쿄코와 쿄지

쿄코와 쿄지

$17.00
저자

한정현

2015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소설집『소녀연예인이보나』,중편소설『마고』,장편소설『줄리아나도쿄』『나를마릴린먼로라고하자』,산문집『환승인간』등이있다.오늘의작가상,젊은작가상,퀴어문학상,부마항쟁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아돌프와알베르트의언어(등단작)
쿄코와쿄지
리틀시즌
지금부터는우리의입장
나의아나키스트여자친구
결혼식멤버結婚式のメンバ
다만지구의아침
무이네
여름잠
에필로그|연어와소설가,그리고판매원과노래하는소녀의일기

해설
역사를상상하고이야기를연구하는사람들·강도희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작가의말

기이한일이다.항상과거의일부터소환하게된다.무슨말이냐하면,두번째소설집을내려고보니첫번째소설집을묶을때의내기분을떠올리게된다는뜻이다.2020년에첫번째소설집을냈으니요즘속도로는빠른편이아닌것같다.다만그사이에장편을두편이나썼다는게……쓰는인간의삶을살게되어감사하다.

사실최근세번째소설집의첫소설을계간지에투고했고다행히발표할수있게되었다.세번째소설집도나름의세계관을짜두었고거기에맞춰진행될예정인데,솔직히말하면지금이두번째소설집의세계를잘마무리지었나돌이켜보면조금은스스로에게아쉬운부분이있다.애당초이두번째소설집은「쿄코와쿄지」에등장하는네명의친구,그들과관계된이들이시대사의흐름에따라각자의삶을살아내는이야기로짜두었다.현대사에서내가주요거점이라고생각하는강남과용산,지방의광주와부산,마산일대에초점을두었다.다만,첫번째소설집에비해배경이현대이기때문에역사적사건보다는개인사에더비중을두었다.그러다보니화자를당사자가아닌비켜선인물로설정했다.개인적인의견이지만,이제한국현대사또한당사자이후세대의과제이며그들의몫이중요하게작용할것이라생각한다.한국현대사질곡의순간을경험한피해당사자가고령으로죽거나죽음을목전에둔경우가굉장히많아진데다가,아쉽게도그들의피해사실이이제야밝혀지고있는추세이기때문이다.가령부마민주항쟁같은경우는문재인정부에들어서서처음으로민주항쟁으로인정되었는데,그시절그시위에참여한사람들은그때껏자신들이국가폭력피해자인지도모르는경우가많았다.5·18민주화운동의경우현대사의굵직한국가폭력중에는그나마많은연구성과가있는편이지만,이사건의피해범위에비하면극히일부일것이다.이미잘알려졌다시피한국현대사연구는독재정권들의많은방해속에서실질적으로이뤄진지얼마되지않았기때문이다.게다가피해당사자가극한트라우마에시달리거나현장에서사살되었을경우제대로된피해사실확보가어렵다.그러니피해당사자의구술증언을확보하는것만큼이나중요한또다른과제는아마도이후의세대가이것을어떻게인지해야하는것인가,그럼에도불구하고왜우리는그사건에슬픔과애도를표하나,이것이아닐까싶었다.이것이나의두번째소설집에서다루고자했던첫번째이야기이며나의지속적인관심사이기도하다.

『마고』의‘작가의말’에이야기했지만,나는공적인역사를부인하지않는다.다만그공적인역사만존재하는건아니라고생각하는입장이다.무척당연하게도나는역사가에전혀미치지못하는자질과지식을가졌으나적어도역사를사랑하는입장에서역사가에대해생각해보면……가치판단을하는자가아니라응시하는자,라는말에적극동조한다.그러니까,응시.침묵으로의언어찾기.
이것이이소설집에서내가관심을기울였던두번째이야기다.지금껏내소설에서최후까지살아남은자는모두‘쓰는자’였고(『줄리아나도쿄』의한주,「소녀연예인이보나」의‘나’,『나를마릴린먼로라고하자』의설영,『마고』의송화)이것은등단작부터지속된나의세계관의가장공고한구성요소중하나이다.「아돌프와알베르트의언어」에서데이비드셰이퍼는가장사랑하는이를‘자신의언어’라고명명한다.그만큼내게쓰는일과언어로써기억하기는중요한관심사인데소설쓰기와공부를지속할수록‘음성언어화되지못한’‘침묵’의언어가있다는생각을많이했다.침묵을향한내태도에대한생각을쓰고자한소설집이기도하다.

소설속시간대는1970~80년대에서1990년대까지를아우른다.아마세번째소설집에는이후시간대와개인적으로한국현대산업사의중추라고생각되는지역들이등장할것같다.어디까지나계획이지만이렇게말해놓으면대부분어쩔수없이(?)지키고있는나를발견하기때문에.

이소설집을묶으며등단작인「아돌프와알베르트의언어」에관한,개인적으론재밌는기억이있다.사실첫번째소설집『소녀연예인이보나』를묶으면서등단작을넣지않았던건내세계관이「괴수아키코」이후바뀌었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물론등단작을아예버려둘생각은없었던데다가『쿄코와쿄지』를기획하며두번째소설집엔등단작을프롤로그로넣어야겠다고생각해두었다.‘진작’에기획했던일이긴했지만,솔직히다시읽어보기전까지는스스로도확신할수없었다.나자신을믿기어려웠던거다.아무래도등단작이니혹모난표현이있지는않을지여러모로걱정스러웠다.그러다하루는동료작가K의집에놀러갔는데그가그런말을하는거였다.“등단작이번엔나와요?그거,누가봐도한정현의소설이던데요?이름가려도알겠던데요”솔직히이한마디에웃음과안도가터졌다.그말에힘을얻어그소설을다시읽었는데조금당황스러우면서도재밌었던건,등단작이단순히소재적인측면에서『쿄코와쿄지』의작품들과유사성을띠는게아니었단점이다.전혀수정하지않았는데『쿄코와쿄지』의세계관과연결되어있어서뭔가……스스로는‘환승인간’이라고말하지만적어도소설에서는지독한‘소나무인간’인나를돌아보게되었다는뜻이다.어쨌거나등단작을책으로묶을수있는날이실제로오게되어너무나기쁘다.언제까지일지몰라도이쓰는삶에항상감사하는마음으로살아가고싶다.해설을맡아주신강도희평론가님께무척감사드린다.이두꺼운소설집의편집을맡아주신김필균편집자님께도진심으로감사드린다.쉽지도않고,역사적인사건을다루다보니필연적인비극으로끝나게되는내소설을사랑해주시는독자님들께가장큰감사를보낸다.

2023년9월
한정현

책속에서

그침묵은일종의강요된것이었다.말하지말아야할것을말하는자를목격했을때의침묵,강요된복종을거부하는자를바라볼때의침묵,부당한것에대한억울함보다는공포가더선명하게보일때의침묵.그는사람들이의도적으로침묵한다는것을알수있었다.물론그는일생동안그런침묵을겪어보진못했다.하지만마주친적은있었다.바로이나라에서였고이도시에서였다.이도시의사람들은어떤순간이되면모두의식적으로침묵했다.
---「프롤로그―아돌프와알베르트의언어」중에서

네,그렇게혜자,미자,영자그리고나경자까지모두자자돌림의공동체가되었습니다.우정으로만들어진가상아들들의공동체.그런데얼마뒤여기서다시,우리는생각해요.굳이우리가또그놈의아들될이유는뭐지?
“너네한테아들을권하고싶진않어.아들되기전에인간되는거고려해보는게어때?”
그렇게갖고싶다던흔한여자이름을갖게된영자가다시한번이런말을했고,
“그럼최종적으로인간자(者)?”
미선이가그럼이거는,하는표정으로물었을때,이번엔내가다시말했습니다.
“스스로자(自),는어때?”
[……]
그렇게우리는아들들의공동체를통과하여최종적으로는스스로의공동체로들어가고자했습니다.
---「쿄코와쿄지」중에서

이모진짜의모습을죽어서야드러낸것인지도몰랐다.그렇게이모의기억속에남은생전의사람은그언니한명이었다.그런이모의모습을보고있으면한편으로는섭섭하기도했고또어떤면에서는애틋하기도했지만,그러나역시삶은기억만으로이뤄지는건또아니다.비록이모의마음에서이모는죽었겠지만,현실에서이모는진짜죽은것이아니니까.
---「지금부터는우리의입장」중에서

오빠,난궁금한게많아.멀리가지않고엄마만해도그래.나는엄마를좀이해해보고싶어.난아빠보다엄마가더이해가안돼.아빠는평생일도안하고,엄마가먹여살렸는데도손하나까딱안하잖아.그런데도엄마는아빠가얼마나똑똑한사람인줄아느냐는말만하고.그런엄마한테아빠는무식해서어떡하느냐는소리나자꾸하고.엄마는대학안나와도성실하게잘만살았는데할머니댁가면바닥걸레질까지다하고.대학나온남편이랑사는게대단한거란말이나듣고.난이런이유들을알고싶어.그리고아빠가자꾸이태원녹사평에있는미군성노예피해자분들에게양공주라고하잖아.다지들이먹고살려고나온거라고,그런데무슨그게국가폭력이냐고하면서.그런데난그것도아빠가너무단순하게생각하는것같아.자발적이라는게맞는걸까?용산이미군,일본인모두에게빼앗겼던땅이라면그땅에살던사람들에게자발적이라는게있는걸까?나는이런것들이너무궁금해.그러니까,대체왜약한사람들이더저자세로나가게되는건지……”
---「다만지구의아침」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