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 홈

고잉 홈

$17.00
Description
“나는 가로세로 반듯한 길에서조차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이로구나”
헤매고 방황하는 미로 속에서
기록하고 기억하며 길을 찾아가는 이들의
느리지만 반짝이는 여정

내 지난 여정의 비밀한 목적지는 결국 ‘고잉 홈’이었던 셈이다.
-‘작가의 말’에서

2010년 단편소설 「체이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두 권의 소설집과 다섯 권의 장편소설 그리고 번역서까지 꾸준히 출간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 문지혁의 세번째 소설집 『고잉 홈』이 문학과지성사의 2024년 첫 소설집으로 출간되었다.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2022년 두번째 소설집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다산책방)가 첫 소설집 출간 이후 11년 만에 나온 것과 달리 2022년에서 2023년 2년 사이 집중적으로 씌어진 소설들로 묶인 이번 소설집은, 각각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매력을 넘어서 아홉 편의 작품이 어우러져 그 안에 새롭게 만들어낸 또 다른 길을 만나는 특별함이 있다.
저자

문지혁

저자:문지혁

2010년단편소설「체이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사자와의이틀밤』『우리가다리를건널때』,장편소설『체이서』『P의도시』『비블리온』『초급한국어』『중급한국어』와옮긴책으로『라이팅픽션』『끌리는이야기는어떻게쓰는가』등이있다.대학에서글쓰기와소설창작을가르친다.

목차


에어메이드바이오그래피
고잉홈
핑크팰리스러브
크리스마스캐러셀
골드브라스세탁소
뷰잉
나이트호크스
뜰안의볕
우리들의파이널컷

해설슬픔의생애·박혜진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나는가로세로반듯한길에서조차
길을잃어버리는사람이로구나”

헤매고방황하는미로속에서
기록하고기억하며길을찾아가는이들의
느리지만반짝이는여정

내지난여정의비밀한목적지는결국‘고잉홈’이었던셈이다.
―‘작가의말’에서

2010년단편소설「체이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한이후두권의소설집과다섯권의장편소설그리고번역서까지꾸준히출간하며활발한활동을이어오고있는작가문지혁의세번째소설집『고잉홈』이문학과지성사의2024년첫소설집으로출간되었다.
‘작가의말’에서밝히고있듯이2022년두번째소설집『우리가다리를건널때』(다산책방)가첫소설집출간이후11년만에나온것과달리2022년에서2023년2년사이집중적으로씌어진소설들로묶인이번소설집은,각각의작품에서느껴지는매력을넘어서아홉편의작품이어우러져그안에새롭게만들어낸또다른길을만나는특별함이있다.

뉴욕에서유학생활을한작가의경험은그간발표한다양한작품에자연스럽게녹아들어이제는문지혁작가고유의스타일로자리를잡았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그의소설이많은부분‘자전적소설’이나‘이민자소설’로불리는이유도여기에있다.이번소설집에실린아홉편의소설역시미국에터를잡고사는한국인이민자나유학생들의이야기를담고있다.작품속공간은이국의‘그곳’이고,이야기속인문들은이곳의나와는동떨어진이방인의아픔을가지고있는것이다.그러나한편한편따라읽어가는동안‘그곳’이내가놓인현실의‘이곳’과다르지않고,‘이방인’의아픔또한내가겪는일상의불안과슬픔에서멀리떨어져있지않다는것을알수있다.각각의작품이읽는이의삶에퍼즐조각처럼끼워맞춰지면서만들어내는특별한길이다.
작가는퍼즐이완성되는그곳에빛이있을것이라생각했을지모른다.이책의제목을‘뜰안의볕’으로염두에두었던이유를생각해보면말이다.“무의미로가득찬,무엇도알수없고누구도볼수없는이칠흑같은우주에보내는고결한모스부호”가사람들사이에서반짝이기를바랐던것은아니었을까.그러나결국이책의제목은‘고잉홈’이되었고,그러자작가는자신의“지난여정의비밀한목적지는결국‘고잉홈’이었던셈이”라고고백한다.이책에실린소설들“모두가집에가는,집에가고싶은,집에가려고하는이야기”라는것이다.

그렇게각각의작품속에서,집으로향하는길과그길에선이들의마음모두가반짝인다.“내가떠나왔고,그래서반드시돌아가야할곳.”“내나라.내고향.내본향”‘홈’은비단물리적공간만이아닐것이다.나의오랜불안과방황을내려놓을수있는정착지.그러니그과정이조금느리고힘들지라도어찌빛나지않을수있을까.물론읽는이가그여정에기꺼이마음으로함께한다면더할나위가없을것이다.그것은소설과삶이만나며빚어내는빛일테니말이다.

“살아있는것도아니고죽은것도아닌,공중에있는것도아니고땅에있는것도아닌,미국도아니고한국도아닌이시공간”─피폐한세계의속,집을찾아가는사람들

『고잉홈』의처음에서독자가맞닥뜨리는공간은공항이다.뉴욕발한국행비행기를기다리는부부.소설집은한국으로향하는이야기로시작된다.「에어메이드바이오그래피」는아버지가위독하다는연락을받고한국으로가는아내와동행하며비행기안에서장인의전기를써내려가는미국인사위의기록이다.미국이민1세대인이호철의파란만장한미국정착기는한국이민자의전형처럼보인다.그러나그는아내의죽음이후,주변의만류에도불구하고자신과아무런연결고리도없는한국으로돌아가는것을택한다.결국그곳에서병을얻어죽음을앞두고있는그는바이오그래피마저‘홈’이아닌‘에어’에서씌어진다.그는홈을찾아한국에간것이맞을까?한국은그의홈이었을까?그렇다면호철의딸에게홈은어디일까?이런물음을안고한발더내디디면표제작「고잉홈」이기다리고있다.이작품의제목에서가리키는‘홈’은뉴욕이다.시카고에서뉴욕까지가는차편을제공하고거기에사례금5백달러까지지급한다는공고에주인공현은고민할필요도없이AI소설실험에참가한다.차를타고이동하는동안질문에답을하고그것이가공되어AI가쓰는소설에활용되는이실험에서현은자신의가족과꿈에대해이야기하지만그이야기들은사실이아니다.그것은현의가지고있던종이로접은유니콘처럼세상에없는것이지만,그가살고싶어하는삶이라는점에서진실을담고있기도하다.그러니그것을가짜라할수있을까?그가즉석에서만들어낸그소설을완전한허구라할수있을까?우리가닿고자하는‘홈’으로가는길위에서삶의진실을담은허구의이야기를만들어내는일.어쩌면그것이작가의일은아닌지생각해보게되는작품이기도하다.어쩌면문지혁의이번소설집제목이‘고잉홈’인이유가여기에있는것은아닐지.
그렇다면그들은왜‘홈’을떠나야만했을까.그다양한사정이이어지는소설에서펼쳐진다.「핑크팰리스러브」는결혼1주년을맞은유학생부부가휴가를떠난오래된호텔에서과거의연인을만나는‘잔혹한판타지’다.이이야기가‘잔혹한판타지’인이유는이부부가만나는과거의연인이죽은자들이기때문이다.그들에게결혼과유학은일종의도피였으나끝내과거의망령에서벗어나지못하고,하여안정적인정착은그들에게요원한일이되고만다.반면자신의의지와상관없이홈을잃어버리는이들고있다.「크리스마스캐러셀」의열두살에밀리는디즈니월드에서버려진뒤‘나’의고모에게공개입양되었다.아빠의재혼으로집을떠나미국의고모에게간‘나’는에밀리의생일을맞아디즈니월드로원치않는동행을하게되고,그곳에서에밀리를잃어버리고만다.에밀리는디즈니월드에서다시혼자가되어보는경험을해보고싶어서스스로실종이되었던것.이를통해에밀리는과거에엄마가자신을버린것이아니라살려준것임을기억해낸다.에밀리의이야기를듣는과정에서‘나’는아빠의재혼을받아들일마음을먹는다.‘나’와에밀리는가족을상실함으로써‘홈’을잃어버렸지만,자신의의지로새로운‘홈’을찾아가는모습을보여준다.
한편고국(홈)을떠나타국에서살아가는사람들에게현지에서의의미있는만남은또하나의안식처가되어주기도한다.먼저「골드브라스세탁소」를보면,유학생모임에서특별한에피소드로인연이되어연인으로발전해가던남성이자신뿐만아니라유학생커뮤니티여기저기에서똑같은방식으로플러팅을해왔다는사실을알게되면서영은배신감에우울해한다.그러나곧무뚝뚝하지만인터뷰를진행하며특별한방식으로소통을이어가던세탁소주인과의만남에서위안을얻는다.「뷰잉」은미국유학시절에만난맹선생님의부고소식에3년전,그곳에서의힘들었던기억을떠올리는이야기이다.혼란스럽고힘든시기의특별한만남은현재에도여전히따뜻한온기의기억으로남게되기도하는것이다.
「나이트호크스」와「뜰안의볕」은미로같은불안한현실속에서헤매고방황하는이들의모습이생생하게담겨있는작품이다.미국에서유학생활중인가난한부부의위태로운관계와그들이벌인한밤의병원투어를그린「나이트호크스」는동명의호퍼그림속인물들에부부의모습을투영하며캄캄한밤의한가운데놓인보호받지못하는이방인의암담한미래를겹쳐놓는다.또한미국에서목회학석사졸업이후의진로를고민하는주인공늘봄의복잡한마음을담아낸「뜰안의볕」은기독교커뮤니티에대한회의와환멸속에서자신을비롯해각기다른믿음과가치관을가지고살아가는이들의정체성에대해스스로에게질문을던지고답을찾아가는모습을보여준다.하지만이두작품역시그끝이어둡지만은않다.「나이트호크스」의부부는새해인사를나누고집으로돌아가고,서로의다름을이해하지못하던사람들이모인「뜰안의볕」의정원에서는모두에게공평한밤,모두반딧불이의빛을바라보는장면으로끝을맺는다.
소설집마지막에자리한「우리들의파이널컷」은죽은할머니의유산상속을위해한국에들어와소식이끊긴아버지를찾는딸의이야기를인터뷰형식으로담아낸작품이다.그러지않아도타지에서의팍팍한삶에서장애를가진아버지의존재는무거운짐일뿐이었고,모질게아버지를한국으로돌려보낸뒤에는그나마할머니로부터받던지원도끊겨더힘들게살아야했던그녀가원망과회한의시간뒤에뒤늦게야아버지가가졌던사랑의크기를확인하게되는과정은늘조금늦게도착하는생의진실,그래서더욱반짝이는아름다움에대해생각하게한다.

이별과만남,도피와귀환의플롯에서보이는보통의슬픔에는운명을개척하려고애쓰는사람들이마주하는현실의벽이미로처럼놓여있다.문지혁의‘헤이코리안플롯’에각인된미로를기억하며유난스러운희비극을떠올릴사람은없을것이다.여기이소설들에부서진벽과같은전위적변화는등장하지않는다.대신어지러운미로에서찾아낸지름길들이있다.그들은천천히만나고이야기로만난다.이별의순간을사랑의순간만큼이나삶의중심에놓는다.도피속에서길을잃을땐타인의도피처가되어주고돌아가는것을패배라고생각하지않는다.
―박혜진해설「슬픔의생애」에서

이번소설집의해설을쓴문학평론가박혜진은‘비겁’이라는단어에초점을맞춰‘과정’이라는지옥에서성장을분실한채자신에대한확신없이스스로에게비겁한가,질문할수밖에없는작품속인물들을살펴본다.그러고선이‘비겁’이라는단어가소설속의발화자뿐만아니라읽는이의내면에도균열을내었음을확인한다.그리고동시에,그틈에서새로운길이시작되는것을또한본다.하여“절박한딜레마적상황속에서현실적인용기의틈을찾으로변해”가는것이야말로“문지혁소설의인생론이”라고역설한다.『고잉홈』을읽다보면“슬픔과비겁에대한두려움은희망과환대를향한기대에자리를내주고없”을것이다.

우리는이미삶이라는길위에서있는것일지모른다.어디로가야할지모를때,때로는나와닮은저곳의누군가가있다는것만으로힘을얻기도한다.그힘이란그저,조금헤매고길을잃어돌아가더라도마침내도착하리란것을아는사소한희망의다른이름일지도모른다.문지혁의‘고잉홈’의길에숨어있는것도바로그것이다.


가야할곳은정해져있고거기가어딘지우리는모두알고있다.그러니까그사이에서우리가집이라고,고향이라고,본토라고부르고믿는모든곳은결국길의다른이름일뿐이다.우리는모두길위에서있고,언젠가이여행이끝나면비로소다같이손을잡고노래를부르며집으로돌아갈것이다.모두에게그여행이너무고되지않기를.해가완전히지기전에우리는도착할거니까.―‘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