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가로놓인 꿈들

혹은 가로놓인 꿈들

$18.00
Description
“어떤 꿈은 충분한 망각을 통과해야지만
현실과 같은 구체적인 실감을 획득하는 법이니까”
닮음과 다름, 오마주와 패러디, 소속과 분리
더 나은 영원을 기록하기 위해 씌어진 허구들
언어의 꿈속으로 끈질기게 파고드는 강대호의 세계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언어의 꿈속으로 파고드는 소설가 강대호의 첫번째 소설집 『혹은 가로놓인 꿈들』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2020년 『쓺-문학의 이름으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인간세계를 미시적으로 탐구하기 위해 소설 속에서 ‘쓰기-읽기’의 모든 것을 시도하며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작금의 한국문학이 삶의 단면을 담아내 독자의 공감에 호소하려 한다면, 강대호의 소설은 “망치로 독자를 후려쳐 각성케 하고, 머잖아 그 독자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작가가 되어 각성을, 벼락을 역사를 이어”(문학평론가 양순모)나가게끔 추동하는 것이다. 이렇듯 보기 드문 재능을 가진 소설가의 작품을 읽는 독법은 단 한 가지뿐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혹은 알고 있다 여기는 삶의 여러 행태에서 벗어나 ‘충분한 망각’ 속에서 오롯이 작품에만 몰두하는 것. 이때 소설이 그리는 꿈의 세계는 현실과 다름없는 구체적인 실감을 획득하게 되고 작품의 세계관은 더욱 공고해진다. “하나의 삶을 구축하는 구체성이란 결코 하나의 삶의 구체성이 아니라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강대호의 소설은 우리의 삶이 하나의 구체성에 의해 작동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매일 매 순간 굴러가”야만 하는 하나의 굴레임을 보여준다. 미발표작 다섯 편을 포함해 총 아홉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혹은 가로놓인 꿈들』은 좋은 소설이란 근시안적 미래에 관해 낙관하는 것이 아닌 아직 오지 않은 더 나은 영원을 말하는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저자

강대호

저자:강대호
2020년『쓺』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연작소설집『스핀오프』가있다.

목차

‘DEUSEXMACHINA’를위한변론
아이들의신
그랑드자트섬의일요일오전
현재에서지속되는과거(들)
용빌,혹은가로놓인꿈들
두가지「프란츠카프카」에붙이는한가지주석
늦잠
반아
더나은

해설│세개의무기력과영원히더나아지는꿈·전청림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ⅰ.창작욕구
팀장k를포함총열두명으로구성된팀이인공지능‘DEUSEXMACHINA’를변론하는과정을담은「‘DEUSEXMACHINA’를위한변론」은인공지능이집필한데뷔작서른편을읽기위한독법과‘동시-다중창작’이가능한‘클론’의무작위적이고압도적인글쓰기방식을보여줌으로써글쓰기창작의범주와그한계에관해묻는다.보르헤스의역사적인단편소설「바벨의도서관」에기원을두고시작한이들의프로젝트는보르헤스연구뿐만아니라<도서관>에부여된‘410페이지에40행,각행80여개의검은글자,25개의철자기호수’라는존재법칙을탐구하는데골몰한다.“어떤깨달음이란충분한발표를거쳐야지만식빵처럼두툼한부피감을얻는”다는전언처럼이들의연구는한작가의창작욕과이를재현하려는인공지능의욕망그리고이모든것을전시하고통제하고자하는인간의욕구까지맹렬하게파고든다.자신의연작소설집『스핀오프』(문학실험실,2022)에수록된두편의동명소설「프란츠카프카」를대상으로삼은작품,「두가지<프란츠카프카>에붙이는한가지주석」은소설가k의작품에영향을끼친바스코포파와보르헤스의연관성을짚어나가며강대호식메타소설의극점을보여준다.제도권에소속된문학평론가의비평과모씨라는인물의개인블로그를병치시켜보여줌으로써작가개인이문단에의해호명을받고또외면받는것까지단계적으로보여주는이작품은모씨가헌책방에서이경림의『상자들』을발견하고이상야릇한고양감을느끼는것으로끝맺는다.작가의창작욕을앞서씌어진작품들에대한오마주와패러디를통해보여주는강대호의소설은앞서활동한선배작가들에대한경의와자신이앞으로써나가야하는미지의세계에대한갈증을통해글쓰기의고뇌과공허함을고스란히담아낸다.

ⅱ.인정욕구
자기존재를인정받지못한인물은끊임없이스스로를의심하고상대방과자신을파멸의길로이끈다.예술의뒤에반드시고통이뒤따르는것은타인의평가로부터완전히자유로울수없기때문이다.그어떤예술가도자기자신의작품에완벽하게만족할수없다는사실은인간의생존권앞에인정욕구를놓을수밖에없게만든다.죽음을앞둔순간까지도박지유의시에매혹된채그의시선집작업과정에대해묻는「아이들의신」의박교수역시끝끝내자기자신을받아들이지못한인물이다.그의뒤치다꺼리를자청했던대학원생화자에게그는꽤아름다운문장을쓰는사람이었으나문제는박교수자신이이를인정하려들지않았다는사실이다.훗날동네바보라불리던설기의작품이유명예술가의눈에들어재평가를받게되었던것처럼,뛰어난예술은그가치에대한정의를언제달리할지모른다.자신에게뛰어난재능이있음에도스스로를파멸에이르게하는인물도있다.「늦잠」의화자인‘나’는자신의꿈을마음대로조종하는‘루시드드리머’가된이후에도하늘을날지못한다.“적당히자애롭고예민한또적당히이해할수없는면을가지고있는”어머니이명숙의굴레에갇힌채로영원히매맞는아이에서자라나지못하는것이다.광기에사로잡힌이명숙이악귀로변한상태로어린화자를먹지도,자지도못하게하고선폭력을일삼을때도‘나’는작은저항조차하지못한다.그런화자가자신에게루시드드림을전수해준k의재능에최초의굴욕을느끼고,열정보다는굴욕을느끼고,참을수없는굴욕과증오를느끼는것은귀신같은어머니가아닌살아있는인간에게인정받고자하는욕구가잠재되어있었다고할수있다.「그랑드자트섬의일요일오전」은수록작중인정욕구가가장짙게나타난작품이라할수있다.나무저택의아이가섬을떠나는것을시작으로다중시점으로전개되는이작품은증조부로부터,조부로부터,늙은이로부터,할아버지로부터전해진모욕과역사를다중시점으로전개한다.불에타전소된나무저택과이명숙에서벗어나지못한채연기와함께사라진너.강대호의소설에서‘불’은인정욕구에시달리던인물들을화마와함께삼켜버린다.그렇다고해서그들이아예사라졌다고할수는없다.나무저택이화재이전보다더공고하게지어진것처럼,불길을피하지못한루시드드리머역시비로소자유를얻게되었을지도모른다.그들이두려워했던것은단숨에찾아오는죽음이아닌그누구에게도인정받지못한채홀로견뎌내야만하는시간이었을테니까.

ⅲ.생존욕구
죽음이필연이아닌선택이되어버린사회를배경으로하는「현재에서지속되는과거(들)」은죽음이야말로인간의존엄을내포한다고주장하는‘이드’와병원이전의세대를살아온‘모씨’허무로가득한세상에서전쟁놀이를일삼는‘좀비(들)’그리고이모든상황을톺아보는‘너’라는화자의입장에서각각전개된다.어쩌면좀비들이고통을더사랑할지도모른다는새로운관점은주어진삶을수행해나가는일의갑갑함을보여주는동시에‘죽음’역시하나의망각에불과하다는것을말하고있다.더나은삶을살자는약속으로시작하는「더나은」은삶이란무엇인가,라는크고덩어리진질문앞에“우리는살아오며수많은실존양식을폐기”하고,“거짓말은더많은거짓말을낳”았음을자각한다.더나은침대를사기위해서는그게어떤침대인지를정의해야하고,더나은삶을살기위해서는실존의모양부터살펴야한다는것.그리고우리가우리자신이아니어도상관없다는것.“더나은영혼을기록하기위해씌어진이오래된구도자의허구들”(문학평론가전청림)은삶이란누군가에의해정의되는것이아닌자신의망각속에존재하고있음을말하고있다.강대호의소설은조금의지루함도용납하지않는다.촘촘하게직조된언어의숲을빠져나오면그끝에는작품의결말이아닌각자의삶이가로놓여있다.소설에서는닮음과다름,오마주와패러디,소속과분리와같은이중적인장치들이얼마든지존재할수있고이는우리가문학작품을읽는또하나의즐거움이기도하다.하지만자신을제외하고는그누구도들어갈수없는망각의세계와자신만의언어는학습되는것이아닌살아있는삶속에서체득하는일이라할수있다.강대호의소설은말한다.삶도죽음도그저선택에불과한일일뿐이라고.이책,『혹은가로놓인꿈들』은우리가일상세계에서간과하고있는것,삶과죽음보다더두려운허무와망각에대해말한다.더치열하고,더구체적으로삶의고삐를놓지않고눈앞에있는심연으로뛰어드는것.단하나의재능이자신에게주어진읽기와쓰기를게을리하지않았을때의결과물을이책에서확인할수있을것이다.

그의소설은허구일지언정그는절대로거짓말을하지않는다.더나은시작과더나은삶을바랄지언정반드시도래할미래를섣불리발명하지도않는다.그는단지모든함수를점쳐보는성실한수학자처럼,고정된착각을의심하는철학자처럼끈질기게언어의꿈속으로자기자신을밀어붙일뿐이다.
_전청림,해설「세개의무기력과영원히더나아지는꿈」에서

작가의말

다시말하지만중요한것은역시상상의구체성―그러나종종나를쓰게만드는것은상상불가능성의구체성같고―그것이한없이버겁게느껴진적이없었다면거짓말이리라.하지만어쨌거나놀랍게도―전혀예상하지못했는데―나는내가꿈꿨던삶을살고있다는것.

하나의삶을구축하는구체성이란결코하나의삶의구체성이아니라는것.

언제인가부터‘당신’이란말을쓰지않으면소설을완성할수없게되었으므로,당신이무사히도착했기를―이책앞에앉은당신의구체성을내가결코상상할수없다하더라도.

안녕하세요.반갑습니다.좋은꿈꾸세요.
강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