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딸, 애도의 글쓰기 : 유르스나르, 보부아르, 에르노

어머니와 딸, 애도의 글쓰기 : 유르스나르, 보부아르, 에르노

$18.00
Description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은밀한 애도
시몬 드 보부아르, 회복의 애도
아니 에르노, 애도의 글로 부활하는 어머니

글 쓰는 딸들이 언어로 직조한 애도의 방
때로는 사랑했고 때로는 두려워했으며,
선하면서 악했던 어머니,
현존하는 혹은 부재하는 어머니.
이 특별한 타자를 장례 치르는 그들의 방식

문학적이면서 정신분석적인 접근 방식으로 전문가와 일반 독자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연구를 이어온 프랑스 문학 연구자이자 세르지파리 대학교 교수인 피에르루이 포르의 『어머니와 딸, 애도의 글쓰기-유르스나르, 보부아르, 에르노』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여자인 ‘나’는 어머니의 “분신이면서도 별개의 존재”이기에 어머니의 죽음은 나의 정체성을 뒤흔든다. 나의 일부이자 존재의 뿌리, 어머니가 없는 세상을 어머니가 있던 세상과 똑같이 살 수는 없다. 잘려 나간 그 존재의 무게만큼 내면의 무게도 달라지고 세상의 무게도 달라진다.
영혼이 흔들리는 ‘상실’ 앞에서, 남겨진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애도’를 거쳐야 한다. 애도는 단순히 슬픔을 마무리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어머니)”가 없는 세상에서 존재의 방식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딸들은 ‘글쓰기’를 통해서 상처의 근원으로 돌아가 살아갈 힘과 지혜를 구한다. 애도는 자기 구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세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그 일을 해냈다.
저자

피에르루이포르

저자:피에르루이포르
20~21세기프랑스문학연구자로세르지파리Cergy-Paris대학교교수이다.『마르그리트유르스나르―1903년6월8일어느월요일』(2004),『시몬드보부아르』(2016),『아니에르노―글쓰기에대한헌신』(2015),『에르노』(2022)등마르그리트유르스나르,시몬드보부아르,아니에르노의작품들에대한깊이있는연구서를냈다.정신분석적방법을수용하면서문학적깊이를지닌작품분석을시도한다는평을받는다.
또한‘애도’에대해지속적으로관심을갖고연구하여『어머니와딸,애도의글쓰기―유르스나르,보부아르,에르노』(2007)와『이름없는애도.상실에관한현대적글쓰기』(2023)를출간했다.

역자:유치정
서울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아폴리네르시연구로석사학위를,모리스블랑쇼비평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서울대학교에서강의를하고경희대학교학술연구교수로재직중이다.문학과철학,문학과정치학,사학등이교차또는융합되는지점에관심이깊다.
지은책으로『독서클럽―함께읽는프랑스문학』(공저)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프랑스식전쟁술』『빈센트반고흐』『파울클레』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금기가된죽음과애도에관하여
서론애도의표시로글을쓰다
I.애도
II.여성의삶에서“가장가슴찢어지는상실”?
III.어머니에대한애도그리고여성적글쓰기?
1장마르그리트유르스나르,또는은밀한애도
I.『경건한추억들』,은밀한애도
II.『알키페의애덕』―소네트와애도
2장시몬드보부아르,또는회복으로서의애도
I.“그리고끝이났다”
II.장폴사르트르와프랑수아즈드보부아르의죽음
3장아니에르노,애도에서영광의육체로
I.“두기슭사이에서”
II.전도된모녀관계
4장죽음의장면
I.기억의단위로서의장면들
II.시신
III.장면의서술자
5장애도의작동
I.유해들의죽음의도식
II.내어머니,돌아가신분―복수의시간성
결론검은대륙,죽음의대륙

감사의말|참고문헌|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누가애도를두려워하랴”
애도의장소로서의글쓰기

“소중한누군가가사라지게되면,우리는살아남은죄에대해고통스러운회한을무수히느낀다.”_시몬드보부아르『아주편안한죽음』에서

슬픔의유효기간은얼마일까?애도의기간은얼마가적당할까?왜,어떻게애도를해야하는가?서양에서는오랜시간죽음에대한논의가금기시되어왔다.죽음을회피하고,은폐하고소외시켰다.오늘날은짐짓달라보인다.“웰빙”을넘어“웰다잉”에관심을갖는시대이지만,그것은“죽음”의주체에대한것이며,남는자들에대한고찰도,이해도여전히충분히이루어지지않는다.
애도의과정은,상실한대상에대한기억을돌아보면서,상실한대상과함께한기억의일부를자아로동화시키는‘내면화’의과정을거친다.저자피에르루이포르는어머니의죽음을마주하고쓴세여성작가들의작품,마르그리트유르스나르의「죽은여인을위한일곱편의시」(1930),『경건한추억들』(1974),시몬드보부아르의<아주편안한죽음>(1964),아니에르노의『한여자』(1987),<나는나의밤을떠나지못했다>(1997)를분석하며,글쓰기자체가애도의과정이라는사실을드러낸다.작품의형성글쓰기는회복의절차이고,작품이라는실체는회복의증거라고설명한다.
이텍스트들은각작가의개성과시대,삶의여정과미학적차이에도불구하고어머니에대한애도의글이라는점에서일치한다.이작품들은어머니라는특별한타자를장례치르는방식이다.버지니아울프의표현을빌리면,세사람은모두일시적으로나마“자기만의방”을“장례의방”으로만들었다.저자는이들의글쓰기가“분리에이르기위해애착을증가시키는방법”이라는사실을발견한다.

가장원초적인관계,“어머니와딸”
마르그리트유르스나르,시몬드보부아르,아니에르노
글쓰는딸들의애도의글쓰기

나에게어머니는언제나존재해계신분이셨고,어느날인가,곧,어머니가돌아가시게될거라는생각을진지하게한적은결코없었다.어머니의죽음은,어머니의태어남이그런것처럼,신화의시간속에위치해있었다._시몬드보부아르『아주편안한죽음』에서

저자의‘애도’에대한관심은프로이트의애도이론에대한공감과비판에서출발한다.프로이트는애도를연인이나친구,부모와같은개인적애정의대상이사라져버린후남은자의내면에서나타나는심리적과정으로설명한다.즉“애도는사랑하는사람의상실,또는사랑하는사람과같은위상에둘만한추상적인것,조국,자유,이상과같은것의상실에대한정상적인반응”인것이다. 프로이트의애도이론은“상실로인한슬픔과고통을극복하고일정시간이후일상으로적응해나가는정상적인상태”“대상에게집중되어있던리비도를철회함으로써자신의일상을회복하는과정과결과”로요약될수있다.이책의저자는프로이트에공감하지만프로이트가무시한듯이보이는여성영역의애도,‘가장원초적인관계’인어머니와딸의관계를탐구한다.그러므로작가인딸들이쓴애도의텍스트는여성적세계에대한탐구가되기도한다.
태어난지열흘만에어머니를여읜유르스나르는어머니의부재가중요하지않다고끊임없이말하면서도그녀의자서전3부작중첫번째『경건한추억들』은그녀의어머니를중심으로구성되고,상실과후회의감정을지나서평온함에이르는과정을보여주는유르스나르의소네트들은‘글’이라는매개를통해서‘삶의길’을여는모습을보여준다.
시몬드보부아르는그토록가까운존재의병든육체,그리고죽음앞에서우리가얼마나초라한지를생각한다.당대에금기였던주제,‘죽음’과‘노년’의문제를결부해사유하면서어머니의고통에공감하고보살피는마음을배웠고,육체적무력과고통에도불구하고인간이존엄하다는사실을배운다.시몬드보부아르에게‘애도’는‘회복의애도’이다.
아니에르노는텍스트속에서세상을떠난어머니와함께살아감으로써어머니에게새로운생명을부여하고‘삶과죽음’사이라는고통의시공간을빠져나온다.또한애도의글쓰기는어머니에대한진실추구인동시에신앙심깊었던어머니에게‘영광의육체’를부여하는일이다.기독교적인의미에서영광의육체가최후의심판일에부활의영광을누리는,영적인의미의몸이라면,에르노가어머니에게부여한영광의육체는언어적차원에서형성된다.

메멘토모리

세명의뛰어난작가는글쓰기를통해어머니의죽음을받아들이고애도의작업을완성한다.이를통해상실의고통을완화하고,다시살아갈힘을구한다.애도의글쓰기는사라진존재들을지우는방식이아니라작품안에담아내는방식,죽음과어머니의무게를작품에‘안고가는방식’을통해서평화에이른다.
어머니를잃은딸은자아,자기정체성,어머니와맺은관계등에대한근본적인질문을던진다.‘상실’은애도의글쓰기속에서변화한다.작가인딸들은대담한시도속에서어머니와맺은복합적인관계를드러내는데,그들이어머니를작품에서강렬하게불러들인것은,그만큼어머니를잘보내드리기위해서다.어머니를보내드리기.어머니를잊자는것이아니라,어머니가다른곳에서살아가도록하기위한일이다.

순리대로일어난혈육의죽음,상실의아픔이이런데,순리를벗어난자식의죽음,그상실의고통은어떻게견디고위로할수있을까?역자후기를쓰는내내,괴롭고착잡했던까닭이다.따라서어떤애도는공동체의가능성,사회적정의에관한질문이된다.무고한타인의죽음에책임이있는자들이상실의슬픔을짓밟는모습을지켜보는고통과수치는사회구성원의몫이될것이기때문이다.[……]이들애도의글쓰기를번역하면서인간의‘존엄’은어머니와딸,원초적인인간관계를통해배우게되는경험이라는사실을깨달았다.존엄의자각은,혼자서는다알수없는,공동체적경험이다.메멘토모리._「옮긴이의해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