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

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

$17.00
Description
메타픽션의 극점,
첨단의 서사로 무장한 스타일리스트
최제훈의 세번째 소설집!
돌고 도는 이야기 사슬 속
무한한 변주로 재생되는 인간의 삶

2007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제훈의 세번째 소설집 『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첫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과 두번째 소설집 『위험한 비유』 이후 5년 만이다. 소설집과 더불어 세 권의 장편소설(『일곱 개의 고양이 눈』 『나비잠』 『천사의 사슬』)과 한 권의 경장편소설(『단지 살인마』)을 펴내며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로 독자를 이끌었던 그는 데뷔 이후 “추리소설, 서스펜스 소설적인 기법으로 독자의 상상력을 유발시킨 후, 독자를 이야기의 미궁 속에 빠트리는 탁월한 재능을 지녔으며 인간 내면에 억눌려 있는 감정을 돌이켜 보게 만드는 미덕을 갖췄다. 한국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심사위원 도정일·홍정선·신경숙), “오늘이 요구하는 상상력과 문학의 역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거듭해온 작가”(제26회 한무숙문학상 심사위원 김주연·오정희·서하진)라는 평을 받으며 꾸준히 문학적 실험을 이어왔다. 특히 판타지·미스터리·추리·SF 등 여러 장르적 요소를 혼합해 독특하고 신선한 재미를 지닌 작품을 선보이면서 독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흠잡을 데 없는 치밀한 구성력과 풍부한 어휘를 바탕으로 한 군더더기 없는 문체, 중층의 구조를 넘나들며 매끄럽게 흐르고 맞물리는 서사와 날카로운 주제 의식은 완벽에 가까운 균형감을 자랑하며 순식간에 독자를 ‘최제훈표 토피아’로 흡인한다.
저자

최제훈

저자:최제훈
2007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퀴르발남작의성』『위험한비유,경장편소설『단지살인마,장편소설『일곱개의고양이눈』『나비잠』『천사의사슬』이있다.제44회한국일보문학상과제26회한무숙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목차
사라진배우들
스포일러
애프터서비스
닥터블랙의영혼추출기
토피아
혈액,순환
고로존재한다
추출혹은작곡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메타픽션의극점,
첨단의서사로무장한스타일리스트
최제훈의세번째소설집!

돌고도는이야기사슬속
무한한변주로재생되는인간의삶

2007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한최제훈의세번째소설집『블러디메리가없는세상』이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되었다.첫소설집『퀴르발남작의성』과두번째소설집『위험한비유』이후5년만이다.소설집과더불어세권의장편소설(『일곱개의고양이눈』『나비잠』『천사의사슬』)과한권의경장편소설(『단지살인마』)을펴내며기발한상상력의세계로독자를이끌었던그는데뷔이후“추리소설,서스펜스소설적인기법으로독자의상상력을유발시킨후,독자를이야기의미궁속에빠트리는탁월한재능을지녔으며인간내면에억눌려있는감정을돌이켜보게만드는미덕을갖췄다.한국소설의새로운가능성을열어보인다”(제44회한국일보문학상심사위원도정일·홍정선·신경숙),“오늘이요구하는상상력과문학의역할에대해진지한고민을거듭해온작가”(제26회한무숙문학상심사위원김주연·오정희·서하진)라는평을받으며꾸준히문학적실험을이어왔다.특히판타지·미스터리·추리·SF등여러장르적요소를혼합해독특하고신선한재미를지닌작품을선보이면서독자의사랑을한몸에받았다.흠잡을데없는치밀한구성력과풍부한어휘를바탕으로한군더더기없는문체,중층의구조를넘나들며매끄럽게흐르고맞물리는서사와날카로운주제의식은완벽에가까운균형감을자랑하며순식간에독자를‘최제훈표토피아’로흡인한다.

허무에맞서부드럽게당기는방아쇠
뒤얽힌세계를뚫고무한히뻗어나가는이야기의힘

“그런야만의시대를끝내기위해토피아가시작된겁니다.이건무상원조가아닌분산에대한시뮬레이션이에요.기술과물자의적절한분산만으로도순환가능한인간생태계가형성된다는,그곳이바로인류가도달해야할유토피아라는가설을검증하는모형실험이죠.[……]”
_「토피아」에서

최제훈의소설은머지않아도래할우리의일상을과학적정보와상상력을동원해뒤집어본다.맞춤형기억이심긴아티액터를캡처하는영화산업이자리잡은미래,배우출신의라이프디자이너는오차없이지루한작업을이어가던중에옥에티같은장면(이스터에그)을영화에집어넣기시작한다(「사라진배우들」).결혼을목전에둔연인은각자의유전자를분석한데이터에근거해함께하는미래를VR시뮬레이션으로돌려보고깊은고민에빠진다.(「스포일러」)죽은자식이등장하는꿈을빼앗기지않기위해범법을저지른어머니의숨은뒷이야기(「애프터서비스」),‘죽음’이라는포장을벗겨내자전혀성스럽지않은모습으로출현한영혼과의재회(「닥터블랙의영혼추출기」),브레인포맷시술을받고사유재산에대한욕망을충족시켜주는공동체이자모형실험인‘토피아’에서보낸나날의기록(「토피아」),인체OS가이식된‘포미’라는이름의바이오컴퓨터와나누는기묘한밀담(「혈액,순환」),운명을교환하며악몽의굴레를쓰게된쌍둥이의비밀(「,고로존재한다」),취조중에사건용의자의의식에잠입한형사반장의진짜정체(「추출혹은작곡」)를차근차근풀어나가는최제훈의소설은미래에펼쳐질어두운사회상에집중하고있는것처럼보인다.좀더엄밀히말하자면극도로과학기술이발달한사회에서위태로워지는인간내면과의식의문제를살핀다고말할수있겠다.작가는놀라우리마치디테일한묘사를통해이야기를점층적으로전개해가면서독자의몰입을끌어내고,기로에선인간의선택을보여준다.최제훈의소설은소멸과재생을거듭하는‘기억’을중심에둔채인간의자유의지를새롭게조명함으로써돌이킬수없는시간에들어선바로그순간을포착한다.

세계인구의93퍼센트가믿는다지만속시원히증명된적은한번도없는영혼의실체를,사람들은언제까지나궁금해하고싶을테니까.과학과종교와철학을넘나들며조물딱거리기좋은슬라임덩어리를,나는한여름잠깐빽빽거리다가는매미나길거리에서성행위를하는견공과다른존재라는자부심을,악마조차탐을내는고귀한무형자산을,죽음이후의삶까지보장해주는퇴직연금을……거위의배를갈라확인하는위험을누군들선뜻감수하겠나.어쩌면그모호함이영혼의유일한가치일지모르는데.
_「닥터블랙의영혼추출기」에서

‘작가의말’에서밝혔듯AI,VR,브레인칩,바이오컴퓨터등오늘날IT업계의다이내믹한흐름으로말미암아탄생한개념과용어를적극활용한미래세계는매우촘촘히설계되어현실그이상으로독자에게깊은만족감을준다.따라잡을수없을만큼변화에가속을붙인시대가야기한존재의불안을,인류가마주한그어느때와도견줄수없는생경한공포를작가는조금다른각도에서바라본다.단순히육체를보호하고목숨을지키는것만으로는해결되지않는암담한전망과‘영혼’이라는모호한실체의결합을들여다보고해부한후에그가내놓은결과는강한설득력을지닌다.고도로발전한기술사회에서상황을극한으로모는최대의변수는시스템의오류가아닌,영혼이담긴인간이라는것.나약하고모호하며충동적이고대범한모순덩어리이면서운명의주인인.세계가그어떤모습으로뒤틀린들함몰될리없는,존재자체로펄펄날뛰는불안이자새로운가능성이인간에게내재해있음을소설은말하고있다.최제훈의소설은존재의비밀을풀기위해수없이모습을바꾸고다음서사를스스로생성해내는인간의삶을매우구체적으로그린다.아이러니하게도소설속문장그대로“그모호함이영혼의유일한가치일지모”른다는가설을세우기위해.
꿈의내용을이어서꾸게해주는알약을구하는주인공에게“시작도끝도없는이야기가굴러가고,무한대를향해수렴하는불가능한순례길이열리는순간”“인류멸망의샘플이”(「,고로존재한다」)될수도있다고경고하는노인의목소리는음산하기그지없다.그러나동시에이대목은과학기술이압도할수없는‘이야기’의위력을독자로하여금깨닫게한다.소설속에등장하는각양각색의인물은불현듯사건에휘말리지만끝내밝혀지는것은끔찍한현재가되어버린지난날의선택이다.끝내그들을사로잡은것은스스로의정체성에대한근원적인질문과타인을향한연민,수치심,두려움,욕망이다.그러므로더나은미래를위한선택은오롯이이야기의고삐를쥔영혼의몫이다.

무수히흩어진별들은단순한빛이아니었어.
반짝이는가루를흩뿌리며서로연결된별무리가
노래를부르고있었지.시를읊는것같기도했고.
내가좋아하는노래들이모두합쳐진궁극의
노래를.모든시들이합쳐진궁극의시를.
빛은소리가되고,소리는냄새가되고맛이되어
따스한온기로내게스며들었어.나를휘감아
도는신묘한공감각의세계,감각을넘어나의
생각과감정이,추억과의지가,몸과마음과
영혼이,구분되지않고은하수가되어흐르는,
그럼에도별빛하나하나가너무나또렷한……
육신이감당하기벅찬법열인가
가만히앉아있는데숨이가빠왔지.
신체기관이생략된바이오컴퓨터의세상이
이렇게경이롭다니.
내가이제껏무엇을갈망해왔는지를,
내가상상하지못했던방식으로보여주었어,
너는.
“이게네가만든나의세계야.”
_「혈액,순환」에서

소설집의제목은수록작「토피아」의한구절에서빌려왔다.제목의비밀을푸는열쇠역시어쩌면‘영혼’일것이다.“토마토가없는세상을상상해본다.케첩과카프레제와블러디메리가없는세상.토마토가없는세상을상상하는건토마토를상상하는것과같다”.(블러디메리는보드카와토마토주스를베이스로한해장술이다.가톨릭을국교로세우고청교도를탄압한잉글랜드여왕메리1세의별명이며,서양의전설속거울유령을가리키기도한다.)영혼이없는세상을상상하는것은영혼을상상하는것과같다.「토피아」의주인공임현우는인간의욕망을충족시키는낙원으로서“산업혁명과정보화혁명을뛰어넘는인류사의가장획기적인전환점이”라일컬어지는‘토피아’에입성하지만이전의기억을몽땅지우고토피아에자원한자신을이해할수없다.결국정체성의혼란을겪고‘토마토’에대한알쏭달쏭한문장의나열뿐인일기를쓰다가자해하기에이른다.그는이온젤속에갇힌3-999번이라는또다른이름으로자신이지운기억의세계에서불리며관리된다.소설의말미에서밝혀지는,임현우가토피아에입성하게된배경은예측을뛰어넘는반전으로독자에게충격을던진다.
소설집의마지막작품인「추출혹은작곡」에서「2054년,교통사고」(『위험한비유』,문학과지성사,2019)의등장인물이었던허반장과이시형경장은또한번새롭게나타나이야기를이끌어나간다.작가는특유의솜씨로스릴러와추리소설의묘미를간직한채뒤얽힌세계의연결고리를절묘하게추출해낸다.최제훈의소설은디스토피아적인세계의심층을헤아리며희망의도약지점을겨눈다.영혼의진실에한발짝다가섬으로써우리가마주하게되는풍경은결코아름답지만은않다.그러나정답으로귀결되지않는운명의신비를믿는한불안을뛰어넘는결말로나아갈수있을것이다.“창문도없는이작은방”(「추출혹은작곡」),환상을반사하는패널이채워가는세상속에서존재의운명을점쳐보는인간의욕망은‘이야기’라는낭만으로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