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아웃 보이 (정은 장편소설)

포커스아웃 보이 (정은 장편소설)

$13.00
Description
제1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정은 최신작
“늘 초대받지 않은 파티에 강제로 와 있는 기분이야.
세상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 같은, 유령처럼, 거기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과 어긋나 있는
소년 소녀의 특별한 이야기

“내 얼굴은 흐릿하다. 얼굴에만 모자이크 처리를 한 사진처럼.”
포커스아웃 보이 ‘정진’

언제나 있어도 없는 것 같은, 배경과 같은 존재. 그러니까 한마디로 있으나 마나 한 존재.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정은 장편소설 『포커스아웃 보이』의 주인공 ‘정진’ 이야기다. 진이는 태어날 때부터 “얼굴에만 모자이크 처리를 한 사진처럼” 흐릿한 얼굴을 지녔다. 마치 배경에 초점을 맞추면 얼굴이 흐릿하게 나오는 포커스아웃처럼. “손으로 만져보면 눈도 크고 코도 오뚝하고 입술도 두꺼운 편”이지만, “얼굴을 보려고 하면 이목구비의 선이 뭉개지고 흐릿하게 보인다.” 엄마 아빠는 뱃살 때문에 무선장애가 일어났을 수도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하지만, 그 대화를 나눈 지 어언 16년이 지나 고2가 될 때까지 진이의 얼굴은 “여전히 로딩 중”이다.
사람들은 흐릿한 진이의 얼굴 위로 보고 싶은 얼굴을 떠올린다. 아니면 진이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거나. 그러니까 진이는 무리 속에 섞여 있으면 사람들의 인식에서 지워지고, 보고 싶은 얼굴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얼굴이 진이 얼굴에 덧씌워지는 것이다. 이런 두 가지 상황을 왔다 갔다 하며 온갖 귀찮은 상황을 겪어왔다. 물론 크나큰 장점도 있다. 수업 중에 선생님의 눈에 띄어 지목당하는 일이 없다. 동시에 단점도 있는데, 얼굴이 흐릿해 인상이랄 게 없는 진이의 인생은 누락의 연속이다. 그러나 진이는 “세상에 대해 득도”했기에 화도 안 난다. 어차피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 특히 평범한 고등학생의 얼굴 따위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너무 나서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묻어가며 그런 애들 중 한 명이 되면 되는 것이다.

“내 얼굴의 특수함이 오히려 나를 더욱 평범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평범하다는 건, 기억된다는 것이다. 좋아함을 당하고, 싫어함을 당하고, 미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좋아하기는커녕 미움받지도 못하는 나는 자주 잊힌다.” (27쪽)
저자

정은

저자:정은
대학에서컴퓨터공학과영화를배웠고현재는대학원에서서사창작을공부하고있다.여러편의단편영화제작에참여했다.서점,극장,출판사,고시학원,선거캠프,방송국,드라마편집회사,무인경비회사,비서실,절,식당,카페,문화재보존업체등에서일한적이있다.매년한달이상다른도시에머물면서쓴글과찍은사진을두권의독립출판물로만들어독립서점을통해판매했다.『산책을듣는시간』으로2018년사계절문학상을수상했다.에세이『커피와담배』를썼고,청소년단편소설모음집『앙상블』,『장래희망은함박눈』을함께썼다.

목차

1장로딩중
2장싱크아웃걸
3장포커스아웃보이
4장미리도착한대답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제16회사계절문학상대상수상작가정은최신작

“늘초대받지않은파티에강제로와있는기분이야.
세상에초대받지못한손님같은,유령처럼,거기있지만존재하지않는.”

각자의방식으로세상과어긋나있는
소년소녀의특별한이야기

“내얼굴은흐릿하다.얼굴에만모자이크처리를한사진처럼.”
포커스아웃보이‘정진’

언제나있어도없는것같은,배경과같은존재.그러니까한마디로있으나마나한존재.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된정은장편소설『포커스아웃보이』의주인공‘정진’이야기다.진이는태어날때부터“얼굴에만모자이크처리를한사진처럼”흐릿한얼굴을지녔다.마치배경에초점을맞추면얼굴이흐릿하게나오는포커스아웃처럼.“손으로만져보면눈도크고코도오뚝하고입술도두꺼운편”이지만,“얼굴을보려고하면이목구비의선이뭉개지고흐릿하게보인다.”엄마아빠는뱃살때문에무선장애가일어났을수도있으니“조금더기다려보자”고하지만,그대화를나눈지어언16년이지나고2가될때까지진이의얼굴은“여전히로딩중”이다.

사람들은흐릿한진이의얼굴위로보고싶은얼굴을떠올린다.아니면진이가존재한다는사실자체를잊어버리거나.그러니까진이는무리속에섞여있으면사람들의인식에서지워지고,보고싶은얼굴이있는사람이라면그얼굴이진이얼굴에덧씌워지는것이다.이런두가지상황을왔다갔다하며온갖귀찮은상황을겪어왔다.물론크나큰장점도있다.수업중에선생님의눈에띄어지목당하는일이없다.동시에단점도있는데,얼굴이흐릿해인상이랄게없는진이의인생은누락의연속이다.그러나진이는“세상에대해득도”했기에화도안난다.어차피사람들은다른사람들,특히평범한고등학생의얼굴따위에는관심이없으니까.너무나서지않고있는듯없는듯묻어가며그런애들중한명이되면되는것이다.

“내얼굴의특수함이오히려나를더욱평범하게만들어준다고생각한적도있었다.하지만평범하다는건,기억된다는것이다.좋아함을당하고,싫어함을당하고,미움받을수있다는것이다.누가좋아하기는커녕미움받지도못하는나는자주잊힌다.”(27쪽)

싱크아웃걸‘유리’를만나다
“내인생이그래.세상이랑박자가안맞아.매순간이싱크아웃이야.”

그러던어느날세상에대해자포자기,아니득도한진이에게특별한사건이벌어진다.난생처음으로누군가와두눈이마주친것이다!시간이멈춘듯얼굴이또렷해진것같고존재감이또렷하게드러난것만같은순간.유리누나와의만남이그랬다.

“나는늘존재해왔지만누가나를똑바로봐주는느낌은달랐다……밝은빛이내게로떨어져내존재가환히드러나는느낌이설레면서도불편했다.벌거벗은것같아어딘가로숨고싶었다.”(32쪽)

유리는싱크아웃걸이다.진이와마찬가지로“날때부터세상과싱크가맞지않는영화자막과도”같은삶을살아왔다.

“나는늘늦어.어쩔수없이늦어.마치세상이그러기로작정한것처럼늦어……내가태어난순간에는울음소리가들리지않았대.그래서의사는내가소리를내지못한다고생각했어.다른신생아처럼입모양으로는울고있는데아무소리도들리지않았거든.울듯이얼굴로만악을쓰는나를엄마의왼쪽가슴에올려놓고심장박동소리를듣게하니까악을쓰는표정에서편안한표정으로바뀌었대.그때갑자기울음소리가들린거야……소리가지각이라도한것처럼.”(67쪽)

진이와유리는각자의방식으로세상과어긋나있는존재들이다.진이는난생처음으로자신의얼굴을볼수있는유리를만나게되고,유리역시진이와함께있을때는세상과싱크가맞는다는사실을알아차린다.

“늘초대받지않은파티에강제로와있는기분이야.세상에초대받지못한손님같은,유령처럼.거기있지만존재하지않는.”
유리누나의이야기는날카로운칼에가슴이찔리는듯한통증을느끼게했다.그동안말로표현하지못한내외로움과고통을다른사람의입을통해처음으로들은기분이었다.(71쪽)

이렇듯세상과다소어긋나있는두사람이기에서로에게동질감을느끼고위안을주고받지만,진이가이런자신이운이없고왜이렇게태어났는지이유를찾고싶어한다면유리는세상과싱크가맞지않는자신을있는그대로받아들이는캐릭터다.세상에대해득도해외로움이라는감정을이해할수없었던진이는자신의얼굴을온전히바라봐주는유리와의만남을통해비로소외로움이라는감정을깨닫는다.흐릿한얼굴로인한희미한존재감.이제진이는스스로에게질문을던진다.그러니까“나는그냥‘특별한사람’이되고싶었던걸까,아니면‘유리누나에게특별한사람’이되고싶었던걸까?”

“세상과어긋나있는두사람이서로에게만맞는다는사실은다행일까,불행일까?”

이책『포커스아웃보이』는얼굴이흐릿한‘포커스아웃보이’와세상과싱크가맞지않는‘싱크아웃걸’을주인공으로하여판타지적설정과현실적고민을교차시키며,오늘날청소년이겪는‘보이지않는존재감’의문제를은유적으로풀어낸다.포커스아웃보이의‘흐릿한얼굴’은현실에없는설정이지만,청소년들의불분명한정체성에관한비유적표현으로읽혀자아를찾아가는시기에있는청소년독자에게성장의메시지를전할수있는흥미로운장치로작동한다.그와더불어인간사회에서‘얼굴’이상징하는다양한측면을작품속에서유머러스하면서도흥미진진하게그려내고있다는점에서독자들에게생각할거리를던져준다.예를들어주인공인‘진이’의흐릿한얼굴때문에발생하는에피소드들은보고싶은것만보는인간의특성을잘드러내주는한편,현대사회에서대다수사람이있는듯없는듯배경처럼살아간다는점에서진이의흐릿한얼굴이주는상징성이시의적이고도입체적으로다가온다.
주인공인진이외에도세상과싱크가맞지않아늘지각을하고목소리가늦게전달되는‘유리’의캐릭터또한흥미롭다.디지털시대와맞물리면서자연스레그캐릭터가연상되기에현실에존재하지않는캐릭터를다루고있음에도뜬금없이느껴지지않고어딘가에있을법한이야기로읽히게만드는작가특유의재치와센스가돋보인다.진이와유리외에도웹툰작가를꿈꾸는‘영민이’와낙천적이면서도전형적이지않은진이의부모님캐릭터는작품에따스한공감과재미를더한다.

무엇보다개성있으면서도독특한캐릭터와거침없으면서도속도감있는이야기전개,요즘아이들다운톡톡튀면서재치있는대사들이경쾌하게펼쳐져자칫무거울수도있는작품의주제와무리없이어우러진다.주제와설정이신선하고다면적이면서현대사회와맞닿는시의적함의도충분하다는점에서독자들에게큰기대를품게만든다.

이책은2018년『산책을듣는시간』으로사계절문학상대상을수상하며데뷔한정은작가가긴침묵을깨고7년만에내놓은두번째청소년소설이다.“우리가갖고있는장애인에대한관념까지도완전히깨버린탁월한작품”이라는찬사를받으며심사위원만장일치로수상한『산책을듣는시간』의주인공‘수지’는청각장애를바라보는타인의어설픈동정을“장애도남이갖고있지못한또하나의능력”이라는말로멋지게거절한다.정은작가는이책의「작가의말」에서“첫책이나오고한참뒤에저는주인공인수지와한민이단편영화「포커스아웃보이,싱크아웃소녀를만나다」속두주인공의변형이라는것을깨달았습니다.각자의방식으로세상과다소어긋나있는두사람이만나는이야기를반복하고있었던겁니다”라고소회를밝혔다.

진이와유리의이야기에서볼수있듯세상과다소어긋나있어도나를온전히바라봐주는단한사람만있다면충분하지않을까.이소설은우리가너무나평범해서,존재감이제로인것만같아서한껏서글퍼질때,잠시잠깐이라도누군가와시공간이맞물리는특별한경험이우리를또다른세상으로이끌수있다고이야기한다.“얼굴에만모자이크처리를한사진처럼”흐릿한얼굴을가진특별한소년인정진의이야기가우리모두의이야기가될수있는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