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큰글자도서) (한강 시집 |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큰글자도서) (한강 시집 |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25.00
Description
심해의 밤, 침묵에서 길어 올린 핏빛 언어들
상처 입은 영혼에 닿는 투명한 빛의 궤적들

한강 문학의 시적 기원!
“한강의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그림의 실재가 궁금했던 사람들은
이제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펼치면 된다”
저자

한강

1970년겨울광주에서태어났다.1993년『문학과사회』겨울호에시「서울의겨울」외네편을발표하고이듬해『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붉은닻」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여수의사랑』『내여자의열매』『노랑무늬영원』,장편소설『검은사슴』『그대의차가운손』『채식주의자』『바람이분다,가라』『희랍어시간』『소년이온다』『흰』『작별하지않는다』,시집『서랍에저녁을넣어두었다』등을출간했다.오늘의젊은예술가상,이상문학상,동리문학상,만해문학상,황순원문학상,김유정문학상,김만중문학상,대산문학상,인터내셔널부커상,말라파르테문학상,산클레멘테문학상,메디치외국문학상,에밀기메아시아문학상등을수상했으며,노르웨이‘미래도서관’프로젝트참여작가로선정되었다.2024년한국최초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새벽에들은노래
어느늦은저녁나는|새벽에들은노래|심장이라는사물|마크로스코와나|마크로스코와나2|휠체어댄스|새벽에들은노래2|새벽에들은노래3|저녁의대화|서커서의여자|파란돌|눈물이찾아올때내몸은텅빈항아리가되지|이천오년오월삼십일,제주의봄바다는햇빛이반.물고기비늘같은바람은소금기를힘차게내몸에끼얹으며,이제부터네삶은덤이라고
2부해부극장
조용한날들|어두워지기전에|해부극장|해부극장2|피흐르는눈|피흐르는눈2|피흐르는눈3|피흐르는눈4|저녁의소묘|조용한날들2|저녁의소묘2|저녁의소묘3
3부저녁잎사귀
여름날은간다|저녁잎사귀|효에게.2002.겨울|괜찮아|자화상.2000.겨울|회복기의노래|그때|다시,회복기의노래.2008|심장이라는사물2|저녁의소묘4|몇개의이야기6|몇개의이야기12|날개
4부거울저편의겨울
거울저편의겨울|거울저편의겨울2|거울저편의겨울3|거울저편의겨울4|거울저편의겨울5|거울저편의겨울6|거울저편의겨울7|거울저편의겨울8|거울저편의겨울9|거울저편의겨울10|거울저편의겨울11|거울저편의겨울12
5부캄캄한불빛의집
캄캄한불빛의집|첫새벽|회상|무제|어느날,나의살은|오이도|서시|유월|서울의겨울12|저녁의소묘5
해설
개기일식이끝나갈때 · 조연정

출판사 서평

2024노벨문학상수상작가한강

1993년계간『문학과사회』겨울호에시「서울의겨울」외4편을발표하고이듬해『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붉은닻」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한한강이틈틈이쓰고발표한시들중60편을추려묶어데뷔20년만에펴낸첫시집이다.인간삶의고독과비애,삶과죽음의경계에서맞닥뜨리는어떤진실과본질적인정서들을특유의단단하고시정어린문체로새겨온시인은한국소설문학상(1999),오늘의젊은예술가상(2000),이상문학상(2005),동리문학상(2010),만해문학상(2014),황순원문학상(2015),인터내셔널부커상(2016),말라파르테문학상(2017),김유정문학상(2018),산클레멘테문학상(2019),대산문학상(2022),메디치외국문학상(2023),에밀기메아시아문학상(2024),노벨문학상(2024)등을수상한바있다.
「저녁의소묘」「새벽에들은노래」「피흐르는눈」「거울저편의겨울」연작들의시편제목을일별하는것만으로도그정조가충분히감지되는『서랍에저녁을넣어두었다』에는어둠과침묵속에서더욱명징해지는존재와언어를투명하게대면하는목소리가가득하다.“말과동거”하는숙명을안은채“고통과절망의응시속에서반짝이는깨어있는언어-영혼”(문학평론가조연정)을발견해가는환희와경이의순간이여기에있다.


내가가진모든생생한건
부스러질것들

부스러질혀와입술,
따뜻한두주먹

부스러질맑은두눈으로

유난히커다란눈송이하나가
검은웅덩이의살얼음에내려앉는걸지켜본다

무엇인가
반짝인다
-「저녁의소묘4」부분


죽음에서삶이,어둠에서빛이탄생하는아이러니

늦은오후에서한밤으로건너가는시간(저녁),다시한밤에서날이새기직전의시공간(새벽)에주로깨어있는시인은“부서진입술//어둠속의혀”로“허락된다면고통에대해서말하고싶어”(「피흐르는눈3」)한다.

이어스름한저녁을열고
세상의뒤편으로들어가보면
모든것이
등을돌리고있다

고요히등을돌린뒷모습들이
차라리나에겐견딜만해서
-「피흐르는눈4」 부분

인간의삶에구체적이고특별한불행들이생겨나기이전,시인은“아직심장도뛰지않는/점하나로/언어를모르고/빛도모르고/눈물도모르며/연붉은자궁속”“죽음과생명사이,/벌어진틈”(「마크로스코와나」)에서고통의기원과진실의정체를밝히고싶어한다.이를위해“어깨를안으로말고/허리를접고/무릎을구부리고힘껏발목을오므려서”(「심장이라는사물」)자신의피흘리는육체를담보삼는일도마다하지않는다.

누군가내몸을두드렸다면놀랐을거야
누군가귀기울였다면놀랐을거야
검은물소리가울렸을테니까
깊은물소리가울렸을테니까
둥글게
더둥글게
파문이번졌을테니까
-「눈물이찾아올때내몸은텅빈항아리가되지」부분

몸속에맑게고였던것들이
뙤약볕에마르는날이간다
끈적끈적한것
비통한것까지
함께바싹말라가벼워지는날
-「해부극장2」부분

마르고텅비어가는그육체는영혼과떼려야뗄수없는동지(同志)이기에결국영혼도부서지고,돌이킬수없는상실감과균열의느낌은어김없이찾아든다.

어느
늦은저녁나는
흰공기에담긴밥에서
김이피어올라오는것을보고있었다
그때알았다
무엇인가영원히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영원히
지나가버리고있다고

밥을먹어야지

나는밥을먹었다
-「어느늦은저녁나는」전문

그러나시인은이런상실감과슬픔에압도당하지않고,오히려고통과정면승부를한다.스스로에게재우쳐다짐하듯뜨거운열정으로가득한그목소리는어느때보다단호하다.짐작건대그가,시집의5부(‘캄캄한불빛의집’)에실린,대부분시인의이십대에씌어진시들에서목도할수있는벅찬숨결,더운핏줄,열정적사랑,푸릇한청춘의시절을통과해왔기에가능한일일것이다.

정면을보며발을구를것

발목이흔들리거나,부러지거나
리듬이흩어지거나,부스러지거나

얼굴은정면을향할것
두눈은이글거릴것

마주볼수없는걸똑바로쏘아볼것
그러니까태양또는죽음,
공포또는슬픔

그것을이길수만있다면
심장에바람을넣고
미끄러질것,비스듬히
-「거울저편의겨울9-탱고극장의플라멩코」부분

薄明비껴내리는곳마다
빛나려애쓰는조각,조각들

아아첫새벽,
밤새씻기워이제야얼어붙은
늘거기눈뜬슬픔,
슬픔에바친다내
생생한혈관을,고동소리를
-「첫새벽」부분


삶을관통하는불꽃같은고통,그토록가슴시린한강언어의기원

이제“얼음의종이를통과해/조용한저녁이흘러”(「저녁의소묘3」)들때,어둠속에서건너가보는꿈속에서,거울저편의정오나혹은거울밖검푸른자정에서“동그랗게뒷걸음질치는”(「심장이라는사물」)혀를이용해시인이닿고자하는것은순수한언어,삶의본질,고통과절망너머의어떤절실함과회복의풍경들이다.

내안의당신이흐느낄때
어떻게해야하는지
울부짖는아이의얼굴을들여다보듯
짜디짠거품같은눈물을향해
괜찮아

왜그래,가아니라
괜찮아.
이제괜찮아.
-「괜찮아」부분

이제
살아가는일은무엇일까

물으며누워있을때
얼굴에
햇빛이내렸다

빛이지나갈때까지
눈을감고있었다
가만히
-「회복기의노래」전문

시집『서랍에저녁을넣어두었다』에는침묵의그림에육박하기위해피흘리는언어들이있다.그리고피흘리는언어의심장을뜨겁게응시하며영혼의존재로서의인간을확인하려는시인이있다.그는침묵과암흑의세계로부터빛나는진실을건져올렸던최초의언어에가닿고자한다.이시집은그간한강문학을이야기할때맨먼저언급돼온강렬한이미지와감각적인문장들너머에자리한어떤내밀한기원-성소에한발가까이다가가는주춧돌역할을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