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보다 2025

시 보다 2025

$8.15
Description
우리가 체험하는 것은 젊은 시인들의
이름 너머에서 꿈틀거리는 ‘시’라는 사건 자체이다.
한국 현대 시의 흐름을 전하는 특별 기획, 『시 보다 2025』가 출간되었다. 문학과지성사는 새로운 감각으로 시적 언어의 현재성을 가늠하고 젊은 시인들의 창작 활동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기 위해 2021년 문지문학상 시 부문을 신설했다. 〈시 보다〉는 문지문학상[시] 후보작을 묶어 해마다 한 권씩 출간하는 시리즈로, 올해 다섯번째를 맞이했다.
시인(오은, 이수명, 하재연)과 문학평론가(강동호, 조연정)로 이루어진 선정위원은 2024년 5월부터 2025년 4월까지 발표된 시들을 면밀히 검토해 데뷔 10년 이하 여덟 시인의 작품을 가려 뽑았다. 올해 후보작은 구윤재, 김복희, 김선오, 문보영, 신이인, 유선혜, 이실비, 한여진(가나다순)의 작품들이다. 『시 보다 2025』에는 기발표작 4편과 시 세계 바깥의 이야기를 진솔한 언어로 풀어낸 ‘시작 노트’ 그리고 선정위원의 ‘추천의 말’을 수록하여, 시가 낯선 독자들도 접근하기 쉽도록 구성했다. 또한 독특하고 아름다운 패턴과 리듬을 형성하며 뻗어 나가는 자연 세계를 선명한 색으로 담아낸 에밀-알랭 세기(Emile-Allain Séguy)의 작품 「Prismes-31」(1931)을 이번 책 표지에 활용함으로써 생동하는 시 언어의 운동에너지를 전면에 내보이고자 했다. 독자와 시인 사이를 잇기 위한 여러 노력을 모은 이 책을 통해 시인마다 다르게 빛나는 시적 에너지를 기쁘게 만나보길 바란다.

* 문지문학상의 상세한 심사 경위와 심사평은 『문학과사회』 겨울호와 문학과지성사 웹사이트에 게재될 예정이다.
* 검토 지면: 2024년 5월~2025년 4월 내 간행된 종합문예지, 시 전문지, 웹진
저자

구윤재,김복희,김선오,문보영,신이인,유선혜,한여진,이실비

저자:구윤재
2024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저자:김복희
2015년『한국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내가사랑하는나의새인간』『희망은사랑을한다』『스미기에좋지』『보조영혼』등이있다.2024년제69회현대문학상수상작으로시집「내이름을부르는소리」가선정되었다.

저자:김선오
1992년서울에서태어났다.좋아하는것이많지않지만,무한히변주되고갱신되는피아노와시만큼은자신있게좋아한다말하는시인.시집『나이트사커』와『세트장』,에세이『미지를위한루바토』를썼다.
작가의다른상품

저자:문보영
시인.매니큐어가마를때까지잘기다리지못하는인간이다.1992년제주도에서태어났다.고려대학교교육학과를졸업했다.바람이많이부는제주도에선모자위에납작한돌을얹고다녔다.2016년[중앙일보]로등단했다.2017년시집『책기둥』으로김수영문학상을수상했고상금으로친구와피자를사먹었다.일상을사는법을연습하기위해유튜브채널‘어느시인의브이로그’를시작했으며,시와소설,일기를일반우편으로배송하는1인문예지‘오만가지문보영’을발행한다.시보다피자를좋아하고,피자보다일기를좋아하며,일기보다친구를더사랑한다.손으로쓴일기를독자에게우편으로발송하는‘일기딜리버리’를운영하고있다.시집으로『책기둥』『배틀그라운드』,산문집으로『사람을미워하는가장다정한방식』,앤솔러지『페이지스6집-언젠가우리다시』등이있다.

저자:신이인
1994년서울에서태어났다.2021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당선됐다.시집『검은머리짐승사전』(2023,민음사),에세이집『이듬해봄』(2024,난다)이있다.

저자:유선혜
시인.1998년서울출생.서울대학교에서철학을전공했다.2022년《현대문학》시부문신인추천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사랑과멸종을바꿔읽어보십시오》가있으며,현재대학원에서문학을공부하고있다.

저자:이실비
2024년[서울신문]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저자:한여진
2019년[문학동네]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두부를구우면겨울이온다』등을썼다.


목차

구윤재
다락의노미
모루와노루
겨울은양쪽에서온다
티피

시작노트|빛부스러기
추천의말

김복희
보조영혼
요정의마당
사람의딸
새입장

시작노트|쓰기란얼마나자연스러운일인가
추천의말

김선오
영원과에러
무빙이미지―그리고백개의휘어짐
픽셀들
불결한무無

시작노트|복원
추천의말

문보영
너에게수상함이없었다면너를좋아하기힘들었을거야
너의바보에서떠나나의바보로간다
그런힘은존재하지않는시간인걸
말하는것이었는데

시작노트|그들의마음
추천의말

신이인

꿈의옷

사치

시작노트|쓰는사람
추천의말

유선혜
모텔과인간
모텔과리모컨
모텔과변기
가챠갸루

시작노트|망한노트견디기
추천의말

이실비
택시
별장
귀와종


시작노트|고막에서시작되는바느질
추천의말

한여진
바람은높은곳에서낮은곳으로흐르고사람은
사운드트랙
작은인간들의무덤
환대

시작노트|아무도보이지않지만낮은휘파람이들려오는유치원
추천의말

기획의말

출판사 서평

〈시보다〉기획의말

시의시대가사라져버린것같던시간속에서젊은시인들과그들의낯선감각을다시읽어준독자들이출현했다는것은기적이아니다.모든헛된풍문을뚫고한국문학의심층에서는본적없는시쓰기와시읽기가끊임없이시도되고있었다.〈시보다〉는시쓰기의극점에있는젊은시언어의운동에너지만을주목하고자한다.1년에한번이루어지는이작은축제는선별의작업이아니라,한국시를둘러싼예감을함께나누는문학적우정의자리이다.우리가체험하는것은젊은시인들의이름너머에서꿈틀거리는‘시’라는사건자체이다.시인은동시대가소유한이름이아니라,동시대의감각을발명하는존재이다.시는도래할언어의순간에먼저도착해우리를기다리고있다.지금‘시보다’라는행위는시‘보다’더고요하고격렬한세계를열어준다.
-선정위원강동호오은이수명조연정하재연-

*구윤재,「다락의노미」외

노미는할머니였다할머니가된노미를모두어려워했다노미는여전히노미일뿐인데[……]노미는여전히궁금한게많은노미일뿐인데아무도노미의궁금함에귀기울이지않고그저노미에게건강하라고건강하라고투명한줄을노미에게서빼앗으며이제노미는건강할수없는노미구나그렇게노미는상자가된다
-「다락의노미」부분

‘노미’‘모루’‘노루’‘티피’등의이름을경유하며생성되는“고유한리듬을동력으로”삼는구윤재의시는“그중심에다정함”(오은)을품고있다.“아이였던‘나’와‘나’안의아이들,‘나’바깥의아이들과미래의할머니들이”서로만나고소통하며자라나는장면들이“사랑과이해의의지”아래,“희고빛나는시의무대위에서”(하재연)섬세하게상연된다.

*김복희,「보조영혼」외

친구들옆에도보조영혼이있다
있겠지!
보조영혼들끼리다과상을차려하하호호웃으며
주인님과섬기는이와열매에대해이야기한다
-「보조영혼」부분

김복희의시세계에등장하는이물(異物)적존재들은“작지만분명히살아있”고“보이지않아도틀림없이존재”(오은)한다는점에서‘희망’과포개어진다.조그마하기에부러들여다보게되는‘보조영혼’과‘요정’과‘소인’들은가볍고소란하게현실의틈을벌린다.그들의자취를따라“언제나조금은위축된마음으로현재를살아내고있는사람들이김복희의시를읽었으면좋겠다”(조연정).

*김선오,「영원과에러」외

음표와음표사이에부는바람이춥다.
이런감기라면좋겠다.

[……]

이음악을사랑하게될거다.
겨울공터철근사회의음악을.
-「영원과에러」부분

김선오는특유한시적파인더로외부풍경의픽셀들을포착함으로써“꿈과현실의모호한경계를드러내는균열의징후를현대적이고도미학적인언어로기록”(강동호)한다.집요한관찰과상상을통해이루어지는그의“이미지-영상-서사실험”은“우리의현실속에서,그와동시에현실을넘어서구성될수있는존재의다차원을”(하재연)매혹적으로제시한다.

*문보영,「너에게수상함이없었다면너를좋아하기힘들었을거야」외

[……]그저내방에서책상을꺼내려는데책상이문보다커서어떻게책상이방으로들어갔는지궁금해하던중불현듯친구를사랑한다는사실을깨달아급하게편지를썼다.[……]나는나의책상이복잡한사물이었다는사실을책상을뒤집어보고나서야처음알게되었다는내용도편지에추가한다.
-「너에게수상함이없었다면너를좋아하기힘들었을거야」부분

얼핏엉뚱해보이는이야기를늘어놓거나서로동떨어진장면들을이어붙이는“문보영의말놀이”가위트와페이소스를모두내포하고있는까닭은그것이“세계의비애에짓눌리지않기위한삶의연습”(강동호)이기때문이다.무성한말이면의진심을적극적으로들키고자하는그의시는“능청스럽고장황한편지”이자“허둥지둥고백”(조연정)이다.

*신이인,「새」외

[……]어쩌면딱따구리는도망간게아닐지도몰라.아예내안쪽으로들어온거야.그게아니라면이렇게딱따구리가느껴질수는없어.이느낌에대해나여전히말을멈출수없어.
가장깊숙한곳에너잘살아있어.[……]
너거기있구나.덕분에나는구석구석파여가며안쪽이하는말을받아쓸수있게됐다.비로소쓰는사람이됐다.
-「새」부분

신이인은“불온하면서도사랑스러운세대론적거울”(강동호)에그간자신이거쳐온허물들의껍질과여전히진행형일지모를상흔을비추어본다.끔찍함마저기꺼이감내하며스스로를응시하는그의시선으로부터느껴지는강인한솔직함은그가지어입은“‘시’라는옷이보여줄수있는맵찬맵시”(오은)일것이다.

*유선혜,「모텔과인간」외

그가나방을내쫓기위해흔드는손과보송보송털이난나방의몸통과털없이매끈한그의엄지발가락과나방의날개에서떨어지는탁한가루와그의턱끝에서떨어지던땀과그의아주구체적인몸짓이
인간에게서
인간이라서떨어지는미세한가루같아서
기침이나올것같았고
-「모텔과인간」부분

세속의불유쾌와욕망과허위가적나라하게드러나는모텔방안에서,무한하기에공포스러운가능성을품고있는가챠(ガチャ)기계앞에서시인은“흥분하지않고낮게깔리는문장”(이수명)으로구체적인삶의세부를예리하게그려낸다.“정확하게시대적이고또세대적”인유선혜의비관과위로는“한국시의현재를짚어보게하는가늠자”(하재연)이다.

*이실비,「택시」외

미터기처럼뛰었다.
미친

터널을벗어날때까지.아무도마주치지않았다.사람같은것을봐도사람인가?확신할수없었을테지만.택시에있어서만큼은다른택시들과헷갈리지않고그택시를한눈에알아볼자신이
지금도있다.
-「택시」부분

“가족,성,착취,제도,위계의문제들과부딪치면서기이한이미지들로섞”이는“이실비의공간모티프는”(이수명)삶곳곳에끼어드는폭력과상실을마치한편의잔혹동화처럼펼쳐낸다.시인과함께흔들리는택시를타고둘러보는기억의정경은“건조하게읊어진고통을마주하는것이결코극복의동의어가될수없”음을“슬프게환기한다”(조연정).

*한여진,「바람은높은곳에서낮은곳으로흐르고사람은」외

그것들을다모으면집을지을것이다뜨끈한방바닥에는고구마와토란을숨겨놓을것이다그런데,할머니……삶은어떻게살아야해,물으면

아주바싹찰싹꽁꽁붙들어야지
-「바람은높은곳에서낮은곳으로흐르고사람은」부분

“세상의내력을들여다보고듣고상상하는방식으로씌어”(이수명)진한여진의시는존재와부재,소멸과재생을시적체험의영역으로데려다놓는다.촘촘하게직조된“굽이굽이아득하고오랜삶과죽음의”서정을따라가다보면“유원한시공간”과“반갑고그립지만또동시에무섭고외로운감각들”(하재연)이눈앞에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