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생트의 정원

이아생트의 정원

$15.00
저자

앙리보스코

저자:앙리보스코
1888년프랑스남부아비뇽에서태어났다.아비뇽에서중등과정을마치고그르노블대학에서문학을전공한후프랑스,이탈리아,알제리의고등학교와대학에서언어와고전문학을가르쳤다.제1차세계대전당시지중해권역여러나라에서통역병으로종군했다.종전후이탈리아나폴리의프랑스문화원에서10년간강의하며첫소설『피에르랑페두즈』(1924)를발표했다.그후24년간모로코라바트에체류하며‘이아생트3부작’을여는작품『반바지당나귀』(1937)를썼다.1940년『이아생트』에이어1946년『이아생트의정원』을출간함으로써3부작의대미를장식한다.오랜해외체류끝에1955년귀국한보스코는니스와루르마랭을오가며,생의마지막날까지작품활동에전념했다.르노도상및아카데미프랑세즈문학상을수상하고,국가최고훈장에서훈되었다.1976년니스에서타계,루르마랭에묻혔다.

역자:정영란
서울대학교불어불문학과와같은과대학원을졸업하고프랑스파리10대학교에서베르나노스에관한논문으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1985년부터2021년까지한국방송통신대학교프랑스언어문화학과(전불어불문학과)교수로재직했고현재명예교수로있다.베르나노스의소설『어느시골신부의일기』,바슐라르의상상력연구서들『공기와꿈』과『대지그리고휴식의몽상』,보스코의소설『반바지당나귀』를우리말로옮겼으며,『프랑스현대소설연구』와『프루스트와현대프랑스소설』등의공저논문집이있다.

목차

보리솔

아르나비엘을통해서|보리솔에올라가는길은

나는거기서꽤멀리살고있다

그해는여름이|화요일밤이었다

과연매서운겨울이었다|그러던중|나는또한배웠다

나는4월의어느멋진날을택했다|마을로들어섰던게기억난다|우선거기서도아무도볼수없었다|귀가한것은밤이이슥해서였다

리귀제에돌아온후|모두그가돌아오길기다렸다|더나은향유가어디있으랴

원칙적으로아그리콜과나는|눈이내리고있었다|오래걸어야했다|거센바람은종일계속되었다|창너머아예자리를잡고서

일주일후|내계획은

시도니

그시절,농가우리집에는

제일먼저시도니가|내가늘식사하는식당은|오후가끝날무렵|

집안살림살이는|또다시|잔걸음으로

사흘간|아무기별도없어서|그다음날아무도

펠리시엔

우리가기다린건그저사흘간이었다|우리는신부님과서류를작성했다

언짢은사건들이

그런기이한거동에

이조무래기들과도거리를두고|날씨가쌀쌀해진

시골에서는|그날이후,며칠간|어느날아침일찍|그저놀랍기만했다|다행히도신부님이|신부님의편지는

농사일에|이처럼들이온통|4월20일|이튿날늦게야잠이깼다|그다음날은

뱀과별

펠리시엔은리귀제를떠났다

그렇게며칠이흘러갔다|집에돌아오기전|우리가오래기다릴필요는없었다

시도니와나,우리는|길은하나뿐이다|리귀제에돌아온건

허둥대는일없이|어느날밤

펠리시엔은내처잤다|나는신부님께|시도니도지켜보았다|어느아침동녘이트기조금전

그가어디서솟아나왔는지모르지만|자정무렵나는헛소리를해댔다

베르젤리앙신부님댁이었다

이야기하지않으련다

사건들이있은지3년후

그다음날아침

시프리앵의일기

이아생트의귀환
나는그큰공책을덮고|우리는이렇듯일주일을지냈다|이튿날아침

옮긴이의말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인간이희구하는가장오래된꿈이라할수있는잃어버린지상낙원.『반바지당나귀』에서는대지의생명체를길들여천국동산(신新정원)을건설하려는오만한마법사시프리앵노인의야심과거기걸려든두아이콩스탕탱과이아생트,그리고소년을후계자로삼으려다실패한시프리앵이소년의집에서기거하던고아소녀이아생트를홀려사라지면서끝을맺는다.이어실종된이아생트의밤길을아련히묻어둔밤의이야기(소녀의영적죽음및지옥에서의한철)인『이아생트』.마침내3부작의완결작인『이아생트의정원』에이르러오랜방황을끝내고마법사의주술에서벗어나참된사랑으로다시만나게되는그들.이책은애초콩스탕탱을후계자로삼으려다좌절하고‘펠리시엔’이라제멋대로이름붙인소녀를데려가천국동산을흉내내려던야심가시프리앵의계획이실패로돌아간후비로소이땅위로,사람들곁에착지해귀환을시작하는소녀이아생트의여정을내밀하고도섬세한필치로그려내고있다.그길은곧책의제목이기도한‘이아생트의정원’으로향하는여정이기도하다.

“이제나는진솔하게,이지상어느소녀도풍기지못하는향기를품고있는소녀,정원과꽃과과일의향기를띠고있는걸로보아아마자신도모르는새천국을가로질러온한시골처녀의젊은날에대해얘기해보겠다.”(16쪽)

“한데무엇한끗이부족했던걸까요?”
“아마도사랑이었을겁니다.”

보스코는무척아름답지만,여전히수수께끼같은작가로도우리에게알려져있다.시적몽상가득한이야기들과점점이뿌려놓은소박하면서도섬세한이미지의편린,경이와신비속에서소용돌이치는비가시적세계의심연을주시하고있기때문인데,한편으로남프랑스출신답게자연을사랑해마지않는향토식물학자의풍모를지녀인간미넘치는따스한시선으로포착한시골마을의목가적풍광을탁월하게그려내는것으로도유명하다.
이책『이아생트의정원』의배경또한세기초프로방스의시골마을이다.다른마을사람들에게물으면“촌락이죠.살곳이못되죠”라는대답이돌아오는별볼일없는마을이지만,“약간의여유로움과넉넉한겸손함”을가지고“겨울에는난롯가에서,봄에는나무아래에서,여름에는잘익은제고장과일들을앞에놓고서,가을에는포도덩굴시렁아래에서”느릿느릿살아가는“부유하진않지만생기있는고장”이다.작품의화자‘메장’은그곳에서약간떨어진리귀제라불리는농가의주인으로,그가태어날때부터집안일을돌봐온시도니를비롯해좋은농사꾼아그리콜,지혜로운양치기아르나비엘등여러사람이그에기대어살아간다.
그에게저산위외따로떨어져있는농가보리솔은각별한장소다.“샘도미약하고땅은뭘경작해도잘자라지않”지만조약돌로부터도,나무들로부터도행복을느끼는게리통노부부가거기있기에.봄의첫방문에이어이충직한두노인과함께보내던성탄절밤,소녀는보리솔에버려진다.“사람이지만껍데기만남은듯”“거의무無라고할만큼아주희미한영혼만이거하는”이“익명의피조물”은,그러나자신을진중히보살피는어진양아버지격의메장과리귀제사람들,천사같은게리톤,호의가득한노사제의손길과보살핌,사랑에힘입어차츰차츰그빈존재가채워져간다.“이육신안에,보이는얼굴안에,아직은불분명한형태의비물질적인윤곽이가끔떠오르는것이보였다.〔……〕이존재안에는영혼이부재했다.”하지만“활짝개화하기위해강렬한한마디만을기다리는가능태로서의피조물”로서,아직은.

“나는이아생트하고말하리라.
이아생트는내게답을하리라”

이작품에서기억력과영혼을앗긴빈존재로등장하는이아생트는3부작을아우르는중심인물이자고유명사로소녀의이름이지만,‘히아신스’(프랑스어발음으로이아생트)라는꽃이름이기도하다.그리스문화에대한높은교양을지녔던작가보스코는신화적차용을즐겨사용했는데,이아생트라는이름에서도신화가환기된다.아폴론의사랑을받던미소년히아킨토스가아폴론에대한경쟁심에빠져있던제피로스의질투에희생되어그가던진원반에맞아피를흘리고땅을적신그피가히아신스가되었다는신화상의이투기장면을재현이라도하듯이,콩스탕탱을낚지못해질투에불타는마법사시프리앵은소년대신에소녀를희생양으로삼아이름과말과영혼을빼앗고제마음대로펠리시엔이라부르며조련한다.그런만큼사라진소녀를줄곧찾아헤매던참벗콩스탕탱의출현과진짜이름부르기,회복과소생이가지는의미는중차대하다.

또한영혼에새겨진유년의벗을잊지않고끝내그녀를사랑으로불러내는청년의세례명이콩스탕탱이라는것도상징적이다.그이름은바로그리스문화위에그리스도교문화의대평정을이룬로마의콘스탄티누스(프랑스어발음으로콩스탕탱)대제의이름이다.글로리오라는성도그가끝내이끌어낼사랑의승리,그영예의월계관gloire을환기한다.

시프리앵노인의마법에걸려기억력과영혼을빼앗긴소녀이아생트.온영혼을걸고찾던이어린시절의벗을다시만나게되는결정적순간,청년콩스탕탱은그녀를‘이아생트’라는진정한이름으로부른다.참이름부여가사랑의기적을허락하여그녀로하여금기억력과영혼을,참존재를회복하게한다.그극적인해후다음날아침,한동안방치되어황량했던저높은보리솔에다시물이솟고아몬드꽃이피어난다.제목이말하는‘이아생트의정원’은바로온누리정원혹은이대지임을보여준다.대지의생명체들을휘어잡아자신의정원안에가두려고나선마법사의억지낙원이아니라,뭇인간에게선물로주어진이보편대지자체가그것을사랑하는사람들의손길에힘입어태초정원의모습을다소간이라도되비추는한,그것이바로작가가우리에게궁극적으로제시하는정원이라는것을.피조물히아신스(이아생트)가피는지상의정원,모두가만나고모이며살아나고피어나는이곳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