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여름 2025

소설 보다: 여름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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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새로운 세대가 그려내는 여름의 소설적 풍경
독자에게 늘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특별 기획, 『소설 보다: 여름 2025』이 출간되었다.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되었다. 선정된 작품은 문지문학상 후보로 삼는다.
〈소설 보다〉 시리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물론 선정위원이 직접 참여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수록하여 8년째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계절마다 간행되는 〈소설 보다〉는 주목받는 젊은 작가와 독자를 가장 신속하고 긴밀하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소설 보다: 여름 2025』에는 2025년 여름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인 김지연의 「무덤을 보살피다」, 이서아의 「방랑, 파도」, 함윤이의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총 세 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해당 작품은 제15회 문지문학상 후보에 포함된다. 선정위원(강동호, 소유정, 이소, 이희우, 조연정, 홍성희)의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선정한 작품들의 심사평은 문학과지성사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도서는 1년 동안 한정 판매될 예정이다.
저자

김지연,이서아,함윤이

저자:김지연
2018년문학동네신인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마음에없는소리』『조금망한사랑』,중편소설『태초의냄새』,장편소설『빨간모자』등이있다.제12·13·15회젊은작가상,제14회김만중문학상신인상,제70회현대문학상을수상했다.

저자:이서아
2021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어린심장훈련』이있다.

저자:함윤이
2022년『서울신문』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제14회젊은작가상,제14회문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무덤을보살피다김지연
인터뷰김지연×이소

방랑,파도이서아
인터뷰이서아×홍성희

우리의적들이산을오를때함윤이
인터뷰함윤이×소유정

출판사 서평

여름,이계절의소설

태양이달아오르고신록이우거져가는여름의초입.보이지않는곳에감추어져있던비밀은일순간휘몰아치는바람에윤곽을드러낸다.『소설보다:여름2025』는잔잔한일상에끼어든기이한존재의무게를버티며세계를재편하는세편의소설을소개한다.‘나’와오늘을공유하며믿음에의의지로결연한그러나분리된과거를짊어진타인의난입은새로운불안을야기한다.수면위로드러난진실을건져올려긴응시의시간을보낸후,다시금삶의풍랑과마주하는인물들이나아갈미래는전보다선명하게드넓게펼쳐져있다.

김지연,「무덤을보살피다」
“화수는세계에관심을기울일수록기존에자신이믿었던세계가무너지는것을느꼈다”

2018년문학동네신인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한후제12·13·15회젊은작가상,제14회김만중문학상신인상,제70회현대문학상을수상한김지연을2022년여름,2023년가을에이어세번째로‘이계절의소설’에서만난다.전작「포기」「반려빚」에서경제적·심리적고립에봉착한청년세대의현실을그리며이면의가느다란희망을파헤쳤던작가는이번선정작「무덤을보살피다」에서과거의유산이품은끔찍한현장을들여다보면서이후의선택을새롭게갈망하는동시대의목소리를날카로운풍유로전한다.
사촌인수동과할아버지의묘소를찾다외따로산에서길을잃은화수는해안가근처벼랑에다다라수상한비닐하우스와컨테이너를발견한다.그리고그곳에서오륙십대쯤되어보이는남자와맞닥뜨린다.화수는경계심을애써감추고길을묻지만남자는느닷없이양동이와목장갑을내밀며일을도와줄것을요청한다.실내낚시터같은건물에꼼짝없이붙잡혀물고기먹이를물속에퍼다나르기를한창하던가운데,화수를찾아헤매던수동마저건물에들어선다.짧은대화를나누던중에남자의정체가집안과연을끊은막냇삼촌이라는것이밝혀지고,남자는마을까지데려다달라는그들의요구에불응하며난데없이위협을가한다.몸싸움으로번진소동끝에화수와수동을컨테이너에가둔남자는현장에서사라진다.화수는내내이미죽은할아버지를떠올린다.손녀를지극히사랑한사람,국립묘지에묻힐수없는베트남전참전용사,마약투약자,박근혜지지자그리고삶의끝자락에서자신에게자살방조를요구한할아버지.그간절한마지막소원을외면하지못해,화수는병상의할아버지를힘주어꽉끌어안으며“자신에게선했던세계가패배했다는것을”인정했다.갇혀있는동안남자를향한적개심에사로잡힌채수동과살인까지모의했으나,어느새열려있는문을확인하고서둘러차를타고빠져나온다.그러나부모님이있는집에도착한그를맞이하는것은태연하게거실소파에앉아있는남자다.
소설은시종일관섬뜩한분위기를유지하면서독자에게존재가스스로인식한패배이후의삶과선택의문제를질문한다.김지연은특유의기민한감각으로과거와현재의연결을되짚고진실을추적하며미래를향한,끝내꺾이지않는의지를확인한다.이소설을통해“우리가또렷하게확인하게되는것은세계란알면알수록,삶이란살아낼수록,패배자가된듯한서러움과가해자가된듯한수치사이에서오락가락하는것일지도모른다는사실이다.[……]누구나계속되는불행과해결이불가능한고난속에서도자기삶을쉽게포기할수는없다”(조연정문학평론가).

모르고있기때문에유지되는평화라면의심해보아야할것입니다.화수는온실속화초처럼자란사람이고그래서모르는게많은사람입니다.보호한다는명목으로상처를주지않았을지도모른다는생각도했습니다.그러한보호가진짜지킬수있는것은아무것도없다는생각도들어요.사람들은자신이믿고싶은것을진실이라고여기는경향이있는것같지만진실이고작그런이유로훼손되어서는안되니까요.
「인터뷰김지연×이소」에서

이서아,「방랑,파도」
“그러나신의관점을따라하는것,그건불경하고쓸쓸한짓이다”

“한동안한국문학에서자취를감췄던,‘질주하는아이’‘무서운아이’의귀환”(심사위원강동호)이라는평을받으며2021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한후첫소설집『어린심장훈련』(문학과지성사,2024)을펴내며독자들의사랑을한몸에받은이서아를「방랑,파도」로처음‘이계절의소설’에서만난다.
바닷가마을에잠시머물며요양원청소일을하는‘나’는요양원입소자인향자할머니와각별한관계를유지한다.할머니는반지와밑줄이그어진책을‘나’에게선물하고자신이탄휠체어를끌게하거나함께화투를치면서‘나’와일상을보낸다.한편,백반집을운영하는남매,‘백’과‘반’으로불리는이들의집에서‘나’는“숙박과식사를제공”받으며시간이날땐서핑을배운다.“마약을한다는소문”때문에마을에서남매를바라보는시선은곱지않다.이우연한마을공동체에속해몇번의죽음을흘려보내고이따금공터를찾아영혼을그려보던‘나’의앞에향자할머니의죽음이찾아온다.‘나’는할머니로부터받은반지와책을유족에게전달하기로마음먹는다.그러던어느날낯선승합차가마을에들어서고차안의사람들을유족으로오해한나는요양원에보관중인반지를떠올리고는자신도그곳에데려다달라고부탁하며그들과동승한다.유족이아닌유품정리사였던그들은‘나’에게책과반지를간직하라고전하고,도중에‘나’를하차시킨다.‘나’는마을을막떠나려는차와또한번맞닥뜨려뒷좌석에탄누군가를본듯했지만,그날요양원에들른승합차는없었다는소식을요양보호사인혜란언니로부터뒤늦게확인한다.그일이있고얼마지나지않아‘나’는백반집남매와향한수목장에서그들의어린자식이자조카였던아이의죽음을애도하는시간을갖는다.다시일상으로돌아와서핑연습을하는‘나’의눈에파도를헤치고거대한‘신’의모습이들어선다.
이서아의소설은애착대상의‘죽음’과‘서핑’이라는운동행위를교차시키며삶의파고를감당하는존재들의고독과슬픔을위무한다.현실과환상의경계에서“내가하늘이랑계약”한공터에서상실의고통을그리움으로껴안고살아가는인물을그림으로써미물처럼작지만누군가에게는절실한존재의크기를가늠하며이어지는‘순례’를애틋하게비춘다.이소설이구현한“‘무의미의주체화’로도정의될수있는배움의서사는삶의무의미성을회피하지않으면서도,형언하기어려운삶의아름다움을발견하는방법을익혀나가는과정이기도하다.[……]무의미의바다위에서방랑하듯삶을살아가는방법을배워나가야하는,인간적삶의근원적비극성과고귀함을향한아름답고도감동적인헌사이다”(강동호문학평론가).

지금드는생각으로는,그리움은주로힘과동력을앗아가는것만같습니다.우리를단지상심하게만들면서말입니다.그러나어느날은그리움으로인해그어진밑줄을따라책을읽거나,보드를끌고바다로갈수도있겠습니다.벼랑끝에내몰린새가드디어하늘을날듯이그리움이라는이애달픈정서가어떻게든우리를행동하게만드는동력장치가될수도있겠습니다.
「인터뷰이서아×홍성희」에서

함윤이,「우리의적들이산을오를때」
“그들은한곳을향해이동하지않고서로다른방향을보며둥글게비행했다”

2022년『서울신문』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한후제14회젊은작가상,제14회문지문학상을수상한함윤이를2022년여름,2024년여름에이어세번째로‘이계절의소설’에서만난다.전작「강가/Ganga」「천사들(가제)」에서보이지않는힘에이끌려타인과의접점을만들고성장해나가며새로운세계에뛰어드는인물을그려냈던작가는이번선정작「우리의적들이산을오를때」에서신비주의적이고컬트적인소재를끌어와삶에서마주치는매혹을생생하게그리는동시에유구한믿음을건드리는계시의순간을포착한다.
소설의주인공인노아는소도시의면사무소에서근무하는신입공무원이다.상사인녹원과동행한첫외근에서그는소문으로만접했던,마을과단절되어산속에있는‘천문대사람들’의생활구역으로향한다.노아는녹원으로부터종교적인의미가읽히는본명을숨길것을요구받는다.천문대에서정체가불분명한종교집단의우두머리인여자를마주하게된노아는어머니의이름인‘정선화’로자신을소개하는데,놀랍게도여자의이름역시‘선화’이다.소음,불을피우는듯한탄내,빛공해,공포유발행위등천문대사람들을둘러싼민원을전하지만선화는2주후떠날것이라대꾸한다.선화는그들이떠나기전마지막으로여는행사에노아를초대한다.“즐거울테고,아주아름다울거예요”라는말과함께.기이한분위기에압도된노아는호기심을못이겨2주후다시한번산을오른다.행사의불법성을확인하기위해천문대보다높은지대에모인노아와녹원,경찰들은관측대의돔이열린것을보게된다.검은털옷을입은선화를중심으로모인사람들이불을피우고고기를태우고열광적으로춤을추는광경그리고그들의머리위로날아드는커다란독수리떼.노아는“관측대안에서피워올린불이몸속에있는무엇을지핀것같”은기분에사로잡힌다.방화로검거되기직전에선화는노아에게의미심장한말을건넨다.그동안계속‘적’을기다렸으며노아의존재가운명적으로다가왔고,그것은곧기다림의끝이자구원의징조였다는이야기.노아는선화의기대에부응하거나그의믿음을받아들일수없었으나,불가해한하나의세계를오롯이통과해온느낌을받는다.
홀로남은노아의눈앞에펼쳐진세계는전과다른“새로운세상”이다.“매가을새로운땅으로이동하”며“서로다른방향을보며”비행하는거대한새들의몸짓이은유하듯확신이없는삶은또다른자리를찾아이동한다.대상을향한호기심은삶을움직이는원동력이되고,적이든아니든타인에게돌연의미를갖게되는일로부터어떤존재는새롭게태어난다.“함윤이는실험의이름으로규범을전복하거나파괴하지않고슬쩍,천연덕스럽게,때로는눙치고,때로는빠르게밀어붙이며,전반적으로섬세하게시험하고있는중이다.이시험의감각은섬세한만큼세련되었고,현재적이고,또한징후적이다”(이희우문학평론가).

노아에게도응시는소통과위험이모두담긴행위입니다.그래서더욱매력적인면도있을거예요.끔찍한장면이펼쳐질걸알면서도눈을뗄수없는공포영화나,마음을들키고싶지않아도계속보게되는타인의얼굴처럼,삶에서도도무지시선을돌릴수없는순간들이있어요.설령본인이그장면을보고상처받으리라예상해도말이죠.노아에게는천문대에서맞닥뜨린풍경들이야말로어떻게든응시할수밖에없는순간이었을거예요.
「인터뷰함윤이×소유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