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수기 (크리스티네 라반트 소설집)

정신병동 수기 (크리스티네 라반트 소설집)

$17.00
Description
미친 사람들 사이에서는 함께 미쳐 있는 것이 좋다.
나 혼자 멀쩡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죄악이요 정신적 오만이다.
어째서 나라고 여기서 정말 내 집처럼 지내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그러니 나는 미쳐야겠다.

오스트리아 문학의 숨겨진 보석
크리스티네 라반트 작품집 국내 초역
육신의 고통을 이겨낸 영혼의 기록
모든 천사들에게 버림받은 한 인간의 원초적 증언이자
세상에 그 진가가 알려지지 않은 위대한 문학
_토마스 베른하르트

20세기 독일어권 문학에서 가장 매혹적인 동시에 가장 알려지지 않은 위대한 작가로 꼽히는 시인이자 소설가 크리스티네 라반트Christine Lavant의 소설집 『정신병동 수기Aufzeichnungen aus dem Irrenhaus』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오스트리아 남부 알프스 자락의 라반트 계곡에서 광산 노동자인 아버지와 삯바느질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라반트는 가난과 질병으로 중등학교도 진학하지 못했으나, 어린이와 여성, 장애인 등 약자들의 상처받은 영혼과 빈곤, 질병, 소외에 대해, 그리고 그 모든 것에서 해방시키는 사랑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 1,700여 편의 시와 1,200쪽 분량의 소설을 남겼다. 토마스 베른하르트Thomas Bernahard는 라반트의 시를 언어가 개성적이며 실존적 갈등을 잘 표현했다는 측면에서 “독일어 시의 정수”라고 평했다.
저자

크리스티네라반트

저자:크리스티네라반트ChristineLavant(1915~1973)
오스트리아의시인이자소설가.본명은크리스티네톤하우저ChristineThonhauser.광산노동자인아버지와삯바느질하는어머니사이에서9남매의막내로태어나생후한달째부터림프부종에시달리고,합병증으로시력과청력을상실할위기를겪었으며,폐렴으로죽을고비를넘기기도했다.이후에도계속질병과가난으로고통을겪었다.아홉살때입원치료를받고시력을회복했는데,서른세살에처음발표한중편소설?어린아이?는이때의경험을바탕으로쓴것이다.
중등학교진학을포기하고10대때부터어머니를도우며그림그리기와독서를즐겨했고,시와소설을습작하여지역신문에시를발표하기도했다.어려서부터라반트의문학적재능을감지한안과의사부부의주선으로소설을출판할기회도얻었으나마지막에출판사의거절로무산되자좌절하여모든작품을폐기하고한동안절필했다.스무살때심한우울증으로자살을시도했다가정신병원에6주동안입원했다.이때의경험은후에중편소설?정신병동수기?로남았다.나치가오스트리아를점령한다음해인1939년에결혼했으며,나치의장애인안락사프로그램에대한두려움으로숨죽여지내다가전쟁이끝난후부터‘봇물처럼’글을쏟아냈다.
신체적,경제적,역사적으로열악한조건에서도어린이와여성,장애인등약자들의상처받은영혼은물론빈곤,질병,소외에대해,그리고그모든것에서해방시키는사랑의힘에대해이야기한1,700여편의시와1,200쪽분량의소설을남겼다.게오르크트라클문학상(2회),안톤-빌트간스문학상,오스트리아국가문학대상을수상했다.1973년58세를일기로뇌졸중으로사망했다.

역자:임홍배
서울대학교독어독문학과명예교수.서울대학교독어독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과대학원에서괴테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으며,독일프라이부르크대학및훔볼트대학에서수학했다.한국괴테학회회장을지냈다.지은책으로『독일고전주의』『괴테가탐사한근대』등이,옮긴책으로『계몽이란무엇인가』『변신?단식광대』(공저),『젊은베르터의고뇌』『나르치스와골드문트』『파우스트박사』(공역),『루카치미학』(2,3권)등이있다.

목차

어린아이
정신병동수기
마귀들린아이

옮긴이해설?육신의고통을이겨낸영혼의기록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글쓰기는제가가진유일한것이죠,
글쓰기는나의고통스러운환부이자나를치유해주는약이랍니다.”

이책에실린세편의중편소설은자전적요소가두드러진작품들이다.?어린아이?와?정신병동수기?는작가자신이병원에입원해치료받았던경험을바탕으로한것이고,두작품에비해허구적색채가강한?마귀들린아이?역시천대받는장애아를주인공으로삼았다는점에서작가의실존적체험과무관하지않다.
태어난직후부터림프부종,반복되는폐렴과싸우며가까스로살아남았으며,합병증으로시력과청력을잃을뻔한라반트는정상적인사회생활이불가능한상태에서병마와싸우며극심한우울증에시달려자살을시도했다가정신병원에입원했고,주위사람들과의소통이단절된상태에서동네사람들로부터‘미친여자’라고손가락질을당하기도했다.나치점령기(1938~45)에는‘장애인안락사’의공포때문에외부와의접촉을피했고종전이후‘봇물처럼’글을쏟아냈다.그녀에게글쓰기는극한의절망을견딜수있는유일한출구였다.
라반트의소설은사회의주변부로내몰린사람들의고통을애정어린시선으로보듬는다.라반트는자신이가장잘아는것,즉상처입은어린이와여성의영혼,차별,빈곤,질병,강요된순응,편견과폭력,그리고사랑과상상력의해방적인힘에대한황홀한이야기를들려준다.그녀자신의표현을빌리면‘진실로체험한것’에‘마법’과‘시적허구’를가미하여쓴다.그러면서도경험적제재자체에갇히지않고자유자재로활달한형식을구사하며,외부세계와내면을넘나드는묘사에능하다.그녀의문학은극한의환경에서체험한진실의증언이다.
“어린아이들에겐진실이드러날지니”
순수한시각으로펼쳐놓는인간과사회
「어린아이」

작가가아홉살때안과에입원했을때의체험을바탕으로쓴이작품은붕대로눈을반쯤가린아이가과연다시세상을볼수있을지걱정하는두려움으로시작된다.평생을어둠속에서지내야한다는것은어린아이로서는감당하기힘든두려움이다.고만고만한아이들이모인소아병동에서아이는아이들사이의권력관계,빈부차이로도마음앓이를한다.집에까지갈차비가없어퇴원을못하는상황에자존심이상하고,가난하지만사랑하는엄마에대한자부심,의사선생님에대한믿음과섭섭함이어린아이의눈높이로잔잔히서술된다.아이들의영혼은얼마나깊이느낄수있는지,아이들이얼마나강한지,아이들의시각과상상력이드러난다.1948년출간당시『클라겐푸르트신문』은다음과같은서평을실었다.
“동시대문학에서청소년기체험에대한묘사가이작품만큼심리적으로설득력있는경우는드물다.극히독창적인언어,환상으로가득한저주와주문呪文,사람들사이의마찰,삶에대한굶주림,가난의충격등이생생히눈앞에펼쳐지며,신세타령을하거나시적으로과장하지않고자명한것처럼묘사된다.이것은삶자체를글로옮겨놓은것이라할수있는데,물론비범하게강렬한판타지로관찰한삶이다.여기서아이들은죄와벌을가차없이경험하는데,그준엄한묘사는더러위대한러시아작가들이인간의영혼을한올씩풀어내는방식을떠올리게한다.”

“나는언제나모든수인囚人들과고문당한사람들,
정신적장애인들을생각합니다”
「정신병동수기」

이작품은1946년에집필했는데,작가가출판을거부해사후인2001년에야출간되었다.라반트는스무살때심한우울증으로자살을시도했고,정신병원에6주동안입원했다.‘수기’형식으로작가의감정과정신세계가고스란히드러난다.
같은병동의‘십자가에매달린여자’는자신이딛고있는바닥이금방이라도무너질거라는공포심때문에하루종일벽에양손을묶은채기대고서있어야만한다.당사자에게너무나고통스러운이삶은,대부분의정신병동환자들의가혹한운명은타인에게이해받지못한다.‘나’는참담한좌절을통해나름의깨달음을얻는다.사랑에목마른이들은사랑에대한갈망이커서보통사람들이듣지못하는‘목소리’를듣는다.그래서미친사람취급을당하는것이다.라반트가이해하는마음이아픈사람들은위로받지못하고이해받지못하는자기만의고통에시달리는희생자들이다.
또한정신병원내부의행동양식,권력관계,억압구조등에대한묘사를통해인간사회의원초적인모습을보여준다.환자들은간호사와관리자들의명령에무조건복종해야한다.환자들가운데에도왕초노릇을하는‘여왕’이있고,환자들사이의차별도있다.
이모든이야기는‘나’의체험적기록이다.글쓰기를통해‘나’는자신보다훨씬더절망적인상황에몰린타인의고통을차츰이해하게되고,그과정에서자신의고통을객관화할수있는자기성찰에도달한다.

“아비없는자식을낳은것도대죄였다.”
중세적미신이현대의야만과결탁한폭력,
사회적약자들에대한추모의기록
「마귀들린아이」

이작품은1946년경집필했으나,1999년에야처음출간되었다.원제“Wechselbalgchen”의문자적의미는‘바꿔친아이’라는뜻이다.장애아가태어나면마귀가갓난아이를바꿔치기한거라고믿었던서양중세의전설,미신에서유래한다.장애아에게는‘악마의저주’라고낙인을찍고,치료(=악마퇴치)를빙자해가해지는온갖가혹행위가묵인,방조,정당화되었다.
‘마귀들린아이’라는소재는중세의미신이다.그러나실상은사회적약자에게가해지는차별과폭력이다.신부님은외눈박이하녀브르가의딸에게‘매국노’라고비난받는오스트리아여왕과같은이름(치타)을지어준다.“아비없는자식을낳은것도대죄”로매국노에버금가는중죄인으로단죄되는것이다.게다가치타는말을못하는장애까지있어서‘마귀들린아이’라는낙인까지찍힌다.결국치타에게가해지는폭력은당대의극단적국수주의이데올로기와장애아에대한차별이유착된것이다.중세적미신이현대의야만과결탁한폭력은시대마다다른옷을입고일상에잠복해있다가치명적인비극을불러온다.
치타가할줄아는단몇마디중하나는아이들과의역할놀이에서배운‘이빌리무터Ibillimutter’다.‘내가엄마야’라는뜻을표현한것으로치타는‘이빌리무터’를반복하며위험에처한여동생에게행한다.엄마의심정으로외친이절박한외침은어린치타의영혼과육체에가해진가혹한폭력의상처를뚫고나온처절한절규이자폭력적편견과혐오를단숨에무너뜨리는사랑의호소이다.그리고이것이라반트가세상에전하고싶은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