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가을 2024

소설 보다: 가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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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새로운 세대가 그려내는 가을의 소설적 풍경
독자에게 늘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특별 기획, 『소설 보다: 가을 2024』가 출간되었다.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되었다. 선정된 작품은 문지문학상 후보로 삼는다.
〈소설 보다〉 시리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물론 선정위원이 직접 참여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수록하여 7년째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계절마다 간행되는 ‘소설 보다’는 주목받는 젊은 작가와 독자를 가장 신속하고 긴밀하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저자

권희진,이미상,정기현

저자:권희진
2024년『조선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저자:이미상
2018년웹진《비유》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이중작가초롱』이있다.2019·2023젊은작가상,문지문학상을수상했다.

저자:정기현
2023년문학웹진《LIM》에단편소설「농부의피」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권희진,「걷기의활용」
인터뷰권희진×이소
이미상,「옮겨붙은소망」
인터뷰이미상×홍성희
정기현,「슬픈마음있는사람」
인터뷰정기현×이희우

출판사 서평

가을,이계절의소설

우리는저마다의기억을간직한채살아간다.과거의인상적인경험들을머릿속에겹겹이간직하고있는기억은내일의문을열고걸어나가는원동력이되기도하고,여러갈림길앞에서하나의길을택해야할때확신을주기도한다.이러한기억이행동이되고경험으로자라나하나의생(生)을만들어낸다해도과언이아닐것이다.『소설보다:가을2024』는지난날을반추하며오래도록곁에머물기억에관한이야기를다룬세편의작품을소개한다.

권희진,「걷기의활용」
“내힘으로할수있는것이그것뿐이어서남들이노동을하듯하루종일걸었다”

권희진은“지금우리에게필요한서사”(심사위원최수철·조경란)라는평을받으며올해『조선일보』신춘문예로등단한신예작가다.등단작「러브레터」에서함께시간을보낸인물들덕분에앞으로나아갈힘을얻은화자를그려냈던작가는이번선정작「걷기의활용」에서한때가장가까웠으나영영멀어진인물들과나누었던대화와추억을회상하는주인공을따라걸어간다.

태수형과‘나’는오랜시간가깝게지낸친구로슬픈일이있을때나별일없는나날중에도만나술잔을기울인다.여자친구와이별과재회를반복하던태수형그리고일자리를찾지못해걷기를소일거리로삼는‘나’가서로를찾는건자연스러운일이다.따져보면이야기의주제나관심대상도다르고,‘나’가형에대해아는건사소한것들뿐이지만,그기억은사실“오랫동안애정을갖고지켜봐야만알수있는것들”(문학평론가이소)이다.‘나’조차도알수없는태수형을향한감정은오해와이해를거듭하면서도“일정한보폭의걸음처럼잔잔하고자연스럽게전개”(문학평론가조연정)되며,지나갔으나결코사라질수없는청춘의감정을돌아보게한다.

자신조차종잡을수없는감정들로인해‘나’는혼란스러워합니다.상대의마음을얻지못했기때문에그런건사랑이아니야,라며비관적으로생각할지도모르겠습니다.다만저의관점으로보자면‘나’의이러한고뇌마저모두사랑처럼보입니다.그랬으면하는바람이기도합니다.자신안의감정들을긍정하고어느순간에는더는아프지않았으면하기때문입니다.
「인터뷰권희진×이소」에서

이미상,「옮겨붙은소망」
“당신들이끼어들틈은없어요.남편의죽음은우리부부의것이에요”

이미상은2020년겨울,2021년겨울,2020년여름에이어네번째로‘이계절의소설’에선정되며[소설보다]로만나게되었다.매번전작을뛰어넘는신선한소재와독창적인발상의작품을선보여온작가는「옮겨붙은소망」에서도새로운층위의이야기를발굴해내며끝없는질주를예고한다.이소설은누군가의죽음이후물려받은물건,시간,소망등이남은이의삶을얼마큼변화시킬수있는지를“기억이라는특별한형식”(문학평론가소유정)에기대어보여준다.

‘나’와같은빌라에사는이웃n&n’s는인스타그램라이브방송에서원하는앤티크소품및빈티지주얼리를구매하기위해‘나’를“클릭도우미”로고용한다.n&n’s의소망(혹은가벼운빈말)을대신이뤄주던남편이불의의사고로세상을떠난후그녀의쇼핑이열흘만에다시시작된것이다.쇼핑라이브가방영될때마다그녀의집에서함께시간을보내며일하는‘나’는n&n’s부부의지난이야기를자연스럽게알게된다.노동하지않고자신의시간에매몰되다우울증을얻은채남편이남기고간시간까지떠안은n&n’s가‘나’에게그시간을모두증여하는소설의절정은슬픔,애도를넘어우리에게도위트가득한희망을건넨다.

현재A를경험하고있으나그것으로부터연상된수많은추억이떠올라머릿속은A를지나Q까지가있겠지요.그러다A에서Q까지가뭉쳐져이름붙일수없는거대한감정의기둥이되고,때로는그기둥이쿵쿵내리치는진동에마음이뒤숭숭해지기도하겠지요.다행히‘나’는무엇보다자신을말없이많이아꼈던사람과의추억속에서지내기에슬프지만행복합니다.그가현실에서보는많은사물과느끼는경험에n&n’s와의추억이들어있을겁니다.
「인터뷰이미상×홍성희」에서

정기현,「슬픈마음있는사람」
“슬프지않은사람들은슬픈얼굴을하고
슬픔한가운데선사람들의기색을살피다집으로돌아갔다”

2023년문학웹진[LIM]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한정기현은데뷔작「농부의피」에서회사일과농사를병행하는주인공의이야기를그려내며독자들에게존재감을드러냈다.이번「슬픈마음있는사람」은거여동의고가교기둥에빼곡하게적힌낙서를읽는데서출발해번호를달고반복하며이어지는낙서를하나씩찾아내듯화자의일상과내면을퍼즐조각처럼맞춰나간다.

평일교회에서만난기은과준영은각자시간을보내다함께탁구를치고동네주변을산책한다.준영은동네곳곳에최근에도업데이트된듯한낙서들의존재를기은에게알려준다.“김병철들어라”로시작해욕과원한으로끝나는내용을따라걷다보면그간무수히,무심하게지나친길목의모든것을자세히들여다볼수있다.그후기은은반복되는일상속에서새로운낙서를발견하거나재미있는사건이생기면준영을떠올린다.결말에가까워질수록낙서속주인공에대한의문이해소되지만어쩐일인지기은은“정체모를슬픔을감각”한다.이소설은‘슬픈마음있는사람’은슬픔에잠식당한것이아니라잠시찾아온슬픔을돌볼수있는“주체적인상태”에있으므로“자신의슬픔과결별할수있는계기를되찾”(문학평론가강동호)을지모른다는짐작을우리에게전한다.

여러가지모양의인형눈알을가지고다니다그때그때눈알을바꿔끼울수있다면,당연한말이지만,같은대상도완전히달리보일수있다고생각해요.[……]우리에게주어진반복이어제와전혀다를것없는반복이라면나도인물도불행해지기십상이니일단달리바라보기부터시도해볼까,다른모양의눈알을잠깐착용해볼까,하는생각을자연스레하게되는듯합니다.
「인터뷰정기현×이희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