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사랑

이승우의 사랑

$18.00
Description
“이 책은 이승우가 필생의 명제로 매달려온 사랑의 문제를 추적한 결과물이다”
작가 이승우의 작품 세계를 향한 평론가 김주연의 철학적 연구
1966년 평론가로 활동을 시작한 이래, 반세기 동안 한국문학의 역사를 함께 일궈온 우리 시대 평론가 김주연의 새 연구서 『이승우의 사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문학과지성사 동인이었던 저자는 독일 신칸트학파와 낭만주의 정신에 영향을 받은 독문학자로서 이론 비평 및 개별 작품평과 함께 “비평력 60년 가까”이 한국 문학 안팎의 정황을 두루 살펴왔다. 현재까지도 “한국문학의 소중한 균형추”(김태환 문학평론가)로서, 현역 평론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연구서는 한국 대표 소설가 이승우의 작품 세계를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이승우의 작품들은 프랑스, 중국, 일본, 노르웨이, 스페인 등에 번역 출간되었고, 한국 소설 최초로 프랑스 갈리마르출판사의 폴리오 시리즈 목록에 오르는 등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평론가 김주연은 이승우의 작품들을 연구 분석하는 데 오랜 시간 몰두해왔으며, 이제까지 발표한 소설을 아우를 수 있는 주제 가운데 특히 ‘사랑’에 초점을 두었다. 그 끝에 탄생한 이 책은 이승우 문학 연구의 총체이자 “아마도 한 생존 작가의 한 가지 테마에만 머무른 첫 비평가”(‘머리말의 대신하여’)가 정리한 연구서라 할 수 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이승우의 작품 속 사랑에 대한 질문, 사랑의 여러 측면 톺아보기, 저자의 결론을 담고 있다. 마지막 부분은 비평과 함께 작가의 생애 및 작품의 계보를 따라 읽을 수 있도록 ‘이승우 작가 연보’를 배치했다. 작품들을 너머 작가의 ‘사랑에 대한 사유’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문학 그리고 비평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에 대해서도 제언한다.

그리움과 애절함을 품고 있는 ‘사랑’은 동시에 증오와 한을 유발하는 힘들고 어려운 연상을 함께 안고 있기도 하다. 이 어려운 난제에 이승우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끈질기게, 시종여일하게 매달리고 있다. 때로는 전면적·직접적으로, 때로는 은밀·음험하게 도전의 손길을 놓지 않는다. 이 사랑의 문제는, 그러나 작가 이승우의 개인적인 취향과 기호, 성향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그가 내디디고, 전후 좌우로 탐색하고 있는 그 세계는 우리 인간 내면 깊숙이 똬리를 틀고 있는 본질과 닿아 있으며, 인간의 행동 하나하나를 제어하고 움직이는 에너지를 내뿜는다.
_본문에서
저자

김주연

1941년서울출생으로,서울대학교독어독문학과와같은과대학원을졸업하고미국버클리대학과독일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독문학을연구했다.『문학과지성』편집동인으로활동했으며,『상황과인간』『문학비평론』『변동사회와작가』『새로운꿈을위하여』『문학을넘어서』『문학과정신의힘』『문학,그영원한모순과더불어』『사랑과권력』『가짜의진실,그환상』『디지털욕망과문학의현혹』『근대논의이후의문학』『미니멀투어스토리만들기』『문학,영상을만나다』『사라진낭만의아이러니』『몸,그리고말』『예감의실현』(비평선집)『그리운문학그리운이름들』등의문학평론집과『고트프리트벤연구』『독일시인론』『독일문학의본질』『독일비평사』등의독문학연구서를펴냈다.30여년간숙명여대독문과교수로재직했으며,석좌교수를역임했다.대한민국보관문화훈장을수훈했다.대한민국예술원회원이다.

목차

1부사랑에대한질문
1.왜사랑인가
문제의발단
사람의사랑
사랑과폭력

2.사랑에대한전설
사랑,복잡화된사물
사랑의생애와의문
어둠과부드러움
사랑의파국,그생산성

3.신화만들기
신화란무엇인가
기독교,신화인가
기독교신화설과폭력
소설도신화인가
다시사랑,그리고구원


2부욕망과불안의사랑
1.세상과소설
세상의부패,타락,단절
세상속에서글쓰기

2.욕망과성
성과세상
성과욕망
아버지와집
죄의식,그리고불안

3.성性과성聖의혼유混侑
의도된혼유,혹은변형
불안의지속―집,아버지


3부사랑,내려오다
1.성과사랑
성과사랑의분리
성적타락의아이러니
사랑에서사랑으로

2.사랑바깥의사랑
독립된생명체의사랑
이타성속의이기성

3.불가능의가능―사랑과구원
침묵의언어―문체적도전
변증의한계
변증너머구원의언어
‘최선을넘어서는최선’―기이한죄책감
야곱의사다리―내려오는사랑

이승우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이글이목적으로하는사랑은이승우가제시하는사랑이며,
그의소설이보여주는사랑의가능태이다”
―문학,질문불안,구원그리고사랑의계보

사랑이란단어에서떠올릴수있는가장보편적인모습은이성간의애정이다.저자는그러나이승우작가가“연애의범속성을오히려낯설어한다”고말한다.이승우의작품세계에서사랑은그리움과애절함으로출발해동시에증오와한(恨)과고난은물론성스러움까지껴안은것이며,평행이아닌수직적권위의형태를띠고있다고덧붙인다.이복잡다단한‘사랑’의실체를얻기위해서는작품들의여로를하나하나짚어봐야한다.

1부<사랑에대한질문>에서는이승우의사랑3부작,『사랑의전설』『사랑의생애』『사랑이한일』을중심으로왜이이책의연구목적이‘사랑’에있는지살펴본다.작품속주인공들은대개주체적으로움직이는사랑에굴복한다.『사랑의전설』은사람의사랑이불가능에가까울수밖에없다는불행한예감을,『사랑의생애』는‘우월감’이라는동력을통해사랑을흩뜨려놓는과정을,『사랑의전설』은사람의애정과에로스적욕망에항복하는서사를담고있다.저자는이이해할수없는작중인물들의고뇌가“사람이사랑속으로들어오는것이아니라사랑이사람속으로들어와서사는것”때문에벌어진일이라덧붙인다.사랑이라는불가항력의감정에는폭력성이내재되어있다.이억압적사랑을신화화하는것이작가이승우작품속굵직한양상임을밝혀낸다.

2부<욕망과불안의사랑>은타락한세상에가지게되는인간의욕망과불안을상기한다.『내안에또누가있나』『목련공원』『나는아주오래살것이다』등에서나타난속세와성(性)에주목한다.이승우의작품들속성과욕망의관계는긴밀하게연결되어있으며소설에서어둡게작용한다.이때욕망은감성적외로움뿐아니라육체적외로움,즉성욕에그기반이있고“고통스러운쾌락”과죄의식이동행한다는점을포착한다.이불안한고통이이승우문학의출발점이고,구원의문제가소설의목적지라고저자는말한다.

그렇다면이승우의작품속성과사랑은다정하게이웃해있을까.3부<사랑,내려오다>에서는둘이멀리떨어져있으며그비극으로인해소설이탄생한다고말한다.『사람들은자기집에무엇이있는지도모른다』를예시로성과사랑이작품속에서싸우는장면을보여준다.그배경에는“성은극복되어야하는어떤것이며,사랑은그보다숭고한것이리라는잠재의식가운데에는이미종교적초월성이내재해있”음을시사한다.「마음의부력」「허기와탐식」「야곱의사다리」와같은단편소설과함께읽으며이사랑의지향점은결국구원임을강조한다.

“사랑이괴로울수밖에없는것은사랑이불가능한것을욕망하게하기때문이다”(이승우,『사랑의생애』).그러나괴롭다고멈출수도없다.저자의전언처럼“사랑은사람을지독히사랑하는존재”여서,작가이승우에게뿐만아니라우리에게도늘따라붙는필생의명제이기때문이다.신성함,기이함,타락,마성,구원과같은다양한측면들을가진이승우의작품그리고저자의혜안을따라가는것만으로도사랑의진가를확인하는즐거운경험이될것이다.

책속에서

『이승우의사랑』은소설가이승우가필생의명제로매달려온사랑의문제를,나역시꾸준히이문제에서눈을놓지않고뒤를밟아온일종의추적의작은결과물이다.그는왜이토록집요하게사랑을붙잡고씨름하였을까.축축하고어두운욕망의늪에빠진채뒹군것이사랑이라고믿은이후,별빛으로빛나는탑사다리사이에서터진야곱의눈물!수십권의소설을쓰면서그길에도달한이승우의회한과자책을나는잘알지못한다.확실한것은그자책이소설의진기독교를역사와배경으로삼은유럽에기원을둔많은한국소설,그리고적잖은한국기독교작가들,이런요소들이꽤긴시간어울려왔음에도불구하고지금이승우만큼이문제의한가운데에자신을내놓은이는눈에띄지않는다.이상황을말해보아야하겠다는약간의기이한부끄러움이나로하여금이책을쓰게한것같다.아마도한생존작가의한가지테마에만머무른첫비평가가아닌지모르겠다.비평력60년가까운자가‘첫’이라니!
―「머리말을대신하여」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