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보다 Vol 4: 그림자

SF 보다 Vol 4: 그림자

$14.00
Description
“당신은 기꺼이 그림자의 세계를 방문해야만 한다”

그림자에서 발견하는 세계의 진실과 시대의 초상!
암흑의 우주를 감각할 수 있게 하는 그림자의 자리에서
S-F의 현재를 보다!
그림자를 종속적이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한 우리는 새로운 그림자를 그려볼 수 없다. 성별과 인종, 장애와 계급, 소수와 국외자에게 그런 것처럼. 나는 아예 이렇게 주장하고 싶다. 세계는 사실 그림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그림자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그림자가 전부라고.
-문지혁, 「하이퍼-링크: 걸어 다니는 그림자(들)의 세계」에서

독자들에게 무한한 자극과 지적 상상력을 제공할 ‘S(story)’를 담은 다채로운 ‘F(frame)’로서 2023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첫 선을 보인 〈SF 보다〉 시리즈가 론칭 2년째가 되는 올해, 지난 6월에 ‘Vol. 3 빛’을 출간한 데 이어 ‘그림자’를 테마로 그 네번째 책을 펴낸다.
단순하면서도 일상적인 하나의 테마가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들의 눈부신 상상력과 만나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하는 이 시리즈는 테마와 다각도로 연결되는 ‘하이퍼-링크’,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의 신작 단편소설, 테마를 관통하여 장르 전반의 흐름을 담아내는 ‘크리티크’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SF문학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온 문학과지성사는 이 시리즈를 통해 신작 SF 단편을 만나는 즐거움을 제공함과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동시대 작가들의 생동감 넘치는 문학적 교류의 현장으로서 한국문학의 스펙트럼을 한층 더 넓혀나가고 있다.

〈SF 보다〉 시리즈 네번째 책 『SF 보다-Vol. 4 그림자』에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다섯 작가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해도연의 「오 마이 크리스타」, 김혜빈의 「순환 순수 역학」, 김이환의 「두번째 선악과」, 이종산의 「그림자의 여행」, 돌기민의 「끈끈이」. 이 다섯 편의 작품은 낯설지만 우리의 실재 삶과 밀접한 시공간에 숨겨진 그림자의 세계를 독자들 앞에 펼쳐놓는다. 한편 책의 시작과 끝에 자리한 ‘하이퍼-링크’와 ‘크리티크’는 여러 영화, 게임, 문학 등에서 그려진 다양한 그림자의 모습을 소개하며 『SF 보다-Vol. 4 그림자』세계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하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해도연,김혜빈,김이환,이종산,돌기민

작가겸연구원.대학에서물리학을공부했고대학원에서천문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소설집『위그드라실의여신들』,연작소설『베르티아』,장편소설『마지막마법사』와과학교양서『외계행성:EXOPLANET』등이있으며다양한앤솔러지와잡지에중·단편을게재했다.잭조던의장편소설『라스트휴먼』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문지혁 하이퍼-링크hyperr-link
-걸어다니는그림자(들)의세계

해도연 오마이크리스타
김혜빈 순환순수역학
김이환 두번째선악과
이종산 그림자의여행
돌기민 끈끈이

심완선 크리티크critique
-존재하지않는다고일컬어지는,그러나언제나존재하는

출판사 서평

“여전히계속해서그려지고있는유스토피아와디스토피아의그림자는
끝내지금여기우리자신의초상을닮아간다”
─그림자를통해서만비로소바라보게되는실재의세계

유토피아란존재하지않는곳Ou곳Topos이고,디스토피아란유토피아에‘나쁨’을뜻하는접주사‘Dys'를붙인것이다.따라서디스토피아는잘못된유토피아,유토피아의어두운뒷면,유토피아의그림자가된다.하지만‘없는곳의뒷면’이란대체어떤모습일까?그림자의그림자일까?두번부정하면그것은긍정이된다.존재의그림자가다시그림자를드리우면그것은존재가된다.수많은디스토피아서사가결국오늘우리의얼굴과같다는것은어쩌면필연적일것이다.
-문지혁,「하이퍼-링크:걸어다니는세계」에서

“물체가빛을가려서그물체의뒷면에드리워지는검은그늘”“물에비쳐나타나는물체의모습”“사람의자취”“얼굴에나타나는불행ㆍ우울ㆍ근심따위의괴로운감정상태”“어떤사람이나대상에밀접한관계를가지고항상따라다니는것을비유적으로이르는말”……사전에서적고있는‘그림자’의정의이다.손에잡히는실체가없고어둠으로표상되는그림자는그만큼어느하나로고정되지않은다양한상징과비유로서여러예술작품에등장해왔다.그러나아이러니하게도이렇듯실체가‘없는’그림자를이해하는중요한출발점은그것이‘존재한다’는것이다.『SF보다-Vol.4그림자』에수록된다섯편의작품은그그림자의존재가우리의삶에어떠한방식으로함께하는가에대한다양한이야기를담고있다.


내영혼을다시그대에게맡깁니다.

그분이눈을감고고개를떨군다.
눈부신그림자가크리스를감싸고주변모든것이짙은빛에휩싸인다.크리스는아득한시간과공간너머에서자신을바라보고있는존재를느낀다.그존재앞에서는‘그분’마저도그저단어에불과하다.
-해도연,「오마이크리스타」(p.48)

인구백만명정도의작은나라인맨저리에서태어난크리스는자신이강간에의해태어났다는사실을알고난뒤평생죽은것처럼지내기로다짐했지만,어머니가강간범을석재절단기로죽였다는이야기를듣고는3일만에다시세상으로나와어머니의고백을평생비밀로하기로약속한다.그약속의증표로절단기에끼어있던강간범의허벅지뼈파편으로만든십자장식의팬던트를목에걸고크리스는강간범의시체를묻은곳에서자란포도나무의열매로만든포도주한잔을마시며새로태어난느낌을받는다.해도연의「오마이크리스타」는어머니의죽음이후고향을떠나미국에서물리학자가된크리스가과학고문으로몸을실은우주선에드위나호에서일어나는일을담고있다.태양계외곽에서발견된블랙홀닉스Nyx가가진원시암흑물질을수집·연구할목적의에드위나호에서무료한일상을보내던크리스는누군가숨겨둔,자신과같은나이의시체한구를발견한다.닉스탐사는핑계일뿐이고이우주선에다른목적이있을것이라생각한크리스는도무지우주선에어울리지않는탑승자,근본회의주교단의사제가언급한‘언약의궤’를여는일에힘을보태고싶다고말하며에드위나호의진짜목적에접근해간다.닉스의정체와에드위나호의비밀,크리스를향해오는거대한‘그분’의존재가드러나는과정이블랙홀처럼독자들을끌어당긴다.


어쩌면그래서내가베스타의머리를좋아하는지도몰랐다.베스타의머리는영원한백야,빛이그치지않는낙원이었으니까.기밀시설.범죄자들의종착지.외계재판장.베스타의머리를지칭하는단어는많았지만나는그중‘화로’라는표현이가장마음에들었다.
-김혜빈,「순환순수역학」(p.58)

김혜빈의「순환순수역학」에등장하는‘베스타의머리’는죽은사람의뇌를이용해아라냐를유인해가두고죽이는,일종의포충기이다.인간의뇌를파먹고죽음에이르게하는외계생명체아라냐에맞서베스타의머리를발명한사람은뇌과학자분옥이었다.여러반발에도불구하고전세계적으로모은범죄자들의뇌로만들어진베스타의머리는각대륙에건설되어아라냐를죽였고,아라냐가처음모습을드러낸날로부터80년이흐른지금,그들은재수가없으면만날수도있는맹수정도로전락했다.이러한결실을이뤄낸분옥의증손자인란희는뒤를이어뇌과학자가되어분옥이연구하다중단된침습형뇌컴퓨터다브DAW를개발중이었다.어느날란희는비밀스러운연인이자베스타의머리를청소하는일을하는화자에게‘UD-012’에대해이야기한다.‘UD-012’는분옥이처음고른스무개의뇌중유일한한국인의뇌이자지금까지살아남은몇안되는베스타인데,분옥은여기에특정한소프트웨어가깔린다브를심어놓았다는것이다.지난80년동안똑같은기억만을반복재생하는소프트웨어를.그뇌의주인은화자의증조부고혁우.소설은고혁우의끔찍한범죄와분옥의고통,증조모의작업을완수해가는란희와그런란희의빛나는결실을위해기꺼이어둠이되고자하는화자의이야기를촘촘하게엮어나간다.


“너는왜자기자신이존재한다는걸깨닫고새로운인격으로태어났을까?”
[이유는아직몰라.추측은하고있어.우리의상황은해리성정체장애의증세와비슷하잖아.해리성정체장애의명확한이유는아직밝혀지지않았지만,고통스러운기억에서자신을보호하려고자아를분리하기때문에생긴다고추측하고있어.나도네가가진고통스러운기억을관리하다가생겨났나싶어.]
-김이환,「두번째선악과」(pp.97~98)

김이환의「두번째선악과」는자신안의그림자사람과대화를나누는인물의이야기이다.꿈속에서빨간색사과를따먹고나서부터마치카메라를통해보듯이다른사람의시점으로스스로를보게된‘나’는어느날들려온환청에당황하면서도,자신안에서자신의생각이아닌생각이내는그목소리를찾아가기시작한다.그러다그것이곧자신의두번째인격이란것을알게되고,이후‘나’는꿈을통해만나거나일상에서머릿속으로말을걸면서그림자사람과끊임없이대화하며그를이해해간다.뿐만아니라자신처럼그림자사람과대화를하는다른이를만나,그림자사람들끼리대화할수있도록자신의몸을내어주기도한다.그림자사람에대한최초의기억에서부터그가떠나고난뒤의일상까지,‘나’의열여덟개의기억으로이루어진이소설은내면의또다른‘나’를만나는특별한기억의기록이다.


“나도못먹어본본점만두를.”
재연은휴대폰속그림자를보며중얼거렸다.녀석이조금괘씸하기도했지만그보다는기특한감정이더컸다.말그대로그림자는여행을하고있었다.어디에도갈수없는재연을대신해서.
-이종산,「그림자의여행」(p.130)

이종산의「그림자의여행」은현실의벽에막혀어디에도가지못하는인물이가상현실속그림자로마음껏여행을하고자하는,그러나그조차자유롭지못하다는것을절실히깨닫게되는이야기이다.병원응급실비용생각에혼자서통증을견디는밤이익숙한재연에게그나마현실의통증을잊게해주는것은넷플릭스나인스타그램정도이다.그러던어느날인스타그램피드를‘새로고침’하다발견한‘그림자의여행’이라는앱.최대한의사치가미용실에서머리색을바꾸는정도인재연은하룻밤만에대만에가서샤오롱바오를먹고있는앱속의그림자에게알수없는위안을받지만,곧그림자의여행에도현실의자신의주머니에서나가는돈이필요하다는걸깨닫게된다.방안에서어디든갈수있는세상이지만어쩌면더욱큰제약안에,유리상자안에갇혀사는현실의우리이야기가여기에있다.


상처짊어지고집으로돌아가는길이괴로워집이사라졌음좋겠다빌었다.하나뿐인귀한아들내미가하필당하는쪽이라들끓는연민과부끄러움이싫었다.희가야단치는게가해자인지밍키인지헷갈렸다.학교에서벌어진일은입꼭닫아숨겨야집안평화에찬물끼얹지않을수있었다.
-돌기민,「끈끈이」(pp.195~96)

돌기민의「끈끈이」는2074년학창시절체육선생에게몹쓸짓을당한밍키의일기이다.열악한기후와해수면상승으로인구밀집이과도해지자나라를통째로초고층빌딩안에집어넣기로합의한미래.마천루1이유일한현실로자리하고이를본뜬마천루2,또다시마천루2를본뜬마천루3……이렇게마트료시카구조로가상현실속가상현실속가상현실이만들어졌다.마천루1을제외하고는모두그앞번호의복제물이며그곳에사는인물들도인간이아닌자아를획득해꾸준히성장할줄아는인공지능프로그램에불과하다.다시말해가상현실을통해세상을그림자처럼반영하는다른세상을찍어낼수있는것이다.화자인밍키는마천루56에살고있으며,과거의끔찍했던경험에변수를적용해가상의과거를만들어간다.그리고동시에자신을사랑하는털보아저씨를따라마천루55로의도약을준비한다.그림자에불과한가상현실일지라도그속에서벌어진일또한세상에끈끈하게달라붙어있는‘진짜’와마찬가지라는것,물리적으로존재하지않아도엄연히실재하는그림자의세계를이소설은생생하게감각하게해준다.

SF쓰기가인간과물질과시공간을둘러싼미지의잠재성을실현시키는일이라면,SF읽기는그세계의예측불가능성을경험하는일이다.Science,Space,Speculative,Society등의수많은‘S(story)’와Fiction,Fantasy,Fabulation,Future등의다채로운‘F(frame)’가열어보이는〈SF보다〉의독서공간에서이번가을에도역시독자들은‘낯선’경험,‘익숙한’미래로의여행을떠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