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전『황색예수』는신약위주이고아무래도시간적이었다”면,“『황색예수2』는무척공간적이면서구약까지품”(‘시인의말’)음으로써그외연을확장하고있다.예컨대시집을이루고있는세개의부중2부‘현대ㆍ구약ㆍ도해’을살펴보면아담과이브,카인과아벨,노아,삼손과델릴라,욥등『창세기』에등장하는인물들이집,상가,병원,지하철,식당등의생활공간에가로놓여있음을확인할수있다.이렇듯오랜세월동안해석과합의를거쳐보편화된성서텍스트와개인적경험으로구성되는현실의삶을십자로교차해가며촘촘하게짜낸그의작품들은정교하게설계되어있다는점에서부제속‘디자인’이라는표현을상기시킨다.
예술은“태생부터정직하기때문에삶의마지막보루가될수있”으며“자본주의와싸우는최후의예술은디자인”(『뉴시스』기사,2011년1월12일자)이라고일찍이내다본시인답게,전반적인시집의구성또한치밀하다.구약의내용을주축으로삼는2부앞에배치된1부‘하나의,장면인’에서는문학,미술,음악등을향한시인의눈길이돋보이는데,부의앞과뒤에붙어각각프롤로그와에필로그역할을하는두작품의제목에‘바가텔(가벼운피아노소곡)’이녹아있다는점은이러한특징을환기한다.한편3부‘비켜서는섬’은“폼잡지않고다만/비켜서는형식”(「서序」,p.286)을취함으로써시집에적절한느슨함을불어넣는다.
내가나의총체를찾아돌아다니는
미로가나의총체이다.
즐겨찾는미로이다.
괴팍하고서투른스웨덴터치쯤의
피터팬이출몰하는재탄생,
나의미로에미혹되는방식으로내가그미로를
빠져나오는나의총체이다.
흐린음악이그리영롱했던까닭과
거꾸로인까닭
겹침이나아가는
미로이다.
[……]
오늘미로의사정이저마다있고
동일은너무무지막지해서동일한무작위지.
나홀로,나홀로가이리듬직하고
장하다.
-「미로활성과동그라미등식等式」부분
생과사,성과속,미와추,애와증등이어지러이공존하는세상은마치복잡한미로와도같다.심지어이미로는영영완공을기약하지못한채거듭무너지고거듭세워지기를반복한다.기존의경로와굽이가사라졌다가새로운형태로생겨나는,즉끊임없이디자인‘되어가는’이미완의미로를,김정환은충실하게헤맨다.이때시인의목적은지름길이나탈출구를찾는일이아니다.미로속통로를전부걸어보는것,미로의벽면을하나하나쓸어보는것,“거듭살고거듭죽는보편적특수자”(정한아)인예수가그리했듯길마다녹아있는삶들을모조리살아내는것이중요하다.그어떤디테일도빠뜨리거나생략하지않으려몸소움직이는이의도적인‘요령없음’은“몸으로하는모든장르에서/서툰몸이한수위일수있”(「아가雅歌-불륜」)음을알고있기때문이리라.
그의포용력은아무리비참하더라도끝끝내현실의편이다.치밀어오르는울음과눈에아로새겨지는화려한패배를함께다삼켜버리고이전과같은속도로다가오는모든길을밟는것.보아라.진짜로현실주의자가되기가이렇게어렵다.
-정한아,해설「뱀의혀」에서
여전한희망의이름으로돌아온
지금여기의황색예수
“‘신’이라는말을비유이상으로생각하지않는”오늘날,“김정환은왜아직도예수를시에겹쳐놓는다는말인가?”이번시집의해설을맡은시인정한아가던지는물음은독자로하여금1980년대민중현실과예수수난사를겹텍스트화하는과정에서호명되었던김정환의‘황색예수’가지금여기로다시소환된까닭을고민하도록한다.그리고답은간단하다.그때나지금이나폭력과상처가현실곳곳에여전하기때문이다.
세기를달리하며많은것이달라진듯하지만시대의균열과멍울은완전히극복되지못했고,이를자각할때면마치오늘이옛날과도같다는기시감이야기된다.그러나“오늘이이리옛날이었던가아니라,/옛날이이리도생생하게매일매일되살아나왔던가이다”(「실낙원,그후의그러나-박현수&노원희부부께」).봉합되지않은상흔의틈으로거칠고지리멸렬한옛날이계속해서되살아나는이상황색예수또한소멸과부활을멈출수없다.대책없는위로와도성급한매듭과도“개과천선없는미래전망”(「고전적-선배,Who’sWho」)과도거리가먼황색예수의단단함은여전히,희망이다.
처음의크기가늘지금처음의크기다.
돌아볼때만옛날이야만이다.돌아보기때문이지.
결코부드러울수없다.
그건늘지금처음의크기에우리를맞춰나가는일이거든.
돌아보면나아가는일에반복이
용납되는것처럼보인다.
반복또한결코부드러울수없다.
영혼을팔았다는말로넘어갈수있는일이아니다.
우리가희망을팔아먹은것아닌지
자문하면서시작되는
부드러움이분명있을것이다.
-「용납」부분
과거의디자인을통과하며
가까워지는오늘과내일의거리距離
걸작그림이자신의주거를강요한다.굳이찾아서
보지않아도여러차례여러기회와경우와용도로
눈에띄는그것이한번도홀로존재하지않고전시장
풍경을상품광고를삽화쪽과세부도전체를
출토지와성당제단과명승지사찰등산복과최소한
액자를거느린다.홀로있는경치와달리각각숱한
실내디자인들을뗄수없게거느리고그디자인들도
좀체잊히지않는다,어떤때는걸작보다더그렇고
그런사실이걸작일수도있다.이모든것의합으로도
자본주의가극복될수없는지두고볼일이다.
-「불과」부분
예술전반을향한시선이두드러지는이번시집에서특히강조되어있는것은‘디자인’에대한각별한관심으로,그의작품들은‘만년필’(「근조謹弔가날씬한고대」),‘선풍기’와‘흑백텔레비전’(「국산1호」),‘책’(「VikingPortableLibraryDanteDesign」)등일상적인사물의모양새를세밀하게포착하고있다.소소한시설부터높다란건물까지거리에서마주치는모든것이곧디자인의산물이라는점을고려하건대김정환시의이러한경향은어쩌면필연적이다.현재가단순히“겹겹이쌓인시간의체적”으로구성되는것이아님을이해할때,즉“현실의주체가당연하게지나온과거의‘디자인’과마주쳐”(정한아,해설「뱀의혀」)‘생경함’을느낄때기억은재규정된다.이렇게재규정된기억을“예민한나침반”(「계보와겨울밤,그리고강의와미완」)삼아시인은거리를걸으며꾸준하게나아간다.“지식도지식의,추억도추억의/전성기로돌아가고싶지만”,거리는구불구불할지언정앞을향해뻗어있기마련이므로“그것을허락하지않는다”.그렇게오늘을딛고선발은내일을향해딛는발과의거리를좁혀간다.결국“동서남북걸음을멈추지않는한/메꿔지며물러서는과거보다더복잡하게/열리며다가오는/미래가과거의디자인이다./계속걷는디자인이꽉차오는전망이다”(「관광의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