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리듬 : 문학·예술에 관한 횡단 비평

작별의 리듬 : 문학·예술에 관한 횡단 비평

$27.00
Description
김혜순에서 박찬욱까지
장르문학에서 개념미술까지

“예술은 자기 자신과 이별하는 파동의 사건이다”

현대문학상·팔봉비평문학상·김달진문학상 수상자
문학평론가 이광호의 비평 에세이 출간
문학·예술·정치를 횡단하는 폭넓은 사유를 바탕으로 지적이고 세련된 문장을 선보이는 에세이스트이자 빼어난 통찰력과 예리한 분석으로 담론의 장을 개척해온 문학평론가 이광호의 비평 에세이 『작별의 리듬』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익명의 사랑』(2009) 이후 15년 만에 펴내는 비평 에세이이다. 『작별의 리듬』은 (순서상으로는 저자의 일곱번째 비평집이나) 순수한 비평집이라기보다 넓은 의미에서 오늘날의 역사적 현장을 고찰하는 에세이로 씌어졌다. 책의 제목 “작별의 리듬”은 김혜순의 시 「작별의 공동체-작별의 신체」와 「리듬의 얼굴」(『날개 환상통』, 2019)에서 빌려 온 것이다. “삶의 다른 잠재성의 출현”으로서 ‘작별’은 있다. ‘일회적이지 않은 사건’으로 작별은 ‘리듬’을 갖춘다(p. 8). 이 책은 그러한 작별의 리듬 속에서 문화 예술의 여러 현상을 탈장소화된 시각으로 더듬어보고 새로운 공동체적 장소에 이르는 길을 상상해본다. 1988년 비평 활동을 시작한 이래 다방면에서 성실한 저작을 이어가며 제13회 소천비평문학상(2001), 제48회 현대문학상(2003), 제18회 팔봉비평문학상(2007), 제17회 대산문학상(2009), 제27회 김달진문학상(2016)을 수상한 바 있는 저자의 오랜 사유의 결실로서 문학·예술의 경계를 가로질러 현장에서의 논의를 확장하는 비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저자

이광호

저자:이광호
문학과예술에관한비평과에세이를쓰며,책만드는일을한다.횡단하는시간과글쓰기에관심을가지고있다.지은책으로『익명의사랑』등의비평집과『시선의문학사』등의문학연구서,너는『우연한고양이』『장소의연인들』등의에세이가있다.

목차


책을엮으며―횡단비평을위하여

1.문학장치
비평의시대착오
문학장치의경계에서―‘문학권력론’의재인식
저책들을불태워야할까?―정치적올바름과비정체성의‘문학-정치’
남은자의침묵―세월호이후에도문학은가능한가?
나를읽지마세요―문학은우리를치유할수있는가?

2.문학이아닌모든것
장르문학이라는오래된미래
K-콘텐츠를둘러싼사유들
도래하(지않)는5·18―5·18의구술언어와정치적잠재성
붕괴이후의사랑―박찬욱의「헤어질결심」
여성의증언은어떻게전시될수있는가?―제니홀저의개념미술과여성언어의재정치화

3.얼굴없이
무한한애도―진은영과김애란은어떻게정치적인가?
비성년커넥션
무심한얼굴로돌아보라―후일담의주체·젠더·정치성
4·19의‘미래’와또다른현대성

4.작별의리듬
새하기와작별의리듬―김혜순의『날개환상통』
저오래된시간을무엇이라부를까?―허수경의『누구도기억하지않는역에서』
한없이가까운세계와의포옹―김행숙의『타인의의미』
필름의종말과0%의미래―서이제의『0%를향하여』

5.시간은기억보다
어쩌면,우연입니다―손보미와우연한긍정의방식
시간은기억보다오래살아남았다―배수아의이름들과잔존의시간
사랑의애도와젠더정치학―최승자의애도주체
불가능한시와가능한산문―이성복의시론과산문에대하여
‘네이션’너머사랑의실험―최인훈중단편소설의급진성
한용운과젠더복화술

출판사 서평

김혜순에서박찬욱까지
장르문학에서개념미술까지

“예술은자기자신과이별하는파동의사건이다”
현대문학상·팔봉비평문학상·김달진문학상수상자
문학평론가이광호의비평에세이출간

부재의현전을응시하는
오르페우스적글쓰기에관하여

이책은총5부구성으로2013년에서2023년사이,10여년간여러지면에발표했던스물네편의글을엮었다.“1부‘문학장치’에서는한국문학과사회의이슈에대응하는메타비평을,2부‘문학이아닌모든것’에서는문학의범주를넘어서거나경계에있는문화예술에대한글들을,3부‘얼굴없이’에서는특정한문학적테마와역사적주제를다룬글들을,4부‘작별의리듬’과5부‘시간은기억보다’에서는각각작품론과작가론을묶었다”(p.8).
저자는한국문학장안팎에서발생했던주요사건을다루며,그과정에있었던비평장의논의와이후의시간을면밀하게짚어본다.표절사태로점화되었던문학권력문제그리고문단내성폭력해시태그운동과그로부터새로이출현한‘탈장소화’의주체에서젠더·페미니즘리부트·정치적올바름을둘러싼사회적쟁점,세월호이후담화주체의위치와윤리에대한질문에이르기까지,문학제도와문학장치,문학이데올로기의균열을안고유례없는단절의시간을통과한한국문학장의움직임을기록한다.조르주디디-위베르만의개념을빌려“동시대라는이름아래의비동시성을사유”(p.17)해보며,오늘날역사적현장에대한전과다른상상력을발휘해“잠재적인것이현실화하는‘징후’의시간성”(p.16)즉‘잔존하는빛’을좇아간다.횡단비평―“문학과문학아닌것의경계를가로지르”고“문학아닌것이어떻게문학을변화시켰는지를”질문함으로써평론가의위치를미지에옮겨두고“새로운비평주체의정치적발명”(p.6)을역설한다.
남성-리얼리즘-순문학-거대서사로요약되는재래적인문학에서탈피한장르문학의폭발적성장과국적을넘어선K-콘텐츠의세계적약진의원인을살펴보며,“시인들의언어와이름없는사람들의구술언어가만나는장소”이자“끊임없이도래하는다른‘정치-시간’의잠재성”(p.173)으로서5·18절대공동체의속성을파악해보며,저자는단일한시대성에저항하는‘재몽타주’작업을통해현실을재구성한다.이러한비평적실천의주체는비단평론가혹은문학가만이아니라읽고쓰는독자모두를포함한다고볼수있을것이다.박찬욱의영화「헤어질결심」과김혜순과한강의텍스트를사용한제니홀저의개념미술에대한흥미로운해석은“관람객들의정치적무의식을충격”하는,“타자를향해열”린(p.187),선형적인시간성을벗어나흐르는문장-이미지의세계를펼쳐보인다.파국의연속을응시하면서시간을정지시키고역사를중지시키며“시대의관성을비판하기위해사유하는”(p.44)일은동시대인의작업이자,죽음의경험으로‘노래’를만드는오르페우스처럼‘나를가로지르며말하는자’의몫이다.

“그문장은익명의문장이며,이미‘당신’의문장이다”
제니홀저의문장들은누구의소유도아니며,‘익명성’을띤다.화자도없고전체성도없는문장들은그렇게조형적으로떠돈다.제니홀저의문장이딱딱한‘돌’위에새겨진경우에도,그언어는주체의권위를갖지않고돌위에서자유롭게‘미끄러진다’.발화주체가제거된문장들앞에서,관객들은문장들을선택하면서그것을자신의것으로만드는기이한미적·정치적경험을한다.(「여성의증언은어떻게전시될수있는가?」,p.188)

환원불가능한잠재태로서의문학
뜨거운생성으로기록될미래

“후일담서사는상실된대상에대한태도의문제라는측면에서‘애도의서사’이다”(p.265)라는언술에서보듯저자는문학이지닌정치성을질문하며“주체의소멸과‘익명성’으로의이행을통해타자의삶-언어와만나는문학”을깊이있게탐구한다.여기에서의‘후일담’은체험된것들에한정되지않는,도래할체험까지가로지르는글쓰기를가리킨다.
김혜순,허수경,김행숙,서이제의작품해설을비롯하여진은영,김애란,손보미,배수아,최승자,이성복,최인훈,한용운등기존의관습이나문법과는차별화된작가의작품세계를다룬글에서저자는시대착오를발견하고상실된자유와이상을향한문학의‘애도’를확인한다.글쓰기의(비)주체가행하는애도는문학과정치사이의매개적형식으로서저자에의해새롭게사유된다.“타자를‘나’로환원하지않고서타자에게응답하고자하는‘나’의(불)가능한실천은윤리적”(p.209)인동시에정치적이다.가령김혜순의시에서라면,‘새하다’라는수행문에서읽히듯주종의관계를벗어나그것에‘속한’것이되어‘나’를뿌리치는것이다.이러한수행과정을통해이루어지는(비)주체의가변적인문학행위는곧그자체로급진적인운동이된다.자기자신과의이별로서,파동의사건으로서.“대상에속박되지도대상을타자화하지도않은”(p.489)방식으로서,‘사랑의재발명’으로서.
“문학의언어는언어의불가능성과침묵의잠재성에서부터다시시작된다.‘사건이후의문학’은말할수없는자의언어의자리에서그모순과분열을‘견디는’남은자의글쓰기”(pp.112~13)라는대목은큰울림을준다.문학과예술,정치를횡단하며침묵을뚫고예외를생성하는것은우리앞에놓인시간의역사적불안정성을인정하는일이기도하다.좀더단순한말로표현한다면,매순간의작별과그로부터시작된고독을기꺼이받아들이고텍스트의자율성을지지하는것이문학의공간이라는뜻이겠다.미래에,불가능에가까운환대를끌어내기위해서는탈장소화의다른주체를만들어야한다.그리고이는이책이스스로그러하듯부단한반성과(먼곳의읽기로이어지는)쓰기를통해이룩될지모른다.
저자는평론가의위치를고정시켜“‘우리시대’라는이름의지배적인문학장을관리하는것만”을업으로삼을필요가없다고말한다.“잔존의시간들을증상화하고”(p.42)투쟁과대화를이어나가며거듭나는성찰로동시대성의새로운지형도를발견할것,비평의다른리듬을만들어낼것을권유한다.

“불가능에대한노래는다른시간의잠재성에가닿는다”
영원성은미리주어져있지않으며,시간을지배하는단일한영혼이있다고할수없다.오래된시간의영혼은시적인이행의순간탄생한다.또다른시적인시간이도래하는그순간,시간에대한날카로운애도는시간의고독을둘러싼미래가된다.(「저오래된시간을무엇이라부를까」,p.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