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을 위하여 (최하림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 (최하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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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대여 그대여 어떻게 저 먼 밤을 뚫고 가겠는가”

세계의 현실과 시의 현실, 그 양면 사이에서
마침내 시적 진실에 이르고자 한 시인의 수행

밤과 들을 뒤흔드는 바람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최하림의 첫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R 19번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1976년 초간되었으니 반세기 만이다. 한국 현대시사의 의미심장한 광맥을 형성한 최하림 시의 상상력이 젊음처럼 빛나는 이 시집을 통해 격동의 시대 한복판에서, 그 어느 유행이나 사조에도 결합하지 않고 시적 진실에 다다르고자 한 시인의 길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무수한 과오의 되풀이 속에서 사랑은 넓어지고 깊어질 것이 아닌가. [……] ‘강의 중심의 흐름에로 몸을 맡겨야 한다’가 될 것이다. 저 큰 바다, 깊은 바다로 가자면 강의 지류로 빠져서도 안 되고 역류해도 안 될 것이다. 나의 시들과 그리고 나는 그 바다를 보고 그 바다에 몸을 담았으면 한다. 그러기를 노력하려고 한다.
-1976년 ‘시인의 말’에서
저자

최하림

시인최하림은1939년전남신안에서태어나목포에서성장했다.1960년대김현,김승옥,김치수와함께'산문시대(散文時代)'동인으로활동했으며,1964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빈약한올페의회상」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사영어사,삼성출판사를거쳐전남일보사에서정년퇴임했고,서울예대문예창작과에서시창작을강의했다.시집『우리들을위하여』『작은마을에서』『겨울깊은물소리』『속이보이는심연으로』『굴참나무숲에서아이들이온다』『풍경뒤의풍경』『때로는네가보이지않는다』와시선집『사랑의변주곡』『햇볕사이로한의자가』,판화시선집『겨울꽃』,자선시집『침묵의빛』등이있으며,그밖의저서로미술산문집『한국인의멋』,김수영평전『자유인의초상』,수필집『숲이아름다운것은그곳이비어있기때문이다』,최하림문학산책『시인을찾아서』등이있다.조연현문학상,이산문학상,현대불교문학상,올해의예술상(문학부문)을수상했다.2010년4월타계했다.

목차

■차례

시인의말

1
설야(雪夜)1|어둠의노래|시인에게|우리들의역사|겨울의사랑|나의말|우리나라의1975년|강가에서|두손을들고서|마른가지를흔들며|겨울우이동시|백설부(白雪賦)1|백설부2|풍경|밤길|부랑자들의노래|밤강가에서

2
웃음소리|불|우리들은무엇인가|매질의아픔으로도|풍요|교정사(矯正師)|피흘리는세기를|눈|농부의아내|사방의상수리처럼|콜럼버스여아메리고여|제야(除夜)|1976년4월20일|밀물

3
설야2|강설(降雪)의시|별|독백|비가(悲歌)|아마추어가수|세석편전(細石平田)애서|떠난자를위하여|황혼과새벽사이|황혼가|가을의말1|가을의말2|가을의말3|가을의말4|가을의말5|가을의말6|유리창앞에서|이슬방울|가화(假花)장수

4
밖의의자|불사조|바다의아이들|밤의귀가|바다의이마주|일모가올때|유원지에서|해항(海港)|빈약한올페의회상

해설
‘무적’의심연으로내려가는바람의노래·우찬제
기획의말

출판사 서평

최하림은1964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빈약한올페의회상」이당선되며문단에나왔다.『우리들을위하여』에는등단작을비롯해총59편이4부에나뉘어수록되어있다.특히이번R시리즈에서는1976년초판본의차례를따르되,2010년에출간된『최하림시전집』에서시인이생전마지막으로검토하여수정후수록한시를최종본으로삼았다.전집에수록하지않은시의경우에는초판본에수록된것을가져왔다.

가장첫번째에놓인시「설야(雪夜)1」에는“수많은노두(露頭)를건너서”라는시구가나오는데,여기서‘노두’란광맥,암석이나지층,석탄층따위가지표에드러난부분으로광석을찾는데에중요한실마리가된다.이와같은맥락에서이시집을최하림시세계의본원이펼쳐지는‘노두’와같은시집이라말해도좋을것이다.

그대여그대여어떻게저먼밤을뚫고가겠는가
바위속같이캄캄하고팍팍한수십만리길을
그대홀로어떻게가보이겠는가
가다가쓰러지고피흘린들
누가염습이라도해주겠는가
괴로움이비늘처럼번쩍이면서목을조르고
마을불빛도모두꺼져어둠속으로잠겨들어가는데
-「시인에게」부분

[……]펑펑내리는눈이여우리들이밟고가는눈이여거부로들끓는한사나이는피어린언어를토해내지만칼끝을걸어가는아픔을가지지못한언어는칼끝에결코미치지못한다언어는칼일수없다[……]
-「눈」부분

두루알다시피최하림은1962년김승옥·김치수·김현등과함께동인지『산문시대』를통해활동한바있고,이는4·19세대의새로운문학장을여는데기여했다.4·19세대문학의대표적인이념형은자유와사랑이다.그런데그자유는그냥얻어지거나누릴수있는게아니었으며,거센바람과눈보라를헤치고나가야만간신히열리는지평이었다.사랑의세계또한‘노예언어’같은말을버려야열릴수있는곳이었다.

죽음같은겨울의시간을건너봄의세계로나아가고자하는시인의이같은고투는이시집전반에걸쳐계속출현한다.어둠의상황은시집곳곳에서“바닷가안개풍경”“눈내리는숲속어두운풍경”“강가의안개풍경”등으로변주되며그렇게엄혹한상황속에서도시인은“가난한사람들의마음의/사리(事理)”에눈길을두며“어둠속으로들어가어둠이”되고“어둠의빛이”(「어둠의노래」)되어어둠에스며들거나그어둠을끌어안아야한다고생각한다.

우리들의들에서흐르는바람이여
노래하고노래하라노래가더욱하늘을넓히고
벌거벗은힘이흐르는밤을전율하게할때까지
노래하고노래하라어두운바람이여
저녁마을의어스름같이
노래는넘쳐흘러들을적시고
들을생생하게하고[……]
-「풍요」부분

최하림은“말들이안개속에있었다”(「웃음소리」)라고쓰며어둠과상처를넘어자유와사랑의세계에이르는길을찾고자했다.고통같은암흑을더욱어둡게하는거센비바람속에서도,한오라기희망도발견되지않는곳에서도,“들에서흐르는바람처럼”스스로바람의시인이되길소망했다.『우리들을위하여』에서시작된그바람의길은2010년4월시인이타계할때까지그의생을통해지속되었다.

바람이어두운밤을전율케하고,바람의노래가들을적시고,들을생생하게할수있다면,시가그럴수있다면,하는소망으로최하림은오랜시적수행을해왔다.그런가운데바람은질문을낳고,질문은바람을낳았다.[……]최하림이뿌린시의씨는무진장꽃들로피어났다.다시들어도,다시읽어도,그의바람의노래는꽃들로피어난다.
-우찬제,해설「‘무적’의심연으로내려가는바람의노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