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하거나 사라졌거나 영원한

부재하거나 사라졌거나 영원한

$28.00
Description
고통의 곁에 선 문학,
그 문학 곁에 선 비평

“지금 여기”의 문학을 말하는 방법
문학평론가 이소의 첫 비평집
비평가는 실험실에서도 그 경계를 어슬렁거리는 존재여야 할 것이다. 내부자이자 외부자로서, 끊임없이 거리를 조정하고 시점을 전환하는 공범이자 타자로서 존재해야 할 것이다.-「마녀들의 주방 혹은 실험실에서」(p. 194)에서

2020년 등단 이후 꾸준히 사회적 사건을 재현한 문학을 연구해온 문학평론가 이소의 첫 비평집 『부재하거나 사라졌거나 영원한』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저자의 박사논문이자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 당선작인 「‘남성 성장소설’을 넘어서-‘위안부’ 피해자를 재현한다는 것」에서 시작된 문학의 역사적 증언은 세월호, 5·18의 광주, 4·3의 제주, 이태원 그리고 아우슈비츠까지 가닿는다. 저자는 모든 문학이 역사의 재현이자 총체임을, 증언과 기록이야말로 오늘의 문학이 서야 할 자리임을 역설한다. 그렇게 그 길 위에, 이소의 비평이 함께한다.
저자

이소

2020년『경향신문』신춘문예평론부문에당선되어비평활동을시작했다.현재『문학과사회』편집동인이다.

목차

책머리에-어째서어떤이야기는

1부큐레토리얼-좌표,배치,연결
부재하거나사라졌거나영원한-역사와사물의큐레이터
적산가옥
종언앞에서부활하기,멸종앞에서사물되기-21세기문학비평의지형도
비평의몰락을한탄하지않는방법
나의아름다운사물들-신유물론과비평에관하여
버티고움직이고미끄러지면서-최근한국소설이그리는‘집’의좌표평면
비인간을사랑하기로했습니다-최근소설속비인간존재들에관하여
세대와시대-최근소설의세대재현에관하여

2부적대와품위-사건,정치,페미니즘
어른들의벤다이어그램-세월호이후의문학1
영원히숲에머무를수없다면-세월호이후의문학2
테이블위에서-세월호이후의문학3
마녀들의주방혹은실험실에서
새롭지도훌륭하지도않게-형식주의자의페미니즘
‘남성성장소설’을넘어서-‘위안부’피해자를재현한다는것
죄의식의남성성,해원의여성성-임철우론
증언의거처-김숨론
곁,정류,앎-고통과문학에관하여
제주에서보낸한철-김금희,조해진,한강의장편소설과‘정치적인것’에대하여

3부경도와위도
일요일오후를견디는법-성혜령,위수정
그러므로다시이야기를-김기태,정선임
잃어버린허구를찾아서-김성중,정영수
전자시대의교향곡-신종원의『전자시대의아리아』
주술과언어의유물론-신종원의『고스트프리퀀시』
소거되지도승격되지도않는-서수진의『유진과데이브』
그날이후,우리는-장희원의『우리의환대』
마음과구조-김혜진의『축복을비는마음』
키치대신미래를드립니다-김멜라론
다만,아주작은승산-김기태론
크레용과샤프펜슬-한강의『노랑무늬영원』
중력과미래-인아영의『진창과별』
그렇게열린틈으로무엇이-이광호의『작별의리듬』

나가며-번역의시간

출판사 서평

비평,우리의아카이브를구축하는일

그렇다면오늘날역사는어떻게서사화되고있는가.“진보나혁명같은거대서사가소멸한후”“무한한자료를검색하고소유할수있게된이세계에서”역사는흡사박물관처럼아카이빙된방대한데이터베이스다.저자는이미세하게“파편화된”역사적기록을“문학적텍스트로변환하는작업을능숙하게구사하는이들이야말로진정한의미의문학주의자”라고말한다.문학의“큐레토리얼”시대가시작된것이다.
‘위안부’피해자를재현한소설인윤정모의『에미이름은조센삐였다』와임철우의『이별하는골짜기』를분석한평론에서보여지듯이소는(작가가선택한)역사적사건의교차점에서있는문학,역사적증언으로서의문학에관심을기울인다.그는역사속개인의트라우마가,그외상의심연이너무깊어무언가를쓸수없는이유가쓰는이유보다더중요하다면그안에서문학은어떻게존재해야하는가에집중한다.

이제우리시대에‘역사’라는것이바라는바도가야할바도모두잃은채기억과증언과기록의합집합을이르는말이되어버렸다면,역사와가장유사한속성을지닌것은‘외상’이라해도틀리지않을것이다.그리고외상의본질이다름아닌‘말할수없음’이라는사실을떠올려보면,역사를외상처럼인식할때그것을서사화하려는시도는흡사뮤지엄이사물의배치와배열을통해과거를펼쳐놓는것처럼공간과사물에기대어이루어지기쉬울것이다.-「적산가옥」(p.42)에서

이책은총3부로구성되었으며,그동안발표했던서른한편의글을엮었다.그는책속에서‘공간’과‘사물’의데카르트좌표를그린다.그리고그좌표안에문학작품들을배치한다.
1부‘큐레토리얼-좌표,배치,연결’에서는문학비평의좌표를제시한다.역사속에서문학비평의자리를톺아보고,그방대한역사적아카이브속에서평론가는이제‘지식인’이자‘작가’가아닌‘큐레이터’로서존재하며,앞으로도그러할것이라고전한다.마치전시기획과더불어미술관의행정을운영하는미술계큐레이터처럼지금의젊은문학평론가에게도이러한역할이요구된다고보는저자는,젊은문학평론가들이작가들과함께아카이브를구축하거나모큐멘터리를제작하는시도역시이러한맥락이라고짚는다.
2부‘적대와품위-사건,정치,페미니즘’에서는한국현대사와문학사에영향을준사건들을중심으로동심원을그려나간여러작품에대해비평한다.저자는“역사는트라우마적과거와신체화된기억을기록과사물로제시한다”라고보고,이를기록하는문학을고통의총체이자재현,증언으로이해한다.예컨대「증언의거처」에서는김숨의『L의운동화』를분석하며‘신발’이라는사물에주목하며,작품속신발은“이한열의운동화를비롯한미선이·효순이의신발,아우슈비츠의신발등역사적죽음을증언하는유물들과제주4·3사건피해자,일본군‘위안부’피해자등사라져가는생존자들의”실존적증언임을설파한다.
3부‘경도와위도’에는여러작가론과작품비평을묶었다.지구좌표의세로축과가로축을의미하는경도와위도처럼현재한국문학계에담론을형성하는작품들을꼽아그만의좌표에위치시켰다.특히『두사람의인터내셔널』을분석하며,‘불안정성’을가로축,‘정치력’을세로축으로설정해,등장인물들이위치한사회학적영토를시각화한글이인상적이다.네개의영역-변화없이체제에안착한시스템영역,취미를통해일상의권태를완화하는취미의영역,불안정하지만연대의지가약한실존적영역,그리고불안정성과정치력이모두높은정치적영역-으로구분된좌표계를통한이분석은각영역간전환이쉽지않다는사실을드러냄과동시에,작가가낙관도냉소도아닌현실감각속에서‘아주작은승산’을포착하고있음을논리적으로분석해낸다.이처럼저자는작품의시공간을정리하고배치해좌표계를만들고,그좌표계로지도를그려보면서전체를조망한다.이과정에서소설은단순한이야기너머,독자가위치를자문하게만드는사유의장으로확장된다.

분석과관찰로구축한비평좌표

내도구중하나는좌표계.내게는소설을읽을때머릿속으로데카르트좌표하나를그려보는버릇이있다.x축과y축으로좌표평면을만들고그위에소설의시선에따라점을찍어본다.점들의연결을살펴보면소설이위치하는범위나운동성같은것을짐작해볼수있다.-「주술과언어의유물론」(p.359)에서

평론가이소에게‘데카르트좌표’는비평적도구로활용된다.실제로학부시절‘이과생’이기도했던그는“분석과합성이이루어지는실험실과무관한장소에서비평을한다는것은,마치관측장소가변해도관측결과가일정하길바라는고전물리학의세계처럼단조”롭다고말한다.문학은그의시공간적좌표계에서,스펙트럼안에서,사고실험으로,벤다이어그램으로분석되며새로운체계를얻는다.
문학작품과병치·배열된과학의도구와언어는그의고유한도구로기능한다.이를토대로이루어진분석적·과학적인비평은‘고효율현미경’이되어문학작품속에서‘데이터베이스’를찾아내고분류해관찰할수있게한다.그렇게포착된작품들은저자의데카르트좌표계위에놓여별자리처럼빛난다.이소의첫비평집『부재하거나사라졌거나영원한』역시그별자리를따라가는문학비평의새로운길잡이별이자좌표계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