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숲에서 만난 한국문학

프로방스 숲에서 만난 한국문학

$16.00
Description
“이것이야말로 문학이 허용하는 유일한 해학이다”
한국문학 연구자 장클로드 드크레센조를 따라 걷는 한국 소설의 숲
내가 프로방스 숲속을 걷는 동안 동행하던 책들이 떠올랐다. 이 팬데믹을 견디고 한정할, 적을 만들기도 무력화시키기도 하는 방법은 한국문학 속에서 오웰George Orwell과 궤를 달리하는 디스토피아의 징조를 끌어내는 것이다. 내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글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신체 활동이 두뇌 활동으로 변모하며 내가 하고 있는 육체적 산책이 한국문학 속 산책으로 이어졌다.
-「책머리에」에서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태어난 한국문학 연구자 장클로드 드크레센조의 새 연구서 『프로방스 숲에서 만난 한국문학』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프랑스 엑스마르세유 대학교에서 한국학과를 창설하고 주임교수를 역임한 그는 아시아학연구소IRASIA의 일원이자 한국문학 공동번역가로도 활동 중이다. 또한 한국문학 전문 웹진 〈글마당〉을 운영하며 프랑스에 드크레센조 출판사를 설립해 한국 현대 작품을 프랑스에 널리 알리고 있다.
전작 『다나이데스의 물통-이승우의 작품 세계』에서 한 작가의 장편소설 6권을 유럽 문학·철학과 연결 지으며 분석했다면 이번 신작은 끊임없이 형태를 변형해 세계인의 목숨을 위협하는 바이러스처럼 한국 소설에서 무수히 등장하는 적(敵)의 형상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 아홉 명의 작가(김애란, 박민규, 편혜영, 장강명, 이승우, 은희경, 한유주, 이인성, 황석영)의 작품들을 들여다본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인류의 적에서 출발해 한국 소설에서 나타난 적으로 확장되는 장클로드 드크레센조의 분석은 현 시국을 은유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작품들의 ‘예견적인 시각’을 통해 우리의 현재를 짚어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게 한다. 한국 작가들과의 특별한 추억이 담긴 저자의 에피소드들에서는 한국 작품에 대한 그의 무한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서양 철학을 접목해 한국 소설을 분석한 이 연구서는 우리 문학의 현재를 가늠케 하고 작품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것이다.
저자

장클로드드크레센조

장클로드드크레센조Jean-ClaudedeCrescenzo
1952년지중해연안마르세유에서태어났다.엑스마르세유대학교에서한국학을창설,한국학주임교수를역임하였다.아시아학연구소IRASIA의일원이며,한국문학공동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한국문학전문웹진〈글마당〉과한국문학전문출판사드크레센조를창립하여한국현대작품들을출간하고있다.2014년프랑스의주목받지못한작품상PrixdeI’lnaperçu(김애란소설집『나는편의점에간다Maviedanslasuperette』번역),2016년한국문화부에서수여한프랑스-한국상,한국문학번역원공로상,2023년창원KC국제문학상을수상했으며,2016년한국이주빈국으로참여한파리국제도서전에서프랑스국립도서센터CNL의고문으로활약하였다.저서로『다나이데스의물통-이승우의작품세계』가있다.

목차

책머리에7

1부나와나의적
한국문학속적의형상
예견적시각-김애란,박민규,편혜영의소설에대하여
『표백』,절망의잔재-장강명의장편소설에대하여
외부의윤리-이승우의단편소설에대하여
전복되는관계,「아내의상자」-은희경의단편소설에대하여
시선그리고「막」-한유주의단편소설에대하여
『미쳐버리고싶은,미쳐지지않는』에맞서다-이인성의장편소설에대하여

2부막간극
나는작품속에산다
새벽세시포장마차에서
조에부스케의방
나의우아한시체
마주잡은손

3부이후의세상
향수(鄕愁)를읽다-이승우의장편소설에대하여
작품속관대함-황석영의소설에대하여
한국의느린도시들

옮긴이의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한국문학속적의형상과팬데믹이후의세상

한국문학은적과함께살거나,적을바라보거나무시하거나,적에저항하거나도전하거나,적을몰아내거나,적에협력하는데익숙해졌다.거의90년간지속적인적의존재로인해한국에서의적은개인적,집단적,더나아가국민정체성의일부를구성했다.이적은반대세력들(그리고타협세력들)을결속시키면서보전하려는힘을동원했다.이는사람들이(대체로)어제의적에게반항하고어제의적을제거하려한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적을무효화하는것은반대세력의의지를객관화하는것이다.
-「한국문학속적의형상」

『프로방스숲에서만난한국문학』이라는제목이암시하듯코로나19로봉쇄령이내려진프랑스에서저자가매일같이숲을산책하며떠올렸던작품들이이책의근간이다.〈1부나와나의적〉에서는한국의1970∼1980년대출생작가들이경험한민주주의운동과그들의작품에나타난적의형상을탐구한다.파란만장한역사의흐름속에생겨난적이“고독,기술중독,소통의어려움,시민정신의결여,의존성,가상세계,의식과정체성의위기와같은익숙한형태의적들”로변화했음을김애란의「나는편의점에간다」(『달려라,아비』,창비,2005),박민규의『죽은왕녀를위한파반느』(예담,2009),편혜영의『재와빨강』(창비,2010)을통해확인하고,한국청춘의키워드이자강화된적이라할수있는욕망과절망그리고자살을그린장강명의『표백』(한겨레출판,2011)의탄생배경을분석한다.코로나시대에마스크가일반화되면서얼굴은감추고‘시선’만주고받는현실에대한은유인듯,타인의시선과그사이의균열에서적을찾는한유주의「막」(『얼음의책』,문학과지성사,2009)에서는오늘날의초상을발견하기도한다.
〈2부막간극〉에는한국소설가들과의만남과한국작품에얽힌저자의짤막한에피소드들을담았다.이인성작가와식사를하며그의소설속에등장하는점집을현실과헷갈린일,한국에오면꼭들르는인사동의한포장마차에서옆테이블의재미난이야기를엿들은일,이승우작가와조에부스케의집에함께방문한일등은마치프로방스숲에서저자와함께산보하며이야기나누는듯한느낌을선사한다.
〈3부이후의세상〉에서는다양한모습으로변화해온적이라는형태에맞서기위해앞으로취해야할자세를이승우,황석영의작품들을통해제언한다.「향수(鄕愁)를읽다-이승우의장편소설에대하여」는저자가프랑스어로공동번역해출간한이승우의장편소설『캉탕』(현대문학,2019)에대한날카로운통찰력과면밀한분석을담고있으며,과거(또는적)에얽매이지않고스스로‘재탄생’해야한다는메시지를전한다.「한국의느린도시들」에서는작품속적과현실속코로나바이러스를피하는방법으로‘느림’을꼽는다.“‘더높이,더빨리,더풍요롭게’라고포효”하는현세태가오히려부정적인‘적’을만드는데영향을주기때문에문명에가속화에저항해야한다는것이다.“바다를마주하고바위위에앉아밀려오는잔물결에발을담그고두손에는”쥐는일이어쩌면그실천의시작일지도모른다.
이처럼『프로방스숲에서만난한국문학』은프랑스인의시선으로한국작품들을꼼꼼하게읽어나간연구서이다.한국문학읽기의새로운방향을제시하는것뿐만아니라오늘날무수히많은적과싸우며살아가는모두에게더나은내일로나아가는새로운길의좌표를건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