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거리로 나와

둘이 거리로 나와

$12.26
Description
“그 사람이 처음인 것처럼 낯설었다 이동이, 움직임이 기적인 것처럼”
헤맴 끝에 찾아낸 생경한 얼굴의 ‘너’와 ‘나’
서로를 통과하며 넓어지는 찰나의 ‘우리’

균열하는 관계 안에서 함께의 가능성을 길어 올리는
오은경의 세번째 시집
저자

오은경

저자:오은경
시인은2017년『현대문학』신인추천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한사람의불확실』『산책소설』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공중제비|끈|새벽네시|나는모른다|책더미|소리와분노|프랑켄슈타인|디저트|창문에누워|보물찾기|당신중한사람

2부
새장|깃털형태의돔|더듬어|내가먼저피하려고했어|세개의컵|더작은사람|갈림길|이인용자전거|보물찾기|도깨비불|눈동자|호두|끈이풀어지고

3부
둘이거리로나와|추워|우에노공원|출발과시작|가만히|나는너랑논다|친구의슬픔|마지막글자|지난일들|몇가지흔적|별이가득하던날|일기장

4부
위해|크랙|야경|이번만큼은|달라지는것과달라지지않는것|보물찾기|떠나온숲|델마혹은그로토프스키|길찾기|덤불과가로수|얼룩|두눈으로

해설
‘우리’라는불가능의에로스-김보경

출판사 서평

2017년『현대문학』신인추천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한오은경의세번째시집『둘이거리로나와』가문학과지성시인선621번으로출간되었다.두권의시집을거치며특유의담담하고사느란시세계를구축해온그가“타자로서자기자신을새롭게발견하는”“섬세하면서도고독한사유”(강동호,『시보다2023』추천의말)로써내려간시48편을총4부로나눠묶었다.

그는한사람이면서한사람이아니다.

이곳에남은그는
계속다른사람이다.그는나를모르고,나는그를모른다.이것이우리에게는관계를유지할수있는방법이겠으나,그는자꾸다른사람이다.내가알수없는사람,한사람의여러모습은아니고여러사람의단한사람같은,나와다르거나내가아닐수없는,시시각각변화하는사람,당신.
―「당신중한사람」 부분

첫번째시집『한사람의불확실』(민음사,2020)을통해사람과사람사이에피어오르는불확실성에대하여,두번째시집『산책소설』(현대문학,2021)을통해산책하듯걸어다니며일상을둘러보는일에대하여이야기한바있는시인은이번시집『둘이거리로나와』에서모호함과불안을껴안은채바깥에나와있는두사람을그린다.이때한사람은나머지한사람으로부터완전히분리되지도그와온전히포개어지지도않는다.거리에선그들을각각‘나’와‘너’로호명하거나‘우리’로한데묶기보다‘둘’이라는수사로부르는편이적절해보이는까닭이여기에있다.“때로는‘나’라는구체가너무나선명”(「볕이가득하던날」)하다가도“어디에도나는없”(「공중제비」)는듯한기분이드는오은경의시적감각안에서‘나’와‘너’,‘있음’과‘없음’의경계는흐릿해진다.

“‘너’가떠나고이제아무도곁에남아있지않지만그럼에도여전히누군가가‘나’의주변에머물고있는듯한기미를떨칠수없는”(김보경,해설「‘우리’라는불가능의에로스」)이상“나는너의얼굴을확인하고싶”(「보물찾기―달리기」)어지기마련이므로,오은경의시속인물에게“바깥에나”오는일은“선택이라고할수없”(「나는모른다」)다.인칭대명사로쉬이포섭되지않는어렴풋한‘나’와‘너’들을수없이맞닥뜨려야하는이불가피한외출에서다만한가지분명한것은이따금서로손이스쳐“너와손잡고거리를거닐”때면“진짜즐”겁고“안심”(「두눈으로」)된다는사실이다.오은경의‘나’로하여금‘너’와함께“‘있다’는게대체어떤의미인지알수없지만”(「떠나온숲」)계속해서거리를거닐도록이끄는힘은,마치확실한‘우리’처럼느껴지는짧은순간을향한조심스러운기대에서비롯한다.

“나역시/마음이읽히기를바랐으니까.한번쯤//틀리더라도(다르게적히더라도)”
―‘나의없음’을‘나의있음’으로전복하는사물되기

내가의자라면
그녀가없을때보이고,그녀와함께일때가려져야한다.숨는게중요한게아니라
→시간이계속과거로역행한다는게문제다.
그녀없이.나는있다.←나는또의자가된다.이번에는진짜사물이되었다.어떻게확신할수있느냐면
그녀가내앞에나타났으니까.(←이제나는내정체가무엇이든
하나도중요하지않고궁금하지않게되었다.)

2
나는그녀를이해할수있다.[……]

나는의자였는데
그녀는눈치채지못했다.의자가걸어다닌다는것.
그리고내가멈춰설때
그녀는마주치는사람들에게길을묻고새로생긴카페,골목의구석구석을헤맨다.그녀가앞장서나가면
내가따라가쫓는다.
―「둘이거리로나와」부분

오은경의시속주체들은같이있어도함께라는느낌을주지않는,그러다이내떠나버리고마는‘너’라는존재에골몰하며거리를거닌다.하지만“숲속에있으면서숲을알아차리지못”(「갈림길」)하듯‘너’에대한앎은‘너’에몰두해있을때획득될수없고,이에‘나’는‘너’에대한생각과이입으로부터빠져나와‘너’도‘나’도아닌다른무언가의관점을취한다.“내가그녀였다면”이라는막연한가정은‘나’를지움으로써“내가의자라면”(「둘이거리로나와」)이라는적극적인수행이되고,사물이된‘나’는“다가가면/희미해지고물러나면/선명해”(「얼룩」)지는‘너’를있음의자리로소환하여객관적이고도집요한눈길로들여다본다.

여기서흥미로운지점은“네가”사물화된“나를통과해/지나가는순간”애써소거한‘나’가다시복원되고그외연이“넓어진다”(「눈동자」)는것이다.시선을두지않을수없을정도로‘너’만큼이나커다래진‘나’앞에서오은경의‘나’들은‘너’를이해하려면‘나’에대한이해를거쳐야한다는사실을깨닫는다.그렇게새로이존재하게된‘나’는“너를통과할때/되찾은내그림자”(「창문에누워」)를뒤축에붙이고사물이아닌‘나’로서‘너’를찾기위해다시거리로나온다.

“(새로운)나를찾아봐줘요네게서멀지않을테니”
―‘우리의있었음’을확인하며또다른길찾기

“보물찾기”라는동일한제목을달고시집곳곳에배치되어있는세편의시(「보물찾기―줄다리기」「보물찾기―숨바꼭질」「보물찾기―달리기」)는오은경의시가걷기와되기를거쳐‘찾기’에다다랐음을환기한다.“본적없는데,본적없는상대를/찾을수있을까?”(「보물찾기―줄다리기」)하는의구를품고서도“마음의비호아래이동”하는오은경의시속‘나’는,쪽지에적혀있는보물이무엇인지모르면서도일단그것을찾아내려애쓰는아이를닮았다.

“나를움직여주”는“장치”(「친구의슬픔」)인마음은“더는걷지못”할정도로쉽게“흔들”리는탓에그것을“지탱하기위해서”는큰“힘이”(「마지막글자」)들고,이에“뭔가를찾고있”는동안“어려운일은전부마음안에서일어”(「보물찾기―숨바꼭질」)난다.이토록불안정하게요동하는마음을동력삼아보물찾기를지속하는일은상대의에너지와긴장을기민하게살펴야하는줄다리기,꼭꼭감추어져보이지않는대상을찾아헤매는숨바꼭질,전력을쏟아담박질해야하는달리기가된다.

낯설게또는익명으로서술되는‘너’를“꼭찾아야”(「보물찾기―줄다리기」)한다는마음으로시작한보물찾기가“뒤한번돌아보지않고달리”는‘너’를잡으려뛰는달리기로이어질때문득“나는왜달리고있을까?이마음은다어디에서비롯된걸까?”(「보물찾기―달리기」)하는의문이생겨나고,그제야‘나’는시집도처에드러나있는괄호를경유하며생략해도무방하지만부러꺼내어보이고싶은이면,마음한구석을열어젖혀고백해버리고싶은진심들을돌이켜본다.

“우리가다니는골목은비좁아서한사람씩통과해야”(「출발과시작」)하고,‘너’가“앞장서나가면/내가따라가쫓는”(「둘이거리로나와」)위태로움속에있다.그러나이절실한공간의공유로부터나란하지않은‘나’와‘너’또한우리였음을,즉과거의갈피마다발생해온“우리의있었음을”비로소“실감할수있”(「길찾기」)다.‘나’의결여와구멍을안고있는,아주잠시간의성근마주함.이번시집의해설을쓴문학평론가김보경의말처럼“이빈부분이야말로사랑의증거이며‘우리’의증거이다”.“발자국에발자국을포개며”서로의자취를따라감으로써“완전하고예상을벗어”난미래에들어선“우리는원환을벗어나”“제자리에서멀어져”간다.끈질긴움직임으로,헤매고발견하고통과하며“눈속을헤쳐나가고있”(「보물찾기―달리기」)는화자는시간의무자비한흐름에떠밀린“분명한추방”을“해방”(「떠나온숲」)으로치환하며“텍스트를벗어나”(「위해」)전과다른풍경에도달한다.세계의시간성을발명하려는시적의지로언어를실험하며,오은경의시는새로운거리에서다가올‘당신’을기다리며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