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모험의 시작 : 자유와 인간의 도리를 찾아서

서유기, 모험의 시작 : 자유와 인간의 도리를 찾아서

$14.10
저자

이경덕

저자:이경덕

신화연구자,한양대학교문화재연구소연구교수.한양대학교문화인류학과에서인류의신화와의례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대학에서의례·축제·신화,경제인류학등을강의하고있다.

지은책으로『어느외계인의인류학보고서』『새롭게만나는한국신화』『처음만나는북유럽신화』『인문학은어떻게만들어지는가』『우리곁에서만나는동서양신화』『신화,우리시대의거울』등이,옮긴책으로『푸코,바르트,레비스트로스,라캉쉽게읽기』『그리스인이야기』『주술의사상』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1장세상에나오다
1.『서유기』의탄생
2.명나라,소설의전성시대

2장펼치다
1.시즌1:돌에서깨어난손오공과그일행
2.시즌2:삼장법사현장의내력
3.시즌3:영취산으로가는모험과요마들

3장만나다
1.경전을가지러서쪽으로향하는일행
2.모험을돕는조력자들

4장들어가다
1.요마열전:하늘에서내려오다
2.요마열전:땅에서나타나다

5장세상을담다
1.서쪽에서전해진불교
2.『서유기』속여러종교의다양한얼굴
3.여의봉과긴고아,자유와구속
4.저팔계와돼지를둘러싼문화
5.사오정과삼장법사의이미지변화

6장깊이읽다
1.현실과상상넘나들기
2.영원을향한끝없는욕망
3.『반지의제왕』vs『서유기』
4.한국에드리워진『서유기』의짙은그림자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14년,10만8천리,81가지역경의모험
신화학자의시선으로보는
『서유기』의진면모

풍자와해학,낭만과재치로가득한모험이야기의원형!
『서유기』를통해동아시아사상과문화의정수를들여다보다

신화연구자이경덕의『서유기』해설서『서유기,모험의시작:자유와인간의도리를찾아서』가출간되었다.문학과지성사에서정본완역『서유기』(대산세계문학총서,전10권,2003),청소년을위한축역본『서유기』(문지푸른문학,전3권,2010)에이어출간하는이책은,청소년과일반독자모두를아우르며『서유기』로의모험을시작하는누구나행로를미리살펴볼수있는지도역할을맡는다.『서유기』를안팎으로살펴보는이책은안으로는등장인물과줄거리를간결하면서도생생하게소개하며,밖으로는7세기당나라승려현장의모험이야기가여러사람의가공을거쳐지금과같이소설『서유기』의형태로만들어지기까지의변천사를짚어보는동시에이이야기속에담긴동아시아사상과문화까지들여다본다.
14년,10만8천리서행길을거치며81가지역경을헤쳐나가는『서유기』는현장이인도지역을여행한역사적사실에환상적인허구를가미해,삼장법사와손오공일행이불경을찾아서쪽으로향하는기상천외한모험을그린다.“마치된것같아손오공”“늘어나라하늘로여의봉”과같은가사를노래하는인기아이돌의곡이나올만큼『서유기』는한국에서일종의문화상식에속한다.〈날아라슈퍼보드〉를비롯해수많은만화와애니메이션의모티프가되면서손오공,저팔계,사오정은우리에게부연설명이필요없는친숙한이름들로자리잡은지오래다.그러나정작이들이나오는『서유기』원전을충실히읽고이를흥미진진하게소개하는시도는이야기의위상에비해턱없이드물었던것이사실이다.
이책은산꼭대기에서사방을살피듯『서유기』를널리조감한다.무엇보다방대한분량의줄거리를각요마와의에피소드단위로나눠요약함으로써이야기를속도감있게들려주고,『서유기』에대한흥미를돋운다.한편신화학자의시선에서『서유기』를살피며그안을채우는상상세계를둘러보는것또한이책의특징이다.용왕이다스리는물속용궁,죽은사람들의세계인저승,신선들이사는하늘을무대삼아인간과원숭이,돼지,용들이활약상을펼치는,현실에있을리없는이기이한이야기가만들어진바탕에는오랜세월축적된거대한동아시아사상과문화가자리한다고저자는말한다.불교와도교,유교라는동아시아세종교는물론,중국으로전해진인도의대서사시나동아시아농경문화까지살피다보면우리는『서유기』가당대동아시아의현실을토대로쌓아올린환상소설이라는사실을알게된다.

인간이가야할길을좇아,자유에이르는모험

손오공이요마와의고된싸움을끝내고깨달음을얻는막바지에는손오공의머리에씌워놓은긴고아도사라진다.이는자유롭게행동하면서도타인의자유를해치지않는훌륭한사람이되었음을의미한다.(201쪽)

이책에서저자는『서유기』를더욱깊이이해하기위해서로다른두대상을짝지어설명하는방식을취하기도한다.그중에서도자유와구속은이책이주목하는『서유기』의핵심주제다.『서유기』의주인공인손오공은자유와구속사이에서좌충우돌하며모험을이어나간다.손오공일행을가로막는요마들역시,다수가‘죽지도않고하늘에서영원히시종으로사느니자유를찾아지상에서살겠다’라며도망쳐내려온이들이었다.
화과산꼭대기의신기한바윗돌에서태어난돌원숭이손오공은72가지술법에통달한뒤세계곳곳을들쑤시면서소란을피운다.가령용궁에가서는‘마음대로길이를늘였다줄일수있는몽둥이’여의봉을손에넣는가하면,저승을뒤집어놓고는모두의타고난수명이적힌생사부에서자신은물론의형제들의이름을지워불사의몸이된다.이렇듯거리낄것없이자유롭게활개치며자신의힘을과시하던손오공이지만,‘뛰어봐야부처님손바닥안’이라결국석가여래에게굴복하고모험에합류하게된다.더구나금테긴고아를머리에쓰게되면서제멋대로행동할때마다삼장법사에게제압당한다(때로는삼장법사의오해탓에손오공이긴고아로고통받는억울한처지에놓이기도한다).
이에대해저자이경덕은여의봉이자유를,긴고아가구속을상징하며,특히긴고아는인간의문화화과정을보여준다고말한다.인간은자신의자유를누리면서도타인의자유를침해하지않는‘인간의도리’를배워나간다.그렇다면모험끝에‘깨달은자’가된손오공이긴고아를벗는장면은,외부의제약없이도지나치거나모자람없는자유의경지에이르렀다해석될가능성을열어둔다.이처럼신화학자의시선에서『서유기』를깊이있게검토함으로써다채로운독법을제시하는것또한이책의매력이다.

『삼국지』보다먼저읽어야할동양의고전

『서유기』는『삼국지』『수호전』『금병매』와더불어중국의‘4대기서’로꼽히는고전이다.각기흥미로운성격을지닌이4대기서중에서,저자는『삼국지』보다먼저읽어야할고전으로『서유기』를꼽는다.그이유는무엇일까?난세에각지에서일어난영웅이사람들을모아나라를세우고온갖병법으로속고속이며각축전을벌이는것이『삼국지』의주제라면,개인이자아를실현하고훌륭한인격을갖춘사람으로성장하기위해서는어떻게해야하는지를다룬소설이바로『서유기』이기때문이다.『서유기』를통해삶의지침을세우고나서,세상으로나아가타인들을마주하기를권하는저자의제언은독자들에게깊은울림을준다.
이책의「에필로그」는모든대중이한자리에모여합장하고염불을외는『서유기』의마지막장면을보여주는것으로끝맺는다.여기서‘모든대중’이라는말이가리키듯『서유기』의진짜주인공은바로우리이며,이는곧『서유기』라는모험의끝에서우리가새로운모험을시작할차례임을암시한다고저자는말한다.한편의거대한이야기속으로즐거운모험을떠나기에,이책은좋은시작이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