그리고『죽음의가시』

시마오도시오는패전후의혼란을보다일상적인차원에서그렸다는평가를받는‘제3의신인’으로분류되는작가로고지마노부오,엔도슈사쿠등과함께동시대일본문학을대표하는작가로꼽힌다.한국독자들에게는낯선이름이지만그의소설『죽음의가시』는제43회칸영화제심사위원대상을수상한동명영화(오구라고헤이연출)의원작이기도하다.

시마오도시오를설명할때빼놓을수없는사실중하나는실제자신의가정에서일어났던일을바탕으로『죽음의가시』를썼다는것이다.시마오자신도그일이후의일기를책으로출간하고,아내인미호도이후작가로활동하며『죽음의가시』의바탕이된경험을책으로출간했으며,『죽음의가시』는시마오의대표작으로꼽히니여러의미에서시마오도시오개인의삶과『죽음의가시』를떼어놓고그의작품세계를이야기할수는없다.그러나시마오도시오의작품세계를사소설에한정하거나그가사소설을대표하는작가라고이야기하기는힘들다.

아내를만나기전그의삶을좀더짚어보면,시마오는해군소위로임관후어뢰정에몸을싣고출격하는훈련을반복하다1945년8월13일출격준비명령을받았으나최종명령은내려지지않은채15일일본의패전을맞이하였다.죽음을반복연습하는이경험은시마오의삶과문학에지워지지않는흔적을남기고이후시마오는이경험을초현실적이라할수있는기법으로소설로써나간다.이처럼시마오도시오는사소설로분류되는『죽음의가시』외에도,전쟁의체험을담은소설,20년이상아마미에거주하며군도에서의삶을다룬작품들도다수발표하였으며하나의국가가아닌군도로서의일본을사고하기를촉구하며야포네시아Japonesia라는개념을전개하기도했다.이러한의미에서,『죽음의가시』는작가의개인사와사소설이라는특징으로주로논해지지만동시에근본적으로자신의삶과경험을언어화해나간작품이라는지점에서그의다른소설과함께하나의문학세계를형성한다.

“사소설이란지극히현실적이라초현실적이지는않습니다.하지만우리가살아가는삶자체가어떤각도에서보면상당히초현실주의적이지않을까,그러니까사소설도끝까지파고든다면‘나’라는말을쓰더라도그건이른바작가인내가아니라나를꿰뚫고나가일종의투명한존재가되므로눈에비치는것이지극히리얼하다할지라도그걸쓰면뭔가그로테스크한세계를보여줄수있지않을까,그런생각이들었습니다.그러니까사소설이란말을들어도상관없으니사소설의기법으로써보자고생각했죠.”(시마오도시오,「『죽음의가시』의토대」)

부부와사랑,가족과유대의의미를묻는소설

소설은남편의불륜을감지한아내가남편을추궁하는데서시작한다.사흘밤을새우며이어지는추궁은상황에따라잦아들기는하지만멈추지는않고때에따라오히려더심해진다.아내의끝없는추궁에남편은때로는궁색하게답변하고때로는가정에충실할것을맹세하고,어떨때는남편역시괴로움에실성한척을하거나소리를지른다.그러는동안아들신이치와딸마야는부모의감정에함께흔들린다.누가봐도괴로운이들의대화는완전히고통스럽고서로를증오하기만하는것일까.그러나대화라고부를수있을지망설이게될정도로격하게이어지는이들의심문속에드러나는10년간의결혼생활과서로에대한감정은그리간단하지않다.

언젠가는또부리나케뛰어오더니“사랑해,사랑해,사랑해”라고말하며눈물이그렁그렁해진다.“미안해요.미안,용서해줘요.이런모습보여부끄러워.”그러면나도어느덧눈물이왈칵쏟아지고긴장이풀린다.(37쪽)

의사는이상한물건을보는듯한눈길을보냈다.그런태도는나를흥분시켰다.그토록참기힘든아내였지만이세상에우리를이해하는사람은우리둘밖에없다고생각하니문득아내에게가여운감정이든다.(313쪽)

아내를방기한긴시간과남편의외도후시작된아내의병.그시간속에쌓인것은사랑과미움만이아니다.서로를향한안타까움과지난시간이갖는힘과아이들과함께만든일상같은간단히말하기어려운것들이생생하게드러난다.작가인시마오도시오는남편의외도와아내의심문으로시작해사랑과유대,감정과시간이진정무엇인지를독자들에게묻고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