쿄코와 쿄지

쿄코와 쿄지

$17.00
Description
“미래란 내게……
어쩌면 끝나지 않은 과거가 이어지는 것인지도 모르니까요……”

폭력의 역사를 언어로 기억하고
침묵의 언어를 문학으로 기록하는 작가 한정현의
‘그곳’에서 ‘여기’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열 편의 이야기
첫 소설집에서 “지식의 소설, 역사의 소설, 사랑의 소설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다”(이장욱)는 평을 받은 소설가 한정현의 두번째 소설집 『쿄코와 쿄지』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공식적 역사에서 누락되었거나 주류 역사가 삭제시킨 흐릿한 이름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삶을 소설 안에서 만나게 하면서 새로운 역사의 지도를 그려내는 한정현의 소설 세계가 고스란히 이어지는 이번 소설집에는 첫 소설집에 실리지 않았던 등단작을 포함하여 총 10편의 소설이 서로 스치고 얽히면서 끝나지 않는 역사처럼, 이어지고 있다.
올해 여름에 출간한 첫 산문집을 포함해, 데뷔 이후 8년 동안 여섯 권의 책을 출간하며 누구보다 왕성한 활동을 해온 작가이지만, 첫 소설집 이후 3년 만에 묶인 이 두번째 소설집이 유독 반가운 이유는 따로 있다. 8년 전의 등단작이 프롤로그 자리에 놓이며, 한정현 소설의 세계관이 비로소 완성된 듯 보이기 때문이다. 연구자의 시선과 작가의 마음을 함께 가진 한정현 작가의 작품은 역사와 문학의 경계를 오가며 질문을 남긴다. 작가로 활동하며 그가 줄곧 견지해온 생각은 가령 이런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이 이야기가 왜 필요한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가. 그들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가 되었는가. 지금의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역사의 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한정현 소설을 통해, 우리가 조금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 속에서, 우리가 전혀 몰랐던 타인의 진실을 향한 슬픔과 애도의 방식에 다가갈 수 있다.

한정현의 소설에 나타나는 여성 연구자들은 작가 본인의 페르소나이자 과거를 번역·전달하는 사람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이 주로 현장 연구와 구술사 연구를 통해 구성하는 지식은 타자의 불완전한 언어를 통과한 것이고, 사실적 진실이 아닌 서사적 진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역사와 문학의 경계를 오간다. 경계에 놓인 연구자로서 스스로에 대한 정체화도 불안정하다.
[……]
과거의 시공간을 떠났다고 해서 현재의 기억과 기록의 책임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면, 미완성인 이야기를 이어나갈 이유가 우리에게 있다. 듣는 이의 기억 속에 자리를 잡았던 타인의 이야기는 그것이 유동적이고 불완전하기 때문에 외려 듣는 이 자신의 경험과 동화될 수 있고, 이는 또 다른 타인에게 전달 가능한 형태를 갖춘다. 그런 점에서 한정현의 ‘되돌아가는’ 인물들은 벤야민이 말한 이야기꾼에 가깝다. 소설과 뉴스에 자리를 뺏겼던 이야기꾼들은 이제 소설가와 정보 전달자를 겸임한다. 타인과의 만남으로부터 발생하는 이해의 격차는 이제 나를 더 정확하게 설명하고 싶은 마음을 낳는다. 그리하여 완성되는 이 이야기는 또 다른 타자의 질문과 이야기를 기다릴 것이다.
-강도희, 해설 「역사를 상상하고 이야기를 연구하는 사람들」에서


끝없이 이어지고 반복되는 어떤 틈새에서 연결되는 삶
끝내 말해지지 못한, 역사 속 개인의 침묵을 비추는 투명한 응시

이번 소설집의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강도희는 전작과는 달리 “『쿄코와 쿄지』에서는 가까운 이들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모습에 혼란을 느끼고 이해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인물들이 유독 돋보인다”고 설파하며 이것이 “현재와 과거의 상호 관계, ‘진실’에 대한 책임이 후세대로 이어지는 문제를 환기”함을 지적한다. 또한 “복원을 넘어서 이해가 목적일 때” 그 방법론에 주목하며 작품 속에 드러나는 ‘침묵’의 다양한 양상을 살펴본다.
“가치판단을 하는 자가 아니라 응시하는 자”가 역사가라 생각한다는 작가는, 역사가는 아니지만 역사를 사랑하는 작가로서, 최후까지 살아남은 ‘쓰는 자’를 통해, 작품 안에서 “침묵으로의 언어 찾기”를 수행한다. 하여 소설 속 인물들은 폭력의 역사에 희생당한 당사자들의 침묵 앞에 결코 좌절하지 않고, 그 침묵의 언어를 오늘에 다시 기록한다. 스스로의 무지와 고립을 아프게 깨달으면서 말이다.
『쿄코와 쿄지』에 실린 10편의 작품들은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며 공통의 역사를 지나 현재를 산다.
프롤로그인 「아돌프와 알베르트의 언어」에서 소수 언어 연구자인 아버지의 죽음 이후 방황하던 호주인 데이비드 셰이퍼는 사라진 언어를 연구하기 위해 한국으로 왔지만 언어 연구가 아닌 어학원 강사 생활을 하던 중 광주민주화운동에서 동생을 잃은 김옥희를 만나 정착하게 되고, 언어의 장벽으로 대화가 많지 않았던 아내의 죽음 이후 아내가 바로 자신의 언어였음을 깨닫고 ‘신동일’이란 이름으로 한국인이 된다.
「쿄코와 쿄지」에서는 서로의 이름 끝 자를 맞추며 스스로의 공동체를 만들었던 네 명의 친구, 혜자, 미자, 영자, 경자가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면서 예측하지 못한 삶으로 내던져진 이야기가 네 명의 친구 사이에 남겨져 경자가 키우게 된 딸 김영소에게 전해진다.
「리틀 시즌」에서는 엄마 경자의 죽음 이후 홀로 남겨진 영소가 다시 등장하는데, 번식장에서 구조한 자자라는 반려견과 함께 살면서 엄마의 친구 중 유일하게 살아남아 요양 병원에서 말년을 보내고 있는 미자 이모와 교류하며, 그 당시 이모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지금부터는 우리의 입장」의 화자인 김강은 자신을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코타르 증후군에 걸린 이모를 돌보고 있는데, 김강의 이모와 영소의 미자 이모는 요양 병원에서 한방을 쓰고 있다. 대학 시절 위장 취업으로 백화점 지하 화장실 청소를 했던 김강의 이모는 당시 건너편 삼풍백화점 1층 명품 매장에서 근무하던 언니에게 동료 이상의 감정을 느끼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만나지 못했다.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연구하며 살아온 이모는 스스로 죽었다고 생각하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말년을 보내다 삼풍백화점의 그 선화 씨에게 유산을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나의 아나키스트 여자친구」에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성전환 수술을 한 수호가 등장하는데, 김강의 이모가 유산을 남긴 삼풍백화점 1층에서 일했던 선화 씨의 아들이다. 수호의 전 애인 ‘나’는 그것이 수호와 이별한 이유였지만, 마찬가지로 그것이 수호와 이별할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그 외에도 대만과 일본의 이중국적을 가진 생물학적 어머니로부터 어느 날 문득 메일을 받게 되는 나나의 특별한 답장이 담긴 「결혼식 멤버」, 쌍둥이 동생을 용산 참사에서 잃은 뒤 동생의 이름이 금기어가 된 가족 안에서 혼란을 느끼는 명선의 이야기 「다만 지구의 아침」, 아버지와 재혼한 베트남 여성 무이와 특별한 유대 속에서 아버지의 삶과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다시금 생각하며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화자의 이야기를 담은 「무이네」, 37년여 만에 잃어버린 잠을 찾아 한국에 와서 사라진 극장을 돌아보는 미국인을 안내하며 외국인의 기억 속에 자리한 광주민주화운동의 기억 속으로 함께 들어가보는 몽환적인 이야기 「여름잠」까지, 소설 속 인물들은 누군가의 말 속에서 과거의 한 부분에서 스치고 기억되며 서로 연결된다. 그렇게 마지막 에필로그 「연어와 소설가, 판매원과 노래하는 소녀의 일기」에 이르러 프롤로그의 데이비드 셰이퍼, 신동일을 떠올리며 연구를 핑계 삼아 뉴질랜드로 떠난 뒤 그곳에서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연구를 계속할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짧지 않은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난 뒤엔 거대한 하나의 이야기 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한 느낌과 더불어 이것이 지면에 세워진 전혀 다른 세계가 아닌, 우리가 딛고 선 이 땅의 이야기라는 실감에 전율할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어딘가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역사 속에 희생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예감과 우리의 삶이 그들과 어느 틈새에서 반드시 연결되어 있으리라는 확신 또한 들게 될 것이다. 그렇게 다시, 우리는 한정현이 펼쳐놓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저자

한정현

2015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소설집『소녀연예인이보나』,중편소설『마고』,장편소설『줄리아나도쿄』『나를마릴린먼로라고하자』,산문집『환승인간』등이있다.오늘의작가상,젊은작가상,퀴어문학상,부마항쟁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아돌프와알베르트의언어(등단작)
쿄코와쿄지
리틀시즌
지금부터는우리의입장
나의아나키스트여자친구
결혼식멤버結婚式のメンバ
다만지구의아침
무이네
여름잠
에필로그|연어와소설가,그리고판매원과노래하는소녀의일기

해설
역사를상상하고이야기를연구하는사람들·강도희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작가의말

기이한일이다.항상과거의일부터소환하게된다.무슨말이냐하면,두번째소설집을내려고보니첫번째소설집을묶을때의내기분을떠올리게된다는뜻이다.2020년에첫번째소설집을냈으니요즘속도로는빠른편이아닌것같다.다만그사이에장편을두편이나썼다는게……쓰는인간의삶을살게되어감사하다.

사실최근세번째소설집의첫소설을계간지에투고했고다행히발표할수있게되었다.세번째소설집도나름의세계관을짜두었고거기에맞춰진행될예정인데,솔직히말하면지금이두번째소설집의세계를잘마무리지었나돌이켜보면조금은스스로에게아쉬운부분이있다.애당초이두번째소설집은「쿄코와쿄지」에등장하는네명의친구,그들과관계된이들이시대사의흐름에따라각자의삶을살아내는이야기로짜두었다.현대사에서내가주요거점이라고생각하는강남과용산,지방의광주와부산,마산일대에초점을두었다.다만,첫번째소설집에비해배경이현대이기때문에역사적사건보다는개인사에더비중을두었다.그러다보니화자를당사자가아닌비켜선인물로설정했다.개인적인의견이지만,이제한국현대사또한당사자이후세대의과제이며그들의몫이중요하게작용할것이라생각한다.한국현대사질곡의순간을경험한피해당사자가고령으로죽거나죽음을목전에둔경우가굉장히많아진데다가,아쉽게도그들의피해사실이이제야밝혀지고있는추세이기때문이다.가령부마민주항쟁같은경우는문재인정부에들어서서처음으로민주항쟁으로인정되었는데,그시절그시위에참여한사람들은그때껏자신들이국가폭력피해자인지도모르는경우가많았다.5·18민주화운동의경우현대사의굵직한국가폭력중에는그나마많은연구성과가있는편이지만,이사건의피해범위에비하면극히일부일것이다.이미잘알려졌다시피한국현대사연구는독재정권들의많은방해속에서실질적으로이뤄진지얼마되지않았기때문이다.게다가피해당사자가극한트라우마에시달리거나현장에서사살되었을경우제대로된피해사실확보가어렵다.그러니피해당사자의구술증언을확보하는것만큼이나중요한또다른과제는아마도이후의세대가이것을어떻게인지해야하는것인가,그럼에도불구하고왜우리는그사건에슬픔과애도를표하나,이것이아닐까싶었다.이것이나의두번째소설집에서다루고자했던첫번째이야기이며나의지속적인관심사이기도하다.

『마고』의‘작가의말’에이야기했지만,나는공적인역사를부인하지않는다.다만그공적인역사만존재하는건아니라고생각하는입장이다.무척당연하게도나는역사가에전혀미치지못하는자질과지식을가졌으나적어도역사를사랑하는입장에서역사가에대해생각해보면……가치판단을하는자가아니라응시하는자,라는말에적극동조한다.그러니까,응시.침묵으로의언어찾기.
이것이이소설집에서내가관심을기울였던두번째이야기다.지금껏내소설에서최후까지살아남은자는모두‘쓰는자’였고(『줄리아나도쿄』의한주,「소녀연예인이보나」의‘나’,『나를마릴린먼로라고하자』의설영,『마고』의송화)이것은등단작부터지속된나의세계관의가장공고한구성요소중하나이다.「아돌프와알베르트의언어」에서데이비드셰이퍼는가장사랑하는이를‘자신의언어’라고명명한다.그만큼내게쓰는일과언어로써기억하기는중요한관심사인데소설쓰기와공부를지속할수록‘음성언어화되지못한’‘침묵’의언어가있다는생각을많이했다.침묵을향한내태도에대한생각을쓰고자한소설집이기도하다.

소설속시간대는1970~80년대에서1990년대까지를아우른다.아마세번째소설집에는이후시간대와개인적으로한국현대산업사의중추라고생각되는지역들이등장할것같다.어디까지나계획이지만이렇게말해놓으면대부분어쩔수없이(?)지키고있는나를발견하기때문에.

이소설집을묶으며등단작인「아돌프와알베르트의언어」에관한,개인적으론재밌는기억이있다.사실첫번째소설집『소녀연예인이보나』를묶으면서등단작을넣지않았던건내세계관이「괴수아키코」이후바뀌었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물론등단작을아예버려둘생각은없었던데다가『쿄코와쿄지』를기획하며두번째소설집엔등단작을프롤로그로넣어야겠다고생각해두었다.‘진작’에기획했던일이긴했지만,솔직히다시읽어보기전까지는스스로도확신할수없었다.나자신을믿기어려웠던거다.아무래도등단작이니혹모난표현이있지는않을지여러모로걱정스러웠다.그러다하루는동료작가K의집에놀러갔는데그가그런말을하는거였다.“등단작이번엔나와요?그거,누가봐도한정현의소설이던데요?이름가려도알겠던데요”솔직히이한마디에웃음과안도가터졌다.그말에힘을얻어그소설을다시읽었는데조금당황스러우면서도재밌었던건,등단작이단순히소재적인측면에서『쿄코와쿄지』의작품들과유사성을띠는게아니었단점이다.전혀수정하지않았는데『쿄코와쿄지』의세계관과연결되어있어서뭔가……스스로는‘환승인간’이라고말하지만적어도소설에서는지독한‘소나무인간’인나를돌아보게되었다는뜻이다.어쨌거나등단작을책으로묶을수있는날이실제로오게되어너무나기쁘다.언제까지일지몰라도이쓰는삶에항상감사하는마음으로살아가고싶다.해설을맡아주신강도희평론가님께무척감사드린다.이두꺼운소설집의편집을맡아주신김필균편집자님께도진심으로감사드린다.쉽지도않고,역사적인사건을다루다보니필연적인비극으로끝나게되는내소설을사랑해주시는독자님들께가장큰감사를보낸다.

2023년9월
한정현

책속에서

그침묵은일종의강요된것이었다.말하지말아야할것을말하는자를목격했을때의침묵,강요된복종을거부하는자를바라볼때의침묵,부당한것에대한억울함보다는공포가더선명하게보일때의침묵.그는사람들이의도적으로침묵한다는것을알수있었다.물론그는일생동안그런침묵을겪어보진못했다.하지만마주친적은있었다.바로이나라에서였고이도시에서였다.이도시의사람들은어떤순간이되면모두의식적으로침묵했다.
---「프롤로그―아돌프와알베르트의언어」중에서

네,그렇게혜자,미자,영자그리고나경자까지모두자자돌림의공동체가되었습니다.우정으로만들어진가상아들들의공동체.그런데얼마뒤여기서다시,우리는생각해요.굳이우리가또그놈의아들될이유는뭐지?
“너네한테아들을권하고싶진않어.아들되기전에인간되는거고려해보는게어때?”
그렇게갖고싶다던흔한여자이름을갖게된영자가다시한번이런말을했고,
“그럼최종적으로인간자(者)?”
미선이가그럼이거는,하는표정으로물었을때,이번엔내가다시말했습니다.
“스스로자(自),는어때?”
[……]
그렇게우리는아들들의공동체를통과하여최종적으로는스스로의공동체로들어가고자했습니다.
---「쿄코와쿄지」중에서

이모진짜의모습을죽어서야드러낸것인지도몰랐다.그렇게이모의기억속에남은생전의사람은그언니한명이었다.그런이모의모습을보고있으면한편으로는섭섭하기도했고또어떤면에서는애틋하기도했지만,그러나역시삶은기억만으로이뤄지는건또아니다.비록이모의마음에서이모는죽었겠지만,현실에서이모는진짜죽은것이아니니까.
---「지금부터는우리의입장」중에서

오빠,난궁금한게많아.멀리가지않고엄마만해도그래.나는엄마를좀이해해보고싶어.난아빠보다엄마가더이해가안돼.아빠는평생일도안하고,엄마가먹여살렸는데도손하나까딱안하잖아.그런데도엄마는아빠가얼마나똑똑한사람인줄아느냐는말만하고.그런엄마한테아빠는무식해서어떡하느냐는소리나자꾸하고.엄마는대학안나와도성실하게잘만살았는데할머니댁가면바닥걸레질까지다하고.대학나온남편이랑사는게대단한거란말이나듣고.난이런이유들을알고싶어.그리고아빠가자꾸이태원녹사평에있는미군성노예피해자분들에게양공주라고하잖아.다지들이먹고살려고나온거라고,그런데무슨그게국가폭력이냐고하면서.그런데난그것도아빠가너무단순하게생각하는것같아.자발적이라는게맞는걸까?용산이미군,일본인모두에게빼앗겼던땅이라면그땅에살던사람들에게자발적이라는게있는걸까?나는이런것들이너무궁금해.그러니까,대체왜약한사람들이더저자세로나가게되는건지……”
---「다만지구의아침」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