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보다 Vol. 3 빛
Description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우리에게 아직 도착하지 않은 빛을 향해 손을 뻗는 일이 아닐까”

미래의 어두운 심연으로부터
우리를 향해 뻗어 오는 빛의 이야기들에서
S-F의 세계를 보다!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우리에게 아직 도착하지 않은 빛을 향해 손을 뻗는 일이 아닐까.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빛과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글자와 글자 사이로 발신하고 수신하는 크고 작은 빛들을 조심스레 채집하는 일. 서로 다른 질량과 중력을 지닌 너와 나 사이에 가느다란 빛의 통로를 만들어두는 일. 우리의 기억을 비추어 죽은 얼룩을 빛나는 눈동자로 바꿔줄 영원한 햇살을 발견하는 일.
-문지혁, 「하이퍼-링크: 아직 도착하지 않은 빛을 위한 기도」에서

독자들에게 무한한 자극과 지적 상상력을 제공할 ‘S(story)’를 담은 다채로운 ‘F(frame)’가 되고자 2023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첫선을 보인 〈SF 보다〉 시리즈가 세번째 테마 ‘빛’으로 찾아왔다. 한국 SF문학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온 문학과지성사는 이 시리즈를 통해 신작 SF 단편을 만나는 즐거움을 제공함과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동시대 작가들의 생동감 넘치는 문학적 교류의 현장으로서 한국문학의 스펙트럼을 한층 더 넓혀나가고 있다.
단순하면서도 일상적인 하나의 테마가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들의 눈부신 상상력과 만나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하는 이 시리즈는 테마와 다각도로 연결되는 ‘하이퍼-링크’, 여섯 편의 단편소설, 테마를 관통하여 장르 전반의 흐름을 담아낸 ‘크리티크’로 구성되어 있으며, 1년에 두 권 출간된다. SF 스토리텔링의 선두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작가 문지혁, SF를 향한 애정으로 국내외 작품들을 누구보다 꼼꼼하게 읽고 쓰는 SF 평론가 심완선이 기획위원으로 함께하며 ‘하이퍼-링크’와 ‘크리티크’에 참여하고 있다.

2024년의 첫 권이자 〈SF 보다〉 시리즈 세번째 책 『SF 보다-Vol. 3 빛』에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여섯 작가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1990년대부터 2022년까지,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기에는 시차가 있지만, 이 여섯 작가의 가장 강력한 공통점은 지금, 여기에서 누구보다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며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단요의 「어떤 구원도 충분하지 않다」, 서이제의 「굴절과 반사」, 이희영의 「시계탑」, 서윤빈의 「라블레 윤의 마지막 영화에 대한 소고」, 장강명의 「누구에게나 신속한 정의」, 위래의 「춘우삭래春雨數來」. 여섯 편의 작품이 미래에서 온 빛을 독자들에게 펼쳐놓는다. 또한 책의 시작과 끝에 자리한 ‘하이퍼-링크’와 ‘크리티크’는 영화와 문학 등에서 그려진 다양한 빛의 이야기를 통해 『SF 보다-Vol. 3 빛』으로 들어가고 나가는 통로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단요,서이제,이희영,서윤빈,장강명,위래,문지혁,심완선

저자:단요
2022년부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다이브』『마녀가되는주문』『인버스』『개의설계사』『세계는이렇게바뀐다』,중편소설『케이크손』이있다.2023년문윤성SF문학상과박지리문학상을수상했다.

저자:서이제
2018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0%를향하여』『낮은
해상도로부터』『창문을통과하는빛과같이』등이있다.2021·2022젊은작가상,오늘의작가상,김만중문학상을수상했다.

저자:이희영
단편소설「사람이살고있습니다」로2013년제1회김승옥문학상신인상대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페인트』『보통의노을』『나나』『챌린지블루』『테스터』『소금아이』『여름의귤을좋아하세요』『페이스』『셰이커』등이있으며,2018년제12회창비청소년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

저자:서윤빈
「루나」로제5회한국과학문학상중단편부문대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파도가닿는미래』『날개절제술』,장편소설『영원한저녁의연인들』이있다.

저자:장강명
1990년대부터『과학동아』『베스트셀러』등의잡지에SF단편과칼럼을실었고,<월간SF웹진>을창간해2001년까지운영했다.장편『호모도미난스』로제2회SF어워드우수상을수상했고,단편「알래스카의아이히만」으로일본성운상후보에올랐다.서울대라이터스쿨에STSSF쓰기강좌를개설했고,온라인독서모임플랫폼그믐(www.gmeum.com)을운영중이다.

저자:위래
2010년8월네이버오늘의문학에「미궁에는괴물이」를게재하며첫고료를받았다.이후여러지면에서꾸준히장르소설을썼다.소설집『백관의왕이이르니』경장편『허깨비신이돌아오도다』가있으며,웹소설『마왕이너무많다』와『슬기로운문명생활』을연재했다.

저자:문지혁
2010년네이버'오늘의문학'에「체이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사자와의이틀밤』『우리가다리를건널때』,장편소설『체이서』『P의도시』『비블리온』『초급한국어』『중급한국어』『고잉홈』등이있다.

저자:심완선
SF평론가.지은책으로『SF거장과걸작의연대기』(공저)『SF는정말끝내주는데』『취미가』(공저)『우리는SF를좋아해』『SF와함께라면어디든』등이있다.

목차

문지혁하이퍼링크hyper-link
―아직도착하지않은빛을위한기도

단요어떤구원도충분하지않다
서이제굴절과반사
이희영시계탑
서윤빈라블레윤의마지막영화에관한소고
장강명누구에게나신속한정의
위래춘우삭래春雨數來

심완선크리티크critique
―그길의악몽,그얼굴의빛

출판사 서평

“다른날들의빛이우리를비출때우리는다른존재가된다”
─빛에대해우리가생각지못했던또다른세계

신은빛을창조했지만,빛은세계를창조한다.빛은우리를보게하고,우리가볼수있는한세계는존재한다.말하자면우리의우주는빛이어둠을밀어내는만큼만확장된다.
우주공간속에서벌어지는수많은이야기,인간과로봇과안드로이드와우주선과외계생명체의서사는모두이빛위에근거한다.빛은무한에가까운공간을만들어내고,별들은빛나며,우주선은‘광속’으로이동하고,우주선의내부는빛을내는기계와버튼으로가득하다.여기서SF는종종사이언스픽션ScienceFiction이었다가스페이스판타지SpaceFantasy로옷을갈아입는다.빛은단순한물리적공간뿐아니라우리의내면적공간역시확장하고,이를통해우리의상상력역시‘빛난다’.
―문지혁,「하이퍼-링크:아직도착하지않은빛을위한기도」에서

“빛이있으라.”신은빛을창조했다.그리하여천지가창조되었다.빛이시작이었던것이다.하지만이러한믿음은점점그‘빛을잃어가고’있기도하다.“학문이신비주의에서벗어”나면서부터다.“빛을분석하고실험한과학자들은태양광이나별빛을신의은총이아니라자연현상으로뒤바꿨다”(심완선,「크리티크:그길의악몽,그얼굴의빛」).『SF보다―Vol.3빛』에수록된여섯편의작품에서담고있는‘빛’은여기서한발더나아간다.우리가알지못했던,미래에서온빛의이야기로들어가보자.

이원시인의감광성신경절세포는가시광선이아니라장파장적외선에반응해-참,물체의온도가높을수록장파장적외선의방출량이증가한다는사실은너도잘알거야.열화상카메라의원리와똑같은현상이원시인의눈에서일어나는셈이지.태양빛을보지못하는대신온도를시각정보로바꾸는능력을얻는거라고.
―단요,「어떤구원도충분하지않다」(p.21)

“부패한지구위에다양한기술이형형색색의곰팡이처럼자라난형태”의31세기현제.단요의「어떤구원도충분하지않다」의배경이다.토요일오후3시,느지막이하루를시작한‘나’에게친구의전화가걸려온다.소설은종교역사학연구자인친구와세개도시에설치된송전망을관리하는기술직사무관인‘나’의대화로전개된다.빛이란뭘까,라는친구의질문에서시작된이들의대화는마지막빙하가녹으면서발견된원시인의이야기로이어진다.복원된원시인의감광성신경절세포가돌연변이라는결과가나왔고,이는가시광선이아닌적외선에반응하는일종의열화상카메라와같은눈을가졌다는것이다.소설은‘당연히보아야할빛’을보지못하고,‘대개는보지못하는빛’을보는이들에대한이야기를역사와종교,기록과허구를넘나들며흥미롭게펼쳐낸다.

너는정말살아있을까.그게말이되는일인가.지상에서살아가고있을네모습이잘그려지지않았다.그순간,나는깨달았다.그동안나는너를기다렸던것이아니라,너의죽음을확인하길기다렸다는사실을말이다.
―서이제,「굴절과반사」(p.56)

서이제의「굴절과반사」의배경은커다란유리돔으로이루어진해저도시로,화자인‘나’는이곳교도소에서일하고있다.주요업무는세달에한번씩죄수를심해의독방으로내려가는엘리베이터에태우는일이다.‘나’는5년전해저터널붕괴사고에서여전히헤어나지못하고정신의학센터에일주일에한번가야하는우울증진단을받은상태이다.사랑하는이가그사고장소에망가진차량만남긴채돌아오지않았기때문이다.상담을받고돌아오던어느날,‘나’는한아이로부터‘너’의사진과‘너’가보낸편지를받는다.지상으로올라오라는내용의편지.죽을고비가있다는,살고싶으면빛을받으라는,점술가의알수없는예언을듣고‘나’는‘너’를만나기위해지상으로의탈출을감행한다.

“흔히들프로그래밍된가상이라생각하지만,그세계는분명존재합니다.다만우리가평소절대볼수없을뿐이죠.”
D는존재라는단어에유독강세를넣어말했다.휴는비록모든것을완벽히이해할수없지만,자신이이곳에온명확한목적만은절대잊지않았다.
“어쨌든그세계를경험하면이곳이깨끗하게바뀝니까?”
―이희영,「시계탑」(p.81)

이희영의「시계탑」의휴는출퇴근이없는프리랜서일러스트레이터이다.기상과취침또한프리한그는집중력저하와잦은건망증,무엇보다사람들과의소통에문제를느끼고치료를위해지인이소개해준곳을찾았다.그리고‘그세계’를방문하게된다.‘그세계’에서가장처음본것은거대한시계탑.고장이나서시간을제멋대로흘러가게하는그것때문에‘그세계’는무너져내리는중이었다.세상을지탱하는빛은사라지고,제멋대로터지는빛은오히려세계를더불안하게만들며,필요한물품을싣고온드론은부족한창고때문에착륙도하지못하고폭발한다.무엇보다수거되지못한채쌓여가는폐기물로인해그곳은점점어떤존재도살수없는죽음의도시가되어가고있었다.그리고수백개의창이되어온몸에날아와꽂히는미치도록밝은빛.공황상태로눈을뜬휴는자신이방문한그곳이다름아닌바로자신의뇌속이었음을알게되고,망가진자신의상태가어디에서비롯된것인지생각해보게된다.

라블레윤이죽었다는소식을접했을때나는그다지놀라지않았다.그를가까이에서알았던이라면아무도놀라지않았을것이다.그는열편의영화를찍도나면자기는생명이다할거라고말하곤했고,그열번째영화가바로반년전에개봉했기때문이다.
―서윤빈,「라블레윤의마지막영화에관한소고」(p.103)

서윤빈의「라블레윤의마지막영화에대한소고」는인터넷에서발견된문서라는각주를달고있다.제목을제외한전문이특수문자로되어있는데,DeepL로번역하여교정을거치고,주석을달아완성한글이라는설명이다.이소설의배경은알파켄타우리를중심으로한항성계,중력의영향을받지않는곳이다.라블레윤은상이나비평에상관없이자신만의영화를만들었는데,자연히평론가와언론역시그를무시했다.그러한무관심은그의죽음이후로도이어졌고,결국그의친구들은가장돈이안드는방식으로그를기리기위해라블레윤에관한이글을남긴것이다.라블레윤의마지막영화와그의작품세계를가장잘드러내는영화,두작품을중심으로씌어진이글에서독자들은한번도본적없는,우주공간에서다양한촬영기법을이용해만들어진미래의영화이야기를만날수있다.

실제로2010년대,2020년대인터넷자료들을읽어보면각종판결마다‘AI판사를도입하라’라는댓글이달린것을확인할수있다.인공지능이재판을할수있다는상상은그당시에도낯설지않았으며,판결에대한불신도적지않았다는얘기다.
―장강명,「누구에게나신속한정의」(p.137)

장강명의「누구에게나신속한정의」는AI의도움을받아작성된,장휘영기자가쓴기사이다.이인터뷰기획기사의주인공은각종분쟁을법정밖에서해결해주는인공지능법률서비스기업‘신속한정의’의이세아대표.지금과그리머지않은근미래를배경으로하고있어소설안에서제시되는자료와언급되는사건모두우리가익히알고있는내용들이라는점이이작품에생생한현장감을높여준다.창업초기교통사고와사이버모욕죄,사이버명예훼손죄사건을대상으로했던신속한정의는높은정확도와‘고객편에서지않는다’는‘공정한판단’의태도로후발경쟁업체들과차별점을가지며사법부보다높은신뢰를얻기에이른다.단순히아이디어차원에서만이아니라인공지능의다양한가능성과이를반대하는이들의주장,인공지능의활용에관한여러이점과함께그럼에도고민해야할지점까지현재의우리삶과밀접한구체적인이야기가명확하고흡인력강한문체로담겨있다.

우리가유성우의영향권안에다시말려드는데채일주일이걸리지않겠죠.그때가오면우리는더가깝지만결국파멸할운명을맞이할항성뒤로숨을것인지,아니면목숨을걸고유성우사이를뚫고지나가항성계밖으로도망쳐볼것인지선택해야만합니다.
―위래,「춘우삭래」(pp.161~62)

위래의「춘우삭래春雨數來」의화자가있는곳에는한바탕비가쏟아지고있다.하지만물은4퍼센트에불과하고그마저도단단하게얼어붙어있다.나머지는단단한암석이다.유성우인것이다.부서져가는행성에서떠나정착할곳을찾던이들은SN2024B를인간종을구원할빛이라생각하고‘등대’라는별칭까지붙인다.이것은외계의지적생명체가보내온신호였고,각분야에서외계의언어를해독하기위해노력을기울였다.그렇게들려온등대의첫마디는“내친애하는형제여”.그렇게사람들은등대를향한여정을시작한다.우여곡절끝에등대앞에다다랐을때,그빛이결국함정이었을발견한다.제목처럼,해롭기만하고아무런쓸모가없는것,우리의‘등대’는결국‘춘우삭래’였던것이다.이들의실패가어떤결말로이어질지,마지막을읽은뒤에도여운을남기는작품이다.

SF쓰기가인간과물질과시공간을둘러싼미지의잠재성을실현시키는일이라면,SF읽기는그세계의예측불가능성을경험하는일이다.Science,Space,Speculative,Society등의수많은‘S(story)’와Fiction,Fantasy,Fabulation,Future등의다채로운‘F(frame)’가열어보이는〈SF보다〉의독서공간에서,이번여름에도역시독자들은‘낯선’경험으로의여행을떠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