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음모

제국의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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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쩌면 이 고귀한 ‘사생아’는 자기동일성의 애매함 자체가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는 시대의 도래를 예감하고 있었으며, 과감하게 ‘익명성’에 집착함으로써 이러한 시대의 지배적인 풍조에 잘 영합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일본의 불문학자이자 문학비평가 하스미 시게히코의 『제국의 음모』(1991)가 문학과지성사의 ‘채석장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하스미 시게히코는 가라타니 고진과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손꼽히지만, 국내에서는 영화비평가로서의 면모가 더 부각되어왔다. 『제국의 음모』는 그의 본업인 문학비평가로서의 작업에 보다 가까운 책으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조카인 루이 나폴레옹과 그의 의붓동생 드 모르니가 보나파르트의 쿠데타를 모방해 일으킨 1851년 12월 2일의 쿠데타를 소재로 삼는다. 마르크스는 “헤겔은 어딘가에서 세계사에서 막대한 중요성을 지닌 사건과 인물 들은 두 번 반복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덧붙이는 것을 잊었다. 첫번째는 비극으로, 그다음에는 소극으로”라는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이 사건의 정치적 과정을 분석한 바 있다. 하스미는 마르크스의 분석이 매우 예리하긴 하지만 몇 가지 중대한 측면을 간과함으로써 사건의 본질을 간파하는 데 결정적으로 실패했다고 지적하면서, 마르크스가 이름만 거론하고 넘어갔던 드 모르니라는 인물을 무대 중앙으로 끌고 나온다. 하스미는 루이 보나파르트가 나폴레옹 3세로서 즉위하는 1852년부터 폐위가 결정되는 1870년까지의 제2제정기에, ‘대大나폴레옹’의 열화된 ‘모방품’에 불과했던 루이 나폴레옹과 가짜 이름을 지닌 지극히 ‘범용한 존재’였던 의붓동생이 모의한 이 1851년의 쿠데타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했는지 서술하면서, 이를 포스트모던의 핵심적 장면으로, 그리고 드 모르니를 “포스트모던 최초의 전형적 인물”로 바라보는 흥미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저자

하스미시게히코

저자:하스미시게히코
불문학자이자영화비평가.1936년도쿄에서태어나도쿄대학불문학과를졸업하고파리대학에서플로베르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도쿄대학교수로일했으며1977~2001년에는같은대학총장을역임했다.일본을대표하는지식인이자압도적인영화체험을자랑하는씨네필이기도하다.
지은책으로문학비평집『나쓰메소세키론』『표층비평선언』『오에겐자부로론』『이야기비판서설』『범용한예술가의초상』『『보바리부인』론』등이,영화비평집『영화의신화학』『영상의시학』『감독오즈야스지로』『존포드론』등이있다.소설『백작부인』으로미시마유키오상을수상했다.

역자:임재철
영화평론가.서울대신문학과를졸업하고,『중앙일보』기자로일했다.그후서울시네마테크대표,광주영화제수석프로그래머로활동했다.현재출판사이모션북스를운영하고있다.엮은책으로『알랭레네』『장마리스트라우브|다니엘위예』등이,옮긴책으로『앙드레바쟁』『정신의위기:폴발레리비평선』『영화로서의영화』등이있다.

해설:이리에데츠로
1988년출생.일본과학진흥회연구원으로미국사상사연구및영화비평을하고있다.

목차

1장사생아
2장음모
3장결단
4장서명
5장의장
6장희가극
7장반복
저자후기
문고판후기
서지사항

해설|이리에데츠로
고귀한‘사생아’와‘가짜백작’
옮긴이의말|임재철
본편을능가하는,B-movie로서의『제국의음모』

출판사 서평

“스스로상당한애착을지닌저작이다.
이책이문화정치적팸플릿처럼읽히길바란다.”
_하스미시게히코

“이책은동시개봉에서A-movie에뒤지지않거나
혹은거의그것을능가하는B-movie라고해도좋을것이다.”
_임재철(영화비평가)

“어쩌면이고귀한‘사생아’는자기동일성의애매함자체가하나의무기가될수있는시대의도래를예감하고있었으며,과감하게‘익명성’에집착함으로써이러한시대의지배적인풍조에잘영합하고있었는지도모른다.”

일본의불문학자이자문학비평가하스미시게히코의『제국의음모』(1991)가문학과지성사의‘채석장시리즈’로출간되었다.하스미시게히코는가라타니고진과더불어일본을대표하는지식인으로손꼽히지만,국내에서는영화비평가로서의면모가더부각되어왔다.『제국의음모』는그의본업인문학비평가로서의작업에보다가까운책으로,나폴레옹보나파르트의조카인루이나폴레옹과그의의붓동생드모르니가보나파르트의쿠데타를모방해일으킨1851년12월2일의쿠데타를소재로삼는다.마르크스는“헤겔은어딘가에서세계사에서막대한중요성을지닌사건과인물들은두번반복된다고말했다.그러나그는이렇게덧붙이는것을잊었다.첫번째는비극으로,그다음에는소극으로”라는유명한문장으로시작되는『루이보나파르트의브뤼메르18일』에서,이사건의정치적과정을분석한바있다.하스미는마르크스의분석이매우예리하긴하지만몇가지중대한측면을간과함으로써사건의본질을간파하는데결정적으로실패했다고지적하면서,마르크스가이름만거론하고넘어갔던드모르니라는인물을무대중앙으로끌고나온다.하스미는루이보나파르트가나폴레옹3세로서즉위하는1852년부터폐위가결정되는1870년까지의제2제정기에,‘대大나폴레옹’의열화된‘모방품’에불과했던루이나폴레옹과가짜이름을지닌지극히‘범용한존재’였던의붓동생이모의한이1851년의쿠데타가어떤방식으로작동했는지서술하면서,이를포스트모던의핵심적장면으로,그리고드모르니를“포스트모던최초의전형적인물”로바라보는흥미로운해석을내놓는다.

나폴레옹의가면을쓰고자신을진정한나폴레옹이라고상상하는자와
스스로의이름을날조해낸사생아가모의한,이모방적쿠테타의성공은
어떤시대의도래를증언하는가
오늘날의세계는그시대와무엇을공유하고있는가

『제국의음모』해설에서이리에데츠로는,하스미시게히코의비평과그밖의모든글쓰기작업이프랑스의제2제정기라는시공에의해규정된다고이야기한다.하스미스스로도자신이이주제에상당히집착하고있다고말하는데,그결과물이우리말본으로천쪽이넘는대작『범용한예술가의초상』이다.이책에서는막심뒤캉이라는인물을통해모든것이교환가능한기호로환원되어버리는상대적차이의장인‘범용凡庸함’이라는것이어떻게제2제정기의특수한역사적인현실로자리매김하게되는지서술한다.그리고스핀오프격인이책『제국의음모』에서는같은문제의식하에루이나폴레옹과드모르니라는의붓형제에초점을두고제2제정기를논의한다.
1848년2월혁명으로수립된제2공화정에서최초로국민투표를통해선출된대통령이었던루이나폴레옹은1851년쿠데타를일으켜이듬해12월황제의자리에오른다.브뤼메르18일(1799년11월9일)에쿠데타를일으켜공화정을전복하고1804년12월2일황제에등극했던삼촌나폴레옹보나파르트를본떠,이별볼일없던조카도공화정을전복한것이다.이과정에서루이나폴레옹과아버지가다른사생아로태어나,평생스스로를‘타인의이름’으로칭하며살아야했던드모르니가냉철하고현실주의적인흑막역할을맡는다.하스미는이사생아의붓동생이자기동일성의애매함자체가하나의무기가될수있는시대의도래를예감하고있었을지도모른다고하면서,드모르니가(서로다른이름으로)남긴두편의텍스트에시선을던져그것들사이에기묘하게얽힌관계를해독해나간다.
하나는1851년12월2일쿠데타당일에발표된‘내무대신드모르니’라는서명이붙은행정문서인「포고」로,‘행위수행적’으로쿠데타라는음모를실현시키는텍스트이다.이것이실질적인효력을갖는이유는현실의내무대신이서명을했기때문이아니라,형식에불과한서명이다량인쇄되어유통된‘결과’로서오히려드모르니의이름이권위를갖게된다는뒤집힌메커니즘이작동하기때문이다.여기서우리는들뢰즈적인시뮬라크르가정치적현실이된사태를발견한다.이렇게하여,시뮬라르크가형식적인허구에지나지않는‘기원’을현실화하는‘냉소적’인사태가발생하게된다.
또다른텍스트는쿠데타를감행하고10년이지난1861년5월31일입법원의장이된드모르니의관저에서상연된오페레타부파<슈플뢰리씨,오늘밤집에있습니다>의각본으로,여기에는드모르니의또다른날조된이름인드생레미가작곡가자크오펜바흐의이름과함께기재되어있다.이극은,젊은연인이극중극을통해진짜오페라가수를교묘하게‘모방’함으로써,상류계급을‘모방’하여명예(‘이름’)를얻고자하는부르주아아버지를속이고결국결혼허락과함께지참금까지챙긴다는줄거리를갖고있다.하스미에따르면,‘모방’을통한음모의성공이라는이줄거리는의붓형제의쿠데타의‘반복’을떠오르게한다.또한진짜와가짜의뒤얽힌관계는오늘날포스트모던적이라고불리는예술개념과통하는데가있으며,‘돈’과‘여성’이하나의기호로서‘이름’과교환가능해지는것은기호의본질이더이상중요하지않은시대의도래를증언한다.

범용함의발견:
기호적차이만존재하는시대의도래

세계사에서중요한사건과인물들은두번반복된다,
첫번째는비극으로,그다음에는소극으로.
그러나마르크스는반복되는극의장르를잘못말했다.
그장르는소극이아니라오페레타부파다.

여기서저자는,나폴레옹3세(루이나폴레옹)의쿠데타는확실히무언가를‘반복’하고있지만,마르크스는『루이보나파르트의브뤼메르18일』에서상연장르를잘못판단했다는흥미로운주장을펼친다.이음모에서문제시되는장르는‘소극’이아니라‘오페레타부파’이며,게다가그것은한번‘비극’으로연기된것을다시연기하는탓에지루해진재연이아니라,아직상연되지도않은작품을그것이쓰이기정확히10년전에이미실연해버린셈이라는것이다.제2제정기는드모르니의오페레타부파에서여성과돈과이름이기호로서유통되듯,기호로서유통되는황제를용인하는대중이등장하는사회의초기형태를드러내고있다.1851년이라는연호는정치적이어야할권력탈취를비심각화함으로써실현되는냉소적정치성이우세종이되는시대의시작을알린다.

이책의번역은하스미시게히코의저술을국내에다수소개해온영화비평가임재철이맡았다.그는이책이1988년의방대한저작『범용한예술가의초상』에대한일종의스핀오프처럼빠르게쓰였지만,동시상영하는A-movie에뒤지지않거나혹은거의그것을능가하는,B-moive와도같은탁월함을갖추고있다고말한다.짧고경쾌하지만,하스미비평의핵심주제를다루고있으며,다양한방향으로뻗어나가는독특한그의시선이어디에서유래했는지알려준다는측면에서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