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시집)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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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보이지 않는, 그러나 ‘있는’ 내재적 힘으로
저 말하지 못하는 언어들은 시가 된다
복간reissue, 반복répétition, 부활résurrection을 함축하는 문학과지성 시인선 R의 스무번째 시집은 황지우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이다. 1985년 출간된 뒤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집이 40년이라는 아득한 시간을 가로질러 다시 우리 곁에 찾아온다.

이 길은 어디로 향해 있는가.
이 길은 외로운가.
위험한가.
내 발목을 거는 세찬 물살, 이제 시가 나의 운명이라고
말해야 하나.
내가 던지는 이 고통스러운 돌이 너무 깊은 데 들어가
발 디딜 곳이 없지나 않을지.
-1985년 ‘시인의 말’에서
저자

황지우

시인황지우는1952년전남해남에서태어나광주에서성장했다.서울대학교문리대미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원에진학했으나1980년5·18민주화운동가담으로구속되면서제작당했다.이후서강대학교대학원철학과,홍익대학교대학원미학과를수료했다.1980년『중앙일보』신춘문예에「연혁(沿革)」이입선한뒤「대답없는날들을위하여」등을『문학과지성』에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한신대학교문예창작과를거쳐1997년부터2018년까지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로재직했다.시집『새들도세상을뜨는구나』『겨울-나무로부터봄-나무에로』『나는너다』『게눈속의연꽃』『어느날나는흐린주점에앉아있을거다』와시선집『성(聖)가족』『바깥에대한반가사유』,시극집『오월의신부』,산문집『사람과사람사이의신호』등을펴냈다.김수영문학상,현대문학상,소월시문학상,대산문학상,백석문학상을수상하고옥관문화훈장을수훈했다.

목차

■차례

시인의말

그들은결혼한지7년이되며|14시30분현재|꽃말|1983년/말뚝이/발설|뱀풀|「뱀풀」의시작메모|1960년4월19일·20일·21일,광주|오늘날,잠언의바다위를나는|벽3|마침내,그사십대남자도|아,이게뭐냐구요|똥개의아름다운갈색눈동자|「상징도」찾기|오늘오후5시30분일제히쥐(붉은글씨)를잡읍시다|버라이어티쇼,1984|비오는날,유년의느티나무|우리아버지|다이쇼(大正)15년10월11일,동아일보|무등(無等)|꽃피는,삼천리금수강산|겨울-나무로부터봄-나무에로|최첨단의자작나무앞에서|착지|사춘(思春)의강가에서|잠든식구들을보며|소설,이상한전염병|근황|박쥐|바퀴벌레는바퀴가없다|도화(桃花)나무아래|닭장|근작시「닭장」을위한시작메모|아침산|나무는단단하다|또근황|아내의편지|밤병원|참꽃|담양|서울로띄우는엽서한잎|잠자리야잠자리야|대밭에드는푸른월색|삶|논|그리움|노숙|수북(水北)을떠나며|대흥사(大興)봄밤|은하속의해동전라남도,해남이길남씨집뜨락|비닐새|그대,부재를위한메모|호박등|종로,어느분식점에서아우와점심을하며|나의누드|윤상원|들풀|돌아온사월|어느벗의결혼식에가서|봄바다|출가하는새

해설
동시대적인것들의‘엑스폼’·이광호
기획의말

출판사 서평

황지우의시는전통적서정시와는전혀다른형태와세계관으로충격을주었고,그충격을경험하며우리는또다른시의지형을디뎌볼수있었다.1980년5월광주,분단,군사독재와같은당대중요한상황이이시집에서콜라주,몽타주,일상기록재배치등의실험적기법들로아카이빙돼출현한다.
황지우는배제된것들,파편화된것들을기록하면서비시적(非時的)인‘잔해’들을건져올린다.“황지우가아니라면,저버려지고무의미한언어들이시적인것으로재출현하는사건은일어나지않았을것이다.‘나는시를추구하지않고,시적인것을추구한다’라는황지우의수행문은한국현대시의가장급진적인선언이다”(이광호문학평론가).

온몸이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부르터지면서
어지면서자기의뜨거운혀로싹을내밀고
천천히,서서히,문득,푸른잎이되고
푸르른사월하늘들이받으면서
나무는자기의온몸으로나무가된다
아아,마침내,끝끝내
꽃피는나무는자기몸으로
꽃피는나무이다
-「겨울-나무로부터봄-나무에로」부분

“나무는자기의온몸으로나무이다”라는시구는일반서정시의세계관에서비껴서있다.얼핏서정시로보이는이시를깊이들여다보면,나무는주변환경의도움을받아수동적으로성장하는요소가아니라자신의‘내재적’힘으로자기자신이된다.즉,인간이중심인세상에서인간만이움직이고그밖의생태가인간에의지하는것이아닌,세계속에서각자움직이며동등하게존재하는것이다.시인은‘자기동일성’으로구축되어온기존의규범을해체하여말하지못하는것들에미적형태를부여한다.이러한시쓰기는시집곳곳에서다른형태로출몰하고있다.

벗이여,이제나는시를폐업처분하겠다.나는작자미상이다.나는용의자이거나잉여인간이될것이다.나는그대의추행자다.아아,나는시의무정부주의를겪었고시는더이상나의성소(聖所)가아니다.거짓은나에게도있다.우리는다시레이건치하에서산다.
-「근황」부분

친구에게근황을전하는이시의언어들은무분별하고무규칙적이며개인적인것과사회적인것이혼재돼있다.잡다한부산물이시적맥락안에서낯설게배치됨으로인해독자들은늘일상에서보던흔한언어가시적인형태로읽히는체험을한다.

황지우의시는시인의손에서매듭지어지지않고열린채독자에게건네지는데,시를읽은사람이그것을해석한다음에야비로소시의의미를획득한다.이때독자에게넘겨진,읽는이로서의역할은보이지않지만시의중요한한축을담당한다.그럼으로써독자들과의사이에서전에없던새로운관계,능동적관계를형성하고있다.기존의독법을부수고읽는이를시속으로더욱깊이끌어당기는이시집은한국시사에‘황지우열풍’을불러일으켰으니,그의시를읽는이들이있는한끊임없이이세계를두드릴것이다.

황지우가“문학과정치는동시대의말을공유하고있다”라고했을때,그진정한함의는그말들을발설한시대이후에더욱더풍부하고예리한것이되었다.그것이시와정치의영역을구별짓는지배의언어에대해얼마나큰파괴력을가졌던가를묻는것은,과거가아닌동시대에관한것이다.황지우의시는“보이지않는,그러나있는,다만머언,또다른”시간으로지금도날아가는중이다.
-이광호,해설「동시대적인것들의‘엑스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