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과 수갑 : 긴급조치 시대의 한국 소설

제복과 수갑 : 긴급조치 시대의 한국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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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이자 문학평론가 김형중의 비평집 『제복과 수갑-긴급조치 시대의 한국 소설』(문학과지성사, 2023)이 출간되었다. 한국문학의 한가운데서 꾸준한 저작 활동을 해온 저자는 소천비평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비평에서의 자기 영역을 끊임없이 개진해왔다. 저자는 한국 현대사가 식민지 시기부터 지금의 분단국이 형성되기까지 단 한 번도 ‘예외상태’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는 사실에 집중하여, 이를 푸코의 ‘생명권력’에 입각해 다채로운 시각으로 분석한다. 특히 ‘한강의 기적’이라는 구호 아래 기형적인 성장을 일궈낸 1970년대를 중심으로 개발독재, 군사독재, 급속근대화가 이루어졌던 배경과 그 이후에 남은 병폐를 짚어나간다.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1960년대부터 팬데믹의 공포에 시달려야만 했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문학사에서 깊이 다루지 않았던 작가를 조명하는 건 물론, 발표 이후 단일한 연구 방법으로만 분석되어온 작품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과정은 고속도로 발전한 한국 사회의 성장 이면을 해체하는 과정이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작품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역사, 경제, 정치를 말할 때면 빠지지 않고 1960~70년대가 소환된다. 각자의 삶의 궤적에 따라 혹은 정치적 이념에 따라 달리 일컫는 시대. 눈부신 경제성장의 이면에 묵살되어왔던 개인의 삶을 이 책은 푸코의 권력이론을 발판 삼아 세심하게 분석해나간다. 오랜 시간 문학장의 중심에서 한국사에 한국문학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분석으로 자기만의 비평을 이어온 작가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부터 자신이 푸코의 권력이론에 매료되었음을 밝힌다. 푸코의 생명권력은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근대의 권력이 이전 시대와는 확연하게 다름을 우선으로 한다. 이전 시대의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전략을 고수한 근대 권력은 개인 단위가 아닌 인구 단위의 대규모 집단의 질서를 구축하고 창조하는 데 그 목적을 둔다. 즉 개인이라는 자원을 국가 질서에 개입시키기 위해 보다 더 효율적으로 길들이는 것이다. 이는 이 책에서도 여러 번 소환되는 박정희의 독재정치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모두 “온 국민을 같은 시간에 깨우고 같은 시간에 귀가시키고 비슷한 노래를 듣게 하”는 게 당연하듯 용인되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거대한 정치권력에 조직적으로 길들어진 개인의 삶과 욕망은 찾아볼 수 없다. 혹은 이름만 남기고 그 행적은 묘연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듯 철저하게 통제된 사회에서 번뇌하는 개인을 어디에서 만날 수 있는가.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바로 문학작품이다.
저자

김형중

1968년광주에서태어나전남대학교영문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대학원국문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2000년문학동네신인상평론부문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비평집『켄타우로스의비평』『변장한유토피아』『단한권의책』『살아있는시체들의밤』『후르비네크의혀』,산문집『평론가K는광주에서만살았다』『무서운극장』,연구서『소설과정신분석』그리고엮은책으로는『한국문학의가능성』『무한텍스트로서의5·18』등이있다.소천비평문학상,팔봉비평문학상을수상했다.현재조선대학교국어국문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1부프롤로그
한국의1960~70년대와생명정치9

2부생명권력과문학사
파우스트의시대31
―김광식·김동립·남정현·박태순·김정한소설재론

풍자와정신병리159
―남정현소설에나타난정신병리

풍자와정신병리286
―남정현소설에나타난정신병리와권력의테크놀로지

강요당한선택106
―김승옥의1960년대중·단편소설재론

민도식의해방129
―윤흥길의「아홉켤레의구두로남은사내」연작에나타난권력의양상

난민들의문학사154
―‘광주대단지사건’과생명정치시대의한국문학

긴급조치시대의호모사케르180
―최인호의중·단편소설재론

3부팬데믹이후
다시포스트모더니즘을찾아서199
―포스트모더니즘과신자유주의통치성

마스크쓴사회220
―‘코로나19’시대에대한메모들

PESD와ICD242

4부에필로그
심기증(Hypochondria)시대269

마치며284

출판사 서평

오늘날한국의역사,경제,정치를말할때면빠지지않고1960~70년대가소환된다.각자의삶의궤적에따라혹은정치적이념에따라달리일컫는시대.눈부신경제성장의이면에묵살되어왔던개인의삶을이책은푸코의권력이론을발판삼아세심하게분석해나간다.오랜시간문학장의중심에서한국사에한국문학에대한예리한통찰과분석으로자기만의비평을이어온작가는이책의프롤로그에서부터자신이푸코의권력이론에매료되었음을밝힌다.푸코의생명권력은자본주의와자유주의를바탕으로한근대의권력이이전시대와는확연하게다름을우선으로한다.이전시대의강압적이고폭력적인태도에서벗어나효율적이고생산적인전략을고수한근대권력은개인단위가아닌인구단위의대규모집단의질서를구축하고창조하는데그목적을둔다.즉개인이라는자원을국가질서에개입시키기위해보다더효율적으로길들이는것이다.이는이책에서도여러번소환되는박정희의독재정치에서도쉽게발견할수있다.대한민국의경제발전을위해서는모두“온국민을같은시간에깨우고같은시간에귀가시키고비슷한노래를듣게하”는게당연하듯용인되는것이다.우리역사에서거대한정치권력에조직적으로길들어진개인의삶과욕망은찾아볼수없다.혹은이름만남기고그행적은묘연하기만하다.그렇다면우리는이렇듯철저하게통제된사회에서번뇌하는개인을어디에서만날수있는가.저자에따르면그것은바로문학작품이다.

전쟁이아닌실직에고통받는사람들
1960년대한국소설

저자는그동안문학사에서주목받지못했던1960년대소설에대해조명하면서예로든작품을괴테의『파우스트』와병치해혼란스러운시대의작품속인물들이겪어야했던번뇌와고통에대해보여준다.즉한국의개발독재가본격적으로시작되었던1960~70년대의시기에발표된작품들을‘사이비파우스트’에맞선기록물들로새로이분석해낸다.이렇듯1960년대한국문학을전쟁의트라우마에서벗어나지못한50년대와개발독재와민중의현실에대한탐구가이루어진70년대의가교구실에서벗어나그시대만의특수한문학사상을짚어낸것이다.특히이책에서는그간의문학사에서자주언급되지않은김광식과김동립의작품세계를다루는데,여기서는전쟁의상흔이아닌이후작가들에게도지대한영향을끼친‘한국적모더니티’에집중한다.이제더는전쟁의트라우마가아닌‘근대의공포’가자리잡은시대적변화를꼬집는것이다.이러한변모를잘드러내는김광식의단편「213호주택」(1956)은일종의강박신경증을앓는주인공김명학의의미없이반복되는행위와정확성에집착하는태도는‘전쟁’이아닌‘실직’에고통받는모습으로나타난다.이는전쟁이아닌이제막산업사회를맞이한한국의자본주의적일상을보여준다.

김광식,김동립이60년대소설의징후를보여주었다면사회의규율과현대인의심리를집요하게파고들어확장한작가는남정현이다.한국문학사상최초의반미소설이라는평과함께반미문학의효시로불리는「분지」(1965)를중심으로그동안남정현작품연구에서다루지않았던정신분석학적연구방법을대입시킨다.그간남정현의소설이반미문학,풍자문학이라는평외에는후속연구가이루어지지않았음을지적하며남정현의작품에정신병리적상태에놓인주인공이등장하지않는소설이없다는것을짚어낸다.망상과편집증부터여러도착적증세와강박에시달리는남정현의작품은“다양한신경증징후들의진열장”이라해도될정도로그모습이다양한데,그중허허선생(「허허선생」연작)은자신의안전이침해당할지도모른다는불안에휩싸인채수많은개를기르고위험한상황에서움직일수있는집을만들고,땅굴을파는것과같은태도를통해웃음을유발한다.이처럼남정현의작품속인물들의과대망상과강박증은당시의현실을여실하게보여주는것과동시에사대주의와정치적부패를공격적으로풍자하는데성공한다.

산업화의전말은소외된도시인
1970년대한국소설

박정희집권당시대한민국은권력이국가건설에필요한개인과인구질서를조형하는생명권력이공공연하게자행되어왔다.그중광주대단지사건은정부의무계획적인도시정책과졸속행정에반발하여시민들이도시를점거한빈민항거운동으로가까스로정부의입장변화를끌어내긴했지만‘단순폭동’이라는오명을뒤집어쓰기도했다.당시경기도광주(지금의성남)에서교직생활을하던윤흥길은자신이가르치는한여학생의우울한얼굴과예비군훈련장에서광주대단지사건의당사자를만난것을계기로이사건을더알리기위해교편을내려놓고집필을시작한다.그작품이바로사건의전말을서술하며문학으로서역사를기록한,『아홉켤레의구두로남은사내』(1977)이다.민중문학을예비한예언적작품인동시에산업화시대한국의소시민들의세계를예리하게묘파한이작품은순박한시민‘권기용’과병든지식인‘오선생’을주축으로여러해석과평가를받아왔다.하지만김형중은이연작의주요인물이둘이아닌셋임을강조하며제3의인물민도식을소환한다.1980년대한국의문학사는민도식의의미화를뒤로해왔다.당시강제이주를당한철거민들이주권없는난민신세를면치못하는상황에서“민도식이불안에가득찬눈으로목도하고있”는현실은냉정하기만하다.김형중은한국전쟁이후최초의도시봉기이자박정희개발독재권력의성격을보여주는광주대단지사건을대척점에서있는시민과지식인을통해보여주는게아니라모진시련을자신의눈으로보고,귀로듣고,끊임없이말하려했던각각의인물에더탐구해야하는이유이다.

1970년대한국의가장중요한작가로는최인훈을빼놓고는얘기할수없다.최인훈은“당시주류소설과달리한국의모더니티를개인심리와일상의관점에서다루었”다는점에서주목을받아왔다.「타인의방」은아내가외출한사이출장에서돌아온남자가사물로변한다는단순한이야기구조로되어있다.이때수많은사물이남자에게말을걸고반대로남자는점점사물처럼굳어간다는설정은당시로서는드물게모던하고감각적이다.급격한산업화와함께등장한‘아파트’와같은상징최인훈소설을읽는것도하나의독법이될수있다.이책에서는최인훈이「타인의방」외에도「즐거운우리들의천국」「위대한유산」「깊고푸른밤」같은문제작을발표했다는것에집중해그의작품이너무도선구적인탓에당시한국의문학장에서그가제기하는문제들을적절하게대응할개념적도구나패러다임이부재했음을짚어낸다.

더빠르고,더정확하게
여전히불안을먹고사는사회

책은1970년대를지나80년대,90년대,2000년대에이르기까지한국문학작품에서나타나는‘생명권력’의그늘을조명한다.단순히시대의흐름을읽는것에서그치지않고온국민이통제된생활을해야만했던코로나19에대해서도되짚는다.한국은팬데믹당시철저한확진자이동경로탐색과실시간데이터공유로잠시나마과학방역의성공을경험하는듯했다.모두가마스크를쓰고개인위생에철저히신경을썼으며정부와지자체역시개인의작은움직임에도기민하게대응했다.이렇듯대한민국이대규모인구단위의통제가가능했던이유는일찍이일제의위생경찰제도와박정희정권주도의경제개발5개년계획을경험했기때문이다.근대권력주도하에우리는주체성을가진한개인이아닌보다정확한생산성을가진시민으로존재해야만했다.한국사회의‘생명권력’은전쟁의불안,자본주의불안,도시화의불안,질병의불안과함께변화해왔고이와함께문학작품에서주인공의심기증은더욱더극심한형태로그려졌다.이책의마지막차례인「심기증(Hypochondria)시대」에“자본은심기증을먹고산다.그리고먹이를쉽게놓아주는것은자본의생리가아니다”라는평론가김형중의말에숙연해질수밖에없는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