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여름 2023

소설 보다 : 여름 2023

$4.39
저자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저자:공현진
2023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저자:김기태
2022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저자:하가람
2023년『세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공현진,「어차피세상은멸망할텐데」7
인터뷰공현진×최선교41
김기태,「롤링선더러브」57
인터뷰김기태×소유정103
하가람,「재와그들의밤」121
인터뷰하가람×이희우153

출판사 서평

여름,이계절의소설

통계청에따르면우리나라1인가구비율은33.4%로전체인구3명중한명은가정을이루지않은채혼자살고있다고한다.타인과나를명확하게구별짓지않고오롯이자기자신을정의해야하는삶은때때로외롭고한없이벅차게느껴지기도한다.젊은작가들이우리에게보여주는‘혼자인삶’‘나다운삶’‘함께하는삶’을들여다보고있으면우리의일상도‘포기’가아닌오랜고민끝에이루어진‘선택’으로채워져있을것이다.

공현진「어차피세상은멸망할텐데」
물속에서도물밖에서도
자유롭게숨을쉴수있는권리

수영강습초급반을배경으로펼쳐지는「어차피세상은멸망할텐데」는‘눈치없는’주호와‘욕망없는’희주를각각앞세워사회의불평등과생태학적위기를서서히수면위로끌어올린다.특히“사회에서자신의자리를안전하게지키기위한최소한의생존감각”(문학평론가강동호)중하나인‘눈치’를아예상실한것만같은주호의행동은주변사람들을답답하게만든다.하지만주호의행동에는그어떤의도나목적이담겨있지않다.그저매순간자신에게주어진일에묵묵히최선을다하며‘눈치없이’나름의방식으로생존해나갈뿐이다.사실주호와희주는각각자신이속한사회에서인정받는인물이었다.평범한일상속에서동료를잃거나자기자신을잃어야만하는순간이있었고,공동체로부터침묵과애도를강요받기도했다.이제두사람에게남은목표는물속에서도물밖에서도숨을잘쉬는것이다.꿀벌의멸종이생태계의붕괴로이어지는것처럼,소설은수영장에서요구되는질서는한사람의일상,그를둘러싼사회,더나아가인간본성의문제까지낱낱이파고든다.2023년『동아일보』신춘문예당선작「녹」을통해우리사회의약자가겪는문제를치밀하고도적확한문체로다뤄독자와평단의주목을한몸에받은공현진작가는이번소설에서성실하고정직하게살아온두인물을통해우리사회가상실한심리적,육체적안전에대해꼬집는다.이세상은어떻게든멸망한다는비관적인제목과달리자신만의속도로꾸준히헤엄치는소설속인물을통해삶에대한긍정적인메시지를전달하는신인작가의소설은무더위아래서늘한위로가되어줄것이다.

“물속에서숨을쉬는방식이물밖과는달라야한다는것이,제게이상한전율과슬픔과안도감을주었어요.그리고이런생각도했습니다.누군가에겐물밖이물속과같겠구나.저는우리가물속이든,물밖이든숨을쉴수있으면좋겠습니다.”

「인터뷰공현진×최선교」에서

김기태「롤링선더러브RollingThunderLove」
아무도부르지않는유행가라할지라도
누구도원치않는사랑이라할지라도

사랑도연애도버겁기만한오늘날,통속적인가사에기대는마음을응원하고싶다는김기태작가의신작「롤링선더러브」는팍팍하기보단유쾌하고,억지짠내대신될대로되라식의상큼함을보여준다.너도,나도결혼대신비혼을택한다는데해마다결혼정보회사회원수는늘어만가고,얼핏봐서는다비슷한것같은연애리얼리티프로그램역시우후죽순으로쏟아지고있다.사랑이지닌모순된속성을차치하고서라도이러한사회적분위기는어딘지모르게낯설기만하다.사랑에실패하고싶지않은이들은그속에뛰어들기보단타인의사랑을‘관전’하는것을택하고통속적인사랑이아닌미니멀하고세련된사랑만을취하길원한다.그래서일까,사랑을결과가아닌과정으로여기는맹희의“사랑하고왔다”라는명대사가마음을울리는것은.“내삶의주인은반드시내가되겠다”식의“굳건한다짐보다저유연함이오히려잘살수있는강한힘”(문학평론가조연정)이라는걸보여주는이소설은작품곳곳에인용된유행가의가사처럼리드미컬하고속도감있게전개된다.한국사회깊숙이내재된전형성을직접적으로드러내면서도이야기가한쪽으로치우치지않은채끝까지유머러스함을잃지않았던건누구보다맹희의사랑을응원하고지지했던작가의진심때문이아닐까.순도높은웃음과감동까지자아내는「롤링선더러브」를읽고나면이번여름에는밤마다양푼에밥을비벼먹는김삼순도우스꽝스러운니트도사랑스럽게소화하는브리짓도아닌,많은노래에기대며,많은노래에속으며사는37세독신조맹희를사랑하게될것이다.

“어떤사람들은자기마음이삼각형인지반원형인지따져서딱들어맞는섬세하고유니크한양식을고릅니다.하지만저는통속적인유행가에기대고속는사람을응원하고싶었습니다.양식미를따질시간에그냥사랑을해버리는사람,특별한사랑이아니라사랑의특별함을좇는사람이요.”
「인터뷰김기태×소유정」에서

하가람「재와그들의밤」
어쩌면이소설은
시간을되찾는방법을묻고있다

짐작만으로이루어진과거의장면은끝내소멸을선택할수밖에없다.소설「재와그들의밤」의화자는서울에서의생활을정리하고유년의기억이서려있는‘한울’로늘자신을애타게만들곤했던엄마‘추자씨’의곁으로돌아온다.서울에서도,울산에서도소속감과안정감을느끼지못했던화자에게고향은매순간흔적없이말끔하게지우고싶다가도궁지에몰릴때면가장먼저생각나는장소이다.마치담배를다피운후에도개운치못한냄새가검지와중지사이에남아있는것처럼,화자의마음한편에는한울에서의시간이깊게그을음으로남아있다.
이곳에서화자는매일아침추자씨의차로등하교를하고,학원을순회한후에공업탑로터리를지나거름냄새가훅끼치는집으로돌아오곤했다.하지만늘그대로일것만같았던고향에는평생을고수하던긴머리를짧게자르고,손목에레터링타투를새긴낯선추자씨가서있다.그리고그곁에는자신이떠난이후늘함께해온듯한‘덕미아줌마’가있다.매일매일달라지는추자씨를여전히과거의시선으로바라보던화자는“어쩌면시간을되찾는방법을묻고”있을지도모른다.“잃어버린시간을찾는것이아니라잃어지지않는시간의와중에서시간의믿음을잃어버린자신에게”(문학평론가홍성희).2023년『세계일보』신춘문예당선작「수박」에서소설속인물의감정을민감하게포착해차분하게풀어냈다는호평을받은작가는이번작품에서도단정한문장과세밀한디테일로소설의애틋한정서와분위기를그려냈다.이제막도착한여름을어느새그리워하게만드는소설은독자들을매료시키기위한모든요건을갖추고있다.

“인물의미래에대해서는따로정해놓지않아요.오히려소설을끝낸뒤에생각하는편입니다.그사람은지금어디에있을까.잘지낼까.문득궁금해지는순간이있어요.이소설의화자는어떨까요.지금떠올리기로는아마도아주천천히,조금씩,그곳을벗어날것입니다.마지막에로터리를돌고돌고또돌아다결국빠져나가는택시처럼요.”
「인터뷰하가람×이희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