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저편 : 만년의 양식을 찾아서 - 김병익 글 모음 (양장)

존재의 저편 : 만년의 양식을 찾아서 - 김병익 글 모음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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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시대의 지성, 김병익
오늘을 사유하는 ‘탐독’과 어제를 기억하는 ‘기록’으로
새로움을 향한 소망과 기대를 말하다
정치학도에서 문화부 기자로, 문학비평가에서 출판 편집인으로 반세기를 뛰어넘는 시간 동안 책과 함께 살며, 시대에 대한 관용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동시대를 고민하고 성찰해온 김병익 선생이 2013년부터 《한겨레》에 연재해온 칼럼들 가운데 근래의 것을(2021~2024) 모아 『존재의 저편』(2024)을 펴냈다. 앞서 출간한 『시선의 저편』(2016) 『생각의 저편』(2021)에 이어 10년 넘게 이어온 기명 칼럼을 마무리하는 완결편인 셈이다. 이번 책 역시 만년의 여가로서의 책 읽기를 통한 오늘의 삶과 시대의 현실을 돌아보는 통찰을 담아내는 한편, 60년 가까이 취재와 저술, 발행 활동을 통해 4.19세대의 삶 그리고 한국 문단과 지성사를 자연스럽게 품은 글쓰기의 행보, 이를 다시 기억으로 술회하는 최근의 인터뷰 글들까지 한데 묶었다. ‘보기’(시선)와 ‘생각하기’(사유)를 거쳐 마침내 ‘있음’(존재)의 물음에 이르는 그 의식의 흐름은 “살아온 시대의 증인”(126쪽)으로서의 저자가 때마다의 현실에 최선을 다한 읽기-쓰기로 엮은 생의 기록이다. 동시에 미수(米壽)를 앞두고 “생애의 마지막 글모음”이란 저자의 담담하고도 서늘한 고백과 함께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이 변화, 저 변모, 미처 떠올릴 수 없는 변혁들 앞에 서면 차라리 절망이 닥쳐온다. 그 절망 속에서, 그럼에도 정직하게 말해, 나는 이 시대 변화가 반갑다. 미래를 저어하면서도 거기에 기대를 거는 것, 암담을 예감하면서 낙관의 구실을 찾고 비관에서 소망을 일구고 두려움에서 요행을 얻어온 것이 인류사의 과정 아니던가. 정신없이 바쁜 세상에 낀 작은 틈에서 인간들은 얼핏 여유를 즐겨왔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거대한 문명사적 움직임에서 이 글쓰기로 내 조용한 틈을 찾는 것이다.” _「책머리에」에서
저자

김병익

저자:김병익
1938년경북상주에서태어나대전에서성장했고,서울대문리대정치학과를졸업했다.동아일보문화부에서기자생활(1965~1975)을했고,한국기자협회장(1975)을역임했으며,계간『문학과지성』동인으로참여했다.문학과지성사를창사(1975)하여대표로재직해오다2000년퇴임후,인하대국문과초빙교수와한국문화예술위원회초대위원장(2005~2007)을지냈다.현재문학과지성사상임고문으로있다.대한민국문학상,대한민국문화상,팔봉비평문학상,대산문학상,인촌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책머리에7

Ⅰ.탐독,오늘을사유하다
‘떠도는말들’15
외디푸스이야기21
일본,그‘반성없음’의구조27
검열빠져나가기33
후석(後石)의유묵두점39
고향을잃다45
‘대한민국대통령’되기51
벌거벗은임금님57
기자들의저술63
말의맛69
예술가의학위75
세밑,그조용한기다림81
가고,가면또오리니……87
이바쁜흐름속의작은틈93
늙은어린이가될수있다면99
말하는인공지능앞에서105
세속의삶과그항의111
노년의책읽기117
글과의생애엮기123

Ⅱ.기록,어제를기억하다
문재인시대,새대통령에게바란다131
치수를그리며―문학평론가김치수9주기에부쳐135
나의현대사보물:『문학과지성』창간호―이영관기자의인터뷰139
나의첫책,『한국문단사』―유신시대,서러운글쓰기146
“난하찮은글쟁이……”―김성후기자의인터뷰152

『존재의저편』과함께읽은책174

출판사 서평

‘저편’을헤아리는언어를벼리고
겹겹의‘사유’에닿는기억을담금질하며
글로엮어온생-존재의의미를새기다

“말이또다른하나의생명체임을,태어나사라지고바뀌는그생성과변화가곧우리삶의구체적인역사와더불은것임을깨닫는다.[…]그말들의삶을사전과기록으로충실하게정리해두는것또한우리삶-살이의사료가될것도분명하다.말들에스민말의역사는우리삶의가장구체적인체험기록이되리라.”(75쪽)

저자는“늙고낡은정신에다가오는책들”을그저제멋대로읽고자유로운잡문쓰기로이어갔다겸허하게말하지만,책을펼치면“이편의한계를벗어나‘저편’의의식을열어보려”는꾸준한노력의소산임을곳곳에서발견할수있다.한평생기자적관점에서“세상을글로개찰하며사람과삶,세계와세상의움직임들에말거리를이어”(155쪽)온그에게“글쓰기는사유”라는삶의태도는자연스러운귀결이다.특히이청준의‘언어사회학서설’연작읽기와가히언어폭력의난장이라불러야할요즘정치현실의교차를필두로,과거검열과금서의시대를지나언론,출판의자유를획득한지금의현저한대비는물론이요,서술의자유로움에기댄기사문체의힘과매력들이빛을발하는논픽션저술에대한상찬과어쩌면인류문명의획기적변혁의계기로작용할새로운언어생성모델챗GPT의등장을앞에둔당혹스러운기대감까지,평생언어를다듬고글쓰기를업으로삼아온이답게인간의존재론적의미를말과언어-문자의변화양상에서찾고묻는다.

한편,정명환,서광선,이어령,김동길,김지하,방혜자,조세희선생등전쟁과변란,갈등과혼란으로암울했던지난시절,팽만한시대의어둠을걷고우리들지적정서를다듬는일을고민했던‘80대정신들’의잇달은작고소식은그들을존경해왔던저자에게적잖은아득함과허망함을안긴다.그러는동안에도저자는책을읽는일상을지속하면서먼저간이들에대한회상의무거움을“그분들이비운자리에새로운세기의새로운정신들이들어설것”(93쪽)이란희망으로돌려새긴다.팔십후반속절없는노쇠의자리에서“굳이회오나겸손을새삼끌어들일필요없이”세월과변화를구경하며“조용히순명하는것,그뜻과형상을이해못하는대로바라보고눈으로나마챙기는것”에충실하고싶다는저자의진솔한소망이정일(靜逸)한고독감과함께긴여운을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