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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1970년겨울에태어났다.1993년『문학과사회』겨울호에시「서울의겨울」외4편을발표하고이듬해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붉은닻」이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대표작품으로는장편소설『검은사슴』『그대의차가운손』『채식주의자』『바람이분다,가라』『희랍어시간』『소년이온다』『흰』『작별하지않는다』,소설집『여수의사랑』『내여자의열매』『노랑무늬영원』,시집『서랍에저녁을넣어두었다』등이있다.대산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이상문학상,동리문학상,만해문학상,황순원문학상,말라파르테문학상,김유정문학상,산클레멘테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한국소설문학상등을수상했다.한국작가최초로2016년에는『채식주의자』로인터내셔널부커상을,2023년에는『작별하지않는다』로메디치상외국문학상을수상했다.2019년에는세계100명의작가가작품을제공해2114년에공개하는노르웨이‘미래도서관’프로젝트의참여작가로선정되어원고를전달했다.2024년한국작가최초로노벨문학상의주인공이되었다.
내여자의열매해질녘에개들은어떤기분일까아기부처어느날그는붉은꽃속에서아홉개의이야기흰꽃철길을흐르는강해설|빛을향해가는식물의춤_강지희작가의말
2024노벨문학상수상작가한강점세개를이어그린깊은선하나오늘의한강을있게한어제의한강을읽는다.1993년계간『문학과사회』겨울호에시「서울의겨울」외4편을발표하고이듬해『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붉은닻」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한한강이현재까지출간한소설집전권(총세권)의개정판이다.한국소설문학상(1999),오늘의젊은예술가상(2000),이상문학상(2005),동리문학상(2010),만해문학상(2014),황순원문학상(2015),인터내셔널부커상(2016),말라파르테문학상(2017),김유정문학상(2018),산클레멘테문학상(2019),대산문학상(2022),메디치외국문학상(2023),에밀기메아시아문학상(2024),노벨문학상(2024)등을수상한한강은단단하고섬세한문장을통해삶의근원에자리한고독과아픔을살피며지금이시대와공명하고있다.한국최초의노벨문학상수상작가한강이지금까지펴낸소설집은모두세권.1995년부터2012년까지,17년사이씌어진작품들이담긴세권의책은2018년에새로운옷을입었다.빛깔도판형도저마다달랐던세권의책을조심스레이어하나의선위에두는작업이라고할수있었다.스물서너살때의작가가1년동안휘몰아치듯썼던단편을모은것이1995년한강의첫소설집이자통틀어첫책인『여수의사랑』이다.5년만에출간된두번째소설집『내여자의열매』에서한강은“흐르는물과같이변화하는과정이바로나라는평범한진리”를만난듯하다가,이내다시묻는다.“이한편한편의소설들을썼던사람은누구였을까.”(「작가의말」)그리고12년이지나세번째소설집『노랑무늬영원』을펴냈다.그사이사이에장편『그대의차가운손』『채식주의자』『바람이분다,가라』『희랍어시간』이씌어졌다.단편은성냥불꽃같은데가있다.먼저불을당기고,그게꺼질때까지온힘으로지켜본다.그순간들이힘껏내등을앞으로떠밀어줬다.-‘작가의말’(2012),『노랑무늬영원』돌아보아야궤적을발견할수있다.소설집세권이출간되는동안한강단편소설에서변화한것과변하지않은것이있다.『여수의사랑』에서인간과세상에대한갈망을간절하게드러내며,떠나고,버리고,방황하고,추락하는고독하고고립된존재들은『내여자의열매』에서그토록갈망하던세상과서로를서툴게받아들이려다어긋나버리고상처입는다.그리고『노랑무늬영원』에이르러재생의의지와절망속에서생명력은더강하게타오른다.존엄해진존재는여전히고통스러워하면서도마침내상대를껴안으려시도한다.끝내돌아가고야말어딘가이자,잎맥을밀어올리는이파리,회복기에피어난꽃,‘점을잇는’작업동안오롯이담아내고자했던자연스러운변화와흐름은표지에사용된사진작가이정진의작품과조화를이룬다.한편변함없는것은한강의치열한물음이아닐까.‘살고싶다,살아야겠다,어떻게살아야하는가’라는질문을놓지않으며,인간이라는존재,삶과죽음,이세상에대해서스물한편의소설내내묻지만필연적으로답에도달할수없다.그러나파르스름한불꽃같은그물음자체가,물음에서파생되는고독의열기와세심한슬픔이작품속그들을그리고우리를사랑하고살아있게하는힘이된다.변화했으나변하지않았으므로,신중하게소설들의배치를바꾸었고몇몇표현들을손보았지만두어야할것은그대로두었다.앞서“누구”를묻던『내여자의열매』속작가자신의물음에,『노랑무늬영원』의새로씌어진작가의말을이어본다.그궤적을함께되짚어보길권한다.누군가,스무해남짓홀로써왔다.한강은여전히,걷고있다.알고있다.이소설들을썼던십이년의시간은이제다시돌아올수없고,이모든문장들을적어가고있었던그토록생생한나자신도다시만날수없다.그사실이상실로느껴져선안된다고생각한다.이것은결코작별의말이아니어야하고,나는계속쓰면서살아가고싶은사람이니까.-‘작가의말’(2018),『노랑무늬영원』*지극히단순하고말갛게,직관적으로다다른어떤자리에불현듯찾아드는청량한삶의감각『내여자의열매』첫소설집이후5년만에출간한두번째소설집.〈채식주의자〉연작의씨앗이된「내여자의열매」등을포함한단편여덟편의배치를바꾸고표현과문장을다듬어새롭게선보인다.『내여자의열매』에서인간은작은박새처럼쉽게파괴될수있는연약한존재인동시에,분열되고찢긴삶에숨을불어넣어다시태어나고자삶의투쟁을벌이기도한다.새로해설을맡은문학평론가강지희는한강소설속여성인물에주목한다.“그들은체념하며포기하지도격렬하게싸우지도않은채고요하게자리해있는데,누구보다강하고생동하는욕망속에있다”.표제작인「내여자의열매」에서자유를꿈꾸던아내의계획은모아둔돈을전세대금으로넣으며멈춘다.남편은처음부터“세상끝”“가장먼곳”“지구반대편까지쉬엄쉬엄”가보고싶다던아내의꿈을비현실적이고낭만적인몽상이라취급한다(p.19).결혼생활은남편에게“모든것이적당히덥혀진욕조의온수”(p.35)처럼따뜻한것이었으나,아내는점차말수를잃어가고햇빛만을갈망하며살갗전체에푸른피멍이번진다.남편이출장에서돌아온날,아내는식물이되어있다.식물로변한아내는오히려생생해지고,강인한활력이넘쳐흐른다.더이상어떤상처도입힐수없고,무엇에도파괴되지않는존재가된것이다.표면적인결혼생활에지친「아기부처」의‘나’,「철길을흐르는강」에서무기력한시간을견뎌야하는여자,엄마가떠난뒤광기에빠진아빠와떠도는「해질녘에개들은어떤기분일까」의아이등소설속인물들은자신을짓누르는고단한세계를고요하고격렬하게거부하면서내적인투쟁을통해맑고빛나는세계로의도약을꿈꾸고있다.한강의소설은약하고연한살성과물질인뼈로이루어진인간이어떤존재일수있는지에대한탐구다.[……]뼈는인간역시모든생물들처럼영원할수없고언젠가죽음이라는물질의세계로반납될것을알리는증표이지만,한강이‘흰뼈’를말할때그것은영원히바닥으로떨어지지않는눈송이처럼훼손될수없는인간안의어떤것을상기시킨다.세계는어두운환영에불과할지모르지만인간안에는외로운흰뼈들이조용히자리한채빛나고있다는것을,그것들이예기치못한때에서로부딪치며아름다운소리를내는순간이올것을그는믿는다._강지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