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 문지 에크리

빛과 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 문지 에크리

$15.00
Description
마침내 우리 곁에 당도한 봄,
깨어나는 연둣빛 생명의 경이

살아 있는 한 희망을 상상하는 일,
그 오래고 깊은 사랑에 대한 한강의 기록들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라는 선정 이유와 함께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신작 『빛과 실』(2025)이 문학과지성사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의 아홉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빛과 실」(2024)을 포함해 미발표 시와 산문, 그리고 작가가 자신의 온전한 최초의 집으로 ‘북향 방’과 ‘정원’을 얻고서 써낸 일기까지 총 열두 꼭지의 글이, 역시 작가가 기록한 사진들과 함께 묶였다.

삼십 년 넘게 ‘쓰는 사람’의 정체성으로,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라는 “두 질문 사이의 긴장과 내적 투쟁”을 글쓰기의 동력으로 삼아온 작가가 그 숱한 질문들 속 “가장 깊은 겹”이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던 게 아닐까, 그것이 바로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29쪽)이 아닐까 묻고 답하기까지, 시차를 두고 쓰인 시와 산문, 일기와 사진이 새롭게 제 자리를 잡았다. “북향의 사람”(「북향 방」)으로 읽고 쓰는 동안, 종일 빛이 들지 않는 정원에 음지에서도 견뎌내는 식물들의 뿌리를 내리고 탁상용 거울 여러 개의 방향을 옮겨가며 햇빛을 붙드는 작가의 작고도 간절한 일상을 따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의 구절이 떠오른다. “이 행성에 깃들인 사람들과 생명체들의 일인칭을 끈질기게 상상하는, 끝끝내 우리를 연결하는 언어를 다루는 문학에는 필연적으로 체온이 깃들어 있습니다.”(34쪽)

“글쓰기가 나를 밀고 생명 쪽으로 갔을 뿐이다.”(57쪽)라고 작가는 말했다. 책장을 넘기면 흑면과 백면이 교차하며 맞닿은 글과 이미지가 서로에게 스미고 또 끌어당기며 작가의 방과 정원에 깃드는 빛과 그림자를, 이어지는 작가의 낮과 밤을 읽는 이로 하여금 좇게 만든다. 멀게는 사십여 년 전 유년의 기억이 저장된 중철 제본 노트에서 시작된 사랑, 따뜻한 생명에 대한 의문과 갈구가, 가깝게는 코로나19-팬데믹에 휩싸인 2020~2024년 북향의 방과 정원에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부드러움과 온기와 차가움과 통증을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이 일기와 산문 속에서 오롯하다. “햇빛이 잎사귀들을 통과할 때 생겨나는 투명한 연둣빛이 있다. 그걸 볼 때마다 내가 느끼는 특유의 감각이 있다. 식물과 공생해온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것이리라 짐작되는, 거의 근원적이라고 느껴지는 기쁨의 감각이다.”(「북향 정원」, 95쪽)
여기, ‘시적인 산문’이란 한강의 언어가 ‘경계 없는 글쓰기’라는 형식과 만났을 때 비로소 우리가 마주하게 된 세계는 생명의 경이와 눈부신 빛으로 가득하다.

저자

한강

저자:한강
1970년겨울광주에서태어났다.1993년『문학과사회』겨울호에시「서울의겨울」외네편을발표하고이듬해『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붉은닻」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
소설집『여수의사랑』『내여자의열매』『노랑무늬영원』,장편소설『검은사슴』『그대의차가운손』『채식주의자』『바람이분다,가라』『희랍어시간』『소년이온다』『흰』『작별하지않는다』,시집『서랍에저녁을넣어두었다』등을출간했다.오늘의젊은예술가상,이상문학상,동리문학상,만해문학상,황순원문학상,김유정문학상,김만중문학상,대산문학상,인터내셔널부커상,말라파르테문학상,산클레멘테문학상,메디치외국문학상,에밀기메아시아문학상등을수상했으며,노르웨이‘미래도서관’프로젝트참여작가로선정되었다.2024년한국최초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빛과실7
가장어두운밤에도31
출간후에37
작은찻잔59

코트와나65
북향방68
(고통에대한명상)70
소리(들)72
아주작은눈송이81
북향정원85
정원일기99
더살아낸뒤165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필멸하는존재로서따뜻한피가흐르는몸을가진내가느끼는그생생한감각들을전류처럼문장들에불어넣으려하고,그전류가읽는사람들에게전달되는것을느낄때면놀라고감동한다.언어가우리를잇는실이라는것을,생명의빛과전류가흐르는그실에나의질문들이접속하고있다는사실을실감하는순간에.”
―「빛과실」(2024)에서

“그렇게덤으로내가생명을넘겨받았다면,이제그생명이힘으로나아가야하는것아닐까?생명을말하는것들을,생명을가진동안써야하는것아닐까?[......]
허락된다면다음소설은이마음에서출발하고싶다.”
―「출간후에」(2022)에서

“이제나는햇빛에대해조금안다고말할수있다.

작은ㄷ자형태로지어진이집은바깥으로는동쪽창이없다.하지만안쪽마당을바라보는조그만서고에는있다.햇빛은가장먼저그작은동창을비춘뒤성큼성큼대문안쪽을,그다음엔부엌창을비춘다.남중한태양이비스듬히쏘아내는빛이이윽고마루에가득찰때,그단호한속력에나는매번놀란다.”

“이일이나의형질을근본적으로바꾸고있다는것을지난삼년동안서서히감각해왔다.이작은장소의온화함이침묵하며나를안아주는동안.매일,매순간,매계절변화하는빛의리듬으로.”
―「북향정원」(2022)에서

“내작은집의풍경에는바깥세계가없다.중정이주는평화.내면의풍경같은마당.

행인도거리도우연의순간도없다.
그걸잊지않으려면자주대문밖으로나가야한다.

하지만이내향적인집에도외부로열려있는방향이있다.마당의하늘.그하늘에서떨어지는눈을오래보고있었다.”
―「정원일기」(2021년12월18일)에서

사랑이란어디있을까?
팔딱팔딱뛰는나의가슴속에있지.

사랑이란무얼까?
우리의가슴과가슴사이를연결해주는금실이지.
―1979년4월,중철제본책자에서

이상하지않아?
한번도만난적없는사람들이우리를두껍게만든다는것

두렵지않아?
결코통과한적없는시공간의겹들이우리를무겁게만든다는것
*
희망이있느냐고
나는너에게묻는다

살아있는한어쩔수없이희망을상상하는일

그런것을희망이라고불러도된다면희망은있어
―「소리(들)」(2024)에서

밝은방에서사는일은어땠던가
기억나지않고
돌아갈마음도없다

북향의사람이되었으니까

빛이변하지않는
―「북향방」에서(2023년에쓰고2024년『문학과사회』에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