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의 가게

마은의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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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서수

저자:이서수
2014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젊은근희의행진』『엄마를절에버리러』,중편소설『몸과여자들』,장편소설『헬프미시스터』『당신의4분33초』등이있다.젊은작가상,이효석문학상,2023젊은작가상,황산벌청년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
먹고살게없는서른일곱이되어

보영│가성비높은삶
마은│어서오세요마은의가게입니다
보영과마은│21세기건달들
마은│구전설화처럼
보영│촉발
마은│일어난일과일어나지않은일
보영│한계를긋고지우는일
마은│그리하여오래오래

에필로그
삼색이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반가운얼굴이와주길
시시하고정다운대화가오가길
서로의내일을지키는마음이모여있는곳

어서오세요
마은의가게입니다
황산벌청년문학상,이효석문학상,젊은작가상수상작가이서수의세번째장편소설

시대의부조리를꿰뚫는예리한시선,생동감넘치는캐릭터와문장으로청년들의삶을진솔하게담아낸이서수의세번째장편소설『마은의가게』가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되었다.“한국문학을한단계비약시킬중요한자산”(제6회황산벌청년문학상심사평)이라는호평을시작으로작품의문학성과대중성을두루인정받아온그는“모든면에서완벽에가까운”“엄청난공력으로이뤄진탄탄한”(이효석문학상심사평)소설을쓰는작가로자리매김하며한국문단이가장주목하는젊은작가중한사람이되었다.어디선가마주쳤을법한인물들의가장내밀한이야기는‘당신’의이야기가아닌‘우리’의이야기로읽히면서보편의정서에한걸음더다가선다.택배상하차,플랫폼노동자,일용직근로자등‘월급사실주의’동인이기도한이서수가그려내는작품속캐릭터들은당장의현실과노동의현장을선명하게그려내며독자들의공감과지지를얻고있다.“여성자영업자가겪는두려움과자괴감,이를극복하게하는사랑과연대”(「작가의말」)를개인의내밀한이야기를통해보편적으로그려낸이번작품은,개인의불안함을길어올리는데그치지않고나와비슷한감정을느끼는이웃들을발견해나가는과정을보여줌으로써서로연대하고화합하며삶의반경을넓혀나가는인물들의밝은내일을조명한다.
『마은의가게』는직접카페를창업하고팬데믹과함께문을닫아야만했던작가의지난경험이고스란히담긴장편소설로,『당신의4분33초』『헬프미시스터』등현실의갑갑하고어두운면을조명하면서도결코위트를잃지않는이서수표장편소설의미학이집약된작품이다.이서수의작품속인물들은저마다다른삶에대한불안요소를안고살아간다.안정적인보금자리를확보하지못한데서오는‘주거불안’부터언제든지내가아닌다른사람으로대체될지모른다는‘고용불안’오랫동안믿고따르던사람의낯선순간을발견했을때오는‘관계불안’까지.첫소설집출간직후인터뷰에서“더나은미래를위해서우리가할수있는게없을까.그런방법을생각해보려고노력하”고있다고밝힌작가가지금의현실을딛고다시또살아가야만하는인물들에게단편적인위로가아닌구체적인힘을실어주고자한다.그마음은혼자카페를운영하는여성자영업자‘마은’과만년경리가아닌재경팀대리로스텝업을하고자하는‘보경’의고단한일상을병치시켜보여주며.타인의불안을껴안음으로써실현가능한단단하고건강한연대로한발짝다가선다.

불안정한일상에비상벨을달아주는마음들
애써말하지않아도고개를끄덕이는사람들

서른일곱의‘마은’은하고많은일중에서왜하필장사냐는엄마‘지화씨’의물음에먹고살게없어서그렇다고대답한다.이혼한남편공가철씨의빚쟁이들로득실대던서울을벗어나이제막연고도없는울산에반찬가게를차린지화씨가보기에모아둔돈도,내세울만한경력도없는딸의처지는딱하기만하다.그런엄마의마음을모를리가없는마은은고시원과다를바없는리빙텔마저정리하고당분간은가게에서먹고자야한다는자신의처지는끝끝내숨긴다.이십대를투신했던연극판과마지막직장이었던학원은그만두면돌아설수있었지만,이곳‘마은의가게’는답답한일을눈감고모른척할수도,가게만두고멀리도망칠수도없다는것을알기에다시한번마음을다잡는것이다.지금의내가할수있는최선을다하는것.쉬는날없이아침부터밤까지일하면서도마은은자신의최선이자꾸만부족하게느껴진다.그래서일까,우연히마은의가게를찾은‘보영’의눈에는본인도이제막카페를열었으면서다른카페의안위를걱정하고,다른곳에서납품받아도될법한디저트하나까지도직접만든것만고수하는여사장마은이신기하기만하다.하지만보영은낯선자신의끼니를챙기는마은의다정함과카페에서찐감자를팔고싶다고말하는엉뚱함에차츰마음을열게되고그렇게두사람은서로의하루에안부를묻기시작하면서점차가까워진다.

“혹시저녁먹었어요?”
“아니요.”
“나랑컵라면먹을래요?오늘은손님안올가능성이커서요.작은숲도일찍닫았고.”
“작은숲이닫았으니까여기로올수도있죠.”
내말에마은사장은멈칫하더니말했다.
“그럼맞은편편의점에서먹을래요?손님이오는지지켜볼수있으니까.”(p.104)

마은은단골손님보영뿐만아니라손님이뜸한시각이면찾아와긴수다를늘어놓는옆가게꽃집사장채영씨,처음만났을때부터마은의끼니부터챙겼던카페사장솔이씨,고시원에서부터끊임없이무언가를나누어주려했던정미언니까지혼자카페를운영하는자신에게비상벨을꼭달아야한다고신신당부하는친구들의마음에기대어차근차근가게를일구어나간다.각자하는일도살아가는방식도제각각인인물들이오늘을살아가는불안을나누면서도상대에대해캐묻지않고천천히고개를끄덕이는모습은옆에누군가있다는사실만으로도서로가연결되어있다는사실을감각하게만든다.작품속인물들은자신들의우정을과시하거나따로시간을내어무언가를하려애쓰지않는다.
『마은의가게』가보여주고자하는사랑과연대는뜻을하나로모으는일에의미가있는것이아닌,서로의존재를오롯이받아들일때비로소가능하다는것을의미하기때문이다.마은은예기치못한상황에서보영의남자친구주호로인해자신의일상에균열이생기고마음에생채기가남게된순간에도외려보영에게“누군가를믿지못하게되지않았으면좋겠”(p.219)다고말한다.마치우리의일상을무너뜨리는것이‘집’이아닌‘방’이라부르는고시원에서의생활도,잘알고있다고생각한친구의낯선모습도아닌바로내가아닌타인을믿지못하는마음이라는것을잘알고있는사람처럼.이렇듯누군가가던진돌이마은과보영의일상을잠시간불안하게만들순있어도그들의관계를끝끝내허물어뜨릴수없다는점역시삶의고단함을정면으로응시하되단한명의일상도함부로결론짓지않는이서수소설의미덕을보여준다.

우리의삶이결코혼자일수없다는사실은
이서수의소설을반드시환한곳으로나아가게한다

“나는내딸을지킬거라고.그러니까두번다시나한테연락하지말고너한테도연락하지말라고.한번만더연락하면,칼들고가서배를찔러버릴거라고.”
“……설마재후얘기야?”
“그래.”
“엄마가그랬다고?”
“그래……엄마착하고순한사람이아니야.너희아버지가나보고착하고순한사람이라고말했을때내가얼마나속상했는지아니.얼마나펑펑울었는지알아?나는착하고순한사람아니야.그런사람으로안살아.”(p.239)

시도때도없이‘마은의가게’앞을배회하는강봉호와동네홍반장을자처하며사사건건간섭하는변일구.불꺼진가게앞에서담배를태우고지나가는낯선이의그림자까지.가게가곧집터이자일터인마은의일상은“출입문손잡이에노끈을칭칭감은뒤테이블다리에연결해묶”(p.110)고나서야비로소잠깐눈을붙일수있을정도로불안하기만하다.자신을괴롭게만든학원아이들보다더잔인했던원장과마은의상처를무기로겁박했던전애인재후가한말들역시깨지지않는악몽처럼여전히남아있다.그런마은을속절없이무력하게만드는것은자신의말을무시하는사람들의마음을헤아리다스스로에게서문제점을발견하려하는자기자신이다.마은에게인간관계는어릴때다락방에서들었던귀신소리처럼영영혼자만이감당해야하는것처럼여겨진다.하지만마은과엄마의든든한버팀목이지만정작본인은살아가는내내자신과불화했던경화이모의고백을통해마은은그기나긴시간을빠져나온게결코혼자가아니었음을깨닫게된다.경화이모가자신을괴롭힌학원아이들을찾아갔었다는것과재후의증발이엄마지화씨로부터비롯되었다는사실을알게된것이다.자기자신도모르는시간속에서도우리가서로를돌보며삶을지탱하고있었다는것을.이제더는타인을향한의심을거두기가어렵다는보영의말에그럼에도믿음을저버려선안된다는마은의말은엄마지화씨의강인함과경화이모의연약함그리고친구들의사랑과연대가있었기에가능했다.살아가며또다시번복해서상처받을것을알면서도믿음에관하여말하는『마은의가게』는우리가그토록바라던사랑과연대의장이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