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횡단 특급 (듀나 소설집)

태평양 횡단 특급 (듀나 소설집)

$18.00
Description
이것은 지금도 확장하는 별자리이자 매트릭스,
과거에서 당신에게 도래한 미래이자 빛이다
접속하라, 듀나의 빛에!

인간을 바라보는 냉정한 관찰자,
세계를 마주하는 정확한 평론가,
미래를 보여주는 무심한 예언자…
한국 SF를 이끌어온 듀나의 20세기 상상력이
21세기를 다시 밝힌다
이 책이 그린 시공간은 모두 1990년대 끝자락과 2000년대 초반의 한국을 겪으며 살았던 사람의 상상력과 지식에 바탕을 두고 있고 나는 이게 특별히 부끄럽거나 하지는 않다.
-‘신판 작가의 말’에서

한국 SF의 선구적인 인물 듀나. 2002년 출간되어 명실상부 듀나의 대표작으로 끊임없이 회자되는 『태평양 횡단 특급』의 개정판이 많은 이의 기다림에 화답하며 23년 만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개정판 작업은 띄어쓰기와 맞춤법 등을 중심으로 수정이 이루어졌으며, 내용상 바뀐 부분은 없다. 다만 작가가 특별히 신경 써서 수정한 부분은 두 곳인데,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 묘사의 실수가 있었던 곳과 인명 표기의 오류를 바로잡은 것이다. “개정판이니 당시의 인종적/문화적 편견을 수정하는 것도 가능했겠지만, 대부분 그냥 두었다. 아무래도 거짓말이 될 테니까”라고 작가가 이번 개정판을 펴내며 밝히고 있거니와, 비단 이러한 부분뿐 아니라 당시의 사회문화적 기반 위에 작가의 상상력이 덧붙여진 소설 속 장면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때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그 역시 그대로 두었다. 이 모든 것이 작품이 가진 본래의 의미와 독서의 즐거움을 전혀 훼손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의 눈에 못내 도드라지는 부분도 있긴 하다. 미라맥스의 몰락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 그렇다. 하지만 “미래 예측을 하느라 이 장르의 글을 쓰는 건 아니다. 당연히 내 ‘예측’은 대부분 틀렸다”는 작가의 고백과 “많은 SF 작가가 그랬듯, 나는 예술 창작을 하는 인공지능이 나오는 시기를 너무 늦게 잡았다”는 진단이 이 책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데에는 SF의 세계에서 시간이 반드시 미래로만 향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2020 원더키디〉도 이미 지난날이 된 지금, SF의 변화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20년을 훌쩍 넘긴 SF적 상상력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끈」에서 등장하는 남자가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의 일들과 현재 존재하는 가보지 않은 장소, 만나지 않은 사람들의 내력과 심지어 미래의 일어나지 않은 일들까지도 기억하는 것은 SF의 본질에 가까운 설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SF 소설이 담아내고 있는 이야기가 거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얼어붙은 삶」에서 시간의 흐름에 존재하는 작은 역류를 타고 다른 시간대로 빠져들어 시간 여행을 하는 혜나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보는 과정에도 시간의 흐름과 우주적 반복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담겨 있는데, 달리 바라보면 『태평양 횡단 특급』 역시 그런 시간 여행을 하고 있는 책이 아닐까 다른 상상을 덧붙여보게도 되는 것이다. 물론 작가는 20여 년이 지난 뒤 이 책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 앞에 나설지 예측하지는 못했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 담긴 열두 편의 이야기는 과거일까, 미래일까. 아니면 반복되는 현재일까. 시간대를 가늠할 수 없는 특별한 시간 여행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저자

듀나

소설가이자영화비평가.1990년대초,하이텔과학소설동호회에짧은단편들을올리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이후각종매체에소설과영화평론을쓰면서왕성한활동을이어오고있다.소설집『나비전쟁』『면세구역』『태평양횡단특급』『용의이』『브로콜리평원의혈투』『두번째유모』『구부전』『그겨울,손탁호텔에서』『시간을거슬러간나비』『너네아빠어딨니?』『찢어진종잇조각의신』『파란캐리어안에든것』,단편소설『바리』,중편소설『대리전』『아르카디아에도나는있었다』『우리미나리좀챙겨주세요』,연작소설『제저벨』『아직은신이아니야』『아퀼라의그림자』,장편소설『민트의세계』『평형추』등과논픽션『스크린앞에서투덜대기』『가능한꿈의공간들』『장르세계를떠도는듀나의탐사기』『여자주인공만모른다』『남자주인공에겐없다』『옛날영화,이좋은걸이제알았다니』등이있다.

목차

태평양횡단특급
히즈올댓He'sAllThat
대리살인자
첼로
기생寄生
무궁동無窮動
스퀘어댄스SquareDance
허깨비사냥
꼭두각시들

얼어붙은삶
미치광이하늘

초판해설|인간과기계_김태환
신판발문|너무일찍도착한편지_문지혁

초판작가의말
신판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이것은우리가마침내따라잡은시간이고,
비로소해독하게된예언이다”


나는문학을‘뒤늦게도착한편지’라는메타포로이해한다.문학이란태생적으로지연되어당도하는속성이있으며,그러나끝내도달하는것이고,봉투안에는뭔가가들어있어야한다는점에서그렇다.그러나같은방식으로듀나를이해하려면이메타포는이렇게수정되어야할것이다.듀나는너무이르게도착한편지라고.너무나탁월한이편지가우리에게너무나일찍도착하는바람에,우리는그것을제대로펴보지도읽어보지도이해하지도못했다.
-문지혁발문,「너무일찍도착한편지」에서

듀나의소설에는자연스럽게덧붙는수사들이있다.디스토피아적상상력,고전문학과예술에대한해박한지식,음악이나영화등대중문화와의접점,사회비판적성격과젠더의식,판타지와미스터리,호러와로맨스를아우르는다양한장르적접근,인간-기계-포스트휴먼담론등이그것이다.『태평양횡단특급』은이모든것을담고있는듀나의대표작으로일컬어지며,인간중심주의적속박에서벗어나암울하지않고비극적이지도않은인간의몰락을보여준다.
2002년으로돌아가말년병장시절,휴가중에북카페에서『태평양횡단특급』을단숨에읽어내려가며느꼈던충격과전율을생생하게전하며이번책의발문을시작한작가문지혁은20여년이지난지금도여전히압도적인이책에대해“그저읽어볼만한책이아니”며,“‘한국SF’라는말을어색한표현이나형용모순으로느끼지않는다음세대의새로운독자들에게기꺼이내어줄책이있다는것은행복한일이아닐수없다”고역설한다.

수록작들을간략히살펴보면이러하다.태평양해상에깔린철도를달리는국제선기차위에서가문을이어대대로평생을살아온주인공의이야기인표제작「태평양횡단특급」은남다른스케일로단편소설이지닌구조적-시공간적한계를가뿐히뛰어넘는다.「히즈올댓」은문화적편식으로미국의하이틴무비들만보며자란‘히말라야산맥근방의소국’출신소년이그문화적지식을기반으로미국의할리우드와오프브로드웨이를경험하는이야기인데,초판‘작가의말’에서“할리우드하이틴로맨스영화들에대한나의불건전한애정을폭로한다”라고밝힌것처럼듀나특유의대중문화코드가아낌없이들어가시간과공간을종횡무진하며사실과허구를거침없이뒤섞는다.채팅유저들의증오의대상을대신죽여주는살인자를막을것인가,이상황을즐길것인가고민하는주인공의내면을따라가는「대리살인자」와카프카적상상력으로자신에게고통을준이들을사냥하는이야기「허깨비사냥」은복수에대해다른방식의사고를요청한다.한편어린여자아이로봇을사랑하게된중년여성의고민과갈등을담은「첼로」는현재에도여전히유효한A.I.와의관계,즉인간과비인간사이의미묘하고모순적인감정과감각을다루고있다.디스토피아를표방하는미래도시의이야기「기생」은인간과기계사이의관계역전을보여주면서,‘인간적’이라는것이과연무엇인가,라는질문을담담하게던진다.이밖에도유전공학기법중하나인클로닝을소재로씌어진「무궁동」과작가가자신이“처음쓴‘귀신들린집’이야기”라고소개한「스퀘어댄스」,기계에의해인간의지가조작되는이야기를그린「꼭두각시들」,시공간을초월하는시간여행을다룬두편「끈」과「얼어붙은삶」,상상을현실에투영할수있는한소녀를중심으로결국그거대한상상앞에세상이잠식되고완전한판타지가되어버린현실을그린「미치광이하늘」까지,그야말로듀나스페이스로의초대라할수있는한국SF의명작이긴시간의터널을지나다시독자들앞에나왔다.듀나의오랜팬들은물론,새롭게듀나의세계를맞이할독자들에게도행복한여정이될것이분명한듀나의SF횡단특급열차가다시운행을시작한다.기꺼이탑승하지않을이유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