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아
저자:이서아 1997년에태어났으며2021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검은말서울장미배달악단초록땅의수혜자들빨간캐리어사하라의DMZ푸른생을위한경이로운규칙들해설|런,리셋,리플레이·김보경작가의말
“나는이거리에홀로남아있고끔찍이고독해요.하지만나는매일매일훌륭하게살아남아요”퀘스트가난무하는어른들의세계를평정하러온명랑소녀들의고군분투기어쨌거나지구는늘지옥이었다.나무는절단당하고,사람들은초콜릿으로폭식하며,온도시에은빛건물과쨍한스크린이가득하다.터널은산의몸통을뚫고,하늘에서는설탕비가내리며,스크린은내눈에불빛총알을쏜다.―제21회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수상소감에서이서아의첫번째소설집『어린심장훈련』이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되었다.2021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에「악단」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한그는당시“한동안한국문학에서자취를감췄던,‘질주하는아이’‘무서운아이’의귀환”이라는평을받으며문단에“새로운아이의출현”(강동호)을예고했다.이후꾸준히활동하며“동화와누아르의독특한결합”(조효원)을멈추지않은그가등단작을포함한일곱편의소녀이야기를펼쳐보인다.이소설집은성숙한어른이되기를능동적으로거부하는여자아이로부터출발한다.주변어른들은그아이에게‘비정상’이라는꼬리표를붙이고얌전히규칙에따를것을명령한다.하지만마치어린짐승같은소녀들은어른의세계에편승하는법이없다.오히려“말처럼거침없이내달리면서도총알처럼정확하고빠르게표적에꽂히며독자에게쾌감을안겨준다”(김보경,「런,리셋,리플레이」).일곱편의소설에등장하는각각다른연령과배경을가진‘나’는작품이거듭될수록성장한다.이과정에서총?원숭이?새등이연결고리처럼배치되어마치한편의성장소설처럼읽히는것이이책의가장두드러진특징이다.작가는현실에놓인퀘스트를게임하듯흥미롭게수행해나가면서필요에따라다른차원의세계를넘나들며심장강화훈련을멈추지않는다.이용감하고천진한여자아이들의‘지옥에서살아남기위한무한질주극’으로독자들을초대한다.“지금당장검은말한마리를상상하시라.그것도맹렬히달리는놈으로”통제불가일곱아이의심장훈련법『어린심장훈련』속여자아이들은자기를즐겁게하거나불행하게하는것이무엇인지를본능적으로파악한다.[……]위계질서와명령,괴롭힘,폭력에굴하지않으며,자기를구속하는세계로부터탈주하며,자기혹은사랑하는대상을괴롭힌이들을응징하는데─비록응징에실패하더라도─거리낌이없다.─해설「런,리셋,리플레이」에서『어린심장훈련』에나타나는비극적세계관은대개‘보호자’라불리는가까운인물들이아이를억압하거나떠나가면서시작된다.어린주인공은같은시선에서이야기할수있는또래혹은다른어른과함께상상인지현실인지구분되지않는무대위에서자신을지키기위해저마다의총을움켜쥔다.「검은말」속‘나’는부모와함께고모부의장례식에참석하기위해미국에사는‘고모’의저택에방문한다.비행기안에서죽을듯한공포감을느낀‘나’는부모를곤란하게만들정도로한바탕소동을벌인다.고모의집에도착후저택밖으로펼쳐진광활한대지와저택안에놓인‘검은총’에매료된다.‘나’는상상력이풍부한어린소녀를편견없이바라봐주는고모와긴밀한대화를나누기도한다.고모가그린도면과선택지가나열된퀴즈형식의질문지는의뭉스럽게보이지만이후‘나’가스스로를돌아보고글을쓰게하는방아쇠가된다.「서울장미배달」은상처가득한심장을가진이들이조금씩자신의무대를찾아가는이야기다.과거‘어머니’가힘들게구한입장권으로서커스를관람했던‘나’는원숭이‘망고’와눈이마주쳐비명을지르듯우는바람에어머니와함께서커스장에서쫓겨난다.그리고이러한자신이평범하지않은아이이며부모에게짐이된다고생각한다.심리상담소를다니던‘나’는어느날그곳을탈출해발레학원수강생들을구경하다가“내가너라고불러도화를내지않은유일한”사람,‘리혜’를만난다.부잣집딸로우아하게발레를하는,자신과많이다른모습의리혜와가까워지고그녀의죽은오빠사진을본뒤에‘나’는그들에게친숙함을느낀다.「초록땅의수혜자들」의아이들은저마다의이유로폐공장에모여살며서로를지키기위해의기투합한다.‘나’보다한참언니인‘진희’는공장의사수였던‘선영’의시체가든관을훔치는가하면‘나’를성추행한‘공장장’그리고아이들을협박하는‘예술가’를응징할만큼용감하다.정체모를총성소리가난무하는마을속폐공장에서살아남기위해‘나’와선영은마치게임처럼복수대상을향해총구를겨누고트럭을돌진시킨다.「빨간캐리어」는탈주를거듭해도끝나지않는고통을새로운차원의형식을빌려그려냈다.‘나’는카지노의골프장에서일하는캐디다.엄격한규율속에인격모독이만연해있는골프장은죽더라도새로운몸에영혼을갈아끼우고아침이되면아무일없었다는듯일하게하는곳이다.‘707호캐디’와카지노에놀러간날,그곳에서‘나’는거대한모니터속에갇힌AI가또다른‘나’라는것을발견한다.‘나’를괴롭힌고객들을공으로만들어호수에빠뜨리던놀이가상상이아니었음을깨달은‘나’는골프채를쥐고그곳에서탈출할결심을한다.‘어린심장’을가진소녀들이성장통을겪는과정은험난하다.저마다무기를들고달려가지만지옥에서탈출하기는쉽지않고더크게울부짖을뿐이다.그러다자신을구원해줄신과통화하고싶어수화기를들기도한다(「초록땅의수혜자들」).이어린심장의주인인‘어린아이’는악당에게당해도복수하면되고노력하면지옥에서탈출할수있다는,무모한믿음과무한한상상력을가지고있다.시간이흐를수록더단단해진마음으로자신을지키며자유로워지는어린심장의아이들.환상과현실의경계를넘나들며울더라도총구를겨눌줄아는이서아식세계에서무럭무럭자라나는이들에게매료되지않기란불가능하다.“이게내가사는방식이었다.이렇게살때에만나는진실로살아있었다”내일의‘예쁜인생’을위한오늘의퀘스트달성하기『어린심장훈련』에는작가가던져놓은퀘스트들이계속해서등장한다.이야기를글로옮겨적을때지루해서는안되고(「검은말」),학교에불을지르되산과동물들을해쳐서는안되며(「악단」),친구를앗아간물속에잠기되반드시안전하게복귀해야한다(「푸른생을위한경이로운규칙들」).이임무들은소설속어른들이아이에게요구하는것과는다르다.현실세계의차별과규율,부조리와부당함으로부터자신을비롯한사랑하는모든것을지키기위한장치인것이다.주인공은나름의소신을가지고명랑하게주어진미션을하나씩수행해나간다.「사하라의DMZ」의배경은선작품의인물들이힘들게싸워당도한곳이사막한가운데임을암시하듯펼쳐진다.‘나’는친구‘바스마’와함께가이드의차를타고둘만의여행을즐길수있는‘프라이빗투어’를떠난다.그여행길의사막한복판에서‘아말’이라는의문의여성을만난다.그녀는자신의동생이죽어가고있다며차에태워달라고부탁한다.한국인인‘나’를조롱하던가이드는차에탄아말에게도무례하게굴고,참지못한아말이가이드를향해총구를겨눈다.이위험한상황에서‘나’는깨달음을얻은듯말한다.“누군가반드시총을쥐어야한다면,그건내가되어야했다.”이소설집의마지막작품인「푸른생을위한경이로운규칙들」속‘J’는‘나’에게더는죽고싶다는생각이들지않게해준“어른같지않은”어른이다.그는수영장에함께다니고동고동락할만큼‘나’와가까운사이었지만‘나’와사이가멀어진이후큰홍수로세상을떠난다.생전그는내게이런메시지를보냈다.“글열심히써./따뜻하고좋은글을써야한다./예쁜인생살아라.”이후‘나’는스쿠버다이빙을배우며수면아래에서죽음과삶을생각한다.이지옥같은세계를벗어나기위해숱한임무를수행해왔지만여전히제자리라고느끼던‘나’는상상속에서J와함께퀘스트를하나더만들어낸다.“너는아직어리니까행복하게살수있어./달리는열차도막아세울기세로/이지옥같은삶을벗어나야한다.”그러고나서생전의그가망망대해속에숨겨둔소중한것을꼭품에안은채,죽지않고물밖으로나가리라다짐한다.이소설집에는나름의목표를설정하고하나씩수행해나가는,목표를달성했다면그다음목표를설정하고이야기를써내려가는소녀들이있다.그리고지난한과정을일종의게임처럼경쾌하게뛰어넘는재기발랄함과목표를향해내달리는파괴적인에너지로이루어진이서아식세계가있다.드디어어른이되었으나여전히어린심장들을위해『어린심장훈련』퀘스트가우리앞에찾아왔다.이제나다운나,“예쁜인생”을찾기위한미션을수행할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