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남자

개구리 남자

$18.00
Description
“사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어?”

제4회 젊은작가상 대상 작가 김종옥 9년 만의 신작 소설집
우물 바깥의 이상을 좇는 순수한 욕망
절망과 회상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서늘한 우연들

때로 너무 재밌는 이야기는 끝나지 않길 바라기도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끝이 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것이 이야기인 한, 끝을 잘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작가의 말’에서

시대적 문제를 짚어내고 섬세하게 현상을 사유하는 작가 김종옥의 두번째 소설집 『개구리 남자』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201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거리의 마술사」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이듬해 등단작으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그는 “이 시대에 가장 뜨겁고 민감한 문제에서 출발해 어두운 하늘로 찬란하게 솟아”오른 “젊은 문학의 폭죽”(성석제)이라는 평을 받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2015년 첫 소설집 이후 9년 만에 펴내는 이번 소설집에는 미발표작 한 편을 포함해 총 아홉 편의 작품이 실렸다.
전작 『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문학동네) 에서 부조리한 사회현상과 개인의 문제를 다루는 데 회상과 기억이 중요한 장치였다면 『개구리 남자』는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섬세하게 ‘응시’하는 것에서 출발해 문제 영역을 “개인 심리의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해나간다. 이 책에는 범죄에 연루된 가출 소녀(「골프백」),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중학생(「춤추는 소녀」), 스토킹(「스토커」), 청소년 파파카츠와 학교 폭력(「불타는 아이」)과 같은 사회적 문제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 강렬하고도 현실과 밀접한 주제를 진지하게 성찰하면서도 “일종의 연애소설”(김형중, 「해설」)처럼 남성과 여성 화자의 이야기를 덧대어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나간다.
또한 이번 소설집에는 제목에서 말해주듯 우물 안의 부조리한 현실에서 우물 바깥의 이상을 꿈꾸고 기어이 탈출을 시도하는 남성 화자들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며, 우물 밖과 안을 현실과 꿈에 빗대어 경계 짓거나 허물어버리기도 한다. 어둡고 지난한 현실 속 청춘들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로 흡인력 있게 그려낸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야기에는 항상 끝이 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작가의 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의 끝을 쥐고 겹겹이 쌓아 올린 김종옥식 세계가 위태롭게 살아가는 우리 곁으로 다시 찾아온 것이다.
저자

김종옥

저자:김종옥
2012년『문화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과천,우리가하지않은일』이있다.제4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엘리베이터
골프백
스토킹
개죽음
춤추는소녀
다리위에서
불타는아이
톨게이트
개구리남자

해설이창異窓·김형중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저너머가꿈이고,이곳이현실인지도몰랐다”─환한도시와어둠의사건사이에선시선들

눈,응시,관음그리고라캉이말한‘시관적충동의장’과같은의미를내포하는‘시선’이『개구리남자』속인물들을움직인다.여성화자의말과그가걷는길을남성인물이관찰하듯좇는과정에서사건이벌어지므로여성이중요한이야기의축이라는점도인상적이다.

첫작품「엘리베이터」는강렬한인상을남기는짧은소설이다.엘리베이터안에서‘나’는다른층에서탑승한여인이내릴때까지그녀의모든것을관찰한다.그러나상대와눈을마주치며바라보는것이아닌엘리베이터벽면“금속판을통해서그녀를주시한다”.챙모자와클러치백,은은한향수냄새,몸의실루엣까지.10분후다시엘리베이터에서만난여인은남성이자신에게준시선을돌려주듯이렇게말한다.“당신이보지못한것을얘기해줄까요?”

「골프백」에는모순된시선이등장한다.형사송은철은범죄도구로사용된골프백의유통책이자가출소녀인한다경에게반한다.송은철은한다경에게자세한사건의내막이나골프백안에어떤것이숨겨져있는지에대해추궁하며형사역할에열중하는듯보이지만그의진짜시선은그녀에게쏠려있는것이다.조사실에서한다경과이야기한CCTV녹화본을집으로몰래가져와시청하는가하면,그녀와사랑에빠진것이아닌지골똘하게생각한다.

「스토킹」에는제목처럼관음하는시선이존재한다.선의와진실,피해자와가해자가불분명한이작품은학부조교인주경이대학행정조교인M에게찾아와자신이주경의전남자친구에게스토킹을당하고있다고고백하면서시작된다.M은총학생회로직접찾아가주경의전남자친구와대화해보기도하고,주경의귀갓길에멀찍이동행하며그녀를스토커로부터지키기도한다.자신은그저행정조교일뿐이므로이모든게과잉친절이라생각하지만주경의매력에이미빠져든그는수업시간에도그녀에게시선을뗄수가없다.

「춤추는소녀」의주희는직접마스크를쓰고아이돌커버댄스를춘영상을촬영해인터넷에업로드한다.승오는주희가학교계단실에서홀로춤추는모습을목격한후그녀와가까워진다.조회수가꽤높은그녀의영상을보며승오는어느새그녀의몸짓과몸에빠져든다.결국주희와비밀연애를시작한승오는덫에빠지듯인터넷에서도학교에서도그녀를향한욕망을멈출수없다.

「불타는아이」속진환의시선은그를수렁으로내몬다.수진에게호감이있는진환은그녀가과거피겨스케이팅선수였다는사실을알고있다.지금은평범한고등학생으로보이는그녀지만파파카츠,즉조건만남혹은원조교제라불리는활동을하고있다는것도알고있다.학교에서같은반윤기에게매일조금씩괴롭힘을당하던진환은그녀가스트레스에대한구원인듯그녀의뒤를밝으며대화하는상상을하기도한다.어느날그녀가들어간모텔방이어디일까추측하며건물을올려다보다그녀가방안창가에서있는것을본다.

『개구리남자』에서시선은뒤틀린현실을마주하는출발점이자그속으로진입하는통로이다.여성화자가남성화자의시선을끌어당겨문제의중심에밀어넣고충분히사유하게하는것이다.이플롯을설계한작가는“시관적충동의장이‘응시’에의해어떻게파괴될위기에처하는가를극화하는데능”(해설)하다.어떤지점에이르면흡사추리소설같은긴장감과흡인력으로독자를사로잡고,도처에숨어있던비극에시선을건넬수있도록안내한다.

“다잃기전에는여기를벗어날수없다.그러려고만들어진세계이니까”─우물안에서바깥을꿈꾸는청춘들

표제작「개구리남자」는청춘과사랑,그리고지독한염세주의에서벗어나기위한순수한열망이담겨있다.길을잃은청춘들에게통과의례처럼따라붙는이단어들은소설집전체를관통하는키워드이기도하다.대학생인‘나’는같은학원에다니고별로예쁘지않지만자꾸눈이가는‘그녀’와사랑에빠진다.둘은함께운동권시위를하며부조리와싸우고현실을좀더살만한세상으로바꾸기위해투쟁한다.날아드는화염병과쇠파이프를피하며‘옳고그름’에대해생각하던그에게이상은쉽게손에잡히지않고,현실에서도피하려도박에손을대다등록금을탕진해“때로꿈이현실보다끔찍했다.꿈이끔찍한현실을만들어냈다”며좌절하기도한다.

「톨게이트」에서운전학원에다니는‘나’는자신의상황처럼자꾸만시동이꺼지는차를몰며미숙하게나마액셀을조금씩밟아나간다.운전면허를취득하기위해도로주행교육을받는동안연인과이별한그는‘그녀’에게계속음성메시지를남기며미련을끊지못한다.면허를취득하면골목에차를세우고그녀와추억이담긴자판기커피를마시고싶다는소박한꿈을떠올리지만그녀는집이든회사든‘나’의전화를피할뿐이다.

「다리위에서」는시체한구가다리밑에서발견되는장면으로시작된다.다리는마치이승과저승사이를떠받치려는듯서있고,‘나’는시체가있던자리에래커로그린흰표시를바라보며죽은자와삶에대해이야기한다.이어서그자리를지키던헌병에게강물로뛰어든수많은사람과그들을살리기위한단5분의골든타임에대해이야기하다가연인이사는건물로찾아가불켜진그녀의집창을바라본다.

「개죽음」에서화자는죽은친구‘용진’과사랑하는‘제경’과의에피소드를교차서술하며방황하는청춘의모습을섬세하게묘사한다.흔히청춘을빛나는것,인생에서가장좋은때에비유하며아름답게포장하지만,작가는청춘이야말로가장치열하게현실과맞서는시절임을고백한다.세상을바꾸기위해,비루한현실에서탈출하기위해노력했으나좌절했던우리의경험이겹쳐지기도한다.어쩌면『개구리남자』에서우물을빠져나가는구체적인방법은찾을수없을지도모른다.다만작가가건네는서늘한듯다정한위로와사려깊은메시지가우물밖너머어딘가에서우리를바라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