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 (우다영 소설집)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 (우다영 소설집)

$16.00
Description
“나는 나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SF어워드 우수상 수상작 「긴 예지」 수록
미지의 미래로 향하는 작가, 우다영 신작 소설집
깊은 밤 깨어나는 요람의 기억
경계 너머에서 밝아오는 아름답고 참혹한 진실

몽환과 영원의 세계로 독자를 데려가는 우다영의 세번째 소설집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첫 수록작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로 시작해 표제작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로 끝을 맺는 다섯 편의 작품은 그 관념을 서서히 확장하며 우다영이 직조한 세계의 타래를 조금씩 펼쳐놓는다. 2023 SF어워드 우수상 수상작 「긴 예지」, ‘이 계절의 소설’(2020년 가을) 선정작 「태초의 선함에 따르면」 등 미지의 세계를 예고한 바 있는 수작을 함께 엮었다.
“당신과 내가 이토록 타자이며, 이토록 하나라는 사실”(‘작가의 말’)을 직시하며 씌어진 이번 소설집은 ‘나’와 ‘너’ 사이에서 탄생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선보인다. 두번째 소설집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문학과지성사, 2020)을 유심히 읽은 독자라면 이번 소설집의 제목이 낯익을지도 모른다. “영화에 빠진 너의 얼굴은 아무 표정 없는 얼굴 무방비한 얼굴 관찰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얼굴 그 얼굴에 천천히 미소가 떠올랐으면.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 전작의 ‘작가의 말’에 남겼던 의미심장한 암시 끝에 도달한 얼굴이 여기에 있다. 제발트의 소설 속 그림에 담긴 글에서 따온 이 제목은 마치 더 어두운 밤처럼 끝없는 이야기의 미로로 우리를 초대한다.
우다영 세계를 따라 걷고 싶은 독자라면 ‘찢어진 책 이론’에 따라 이 소설집을 읽어보길 권한다. 수록작 「긴 예지」에 등장하는 이 개념에 의하면,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읽어내는 방법은 그 안의 활자를 차근차근 읽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책을 둘로 찢어 양쪽이 어떤 패턴으로 겹쳐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소설 속 무작위한 사건과 불확실한 우연이 모종의 질서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 당신이 읽고 있는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저자

우다영

2014년『세계의문학』신인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밤의징조와연인들』『앨리스앨리스하고부르면』,중편소설『북해에서』가있다.

목차

우리사이에칼이있었네
태초의선함에따르면
긴예지
기도는기적의일부
그러나누군가는더검은밤을원한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인연을반복하기위해생이존재하는것같아”
끝없이반복되는무수한생의무수한나

이번소설집에는나와타자의경계를가시화하는인물이자주등장한다.「우리사이에칼이있었네」의‘알파’와‘오메가’는한몸으로태어나트윈으로분리된후18세생일에성인식을치르며다시하나가된다.소설의화자인‘나’(알파)는오메가를만나서로의존재를부정하고미워하다가끝내어떤이해에이른다.“그애에대해생각하는건곧네자신에대해생각하는것과같잖니”라는할머니의말처럼자신들이결국서로에게속해있다는사실을받아들인다.
「태초의선함에따르면」은이처럼경계없는‘나’들이모인거대한세계를다루는작품이다.남태평양의사모아제도에서‘아즈깔’이라이름붙은식물이발견된다.이풀의독성에감염되거나전염된이들은과거와미래의생을기억하게된다.무수한생의무수한인과를경험한각성자들은자기윤리와타자윤리가뒤섞일때인류의선의지가어떤방향으로움직이는지보여준다.
작가의첫SF소설「긴예지」는종말의미래를명백히알고있는상황에서이를막고자하는예지자들을등장시킨다.예지인공지능프로젝트의책임자‘도경’은불벼락과물벼락을피해더많은볼을터뜨려야하는증강현실게임〈볼볼볼〉을통해뛰어난예지자들을선별한다.베이비시터로일하는주인공‘효주’는자신이돌보던쌍둥이자매의‘솔이’와함께미래를바꿀만큼강력한예지를만들기위해설계된이프로젝트에참여한다.그리고예지인공지능‘레마’의시뮬레이션에접속해무수한시공간을관통하는시선,즉신의존재를실감한다.

“세상을구원하는거창한일과저는어울리지않아요”
한아이를구하고싶다는놀라운마음

“한아이를구하고싶다는마음.그런강하고놀라운마음이사람을찾아올확률은몇퍼센트일까요?이무질서한세상에그런질서정연한선함이드러나는순간이요.”
「긴예지」

소설속인물들은정체성에대한고민이나지구의종말처럼크고작은위기를맞이한다.그때마다이들을구하는것은타인을돕고자하는마음이다.「긴예지」의‘효주’가무기력하게종말을맞이하는대신위험을무릅쓰고예지인공지능‘레마’에접속한것은‘솔이’와‘도경’을구하고싶다는마음때문이다.「태초의선함에따르면」에서‘나’와‘원호’의영혼은‘둘은서로를사랑하지않는다’는패턴으로엮여있다.수없이반복되는생에서두사람이서로를사랑한단한번의순간은그들을곤경에빠뜨리려는아이를구하겠다고마음먹을때일어난다.
「기도는기적의일부」는이러한마음이얼마나강한힘을지니고있는지말하는작품이다.메시아‘유리’는어릴적수해지역에서구조된다.집중호우로인해지하주차장에갇힌이들은아기인유리를위해휴대폰플래시불빛을비추며서로를독려한다.유리의신비한능력은바다에유출된기름을단숨에해치운사건을통해세상에알려진다.사람들의마음을모으는데서출발했지만점점더큰기적을필요로하는유리의행보는타인을위하는선량한마음이끝내희망으로남을수있는지질문한다.
「그러나누군가는더검은밤을원한다」의‘혁명가’또한세상을바꾸고자하는존재다.소설속‘요람인류’는감마선폭발로인한지구의종말을앞두고새로운위성으로이주하기전까지자생가능한캡슐안에서살아가는세대이다.이들은시스템매기안에서영화매체를활용해허구의집단의식을유지한다.시스템매기안에살다가바깥세계로나간‘승용’은어릴적동경하던영화감독‘혜경’에게편지를보내시스템매기가감추고있는진실을알린다.승용과같은혁명가들은‘세계를의심하고세계를부순자’로불리지만,그들이나아간세계가과연진짜인지소설은알려주지않는다.

“나는내가이미알고있는사랑에놀라움을느꼈다”
겹겹이쌓인시선이가닿을단하나의미래

아아,결국바이러스였을까.혜경은장난스레생각하며자신을둘러싼개인스페이스를흐린눈으로훑었다.네개의벽과바닥과천장.평생머물던방이지만어쩐지숨이막힐것같았다.벽너머의세계가존재함을이미상상해버렸기때문이었다.혜경은차라리눈을감기로했다.얼마지나지않아기억속에없는까만개에대한생각을멈출수없다는사실을깨달았다.”
「그러나누군가는더검은밤을원한다」

이책은혜경이승용의편지에언급된‘까만개’를생각하는장면에서끝난다.혜경은까만개에대한어떠한사실도기억하지못하지만승용이만들어낸이미지에매혹된다.승용에의해자신이갖고있지않던기억을갖게된혜경은더이상편지를읽기전의상태로돌아갈수없다.기억은「우리사이에칼이있었네」에서‘알파’와‘오메가’의성체에온전하게이전되는유일한요소다.트윈의경험,생각,지식은성인식을거치며하나의자아로합쳐진다.시작에서끝으로,끝에서시작으로연결되는이순환세계는나를구성하는요소가오롯이나에게서비롯한것이아니라면고유한나자신또한존재할수없음을상기하며개인에서세계로나아간다.
「우리사이에칼이있었네」에서‘알파’와‘오메가’의성인식은잠든사이에이뤄진다.알파와오메가와하나가된‘나’는여느날처럼할머니와차를마시며친숙한사랑을느낀다.「태초의선함에따르면」에서‘나’가각성하는순간은어느날아침눈을떴을때갑자기찾아온다.‘나’는눈을뜨고원호를마주한후,“천천히창가로다가가드리워진커튼을열고오늘의세상을원호에게보여준다”.소설의첫장면에서원호가반대로커튼을걷어아침이밝아온세상을보여주었다는점을떠올리면,이는‘나’가이미익숙하게알고있는사랑의방식이다.밤사이조용하지만분명하게일어난사건들은어둠속에서더선명해지는것이무엇인지알려준다.“모두가보고싶은것을보나니”(「기도는기적의일부」).우다영이펼쳐보인신비하고아름다운우주에서어떤조각을발견할지는오롯이독자의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