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과 형식

시절과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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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타협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은 채
‘왜’와 ‘어떻게’를 반반씩 다루는 켄타우로스적 사유의 결정체
소천비평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수상
현장평론가 김형중의 여섯번째 비평집

문학평론가 김형중의 여섯번째 비평집 『시절과 형식』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연구서를 펴낼 때마다 첫 비평집 『켄타우로스의 비평』(문학동네, 2004)의 서문을 다시 읽는다는 그는, 이번 신간의 ‘책머리에’에서 프랑코 모레티 『근대의 서사시』의 한 구절을 다시 한번 인용한다. 가능한 한 ‘왜’와 ‘어떻게’를 반반씩 다루는 ‘켄타우로스적 평론가’가 되겠다는 지난 다짐을 되새기는 것이다. 2000년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문학평론가인 김형중은 문학작품을 일거에 꿰뚫는 통찰력과 작품을 다면적으로 해독해내는 탁월함으로 문단과 작가로부터 끊임없는 호명을 받아왔다. 한국 사회의 뼈아픈 역사를 과거의 일로 치부하지 않고 개인의 역사가 어떻게 문학사적으로 자리 잡는지에 대해 몰두해온 그는, 스스로 “광주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 사적으로도 공적으로도 원한이 남아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문학평론가의 비평 작업이 문학에 국한되는 일에 의구심을 갖는다. 이렇듯 자기 안의 질문을 외면하지 않았던 그는, 첫 비평집에서 해마다 5·18에 관한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지켜오고 있다. 이는 비평 작업이 개인의 연구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를 다각도로 살펴야만 한다는 의무감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7년간 써 모은 글을 묶은 이번 연구서를 통해 여전히 “시절이 글쓰기의 형식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혹은 잘 고안된 형식이 어떻게 해당 시절에 성대를 빌려주는지에”(「책머리에」) 관심이 많다는 김형중은 여전히 한국 문단에 경종을 울리는 현장비평가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소천비평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수상
저자

김형중

저자:김형중
1968년광주에서태어나전남대학교영문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대학원국문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2000년문학동네신인상평론부문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비평집『켄타우로스의비평』『변장한유토피아』『단한권의책』『살아있는시체들의밤』『후르비네크의혀』『제복과수갑』,산문집『평론가K는광주에서만살았다』『무서운극장』,연구서『소설과정신분석』과엮은책으로『한국문학의가능성』『무한텍스트로서의5·18』등이있다.소천비평문학상,팔봉비평문학상을수상했다.현재조선대학교국어국문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1부사(史)적이고사(私)적인
불과시험―프로이트의마음의위상학과안도현의‘연탄’연작
이청준문학과‘한(恨)’―「남도사람」연작을중심으로
응답하라,1983―박노해,황지우,백낙청의시대
1980년대민족민중문학론의결여
마르크스주의와형식―루카치의『소설의이론』에대하여
눌변의문학―이인성,『낯선시간속으로』

2부증언과시점
기억을복원한다는것―김숨,『L의운동화』와『한명』
증언과시점―김숨,『군인이천사가되기를바란적있는가』
불가능한인터뷰―김숨,『듣기시간』
소설과증기기관―황석영의『철도원삼대』와김숨의『떠도는땅』
임철우,사도바울―임철우,『연대기,괴물』
나야,몽희―임철우,『돌담에속삭이는』

3부광주에서
그밤의재구성―김현과5·18
공동체와죽은타인의얼굴―『봄날』을다시읽으며
‘총’이라는물건―‘사건’으로서의5·18과‘총’
5·18을가르친다는것
그에게는병식(病識)이없어서―지만원의『뚝섬무지개』에대하여
정작중요한것―전두환의죽음에부쳐

4부여록(餘錄)
‘최악’의소설사―김이설론
아이를찾았습니다만―김영하론
죽음이다녀간후―손홍규론
우리는세부류로나뉜다―김숨,『제비심장』
그것이온다―백민석,『헤이,우리소풍간다』
분노조절장애시대의묵시록―백민석,『공포의세기』
소설과SNS―백민석의『버스킹!』과이장욱의『에이프릴마치의사랑』
추리할수없는세계의추리소설―이장욱,『칼로의유쾌한악마들』
다시,‘환대’에대하여―이기호,『누구에게나친절한교회오빠강민호』
책임의소재―편혜영,『소년이로』
비(非)윤리혹은미(未)윤리적소설쓰기―백가흠론
제비가떠난후―윤대녕론
내가뭘잘못하지않았는데?―임현,『그개와같은말』
파기된계약―양선형,『클로이의무지개』
젊은아톨레타리아트의초상―서이제,『0%를향하여』,이민진,『장식과무게』,신종원,『전자
시대의아리아』

출판사 서평


타협의여지를남겨두지않은채
‘왜’와‘어떻게’를반반씩다루는켄타우로스적사유의결정체

소천비평문학상,팔봉비평문학상수상
현장평론가김형중의여섯번째비평집

“공평을기하자면켄타우로스적비평가가필요할것이다.반쯤은‘어떻게’를다룰줄아는형식주의적비평가이고또반쯤은‘왜’를다룰줄아는사회학적비평가말이다.주의하라.꼭반반이다.합리적인타협의여지는없다.”─프랑코모레티,『근대의서사시』,새물결,2001.

문학평론가김형중의여섯번째비평집『시절과형식』이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되었다.연구서를펴낼때마다첫비평집『켄타우로스의비평』(문학동네,2004)의서문을다시읽는다는그는,이번신간의‘책머리에’에서프랑코모레티『근대의서사시』의한구절을다시한번인용한다.가능한한‘왜’와‘어떻게’를반반씩다루는‘켄타우로스적평론가’가되겠다는지난다짐을되새기는것이다.2000년대가장활발하게활동한문학평론가인김형중은문학작품을일거에꿰뚫는통찰력과작품을다면적으로해독해내는탁월함으로문단과작가로부터끊임없는호명을받아왔다.한국사회의뼈아픈역사를과거의일로치부하지않고개인의역사가어떻게문학사적으로자리잡는지에대해몰두해온그는,스스로“광주에서평생을살아온사람,사적으로도공적으로도원한이남아있음을부정하지않”는다고밝히며문학평론가의비평작업이문학에국한되는일에의구심을갖는다.이렇듯자기안의질문을외면하지않았던그는,첫비평집에서해마다5·18에관한글을쓰겠다는다짐을20년이넘은지금까지도지켜오고있다.이는비평작업이개인의연구에서그치지않고우리사회를다각도로살펴야만한다는의무감에서비롯되었다.지난7년간써모은글을묶은이번연구서를통해여전히“시절이글쓰기의형식에어떤흔적을남기는지혹은잘고안된형식이어떻게해당시절에성대를빌려주는지에”(「책머리에」)관심이많다는김형중은여전히한국문단에경종을울리는현장비평가이다.

어떻게:혹독했던상처에과거형은없다

한국문학사에대한발언을한데묶은1부는평론가김형중의다양한시선을엿볼수있다.안도현의‘연탄’연작을분석한글은한국문학에서불(연탄)이상징하는성적욕망과프로이트가프로메테우스신화를분석한「불의입수와지배」를병치시켜누구도피할길없는‘불의시험’앞에놓인인간의‘반성’과‘죄책감’의어조를재차확인한다.불의뜨거운속성이어떻게인간의자아에까지가닿는지에대한연구와분석은널리알려진문학작품을새로이해석하고그의미에대해다시금생각하게만든다.이렇듯김형중의비평은꺼지지않는불씨처럼개인의사(私)적인일처럼여겨지는작중의상황이어떤형식으로문학사(史)로기록되는지에대해분석한다.기억을복원해증언해낸문학작품을엮은2부에는문학이증언의형식을취할때뒤따라오는고민과위험성에대해말하면서이를주제로치열하게사투를벌이는김숨과임철우를여러번소환한다.“혹독했던상처에과거는없”(p.97)다는그는우리사회에애도가필요치않았던시절이없었음을상기시키며탄식한다.작중‘나’(복원전문가)에게학생운동가이한열(L)의운동화를복원해달라는의뢰가들어오면서시작하는김숨의『L의운동화』는문학이왜,어떻게역사로남은기억을복원해야하는에대해보여주는작품이다.역사현장의복원이전에작가에게선행되어야하는것이‘애도’와‘증언’이라고답하는듯한김숨의소설은“L의운동화는또한지상에존재했던단한사람의것이었고,그의체취와발모양만을간직하고있으며,그가걷고뛰었던길들의궤적만을기억한다는의미에서,고유하고도특이한”(p.103)상징성을지닌다.김형중은2부에서『L의운동화』외에도『한명』『군인이천사가되기를바란적있는가』『듣기시간』『떠도는땅』등김숨의작품을여러번호명함으로써이러한작업이응당이루어졌어야만했다는것을거듭강조한다.한국현대사의가장참혹한시간을현재로소환하는임철우역시김형중에게는끊임없이연구되어야만하는‘기억발굴자’에가깝다.“죽은아내가다시집으로돌아왔다”라는「흔적」의첫문장은그아무리커다란고통앞에서도도망가지않는작가의결연한의지와자신의삶과고통을결코분리하지않는윤리적덕목을보여준다.소설속모든문장을희생자를인양하는데바친임철우는『돌담에속삭이는』에서“모든법의효력이정지되고단순히‘눈에띈다’는사실만으로죽임을당”한제주월산리학살사건을다룬다.작중화자몽희의시선을따라전개되는작품에는우리가외면하려했던‘응시’가담겨있어독자에게소설을읽는것만으로도섬ㅤㅉㅣㅅ한죄책감을불러일으킨다.지금의나와는관계되지않은일들,이미지났다고치부할수있는사건들.하지만내눈앞에놓인모든풍경이누군가가머물다지나간자리라생각하면우리는몽희의시선,여전히우리곁에존재하는그눈을외면할수없을것이다.타인의고통을외면하고가능한한덮어두려하는것은인간본성의이기심에가까울지도모른다.반드시기억하고끊임없이소환해내복원해야만하는일일수록우리는더괴로울수밖에없다.이때현장평론가김형중은다시한번말한다.‘어떻게’그처절하고도혹독한상처를과거로만들수있느냐고.

왜:죽은타인의얼굴과문학이라는감정교육

문학평론가김현과5·18의관계를비롯해공동체에관해다룬3부에는문학작품을분석대상으로삼지않고평론가김형중이오래토록사유해온한국사회의병폐에대해말한다.한국문학장의안팎에서이루어지는비평활동은여전히해결되지않고논의의대상으로만언급되는사회적재난에대해꼬집는다.인간의본능이타자가아닌자기자신의심리와안위를향한다는것과별개로‘나’의보존이타인에게로향하는순간이있는데바로“급작스럽게내게당도한죽은타인의얼굴”을마주했을때다.“재난과참사와거대한국가폭력이끊이지않는사회의경우,그런순간은드물지않”게일어나기마련이다.죽은타인의얼굴은나자신의존재를감각하는것조차낯설게만들고우리안에잠재되어있던윤리의식에질문한다.5·18민주화운동으로부터40년이지난지금,5·18을다룬작품들조차어떠한감정의정동없이역사적사실로만이를기록하게되었다.이에저자는“5·18이여전히현재적이며우리가매일매일경계하지않는다면언제든회귀하고말야만이라는사실에주의를게을리하지않는데‘감정’의역할이반드시필요”(p.225)하다고강조한다.이는한국의예술이그간5·18을어떻게재현해왔는가,하는질문과도맞닿는다.이렇듯아무런질문도하지않는역사에는제대로된애도가이루어질수없다는사실을우리는세월호참사와이태원참사를통해다시한번목도하게되었다.앞으로는한국사를교과서적역사로서만접하게되는세대에게가장필요한것은타인의죽음앞에무감해지지않는감정교육이고이는우리세대의몫으로남게되었다.4부는‘여록(餘錄)’이라는소제목에맞게특정주제로나뉜글을모으기보단그동안작업한비평을모았다.기성작가가구축해온작품세계부터첫작품집을낸신인작가의작품까지두루살피는마지막부를다루면서김형중은‘시절’과‘형식’에대해다시금살핀다.앞서지나간시절과계속해서쌓이게될시간을어떻게바라볼것이며,우리에게감정교육의중요성이왜중요한지에대한물음은문학의세대구분이기성에서신인으로교체되는것을의미하는게아닌,서로의역사관과작품관을횡단하면서교차하는일이라는것을의미한다.최신의문화자본을상속받은신인작가들을“마치21세기의벤야민들”같다고말하는평론가김형중은자신이짊어진역사와아직일어나지않은역사의복판에서여전히치열하게한국문학의지형을그려나가는현장평론가,‘어떻게’와‘왜’라는질문을서슴지않는켄타우로스적비평가로서한국사회와한국문단이외면해온시절을소환해내잘벼려낸문장으로자기만의형식을구축해왔다.이책,『시절과형식』은결코타협의여지를남겨두지않았던한비평가의기록이자우리가문학을어떻게읽고왜사랑하는지에대한명확한지침이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