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친데 - 대산세계문학총서 187

루친데 - 대산세계문학총서 187

$15.00
Description
독일 낭만주의의 대표적 이론가이자 역사가,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슐레겔Friedrich Schlegel (1772~1829)이 남긴 유일한 소설 『루친데Lucinde』가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187번으로 출간되었다.
율리우스와 루친데의 사랑을 편지, 대화, 격언, 에세이 등 여러 형식으로 그려낸 『루친데』는 슐레겔이 자신의 낭만주의 이념을 체현한 장편소설이다. 낭만주의 문학은 모든 문학적 갈래를 통합하고, 다양한 구성 요소를 섞어 세계를 시화詩化하는 것인데, 기존의 문학 형식은 이러한 낭만 정신을 수용할 수 없기에 슐레겔은 장르의 한계를 초월한 새로운 문학 형식을 구현해냈다. 또한 당시의 관습에서 벗어나 본능에 충실한 사랑, 관능적인 쾌락을 진정한 사랑의 요소라고 주장하며 사랑과 결혼에 대한 새로운 도덕관을 보여주었다. 이 작품은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파격적이기에 당대에는 많은 비난을 받았으나, 20세기 이후, 아방가르드 · 메타픽션 · 포스트모더니즘 등 현대 문학의 특징을 선취하고 있었다는 점이 밝혀지며 점차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은 슐레겔의 장편소설 『루친데』와 슐레겔이 사후에 남긴 방대한 양의 미발표 원고 중 이미 발표된 『루친데』에 덧붙이려고 쓴 듯 보이는 단편 다섯 편을 엮었다.
저자

프리드리히슐레겔

저자:프리드리히슐레겔FriedrichSchlegel(1772~1829)

바이마르고전주의와함께독일의가장찬란한문화적시기를대표하는낭만주의의초석을놓은문인이자역사가,철학자.독일하노버에서개신교목사이자시인의아들로태어나괴팅겐대학교와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법학을공부했으나,친형아우구스트빌헬름슐레겔의영향으로학자,문인의길을걷게되었다.

노발리스,티크,셸링,카롤리네,도로테아,슐라이어마허등과낭만주의문학운동을이끌었으며,1798년형과함께독일초기낭만주의운동의기관지『아테네움』창간을주도했다.1799년에는슐레겔이남긴유일한소설이자,낭만주의문학이론을구현한장편소설『루친데』를출간했다.이작품은형식적으로실험적일뿐만아니라,내용적으로기존의관습,특히사랑과결혼에대해파격적인시각을보여주어비난과함께논란의중심에섰다.1803년파리에서잡지『오이로파』를창간했으며,이후문학과철학을강의했다.

1808년가톨릭으로개종한뒤에는오스트리아의보수파정치가메테르니히의측근이되어정치,외교분야에서주로활동했다.1829년드레스덴에서강연원고집필도중쓰러져영면에들었다.



역자:박상화

서강대학교독어독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대학원에서귄터그라스와포스트모더니즘에대한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인창고등학교교사,서강대학교강사,경기대학교겸임교수를역임했다.지은책으로『독일현대소설의경향』(공저)등이,옮긴책으로『유다의재판』『꼬마수달박사』『초끈의울림』『카오스와카오스의질서』등이있다.

목차

루친데
서문
미숙한자의고백
율리우스가루친데에게보내는편지
가장아름다운상황에대한디티람보스적상상
어린빌헬미네의특성
뻔뻔함의알레고리
게으름에대한전원시
신뢰와농담
남성수업시대
변모
두통의편지
성찰
율리우스가안토니오에게보내는편지
동경과평온
상상의희롱

단편유고
농담이야기―루친데가율리우스에게보내는편지
우정의본질에대해서
마리아에게보내는편지
기도Guido의죽음
율리아네

옮긴이해설·소설이론을실천한소설
작가연보
기획의말

출판사 서평

“미학적혁명을위한시기가성숙되었다”
소설이론을구현한소설『루친데』

낭만주의문학은점진적인보편문학이다.이러한규정은모든문학적갈래들을일치시키고,[……]섞고용해시켜문학을생기있고친근하게만들어,인생과사회를시화詩化하고재치를시화하며,예술형식들을다양한구성요소로가득채워충만케하고,유머의힘으로생기를불어넣으려는의도와당위를지니고있다.(「아테네움단장AthenamFragmente」116번에서)

슐레겔은프랑스혁명으로시작된변혁의시기에문학역시‘미학적혁명’이필요함을인식하고초기낭만주의문학운동을이끌었다.그러나기존의문학형식으로는이러한낭만정신을수용할수없기에새로운문학형식으로장편소설roman을택했다.‘소설’은이제장르개념으로서의소설이아니라다양한구성요소를섞고용해시키는것으로,‘장르국한’이없는것이다
낭만주의문학은철학,수사학,시,산문,비평등모든장르를융합할뿐만아니라삶과사회를시화詩化하는,그렇기에결코완료되지않고지속적으로생성과정중인“점진적인보편문학ProgressiveUniversalpoesie”이다.문학이론가로서활발히활동하던슐레겔이남긴유일한소설『루친데』는이러한초기낭만주의이념을체화한낭만주의문학의표본,실례가되었다.

“혼돈의미야말로최고의아름다움이며최고의질서다”
형식적파격-아라베스크와알레고리

나의삶을담은이작은소설이그대에게는너무분방하게보일지도모르지만,이것을어린아이라고생각하여어머니와같은자애로운마음으로소설의순진한방종을참아주시고소설의애무에당신을맡겨보십시오.(30쪽)

슐레겔에따르면모든장르가섞인,기존의형식에서탈피한“아라베스크는고백과더불어우리시대의유일한낭만적인자연산물”이며,『루친데』는아라베스크를통해‘혼돈의미’를보여준다.일곱번째장「남성수업시대」는미숙하고파편적인삶에고민하는한젊은이가사랑을통해서성숙하고예술적으로발전해나가는과정을그린성장소설의형식을띠나,전체13개의장은시간적으로나인과적으로연결고리가미약하고다양한형식들이혼재되어전통적인소설과달리비서사적구조를갖는다.이러한구조는혼돈을야기하는데,이것은의도된것으로슐레겔은‘혼돈의미’야말로최고의아름다움이며최고의질서라고주장한다.
그리고아라베스크가‘혼돈의미’를갖도록만드는미학적장치가바로알레고리이다.슐레겔은자신의문학이론을펼치기위해여러개념을의인화하며,자유롭고독립적으로살아가는‘루친데’는그자체로낭만적문학의알레고리이다.이작품에서슐레겔은수많은알레고리와철학적인성찰로자신의미학을맘껏실험한다.

“오,그렇게부러울정도로선입견으로부터자유롭다니!”
낭만적사랑의탄생-혁신적인사랑에대한성찰

사랑은그자체로영원히새롭고영원히젊으면좋겠지만,사랑의언어는예전의고전적인풍속대로자유롭고대담하기를바랍니다.로마의비가나가장위대한국가의가장고귀한자들보다덜정숙하고,위대한플라톤과성스러운사포보다덜이성적이기를바랍니다.(51쪽)

『루친데』는발표당시실험적인형식보다는사회적관습에서벗어난파격적인내용으로더많은반발을샀다.율리우스와루친데의사랑이회고적으로묘사되는이작품에서율리우스는모든것을아우르는낭만적인사랑,루친데와의교제를통해얻은세상과사람들에대한통찰을공유하는데,그것은기존의관념을뒤엎는것이었다.합리적사고의전통과계몽주의적진보를중시하던사회에서슐레겔은노력과진보,근면과유용성을배척하며식물적인삶,무위,게으름을찬양(「게으름에대한전원시」)하는가하면,정신과육체를분리하는오랜이원론적전통을깨고본능에충실한사랑,관능적인쾌락을진정한사랑의요소라고주장한다.
사랑은도덕과관습의규제를벗어나자연스러워야하며,연인들사이에서우선적으로추방되어야할것은“얌전한척하는것”이다.슐레겔은전통적인도덕심때문에진정한“사랑의불꽃”인관능에대해부끄러움을느끼는“그릇된수치심”을비웃는다.이성이아니라감성의지배를받으며,수치심을벗어던진사랑은자연상태의사랑이며가장자유로운사랑이다.
『루친데』는발표당시슐레겔과이혼녀도로테아의관계와연관되어읽히며,외설적인작품이라고비난받았으나,유럽의사랑과결혼에대한담론에서낭만적사랑의시초,전형적사례로언급되는작품이다.낭만주의에따르면‘예술’과‘올바른방법의헌신적사랑’은인간의시적측면을발전시키는데도움이되는데,소설『루친데』도이에기여하고자했다.

현대를선취한,“문학혁명”의선구자

『루친데』는18세기말에낭만주의의이상적인모델을구현하려쓴작품이지만,아방가르드·메타픽션·포스트모더니즘등여러가지현대문학의특징을선취하고있다.작품이작품자체와서술방식,형식에대해관찰하고성찰하는모습은20세기에나타난메타픽션의전형적인모습이며,장르의경계를없애고다양한형식들을혼합하는모습은포스트모더니즘의서술형식이다.
또한슐레겔의성과사랑,결혼,성별에대한시각은당시에는부도덕하게여겨질만큼파격적이었다.루친데는독립적이고섹슈얼리티에자유로운태도를지닌해방적인존재다.뿐만아니라슐레겔은이작품에서성역할의역전까지주장하기도했다.
오늘날의젠더관점에서보면,근본적으로‘여성-자연-수동성’‘남성-정신-적극성’의전통적인이분법에서벗어나지못하는등한계가분명하지만,남녀가완전한합일로나아가기위한기본조건으로동등함을요구하고,계몽주의적사회에서굳어진남성성과여성성을전도시키는등시대의틀을벗어나“문학(혹은문학을통한)혁명”을시도한기념비적인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