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새로적었습니다”
이시집의발문을쓴문학평론가신형철에따르면,박준시인은“과거에서건너오는것으로시를쓰는사람”이다.그렇다면현재는미래의자신에게가서시가될지도모른다.그렇게시인은“미래의자신을위해현재를살아”간다.“현재내삶의어떤순간순간이미래의시가된다는마음,시인인내가미래에일용할양식을미리준비하는마음”으로.또한시인은“사람을사랑하는사람이기도하므로”이마음은“당신을위한마음이기도하다”.그래서이시집엔“편지형식이어야만했을”시들이눈에띈다.
특히표제작「장마―태백에서보낸편지」가그렇다.이시의화자는편지를두번쓴다.“갱도에서죽은광부들”의이야기를쓴첫번째편지와그것을구겨버린뒤“우리가함께장마를볼수도있겠”다는문장으로시작하는두번째편지.“우리의삶이이미일어난일들을잊지않는삶이기도해야하지만,우리가함께있을시간들에대한예감으로버텨내는삶이기도해야하겠기때문이다”(문학평론가신형철).기대도다짐도아닌예감이다.과거의불행한일들은현재나의마음을아프게하지만나의마음과는무관하게일어난일이고,“우리가함께장마를볼수도있”는미래는오늘의나의걸음과마음에달려있을지모르니.이토록따뜻한위로와아름다운고백이또있을까.
「문학과지성시인선」519번째박준시집『우리가함께장마를볼수도있겠습니다』의이번리커버한정판의표지는곡진하게써내려간편지처럼보인다.세로로씌어진그따뜻한위로와아름다운고백의시는다가올장마에우리가함께볼수도있을빗줄기를닮았다.여기에도비라마다시인이직접찍은사진의이미지까지,이모두를한데모아금색띠로단정히묶은표지에서귀한사람에게전하는시인의마음이고스란히느껴진다.오래전에발송된독자들에게건네는마음이지금,여기,다시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