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겨울 2023

소설 보다 : 겨울 2023

$4.48
저자

김기태,성해나,예소연

2022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김기태,「보편교양」
인터뷰김기태×이희우
성해나,「혼모노」
인터뷰성해나×소유정
예소연,「우리는계절마다」
인터뷰예소연×최선교

출판사 서평

겨울,이계절의소설

개인이자신에게가장혹독했던순간을꼽으라면바로십대시절이아닐까.마음을다잡을겨를도없이시작되는새학기를시작으로끊임없이뒤바뀌는장소와관계는그자체만으로도혼란스럽다.누구를탓해야할지몰라자꾸만그화살을자신에게겨누었던순간들역시쉽사리과거로치환되지않는다.여전히그시절의복판에있는「보편교양」의‘은재’,「혼모노」의‘신애기’,「우리는계절마다」의‘미정’과‘나’는분명비슷한시기를보냈음에도자신들을온전히이해하지못하는선생님과선배무당그리고엄마로부터한발자국떨어져있다.혼란스러운상황에서한층더침착해지는아이들과그들보다먼저불안하게성장했을뿐인어른들의이야기가세대를교차해이상과현실을넘나들며늦은겨울과함께도착했다.

김기태「보편교양」
이상과현실,
결코분리할수없는아이러니

인간은타인에의해‘파괴’되는게아닌,자기안에서‘패배’하는존재이기에더없이복잡하고괴롭기만하다.소설「보편교양」의주인공‘곽’역시자신의이상을실현시키기위해선택과목인‘고전읽기’수업준비에더욱열을가한다.“동서고금의명저”를다루는수업답게내신성적이나수능결과에목매기보단“인간으로서갖춰야할보편적인교양과바람직한인성을형성”하는것만이이수업의지향점이라할수있다.모범생‘은재’의아버지가딸이마르크스의『자본론』을읽는게염려가된다며학교로전화가왔을때역시‘곽’은자기에게는가르칠자유가,학생에게는원하는학문을탐구할수있는자유가있다며결의를다진다.
이렇듯‘곽은’오로지‘고전읽기’수업에대한순수한진심하나로자거나딴청을피우는학생들역시‘성적’이나‘평판’으로구분짓지않으려하고,대학합격증은일종의‘운전면허증’에불과하다고조소한다.하지만그런그가은재의아버지를상대로가장먼저떠올린대응책이,『자본론』이서울대학교권장도서에포함되었다는사실인것을감안하면소위엘리트계층‘지식인’의속하는담임교사‘곽’의사고회로역시사회의부조리에서크게벗어날수없다는아이러니가드러난다.‘곽’이라는인물을구성하는내내‘고장나다’라는단어를만지작거렸다는김기태작가는학교라는작은사회를묘사함에있어흔히등장해왔던문제아나탈주자를안이하게다루기보단체제안에완벽하게적응한듯한‘곽’이나‘은재’같은보편인물에게접근한다.“지극히현실주의적이면서도이상주의적인”이소설은독자에게“동시대적조건을아이러니하게되비추는탁월한거울”(문학평론가강동호)이되어신예김기태를믿고읽는작가로자리매김하게한다.

“언젠가부터‘가르치다’라는말의뉘앙스가나빠졌지요.‘왜날가르치려고해?’같은문장만떠오릅니다.그런데가르치는게그렇게나쁜가요.서로가르치고배우고영향력을주고받고함께변화하지않고서어떻게더좋은세상을만들까요.”

「인터뷰김기태×이희우」에서

성해나「혼모노」
신과인간,
맞닿을수없는욕망들

자신이믿는것만이진실이되어버리는세상에서소설「혼모노」는“진짜보다더진짜같은가짜”를꿈꾸는박수무당‘문수’와신으로부터선택받은진짜여서더없이헛헛한‘신애기’의이야기를담고있다.30년차무당과이제막내림굿을받은신애기의세대교체를다룬이작품은장수할멈(신)과황보의원(인간)을통해부단히노력해도신의마음을얻을수없었던범인문수의처절함과인간의세속적욕망을풍자적으로그려낸다.소설에서문수는자신의점집바로앞에서장사를시작한것도부족해서가장영험한신이었던장수할멈까지앗아간신애기를질투하면서도,돈에눈이먼신애기의부모가밤낮으로싸워대는소리를들으면서과거불우했던자신의모습을떠올리기도한다.
대중의관심은언제나더새롭고영험한대상에몰리기마련이고무속세계라고해서다를건없다.젊음이퇴색되고총기가떨어지는순간고루하다고외면받는건시간문제다.하루아침에신을잃어버린문수는굿판에서칼춤을추다피를본이후로재기는꿈도꾸지못하는상황에놓인다.더는물러설길이없는인간이다다르는절벽은결국자기자신인걸까.문수는장수할멈의도움없이또다시맨발로작두위에오른다.“바로그순간진짜신령에가닿은듯한숭고한감정을느”끼게된문수는“진짜삶은머리위관념으로서만존재하는것이아니라,바로뜨거운피로흥건한발아래”있음을몸소보여주며마침내‘진짜’와‘가짜’의경계를허물어버린다.데뷔이후세대와관계에대해깊이들여다보고탁월하고도섬세한필치로그려온성해나작가의「혼모노」는자신의욕망을억누른채신에의탁해온박수무당문수가신과한판대결하는장면을통쾌하고도처절하게완성해낸다.자신이피를흘릴것을알면서도날이선칼날위에올라서는인간의마음은,삶에개입하는것같지만실상관망하는것에불과한신이결코손에넣을수없는이세계의마지막믿음이아닐까.

“살아가다보면누군가를이해하는데에실패할때가많고간혹염오할때도있지만,그래도사랑하는마음만큼은언제나희미하게남아있더라고요.인간에대한어렴풋한애정이저를지탱해주는것같아요.소설을쓰는데에도힘이되고요.”

「인터뷰성해나×소유정」에서

예소연「우리는계절마다」
삶과은총
결국맹목적인상태로남는것

자신의의지로태어난인간은단한명도없다.이명백한사실은삶의찬란한순간마저도허무안에잠식시키곤한다.「우리는계절마다」의‘희조’와‘미정’역시자신들에게주어진삶이아주오래전에고장나버렸음을감각하는인물들이다.느닷없이닥친아버지의죽음과새로운형제의탄생을겪으면서삶에서자신들의의지만으로는달라지는것이아무것도없다는사실에더욱좌절한다.반면,학교에서의생활은무리에속하기위해노력하다보면가닿을것만같은제2의세계로여겨진다.
희조가미정의환심을얻기위해평소잘알고지내지도않던친구와맞짱을뜨는것역시이세계에서만큼은어쩔수없는일처럼여겨진다.아이들의그맹목적인태도,스스로치장하는무구함에대해생각하면“그무구함을말미암아행해지는섬뜩한폭력”이떠오른다는예소연은미정을동경하는동시에염오하는희조의뒤틀린감정을낱낱이,또한냉소적으로보여준다.소설속인물들은“뺨을때리거나,뺨을맞거나,뺨을때리라고지시하는”복판에서부풀어오른시간을온몸으로견디고그렇게“세계를충실히살고,그렇게살기를‘계절마다’반복”(문학평론가홍성희)한다.희조에게미정이특별했던것은그애와의우정이나사랑이만들어낸뒤틀린마음이오기전,인간이미지의존재에게갈구하는‘은총’과도같은게아니었을까.어쩌면희조에게미정은처음부터특별한염원을상징하는것이었을지도모른다.자신의삶과소설에서“슬픔과행복을같이마음껏누리고싶”다는예소연은이번작품에서역시인간의가장뒤틀린구석을파헤쳐삶의허무마저도환히밝히는데영리하게성공한다.

“미워하는마음은정말끝도없이옹졸하잖아요.저는제슬픔을행복과같이마음껏누리면서살고싶습니다.내불행을토로하고위로받고다시우울감에빠질때면그때일어난일들을복기하면서요.평생지워지지않을기억이라면,그정도의권리는있다고봅니다.”
「인터뷰예소연×최선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