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사 - 문지 스펙트럼

부영사 - 문지 스펙트럼

$12.00
Description
“나는 그녀를 슬픔으로 이해할 겁니다.”
부영사는 말한다.
‘고통’이라는 이 세계를 가로지르는 3악장의 불협화음!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상실과 파괴, 외침과 눈물의 서사

프랑스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전위적이고 여성적 글쓰기로 작품과 삶 모두에서 우리를 매료시킨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부영사』가 소설가 최윤의 번역으로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인물과 사건, 감정과 심리의 흐름을 극도로 섬세하고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하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뒤라스의 문학적 행보는 그의 극적인 인생 편력만큼이나 모험적·급진적이다. 문학 이외에도 예술의 경계를 활발히 넘나들며 활동해온 뒤라스는 연극, 영화 그 어떤 장르이건 전통이나 상식,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웠다.
이 책 『부영사』는 뒤라스가 직접 감독하고 칸 영화제 예술·비평 부문에서 수상(1975)한 영화 「인디아 송」의 원작소설로서, 1930년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가난과 질병, 굶주림과 죽음으로 가득한 (식민치하 당시) 인도의 수도 캘커타. 세상의 모든 고통이 한데 모여 있는 듯한 이곳은 사실적인 시공간이라기보다 작가 자신이 설정한 하나의 소설적 지역이다. 작품의 주요 인물인 걸인 소녀가 고향을 떠나 거치는 수많은 마을의 이름은 실재하지만 현실의 지리적 사실성을 뛰어넘는다. 그것은 바로 “고통의 대명사”다.
어슴푸레한 빛 속에 잠긴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걸인과 문둥병자, 그들의 냄새와 신음으로 『부영사』의 무대인 캘커타 대서관저의 아침이 시작된다.
저자

마르그리트뒤라스

저자:마르그리트뒤라스

1914년프랑스식민지였던코친차이나에서태어나베트남과캄보디아지역에서유년시절을보냈다.열여덟살에프랑스로건너가소르본대학에서수학,법학,정치학을공부했으며,1943년‘뒤라스’라는필명으로소설『철면피들』을발표하면서작가로데뷔했다.인도차이나에서보낸어린시절의기억은『태평양을막는방파제』를비롯해『부영사』『갠지스강의여인』등많은작품들로변주되었다.특히1984년공쿠르상을수상한『연인』은프랑스를비롯한세계각국에서수백만부가팔렸고영화로도제작되어큰성공을거두었다.알랭레네감독의「히로시마내사랑」의시나리오를쓰면서영화로까지활동영역을확장한뒤라스는감독을맡은「인디아송」이1975년칸영화제예술·비평부문에서수상하며유럽영화사에서도독보적인위치에오르게된다.제2차세계대전당시레지스탕스에참여하는등정치활동에도적극적이었고,이당시경험을담은다양한형식의글모음집『고통』은큰반향을불러일으켰다.뒤라스는『모데라토칸타빌레』『작은공원』등50여년에걸쳐70편에달하는작품을발표하며20세기프랑스문학을대표하는작가로자리매김했다.그의소설만큼이나극적인인생편력을거쳐온뒤라스는1995년『이게다예요』를마지막으로발표하고1996년영면하였다.



역자:최윤

1953년서울에서태어나서강대학교국문과를졸업하고프로방스대학교에서불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1988년계간『문학과사회』에「저기소리없이한점꽃잎이지고」를발표하여작품활동을시작했다.이후다수의소설집과장편소설을출간했으며,최근에는소설집『동행』(2020),장편소설『파랑대문』(2019),산문집『사막아,사슴아』(2023)를펴냈다.1992년「회색눈사람」으로동인문학상을,1994년「하나코는없다」로이상문학상을,2000년「소유의문법」으로이효석문학상을수상했다.다수의작품이영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튀르키예어,일본어,중국어등으로번역되었다.

목차

부영사

옮긴이의말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나는그녀를슬픔으로이해할겁니다.”
부영사는말한다.

‘고통’이라는이세계를가로지르는3악장의불협화음!
마르그리트뒤라스의작품세계를관통하는
상실과파괴,외침과눈물의서사

세세계,세인물,3악장의불협화음

작품에는철책밖의걸인소녀,철책안의부영사와프랑스대사부인안-마리스트레테르,이들세인물의이야기가무질서하게,때로는서로뒤섞여전개된다.광활한평원의굶주린길위를걷는소녀는어린나이에애를배고집에서쫓겨났다.그녀의가장큰기능은‘길을잃기위해’걷는것이다.굶주림에허덕이며아이를백인에게팔고,기억도길도잃은채음식쓰레기가풍성한대사관철책에도착한다.그녀는마침내걸인과문둥병자의무리에서구분되지않는,익명의‘그녀’가된다.
이들무리와단절되어보호철책안에갇힌백인사회에는무수한소문을나르며정보와서술을일부담당하는익명의‘그들’로구성된또다른무리가있다.그들은문둥병을두려워하며원주민과의어떤접촉도시도하지않는다.때로는호기심으로,철책앞까지가는백인들도있으나혼비백산해도망쳐되돌아온다.그들의관심은추상적이고접촉이없다.
상호침투가불가능한두세계에접촉과소통을시도하는인물들이있다.라호르의샬리마르정원에무리지어있는문둥병자들에게총질을해캘커타로불려와다음임지를기다리는프랑스부영사장-마르크드아슈.그는익명의백인무리가철책밖의세계만큼이나도외시하며피하는인물이다.끝으로중년여인안-마리스트레테르.대사관저의남은음식물을철책밖걸인들을위해내놓으라고지시하는대사부인이자두딸의엄마이며,무수한연인과친구를둔신비한여인이다.
이세인물은제각기,그러나철책을넘어타자에게향한다.걸인소녀는백인사회의심장에까지들려오는외침으로,부영사는총질로,안-마리스트레테르는남은음식물을철책밖으로내어놓는행위로혹은백인사회로부터스스로를소외시킴으로써.이셋을연결짓는표면적유사성은거의없다.서사적얼개가이셋을묶는다.이무질서에질서를부여하고,상이한세인물사이에근본적유사성을추출해내는것은독자의몫이다.
이세인물은각기하나의악장을이룬다.걸인소녀가자기상실로가는보행이만들어내는단조로운행진곡,파괴적행동을예고할듯내지르는광시곡에가까운부영사의고함,그리고안-마리스트레테르Stretter의이름에이미내포되어있는둔주곡strette.이음악들은독서내내번갈아돌림노래처럼독자들의귀에울린다.

고통이라는우주,상실과파괴와눈물의이야기

『부영사』는뒤라스전공자이자프랑스문학연구자,소설가최윤의번역으로1985년국내에처음소개되었다.소설가최윤이우리말로옮긴단하나의문학작품이기도한『부영사』는요즈음에맞게번역을전면수정,새로운옷을입고독자들앞에선보이게되었다.특히역자는이작품에대해작가의내면과외면,과거와미래의작품,개인성과역사성등“한쪽에서다른쪽으로넘어갈수있는,다른쪽에서들여다보아야이쪽이보이는,그러나통과해야만양쪽이다보이는창틀”이라고평하기도했다.
실제로뒤라스글쓰기의후기적특성이부각되고있는이작품에서부터서사는파편화되기시작한다.작품속그누구에게배당되어도상관없는동일한문장들이끊기거나조각나반복되는가하면,질문은던져지나대답은돌아오지않는다.말없음표,침묵,짧은문장,띄엄띄엄이어지는느린리듬의행들.시각적으로도점차비어가는혹은정화되어가는뒤라스의언어를독자들은확인할수있다.
이처럼작품의언어와구조가빚어내는의도적인모호성과혼란은세주인공의교집합이얼핏없는것처럼보이게도만들지만,오랫동안뒤라스의작품세계를관통해온주제들을여러각도에서흥미롭게드러내고있다.그러나『부영사』이전작품들에나타나는뒤라스의인물들이존재의고통을일깨우는사건들을통해새로운인식에눈을뜨며존재적변화를겪었다면,이작품의세주인공은모두나름의고통스러운과거를지니며삶의모든것을재로만드는그고통이라는화재현장에서빠져나왔다는공통점이있다.그리고그들은인도차이나라는작품의배경이자,그배경으로상징되는존재적·세계적고통과마주한다.그렇게작가는이작품이정치적소설이자존재적가치관의소설로서읽히기를요청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