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의 정지 : 주의 스펙터클 근대문화

지각의 정지 : 주의 스펙터클 근대문화

$36.00
Description
마네, 쇠라, 세잔의 작품에 형상화된 시각성의 문제를 경유해
근대의 문턱에서 이뤄진 지각 방식의 중대한 변화를 포착하고
스펙터클과 주의 관리 기술이 중첩된 현시대까지 아우르는 학술적 모험
“크레리는 우리의 스펙터클한 삶에 관한 역사가-철학자이다. _『아트포럼』

“부단히 매혹적이다… 이 책의 함의는 매우 광범위하고 독서의 즐거움이 너무도 크기에, 덧붙일 조언이라고는 가능한 모든 사람이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이 책을 읽으라는 것뿐이다.” _에두아르도 프라도 코엘료(문화비평가)

예술비평가이자 인문학자로서 19세기 근대성과 시각의 문제를 탐구하는 일련의 연구서로 학문적 명성을 얻은 조너선 크레리의 대표작 『지각의 정지: 주의ㆍ스펙터클ㆍ근대문화』가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크레리는 19세기 후반의 사회적ㆍ철학적ㆍ과학적 담론들과 당대의 시청각적 기술들, 그리고 예술적ㆍ문화적 실천들이 뒤얽히는 가운데, 주의라는 논쟁적 개념이 어떻게 부상하고 변형되고 재구성되었는지를 추적해나간다. 19세기 말에 주의의 문제는 생산적이고 관리 가능한 주체성을 제도적으로 새롭게 구성하는 데 있어 핵심적 사안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세심하고 고정적인 고전적 관찰자가 점차 주의력이 불안정한 주체로 대체되는 과정과 주의력에 초래된 위기를 고찰하고, 변화하는 자본주의적 편성들이 주의집중과 주의분산을 새로운 한계와 문턱으로 밀어 넣으면서, 어떻게 지각을 관리하고 규제하고자 했는지 살펴본다. 특히 이 책은 1879년부터 1900년까지 대략 10년 간격으로 발표된 마네, 쇠라, 세잔의 작품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구속에서 풀려난 시각, 근대적 각성의 경험, 그리고 지각의 종합으로 요약되는 주의의 계보학을 치밀하게 그려 보인다. 이 책은 2001년 라이어널 트릴링 북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저자

조너선크레리

저자:조너선크레리JonathanCrary
예술비평가이자에세이스트.컬럼비아대학교예술사고고학부교수로있으면서예술사와예술이론,그리고영화에대해강의해왔다.예술,인문,사회과학서적출판으로국제적으로명망높은존북스ZoneBooks의창립인가운데하나로공동편집인을맡고있다.근대미술및문화에대한폭넓은글쓰기를해왔으며각종저널과카탈로그에다수의글을발표했다.지은책으로『관찰자의기술』『24/7잠의종말』『초토화된지구』등이있다.『지각의정지』는2001년에라이어널트릴링어워드를수상했다.

역자:유운성
영화평론가.2001년『씨네21』영화평론상최우수상을수상하면서영화평을쓰기시작했다.전주국제영화제프로그래머,문지문화원사이기획부장,『인문예술잡지F』편집위원을지냈고,현재영상비평지『오큘로』의공동발행인을맡고있다.지은책으로『유령과파수꾼들』『어쨌거나밤은무척짧을것이다』등이있다.

목차

감사의말
서론
제1장근대성과주의의문제
제2장1879:풀려난시각
제3장1888:각성의빛
제4장1900:종합의재발명
에필로그1907:로마에서홀리다
참고문헌
옮긴이후기
도판출처
찾아보기(인명)
찾아보기(용어)

출판사 서평

■19세기,산업자본주의와기술적진보,그리고‘보는방식’의전면적개조

이책에서전면적인논의대상으로삼고있는19세기는‘시각’이기존의고전적질서에서벗어났으나,아직20세기에부상한기계적시각체제속에완전히자리잡기전인과도기이자가능성으로넘쳐나는시간대였다.저자는전작인『관찰자의기술』에서19세기초반에생리학적광학이등장함으로써시각모델이어떻게바뀌었는지를고찰한바있는데,후속작인이책에서는그로인한귀결들을본격적으로검토한다.전작과다른점은시각대신‘지각’이라는확장된개념을채택하고있다는점이다.주체에대해설명하는일은시각이라는단일한감각뿐아니라청각과촉각,그리고여러감각이혼합된양상으로이루어지기때문이라는설명이다.
우선제1장에서는19세기들어주의력이어떻게새로운종류의문제가되었는지,왜주의의문제가지각에대한철학적,심리학적,미학적연구와불가분의관계가되었는지와같은쟁점들을규명한다.1870년대에‘주관적시각’모델(즉외부자극이아닌개인의감각에기반한지각경험)이등장하면서시각의불확실성과한계를포착하려는이론적시도가급격히증가했는데,저자는이러한다양한입장들을다음의세가지범주로나누어살펴본다.주의를의식적인의지의표현으로여기는입장,프로이트처럼생물학적본능들과무의식적욕동들의기능으로보는입장,그리고다양한유인의기술을비롯해지식과통제를통해생산되고관리가능하다고믿는입장이그것이다.
자본주의의문화적논리는주체가다양한자극에대응하여끊임없이주의의초점을전환할수있는능력을요구했다.이는크레리가일찍이텔레비전을통해감지했던감시와스펙터클의중첩모델로연결된다.“감시와스펙터클은불가분의관계에있다.이러한중첩의양상들을새로고안해내고퍼뜨리고확장하는과정과단단히맞물려있는것은바로자본주의다.그리고자본주의사회에서살아가는개인들에게내면화된스펙터클적감시의형식이바로집중과분산사이에서끊임없이진동하는주의(력)의관리”(p.617)라는것이다.역자에따르면,오늘날코로나팬데믹으로인해‘줌’‘구글미트’같은온라인화상회의가보편화된현상은크레리가말한스펙터클적감시의기술이‘사용자친화적’으로탈바꿈된사례이며,그사용자들은감시의주체이자스스로의얼굴을다수에게내보이는스펙터클적대상이된것으로이해할수있다.
종종의식의분열이라지칭되곤했던종합능력의실패나오작동은19세기말에는정신병및다른정신병리학과결부되어다루어졌다.이는사실상주체가시각장과맺는관계가근본적으로바뀌고있음을나타내는증거였다.저자는최면술과정신분열,몽상등을통해주의의근본적양가성을보여주기도하고,카메라옵스쿠라와입체경,파노라마같은각종스펙터클적장치들과재현모델이담당한역할을조명하는등심도있게자신의지적성찰을펼쳐나간다.그밖에도리하르트바그너,윌리엄제임스,뒤르켐,후설,아도르노,베르그송등수많은이론들을호명하고있으며,광범위한대상들과주제들을오가며600여쪽에걸쳐상세한논의를수행한다.

■마네,쇠라,세잔의그림이알려주는것들,
지각의역사적출현을위한조건들의고고학적탐사

이어지는세개의장에서는마네의<온실에서>(1879),쇠라의<서커스선전공연>(1887~88),세잔의<소나무와바위>(1900)를주축으로삼아,주관적생리학적시각모델이낳은귀결과반향을조사하는한편,그과정에서펼쳐진창조적지평을고려하고자한다.저자는이회화작품들을몇몇익숙한예술사적해석틀로부터분리해내고자했으며,그에따라우리는‘순수시각’을강조하는전통적해석에서벗어나분산적힘과집중적힘이교차하는역동적인주의의장으로서회화적표면을바라볼수있게되었다.
벤야민은“근대성이란역사상처음으로개인들이공적영역에서다른이의시선에응대하지않는법을체계적으로습관화”하게된것이라고언명한바있는데,저자에따르면이를가장잘증언해주는것이마네의그림이다.<온실에서>에서자신을내보이는중이면서무심하게자신을통제하는여자의얼굴은규범적지각이유예된상태를암시한다.또한같은그림속남자의두눈은비대칭적이고분열적인관계에놓여있는데,오른쪽눈은대각선아래에위치한여자의얼굴쪽을보는듯하고왼쪽눈은여자의우산또는손을응시하는것으로보인다.시선의방향만이아니라그효력마저혼란스럽고모호하게처리되어있다.이는이그림이두개의이질적인시지각적축이있는,통일성이깨진시각장내에있음을시사하며,총체적으로지각되는응집력있는세계가사라져버렸음을극적으로표현한다고볼수있다.
시각의카메라옵스쿠라모델이무너지고생리학적광학이부상하면서,지각은외부이미지를수동적으로수용하는일이아니며관찰자의기질과능력이지각의구성에관여한다는점이점차분명해졌다.1880년대후반쇠라의작업은그러한인식론적위기가낳은중요한문화적산물가운데하나다.쇠라의<서커스선전공연>은멀리서보면칙칙하고흐릿한무채색으로보이지만가까이다가가서보면분홍색,청색,주홍색등다양한색채의점들이어우러져다른느낌을준다.이처럼관람자의신체적움직임을통해그림을다른방식으로경험할수있는데쇠라는이와같은작업을통해감각데이터의불균질성및동시성에주의를기울이는관찰자의한계와가능성을검토하고있었음을알수있다.저자는내시현상에대한헬름홀츠의광학적연구나에른스트마흐의감각개념등을끌어들여쇠라의작품을독해해나간다.쇠라의후기작업들은개개의관찰자들이각자의고립상태는유지한채로군중혹은관객이라는유사연대로모일가능성을드러낸다.그밖에도무대적공간의붕괴가경제적교환의새로운조직화와원초적무매개성이라는퇴행적환상모두와어떻게불가분의관계를맺는지를밝히고자한다.
1900년경부터세잔의작업에서는종합의재발명이시도되었는데,이를통해어떠한문제들이제기됐는지검토해본다.마네와쇠라가부분적으로의지했던결속,항상성,고착의전략들은세잔에게는더이상먹히지않는것이었다.<소나무와바위>에는두종류의이질적인주의력형태가동시에작용하고있는데이그림내부의분열은지각경험의변덕스러움과불균질성을작품속으로끌어들이려한세잔의독특한시도를보여준다.세잔의후기작업을통해저자는철학,과학적심리학,초기영화,예술이론,신경학등다양한영역에서나타나는주의깊은관찰자의불확실한지위를탐구한다.특히당시부상하고있던기술적배치들을비롯해새롭게개념화되고조직화된운동,기억,시간성이가한충격의한복판에서어떻게주의깊은현존개념이재창안되었는지같은사안을고찰한다.
“마네,쇠라,세잔의작업에서지속적주의력은복잡하게얽힌사회적심적승화기제와결코완전하게분리되어있지않았다.이들에게서몰입된지각이란충족되지않은갈망으로손상된시야를고스란히드러내는시각을부인하고회피하는수단이었다.그러나그처럼지각이정지suspension되어있을때그것은현재의명백한필연성과자기충족성이해체될수있는조건들을낳았고,또한규정할수없는미래를기대하게하고희미하게빛나는유기된기억의대상들을복원할수있도록했다”(p.581).

■스펙터클사회와영화에관하여

특히이책은영화와관련해서무척이나흥미롭게다가온다.통상영화는사진과더불어카메라옵스쿠라의장치적구성을계승한매체로간주된다.그런데외부적세계의현존을반드시필요로하지않고,관찰대상을보기위해이동할필요도없으며,여러개의정지이미지를결합해운동을구성해내는주관적절차에있어분명영화는크레리가제시한입체경모델에더가까운매체처럼보인다.더불어,1870년대후반에바그너가바이로이트에선보인무대건축의양식,즉무대에서빛나는환영들에관객의주의를붙들어두기위해‘인공어둠’을활용하는양식을적극적으로받아들여오늘날의우리에게도익숙한관람환경의기본값으로삼은것이바로영화였다.크레리의이책은영화장치를구성하는여러자연스러워보이는요소들이실은주의의체제속에서짜깁기로구성된것이며역사적특징을띠기에얼마든지의문의대상일수있음을여실히깨닫게한다.
에필로그에서는프로이트가로마에체류하던시절가족에게보낸편지를들여다보는데,이는변화된관찰자의지위를고스란히보여주는유의미한사례다.이처럼현시대의특성을파악하기위한이론적배경을살펴보고자한다면,그리고영화를위시한매체사에관심이있다면이책이많은도움이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