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시장 : 설재인 연작소설집

월영시장 : 설재인 연작소설집

$16.00
Description
“그냥 사람, 인간, 그거잖아. 왜 사랑해?”

도깨비방망이처럼 펜을 휘두르며
통통 튀는 이야기를 쏟아내는 작가,
설재인 첫 연작소설집!
모퉁이마다 튀어나오는 사랑스러운 무법자들
그 종잡을 수 없는 마주침이 다감한 마중처럼 느껴지는 곳으로

넓은 보폭으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독자와 만나고 있는 작가 설재인의 첫 연작소설집 『월영시장』이 출간되었다. 2019년 출간한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을 비롯하여 소설집 두 권, 장편소설 열한 권, 산문집 한 권을 펴내는 등 엄청난 빠르기로 움직이는 작가의 펜은 풍성한 이야기를 뚝딱 내놓는 도깨비방망이를 닮았다. 창작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재미’를 꼽으며 매일매일 글을 쓰는 꾸준함을 지닌 작가이기에 가능한 속도일 것이다. 이토록 놀라운 힘과 재주를 가진 작가 설재인의 이번 연작소설집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오래 지켜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테마에서 시작되었다.

평생 무언가에 꽂혀 눈깔을 가운데로 몰며 살아왔다. 그 대상은 자주 바뀌었다. 오래 지속된 것도 빠르게 사그라진 것도 있으나 공통점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상에 쉽게 매료되고 충동적으로 빠져들어서는 맹목적으로 사랑했다. 돈도 버리고 직장도 버리고 길도 없는 곳을 향해 핸들을 휙휙 꺾어대서, 나를 잘 아는 이들은 내가 무언가에 빠져든 것을 감지하면 제일 먼저 말한다. 쟤 또 큰일 났네, 이번엔 또 뭘 포기하려나. (놀라지는 않는다.) 그 정도로 사랑을 한다. 하여 유정한 사람이다.
-산문 「시장이랑 아기를 낳을 수 있다면」에서

고등학교 수학 교사의 삶에서 아마추어 복싱 선수이자 소설가의 삶으로 건너온 작가의 특이한 이력은 무척 파격적인 듯 보인다. 그러나 설재인에게 이러한 궤적은 ‘좋아하는 마음’으로 매끄럽게 이어져 있는, 놀라울 것 없이 일관된 흐름이다. 그러므로 어떤 대상을 열렬히 아끼고 사랑하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설재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며, 이렇게 탄생한 인물들은 서울 가장 서쪽에 자리한, 작은 공항과 인접하여 비행기가 정수리 바로 위를 날아다니는 ‘월영시장’에서 나날이 서로 부딪으며 살아간다. 이들은 “당연할 것이라 굳게 믿었던” “원리를 멋대로 던져 산산조각 내는, 무법자”(「딸램들」)처럼 튀어나와 시장 골목은 물론 상대의 마음속까지 헤집는다. 예측도 대비도 할 수 없는 이러한 마주침이 어쩐지 진진한 세계로의 흔연한 마중처럼 느껴지는 까닭은 이 무법자들이 친밀하고 애정 어린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저자

설재인

저자:설재인

소설집『내가만든여자들』『사뭇강펀치』,장편소설『세모양의마음』『붉은마스크』『너와막걸리를마신다면』『우리의질량』『강한견해』『내가너에게가면』『딜리트』『범람주의보』『캠프파이어』『소녀들은참지않아』『별빛창창』,산문집『어퍼컷좀날려도되겠습니까』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딸램들
모질의역사
바라보는마음
돌닮은당신
달리기뿐

에필로그

산문|시장이랑아기를낳을수있다면

출판사 서평

“그냥사람,인간,그거잖아.왜사랑해?”

도깨비방망이처럼펜을휘두르며
통통튀는이야기를쏟아내는작가,
설재인첫연작소설집!

모퉁이마다튀어나오는사랑스러운무법자들
그종잡을수없는마주침이다감한마중처럼느껴지는곳으로

넓은보폭으로다양한장르를아우르며독자와만나고있는작가설재인의첫연작소설집『월영시장』이출간되었다.2019년출간한소설집『내가만든여자들』을비롯하여소설집두권,장편소설열한권,산문집한권을펴내는등엄청난빠르기로움직이는작가의펜은풍성한이야기를뚝딱내놓는도깨비방망이를닮았다.창작의가장큰원동력으로‘재미’를꼽으며매일매일글을쓰는꾸준함을지닌작가이기에가능한속도일것이다.이토록놀라운힘과재주를가진작가설재인의이번연작소설집은“무언가를좋아하는마음을오래지켜나가는사람들의이야기”라는테마에서시작되었다.

평생무언가에꽂혀눈깔을가운데로몰며살아왔다.그대상은자주바뀌었다.오래지속된것도빠르게사그라진것도있으나공통점은사람이아니라는것정도.누구도예상치못한대상에쉽게매료되고충동적으로빠져들어서는맹목적으로사랑했다.돈도버리고직장도버리고길도없는곳을향해핸들을휙휙꺾어대서,나를잘아는이들은내가무언가에빠져든것을감지하면제일먼저말한다.쟤또큰일났네,이번엔또뭘포기하려나.(놀라지는않는다.)그정도로사랑을한다.하여유정한사람이다.
―산문「시장이랑아기를낳을수있다면」에서

고등학교수학교사의삶에서아마추어복싱선수이자소설가의삶으로건너온작가의특이한이력은무척파격적인듯보인다.그러나설재인에게이러한궤적은‘좋아하는마음’으로매끄럽게이어져있는,놀라울것없이일관된흐름이다.그러므로어떤대상을열렬히아끼고사랑하는인물들에대한이야기를들려주는것은설재인이가장잘할수있는일이며,이렇게탄생한인물들은서울가장서쪽에자리한,작은공항과인접하여비행기가정수리바로위를날아다니는‘월영시장’에서나날이서로부딪으며살아간다.이들은“당연할것이라굳게믿었던”“원리를멋대로던져산산조각내는,무법자”(「딸램들」)처럼튀어나와시장골목은물론상대의마음속까지헤집는다.예측도대비도할수없는이러한마주침이어쩐지진진한세계로의흔연한마중처럼느껴지는까닭은이무법자들이친밀하고애정어린얼굴을하고있기때문이리라.

예고없이나타나한데섞여드는모난마음들
지지고볶이며둥그레지는시장통풍경

시장을빼곡히채우고있는가게와좌판들에서는온갖것이오간다.이때오가는것은돈과상품만이아니다.밥을먹고장을보고구경을하고산책을하는길의갈피마다사람이끼어들어있기에마음또한함께오고가기마련이다.다만한가지다른점이있다면,값을치르고재화를구매하는일은상호합의하에이루어지는교환이지만마음의경우그렇게굴러가지않는다는것.어떤이의마음은타인의마음주위를이리저리쏘다니다가별안간그속으로불쑥들어가고는한다.
「모질의역사」에서‘정한’의마음을비집고들어온것은애니메이션〈무크와무이〉시리즈다.갈라땋은머리와주근깨그리고초록색튜닉이특징인쓸쓸한침엽수림의요정‘무이’를사랑하게된정한은마침내제안으로그를불러들여코스어‘쥰’이된다.쥰은“태어나자마자불의의재난으로헤어진쌍둥이”인무크를,그리고무크를품고있는‘심파이’를만나기위해오랜은둔을깨고집밖을나선다.
「바라보는마음」에서는‘명규’의가게르앙구제를주축으로여러층위의맞닥뜨림이교차한다.강아지였던전생의기억을가진채태어난아기고양이‘꼬봉’은전주인명규와다시함께하기위해르앙구제환풍구에올라가삐악삐악울고,명규의헤어진연인‘솔’은휴일을맞아닫아걸어둔가게셔터를꽝꽝두드린다.그리고솔앞에는연이끊겼던동생‘원형’이,구제원피스에코딱지처럼묻어있던혼‘시즈코’앞에는30년전첫사랑의혼이붙어있는카디건이우연히등장한다.상처를주고받았던이들은제대로헤어짐으로써,서로를잊지못한이들은재회함으로써다시금가까워진다.
「돌닮은당신」에서월영합기도관장‘강산’이새로들인외국인사범에게는강산의것과같은최씨성과‘영’이라는이름이붙는다.처자식을고향에두고타지에온만큼“최영장군님의의지를받들어,황금보기를돌같이하”며묵묵히오래오래일하라는뜻에서다.국적은다르지만같은성씨를공유하고,번역기로불완전하게나마기러기아빠로서의경험과감정을나누며서로를이해하는영과강산의모습은점차가족이라는단어를연상시킨다.
사람의마음은거래의원리를따르지않는다.당사자가원하지않아도시작될수있고,무언가를주었더라도아무것도받지못할수있으며,기대와다르게흘러갈지언정쉽게무를수없다.누군가의마음이또다른누군가의마음에들어가는일은결국일종의침범과도같다.그러나침범되지않으면만날수없고만나지않으면행복에가닿기어려우므로,소설속인물들은언제나자신들도모르게마음의틈을살짝열어놓는다.그틈으로엿보이는것은치열하게불화하고화해하며조금씩모서리가깎여나가둥그스름해진마음들이자아낸,“얼렁뚱땅해피엔드”(「바라보는마음」)다.

누군가의손을맞잡아본아이는
손내밀줄아는어른이된다

작은아이들은아무래도인근다른곳보다월영시장안에서안전했다.물건을좌판에놓고목욕탕의자에앉은상인들,허리가고부라진노인들,시장이가장큰놀이터인강아지들.그모두보다아이들의눈이더높은곳에있기때문에.시장밖에서사람들은아래를잘보지못했고그래서허리춤까지밖에오지않는애들을밀치고걷어차며지나가기일쑤였다.그러나시장에서는그러지않았다.
―「에필로그」에서

충분하고온전한돌봄아래자라나는아이가과연몇이나될까.모두에게는저마다어린시절채워지지못한결핍과해소하지못한응어리가있는법이고,월영시장의아이들역시그렇다.그리고낮고완만한이시장안에서아이들은,또비슷한눈높이의존재들은서로를발견하고손을잡는다.
「달리기뿐」에서‘하민’에게손을내민이는독특한옷차림으로리어카를끄는‘스타할매’다.점점무너져가는엄마와단둘이살면서또래의따돌림을견뎌야했던하민에게스타할매는군것질거리를사주고합기도장에다니게하고바세린통을건넨다.스스로찻길에누워차바퀴가제몸을깔고가도록하지않았더라면언젠가“할매의손을잡아줄수있는,할매와딱붙어걸을수있는누군가”로클수있었을지문득궁금해졌을때,하민의혼은마침내손내밀줄아는어른으로빠르게성장하지만이내육신은그치고만다.
월영시장에는죽지않고살아남은아이들도있다.「딸램들」의‘동지’는“태어나서부터포차에서취객들을마주하며성장”한자신과같은아이들을보살피겠다는일념으로유아교육과에진학하며“애들이나중에커서막,내인생구해줘서고맙다고줄줄이찾아오는그런어른”이되리라다짐한다.그러나막냇삼촌이놓고간사촌동생‘동윤’은생각과달리잘챙겨주려“애를쓰면쓸수록”동지의심기를거스르며냉담하게군다.이에동지는“자신또한준애정에대한보답을원하는사람,마음다치는일은싫은보통사람”이라고생각하지만,“손은뇌가말하는바와다르게행동”하며끈질기게동윤을쫓아다닌다.
누군가에게손내미는이들이꺼내보이는사랑의모양은마냥예쁘지만은않다.사랑은상대의뾰족하고두툴두툴한구석까지끌어안아야하는일이므로,오히려조금헌듯한모양에가깝다.그러나너절해질지언정결코닳지는않는검질김또한사랑의특성이기에,이들은내민손을결코거두지않는다.손과손이마주잡힐때까지,서로서로지탱해줄수있을때까지,“꺼지란말”이“안아달란말의유의어”(「에필로그」)가될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