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억하는 풍경

너를 기억하는 풍경

$14.00
Description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날.
깊은 슬픔이 무엇인지 알아버린 것만 같았던 날.
내 것인 줄 몰랐던 감정이 내 것임을 알게 된 날이었다”
삶의 굽잇길에서 마주하게 되는 슬픔의 첫 순간들
짙은 어둠 속 터널을 지나 그 순간들을 기억하는
기찻길 마을 다섯 아이의 이야기

작가 손홍규의 연작소설 󰡔너를 기억하는 풍경󰡕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그는 이상문학상, 백신애문학상, 노근리평화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두루 휩쓸며 한국문학에서 독보적인 색채와 탄탄한 서사로 그 위상을 오래 지켜왔다. 그간 낯설고 팍팍한 도시의 주변부, 그곳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가난하고 지질한 인생들을 통해 “사라져가는 공동체적 삶과 인간성 소멸의 현실을 풍자적으로 그려”냈다고 평가받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이야기의 무대를 1980년대 어느 기찻길 시골 마을로 옮겨왔다.
기찻길을 사이에 두고 위아래 마을에서 나고 자란 다섯 아이의 성장담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이 책은 “너를 기억하는 풍경”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짙은 어둠 속 터널을 지나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그때 그 시절을 돌아보고 기억하는 어른을 위한 성장소설이다. 다섯 명의 또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다섯 편의 작품으로 엮어낸 연작소설로, 우리가 삶의 굽잇길에서 마주하게 되는 슬픔의 첫 순간들을 작가 특유의 진중하면서도 유려한 문체로 섬세하게 풀어냈다. 장편소설 『예언자와 보낸 마지막 하루』 이후 3년 만이고, 소설집으로는 『당신은 지나갈 수 없다』 이후 4년 만에 출간하는 이 책은 역사와 인간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통해 소설 세계에 깊이를 더해왔던 작가 손홍규의 초심을 반영하는 문학적 바탕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지만 유년기의 순진무구함을 간직하고 있는 아이들의 성장담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이 책은 상처와 아픔, 슬픔이라는 인간 본연의 존재론적 문제를 1980년대 스러져가는 농촌의 소슬한 풍경 속에 녹여내며 가난과 모순, 차별과 폭력이라는 시대의 굴곡과도 자연스럽게 버무려놓았다. 작품의 주제의식을 시대적 맥락과 연결 지으며 특유의 의뭉스러운 유쾌함으로 읽는 재미를 놓치지 않는 것은 작가의 탁월한 재능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슬픔이 우리를 철들게 한다지만 이별과 상실, 미움과 혼란, 죽음과 같은 삶의 비극적 국면은 아이들에게 그 자체로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마음속에서 낯선 감정이 생겨나고 그 감정의 정체를 마침내 깨닫게 된 날.”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바로 그날은 누구에게나 평생 잊히지 않는 기억일뿐더러 때로는 깊은 상흔을 남기기도 하며, 무릇 유년기가 막을 내리고 삶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닥쳐오는 것을 감지하게 되는 결정적 순간일지도 모른다.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세대를 뛰어넘는 존재론적 고민과 문제의식이 작품 곳곳에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청소년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기에도 충분하다.
“미약하게 감지했던 삶의 비밀 같은 게 꽃향기를 담은 밤공기가 콧속으로 와락 밀려 들어오는 순간처럼” 덮쳐오는 그 시기를 서정적이고도 날카롭게 포착해낸 이 책에서 독자들은 어느덧 중견작가의 반열에 오른 손홍규의 성숙하고 농익은 글쓰기를 확인할 수 있으니, 작품 내내 따스한 시선을 견지하는 작가의 온기가 여운처럼 남는다.

“다시 터널 앞에 섰다. 내가 잊은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어떤 기대도 품지 않고 기억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커다란 기대임을” 「작가의 말」에서
저자

손홍규

저자:손홍규
2001년『작가세계』신인상을수상하며데뷔했다.지은책으로소설집『사람의신화』『봉섭이가라사대』『톰은톰과잤다』『그남자의가출』『당신은지나갈수없다』와장편소설『귀신의시대』『청년의사장기려』『이슬람정육점』『서울』『파르티잔극장』『예언자와보낸마지막하루』,산문집『다정한편견』『마음을다쳐돌아가는저녁』등이있다.노근리평화문학상,백신애문학상,오영수문학상,채만식문학상,이상문학상,요산김정한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기찻길을달리는자전거
어느날대숲에서
가난한이야기
소가오지않는저녁
손금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다시터널앞에섰다.내가잊은풍경이나를기다리고있었다.그래서알게되었다.어떤기대도품지않고기억하는일이야말로가장커다란기대임을”「작가의말」에서

삶이슬프지않은사람이어디있을까
세대를뛰어넘어우리모두에게건네는위로와응원

이책에실린다섯편의연작들은지금과는사뭇다른1980년대기찻길마을을배경으로,다섯명의또래아이들이초등학교5학년에서중학교1학년에이르는시기를그려냈다.

치매를앓던할머니의죽음을어떻게받아들여야할지몰라허둥거리는‘수’(「기찻길을달리는자전거」),울창한대숲에웅크려앉아가느다랗게늘켜우는어머니의뒷모습을바라보며아버지를미워해도되는건지자문하게된‘준’(「어느날대숲에서」),으레이야기는행복하게끝나기마련인데삶은상상처럼흘러가지않는다는것을깨닫게된‘영’(「가난한이야기」),무덤덤하기그지없던가족들이어딘가에서얼굴을돌린채울면서살아왔음을알아차린‘민’(「소가오지않는저녁」),그리움이란누군가를향한마음이고잃어버리고없는것을가리키는단어라는걸깨닫게된희(「손금」)까지예민하고도혼란한시간을겪어내는다섯아이의성장통을담담한어조로그려냈다.작가는우리가삶에서맞닥뜨리게되는슬픔의첫순간들을담아내며독자들에게공감과더불어뭉클한감동을선사한다.

주인공들외에도이책에는가족,이웃,친구와같은주변인물들도골고루생명력을가지며작품속에서살아숨쉰다.아이들은친구들과티격태격장난이나풋사랑의설렘을나누기도하고서로의비밀을지켜주는가하면,어른들이나직한목소리로속삭이는이야기에서알수없는삶의비밀을엿듣기도한다.작품은시종일관서정적으로,때론유쾌하게전개되지만그한편에는도시로사람들이떠나가며허물어져가는농촌의풍경이라든가폭력적인아버지,시위에나갔다가정신이이상해져서돌아온형,미국에입양된아픈동생을그리워하는오빠등시대의굴곡과아픔이고스란히묻어있다.그시절기적을울리며캄캄하고어두운터널을지나가는기차는고향을떠나도시주변부에서고단하고비틀린삶을살아가는인생들의앞날을떠올리게하지만,그럼에도여전히삶의기적을기대하게하는희망을품고있기도하다.다시터널앞에선작가는이작품에서오래도록기억하는것,그것이면충분하다고말한다.

터널을지나미지로나아가는
너를기억하고기다리는기적같은이야기

<너를기억하는풍경>의또다른묘미는예전모습은잃었지만내가족과이웃,고향마을의풍경과가슴고이묻어두었던감정까지그때그시절을감질나는사투리와능숙한언어로되살려내며이제는사라진,오래되고아름다운것들을새삼일깨운다는데있다.확독이나양푼과같은가재도구들이며소소한먹을거리,논밭이펼쳐진마을풍경너머저멀리기적을울리며다가오는완행열차와연탄을싣고나오는트럭들과까만분탄이날리는연탄공장의모습까지지금과는사뭇다른그때그시절의정경이흥미롭게펼쳐진다.그시기를지나온어른세대에게는나고자란터전에대한애틋한추억과감동을불러일으키며청소년들에게는한층다양한문학의세계를느끼게한다.이렇듯세대를뛰어넘는공감의장을마련하는이책은작가손홍규가초등학생딸을위해쓴작품이기도하다.묵묵히지켜보고응원하는것.캄캄하고두려운길로나서는아이들을응원하는책이다.

“나는너와함께터널앞에서있었다.너의이야기가아닌데도너는귀를기울였지.이풍경이내슬픔마저나누어가졌음을잊지말아야한다는듯.
나역시너의풍경이되어언제까지나너를기억하고기다리겠지.네가오지않아도괜찮다.기적을기다리는동안기적은이미이루어졌으니까.”「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