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마리 말 그림

여덟 마리 말 그림

$17.00
Description
“세상에는 방어할 새 없이
나를 우울감에 빠뜨리는 일들이 많다
호의로 시작된 일도 그렇다”
혼란의 시대, 중국 근대성의 모순을 드러내고
문학의 힘으로 인간다움의 회복을 호소하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념이나 이데올로기에 편향되기를 거부하고 문학의 순수성을 고집했던 중국 작가 선충원沈從文의 소설집 『여덟 마리 말 그림八駿圖』이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194번으로 출간되었다.
표제작 「여덟 마리 말 그림」은 학술적 성취를 이루고 성인군자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지만 억눌린 욕망으로 정신적 결핍과 왜곡된 성 심리를 가진 대학교수 8인을 풍자하며, 1930년대 중국 지식인들의 군상을 보여준다. 현대 문명의 세례로 급변하는 사회상, 관리와 지식인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군벌전쟁 속에서 희생된 평범한 개인들의 아픔을 살피며 근대 중국의 암울한 민낯을 여지없이 들춰내는 이 책은 궁극적으로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인간 본성 회복에 대한 작가의 갈구이다.

“누구나 각자의 뜻에 따라 예배당을 하나씩 짓고
자신이 믿는 하늘을 섬긴다네”

“從文” 문학에 헌신하는 삶을 살겠다

선충원이 사망한 1988년, 미국의『뉴욕타임스』는 그를 “중국 작가들의 자유 투사. 문학적, 지적 독립의 열정적인 옹호자”로 소개하며 소식을 전했다. 고향 샹시의 민속과 풍습이 담긴 선충원의 작품을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의 작품과 비교하고, “선충원의 걸작은 체호프의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찬사와 함께.
선충원은 군에서 복무했으나 작가의 길을 택했고, 문학에 헌신한다는 뜻의 충원(종문從文)이라는 필명을 지었다. 그가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한 1920년대에는 새로운 중국 사회 형성에서 작가와 예술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는데, 선충원은 반反정치적 문학을 추구했다. 그러나 내전과 1940년대 말 공산당 집권으로 문학이 정치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자 공산주의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비난을 받고, 자살을 시도할 만큼 심한 사회적 따돌림을 당하다가 절필했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다시 고초를 겪는 등 역사의 파란 속에서 소설가의 삶을 접고 중국 역사 문물 연구에 몰두했다.

“다양한 물줄기들은 나를 사색으로 이끌고
내가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20세기 초 중국 근대성의 모순을 드러낸, 선충원 문학세계의 전환기

선충원은 그동안 향토적 서정주의를 추구하는 전원문학가로서의 면모가 부각되어 왔으나, 사실 다양한 문학적 스펙트럼을 구현한 다산多産 작가이다.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향촌의 목가적인 정경과 순박한 인간미, 원시적 생명력을 강조하는 소설도 자주 선보였지만, 현대 문명의 세례로 변해가는 현실을 반영하거나 사회적 이슈를 드러낸 소설들도 상당수 창작했다.
이 책은 선충원의 작품 세계에서 전환기적 의의를 띠는 단편소설 16편을 엮은 것이다. 선충원은 고향 상시 지역을 서정적으로 그린 경험 위주의 서술에서 벗어나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황폐화된 도시의 생활상과 도시인들의 상처와 고통, 도시 지식인들의 위선적인 면모, 도시 문명에 잠식되어가는 시골 세태 등 현실 묘사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도시’와 ‘시골’이라는 두 축을 오가며 인간의 본성과 근원적 감정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을 제시한다.
뉴욕 세인트존스 대학교의 아시아학 교수인 제프리 C. 킨클리에 따르면, “선충원이 중국 문학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그가 유별나게 기념비적인 작품을 썼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가 문학에 기여한 바가 너무나 다양하고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젊은 남녀의 본능을 충동질하고도 남을
환상적인 날씨였다”

인간다움의 회복을 호소하며 진중하게 써 내려간 그의 작품들

선충원은 당시 도시 관리층과 지식인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도시’의 암울한 민낯들을 여지없이 들춰낸다. 인물들의 심층적인 심리와 잠재의식을 포착할 수 있는 탄탄한 구조가 돋보이는 표제작 「여덟 마리 말 그림」은 억눌린 욕망으로 인한 정신적 결핍과 왜곡된 성 심리를 가진 1930년대 중국 지식인들의 군상을 보여준다. ‘여덟 마리 말八駿’은 여덟 명의 대학교수로, 수영복 차림의 여인을 훔쳐보는 을乙 교수, 처조카딸을 떠올리며 음란한 상상을 하는 병丙 교수, 가학적 성향의 정丁 교수, 여자를 요물로 취급하는 무戊 교수 등 지식인들을 풍자적으로 묘사했다.
선충원의 작품 속 도시의 관료나 지식인들은 시대적 혼란 속에서 부도덕하고 위선적인 행위를 자행하거나, 도덕과 규제로 억눌린 본성이 왜곡되어 표출되거나, 결국 지식인으로서 고수했던 가치관을 포기하고 현실에 복종해갈 수밖에 없는 과정들을 보여줘 허무하면서도 씁쓸하다.
이처럼 본능에 역행하는 위선적인 도시인들과 대조적으로 도시에 공존하는 빈민층과 사회적 약자들의 참혹하고 음습한 이면들을 그려내기도 한다. 화려한 도시의 그늘 속에서 기생하듯 삶을 연명하는 하층민들의 디스토피아적 풍경이 상위 계층의 삶과 극명하게 대비되며 드러난다.
이처럼 작가는 때로는 도시에 점철된 위선과 피폐한 감정들을 표출하기도 하고, 때로는 도시와 또 다른 양상으로 타락해가는 시골의 몰인정성을 드러내기도 하며, 때로는 전쟁이라는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자아를 잃거나 처참히 희생된 평범한 소시민, 병사들의 아픔을 섬세하게 되짚는다. 이는 궁극적으로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인간 본성 회복에 대한 작가의 갈구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선충원이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의 범주를 확장하면서 사상적, 예술적 도약을 시도한 작품들을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저자

선충원

저자:선충원
본명은선웨환沈嶽煥.중국후난성의묘족출신군인집안에서태어났다.10대시절군대에서5년간복무한뒤학업을위해베이징으로갔으나대학입학에실패하고,베이징대학교에서청강하며습작을이어오다1924년부터작품활동을시작했다.이시절에만난딩링,후예핀부부와함께상하이로가서홍흑紅黑출판사를운영하며동명의잡지를펴냈다.칭다오대학교,베이징대학교등에서학생들을가르쳤으며,장편소설『변성』(1934)등자신의체험을담아향토색이짙거나군생활을다룬작품들로작가로서의입지를다졌다.
1948년경중국내전과공산당의집권으로문학이정치를위한도구로전락하면서반反정치성을공개적으로비판받고,자살을시도할정도로사회적따돌림에시달리다가절필했다.이후역사박물관에근무하며역사문물연구에몰두했으나,1950년대후반부터문화대혁명을거치는동안지식인들을휘감았던정치적혼란속에서또다시고난을겪었다.1976년문화대혁명이끝나면서복권되어1980년대부터작품들이다시간행되는등작가로서의가치를재평가받았으며,미국에초청받아15개대학에서강연을하기도했다.1988년심장병으로사망했다.

역자:강경이
성균관대학교중어중문학과와이화여자대학교통역번역대학원에서중국문학번역연구로박사학위를취득했다.중국어와한국어사이를오가며글을매만지고탐색하는일이늘즐거운번역가이자연구자이다.현재이화여자대학교통역번역대학원에서번역을가르치고있다.옮긴책으로『언어없는생활』『제국의슬픔』『이사,천하의경영자』『상하이상인의경영전략:상략』등다수가있다.

목차


여덟마리말그림
작가서문|여덟마리말그림八駿圖|손님|고문관|고개넘는자

단편선
싼싼|바이쯔|남편|부부|아진|후이밍|어두운밤|진창|등불|의사뤄모|봄|부식腐蝕

옮긴이해설·인간다움으로의회귀를호소하다
작가연보
기획의말

출판사 서평


“세상에는방어할새없이
나를우울감에빠뜨리는일들이많다
호의로시작된일도그렇다”

혼란의시대,중국근대성의모순을드러내고
문학의힘으로인간다움의회복을호소하다
역사의소용돌이속에서이념이나이데올로기에편향되기를거부하고문학의순수성을고집했던중국작가선충원沈從文의소설집『여덟마리말그림八駿圖』이문학과지성사대산세계문학총서194번으로출간되었다.
표제작「여덟마리말그림」은학술적성취를이루고성인군자의가면을쓰고살아가지만억눌린욕망으로정신적결핍과왜곡된성심리를가진대학교수8인을풍자하며,1930년대중국지식인들의군상을보여준다.현대문명의세례로급변하는사회상,관리와지식인들의일그러진자화상,군벌전쟁속에서희생된평범한개인들의아픔을살피며근대중국의암울한민낯을여지없이들춰내는이책은궁극적으로근본적이고원초적인인간본성회복에대한작가의갈구이다.

“누구나각자의뜻에따라예배당을하나씩짓고
자신이믿는하늘을섬긴다네”

“從文”문학에헌신하는삶을살겠다

선충원이사망한1988년,미국의『뉴욕타임스』는그를“중국작가들의자유투사.문학적,지적독립의열정적인옹호자”로소개하며소식을전했다.고향샹시의민속과풍습이담긴선충원의작품을윌리엄포크너WilliamFaulkner의작품과비교하고,“선충원의걸작은체호프의작품과어깨를나란히한다”는찬사와함께.
선충원은군에서복무했으나작가의길을택했고,문학에헌신한다는뜻의충원(종문從文)이라는필명을지었다.그가작가로서활동을시작한1920년대에는새로운중국사회형성에서작가와예술의역할에대한논쟁이시작되었는데,선충원은반反정치적문학을추구했다.그러나내전과1940년대말공산당집권으로문학이정치를위한도구로전락하자공산주의자들에게공개적으로비난을받고,자살을시도할만큼심한사회적따돌림을당하다가절필했다.문화대혁명시기에다시고초를겪는등역사의파란속에서소설가의삶을접고중국역사문물연구에몰두했다.

“다양한물줄기들은나를사색으로이끌고
내가어떤길을가야하는지알려주었다”

20세기초중국근대성의모순을드러낸,선충원문학세계의전환기

선충원은그동안향토적서정주의를추구하는전원문학가로서의면모가부각되어왔으나,사실다양한문학적스펙트럼을구현한다산多産작가이다.자전적경험을토대로향촌의목가적인정경과순박한인간미,원시적생명력을강조하는소설도자주선보였지만,현대문명의세례로변해가는현실을반영하거나사회적이슈를드러낸소설들도상당수창작했다.
이책은선충원의작품세계에서전환기적의의를띠는단편소설16편을엮은것이다.선충원은고향상시지역을서정적으로그린경험위주의서술에서벗어나급격한사회변화속에서황폐화된도시의생활상과도시인들의상처와고통,도시지식인들의위선적인면모,도시문명에잠식되어가는시골세태등현실묘사로관심을돌리기시작했다.이단편집에수록된작품들은‘도시’와‘시골’이라는두축을오가며인간의본성과근원적감정에대한끊임없는성찰을제시한다.
뉴욕세인트존스대학교의아시아학교수인제프리C.킨클리에따르면,“선충원이중국문학사에서큰비중을차지하는것은그가유별나게기념비적인작품을썼기때문이아니라,오히려그가문학에기여한바가너무나다양하고널리퍼져있었기때문이다.”

“과연젊은남녀의본능을충동질하고도남을
환상적인날씨였다”

인간다움의회복을호소하며진중하게써내려간그의작품들

선충원은당시도시관리층과지식인들의일그러진자화상,‘도시’의암울한민낯들을여지없이들춰낸다.인물들의심층적인심리와잠재의식을포착할수있는탄탄한구조가돋보이는표제작「여덟마리말그림」은억눌린욕망으로인한정신적결핍과왜곡된성심리를가진1930년대중국지식인들의군상을보여준다.‘여덟마리말八駿’은여덟명의대학교수로,수영복차림의여인을훔쳐보는을乙교수,처조카딸을떠올리며음란한상상을하는병丙교수,가학적성향의정丁교수,여자를요물로취급하는무戊교수등지식인들을풍자적으로묘사했다.
선충원의작품속도시의관료나지식인들은시대적혼란속에서부도덕하고위선적인행위를자행하거나,도덕과규제로억눌린본성이왜곡되어표출되거나,결국지식인으로서고수했던가치관을포기하고현실에복종해갈수밖에없는과정들을보여줘허무하면서도씁쓸하다.
이처럼본능에역행하는위선적인도시인들과대조적으로도시에공존하는빈민층과사회적약자들의참혹하고음습한이면들을그려내기도한다.화려한도시의그늘속에서기생하듯삶을연명하는하층민들의디스토피아적풍경이상위계층의삶과극명하게대비되며드러난다.
이처럼작가는때로는도시에점철된위선과피폐한감정들을표출하기도하고,때로는도시와또다른양상으로타락해가는시골의몰인정성을드러내기도하며,때로는전쟁이라는역사적소용돌이속에서자아를잃거나처참히희생된평범한소시민,병사들의아픔을섬세하게되짚는다.이는궁극적으로근본적이고원초적인인간본성회복에대한작가의갈구이다.시대의변화에따라선충원이인간다움에대한고민의범주를확장하면서사상적,예술적도약을시도한작품들을이책에서만나볼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