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 - 문학과지성 시인선 591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 - 문학과지성 시인선 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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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곽효환

1967년전북전주에서태어나서울에서자랐다.건국대학교국문과를졸업하고고려대학교대학원국문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1996년『세계일보』에「벽화속의고양이3」을,2002년『시평』에「수락산」외5편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인디오여인』『지도에없는집』『슬픔의뼈대』『너는』,연구서『한국근대시의북방의식』,시해설서『너는내게너무깊이들어왔다』등이있다.애지문학상,편운문학상,유심작품상,김달진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숲의나무들이,그정령들이흘러간다
시베리아횡단열차3
지신허地新墟마을에서최운보崔運寶를만나다
라즈돌노예역에서
아무르강의붉은꽃
김알렉산드라소전小傳
시베리아횡단열차4
불편한진실
만선열차
붉은그림자
장춘에서백석을찾다
해란강은알것이다
중국조선족애국시인윤동주
여기서부터만주다
국경에서용악을만나다

2부그날그시간그곳엔나와신만이있었어요
장강에서버드비숍을만나다
잔교棧橋
작은배에서사는사람들
강의견부들1
강의견부들2
호아虎牙협곡
밧줄다리
장강너머
사람들사이를흐르는강
시의도시
넘버스리
그라시아스페페
8분46초
정글마을에핀꽃
아무것도갖지않음으로써모든것을얻은사람
영원한심장
호흡뿌리
우체국과성당

3부우리는다시만날것이다
미륵을기다리며
노둔한사람들
바람을견디는힘
우리는다시만날것이다
제주동백
소리없이울다간사람
늦은졸업식
날마다사람이죽는다
아무도쓰지않은부고
위로할수없는슬픔
죽음을건너죽음으로
그해가을,달없는며칠동안
트로이카
기쁘다구주오셨네
나무가죽어간다
다시흐르는강
안택고사安宅告祀

4부나를다시일으켜세울이는어디에계신가요
입석立石
돌탑을걷는산새
눈사람
청계천
마음의궁기
시들지않는꽃
호랑가시나무숲에대한소고
나는서툴다
보고싶은사람
달을낳다
나비의왈츠
수묵담채水墨淡彩
정미소처럼늙다
옛우체국앞자전거
내마음의오지
양구에서
시간의사막을건너는사람,윤후명
행과불행
먼풍경

해설
사람풍경의고현학·우찬제

출판사 서평

북방의시공간을가로지르며
또렷하게불러보는이름들

그어느길목에지친다리를부리고숨고르다
금강산기슭에서발원하여
휴전선품은화천어디에서마침내
북한강이된다는금강천줄기찾아
두고온그의옛사람들안부물어야겠다
무청도려낸무들촘촘히박혀있는겨울들판과
시래기주렁주렁매단지붕낮은집처마밑으로
무수히들고난바람이실어온말들과
들풀처럼무성한소문또한전해주어야겠다
수많은내와천과강의지류들
흐르고합수하고다시흘러
마침내큰강이되는물머리에서
실어온이야기들에귀기울여야겠다
―「양구에서」부분

시의언어로북녘을횡단하는곽효환의여로는‘북방의시인’이라는그의별칭을환기한다.시인은“과거와현재와미래의꼬리를물고있”(「시베리아횡단열차4」)는열차에올라북방의산과들과강에깃든이야기들을떠올리고,백석,윤동주,이용악등북방지역에고향을둔시인들,연해주포시예트구역에지신허마을을개척한최운보(「지신허地新墟마을에서최운보崔運寶를만나다」),1910년대원동시베리아에서활동했던여성혁명가김알렉산드라페트로브나(「김알렉산드라소전小傳」),19세기말한국과중국을여행했던이사벨라버드비숍(「장강에서버드비숍을만나다」)등을비롯한여러인물을불러낸다.
나아가시인은북방의시공간을채우고있는“그리운무명의사람들”(「만선열차」)의이름을하나씩호명한다.이주를강요당해라즈돌노예역에서열차를타야했던고려인들,강위에서평생을꾸렸던뱃사람들,땅을일구고다리를지으며성실하게일했던필부필부……막연하게만느껴지던북방의과거는어느새생동하는현실로,어른어른하게만나타나던인상들은또렷하고구체적인얼굴들로다가온다.

슬픔으로구멍난시대의자리
함께울며메우는우리의공백

시절과장소를막론하고눈물은어디에나고여있으므로,‘소리없이울다간사람’의외연은근대의북방을넘어지금여기로도확장된다.시인은동시대의길을찬찬히걸어나가며그위에선사람들과눈을맞추고곳곳의공백을살핀다.조용히눈물을훔치던사람들의자리였을“끝없이이어지는구멍/점점늘어나는구멍/점점더커지는구멍”(「위로할수없는슬픔」)앞에서시인은그들의슬픔이얼마나커다랗고깊었을지에대해말하는대신함께울음을터뜨린다.눈물이타고흘렀을그들얼굴의굴곡,붉어졌을눈가,다물린채떨렸을입술에대해이야기한다.그렇게복원된슬픔을마주하며“지쳐쓰러져흙더미에파묻힌당신과나를/다시일으켜세울”(「입석立石」)희망과사랑을기약도없이기다린다.애써숨죽여울다가떠나간모두는결국손을내밀어등을도닥여주어야할또다른우리다.

한없이흐르는슬픔,나는그깊이와끝을가늠할수없다다가가어떻게손을내밀어야할지도모른다그냥곁에앉아그와함께울어야할것같다그리고끝없이흐르는혹은위로할수없는슬픔의등을쓸어주며작은온기를흘려보내고두팔을벌려너덜너덜해졌을그의마음을보듬어주어야할것같다
―「우리는다시만날것이다」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