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의 도시

각의 도시

$18.00
Description
“촘촘하게 짜인 세계는 빠져나갈 구멍 없는 그물이 되어
읽는 우리를 휘감고 놓아주지 않는다!”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연여름 유니버스 결정판!
천선란 작가 추천!

이토록 선명한 세계라니!
잘린 뿔로 그려나간 도시의 도면처럼 보인다. 어떤 소설은 읽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세계를 훔쳐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각의 도시』가 그렇다. 다시 말해, 이토록 선명한 세계라니! 촘촘하게 짜인 세계는 빠져나갈 구멍 없는 그물이 되어 읽는 우리를 휘감고 놓아주지 않는다. 힘 있는 문장과 끈기 있는 서사로 만들어진 아름답고 단단한 도시. 징검다리처럼 툭툭 놓인 세계의 단서를 밟고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비밀을 품은 거대한 도시의 내면 깊숙한 곳에 도착한다. 반듯하고 착실하게 제 길을 가는 소설과 그 안에서 존재하기 위해 나아가는 주인공이 사는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천선란(소설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배경 삼아 우리가 반드시 지켜내야 할 것에 대해 말하는 작가, 연여름의 세번째 장편소설 『각의 도시』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2005년, 영국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에서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를 본 작가는 마음속에 한 가지 질문을 떠올린다. “이 소녀가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을 방법은 없었을까?”(‘작가의 말’) 그렇게 작가는 강물에 빠진 오필리아가 죽기 전에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보며 ‘마침내 세상을 구원하는 이야기’를 구상한다. 본격적인 작품 집필에 착수한 이후 장장 4년에 걸쳐 완성된 『각의 도시』는 자신이 소속된 사회로부터 배척당한 인물이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2021년 SF 어워드 중단편 부문 우수상과 같은 해 한낙원과학소설상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연여름은 이듬해 예스24 독자들이 선정한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로 뽑히면서 독자들이 믿고 읽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언제나 미더운 글을 쓰는 작가라는 기대에 부응하듯 이번 장편소설 역시 인간 존엄성에 대한 끈질긴 탐구와 우리 현실의 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소설의 단초가 되는 단서들이 조금씩 주어지면서 전개되는 모험 서사는 지상과 지하를 넘나들며 결말에 이를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끔 만든다. 작품의 밀도를 더하는 개성 있는 인물들과 개연성 있는 스토리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SF 장편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

연여름

저자:연여름
2021년제8회SF어워드중단편부문우수상,제8회한낙원과학소설상가작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리시안셔스』,중편소설『2학기한정도서부』『부적격자의차트』,장편소설『스피드,롤,액션!』『달빛수사』등이있다.

목차


1부
2부
3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원래한번비어버린자리는,
지키는사람이없으면금방허물어지고마는거야.”

태어날때부터줄곧빛이들지않는그늘에서자라온‘시진’은특별한직업이나고정수입없이본사에서지급하는기본페이에기대어살아가는수급자,일명‘뱅커’이다.뱅커페이만으로는생활을유지할수없는그는친구‘제레미’와함께암석사막의야생흑각을불법채취해납품하며근근이살아가고있다.이들이사는세계는지상과지하로나뉘어있고공중도시라뎀(Lathem)의철저한감시와통제하에모든것이이루어진다.면역인인제레미는공중도시의시민권을얻기위해갖은노력을기울이지만,왜인지시진은그늘을떠나는일에는관심이없다.7년전행방불명이된누나‘유진’의소식만을기다릴뿐이다.집안의유일한‘각인’이었던시진의누나는머리위로각뿔이돋아날때마다극심한통증에시달려야만했고,시진은그런누나의고통을잠시나마덜어주기위해열살때부터암석사막으로나가흑각을구해와야만했다.세상에둘만남게된남매는서로를그누구보다아끼지만‘각인’과‘면역인’이라는차이를좁히지못한채유진이사라지는날까지도이해가아닌오해만을쌓게된다.
평범했던시진의일상은이웃이자친구였던‘베르트’가각인혐오자에게살해를당하면서모든것이뒤바뀌게된다.시진은친구의사망원인을밝혀내기위해24시간내내햇볕이들지않는코어로향하고그곳에서베르트가커터(각인의뿔을잘라내거나치료하는사람)를찾아갔었다는사실을알게된다.시진은‘메메’‘줄라이’등수십가지의이름으로불리는커터와그의수제자인추락천사‘데인’을만나세공한뿔을의뢰인에게전달해주는일을시작한다.시진이친구의죽음을밝히기위해코어와그늘을넘나드는사이,다섯명의각인을살해한범인이구치소에서정체불명의바이러스감염으로사망하면서사건은더미궁속으로빠져든다.본사는유사한범죄가발생할때마다이모든것이각인과커터의소행이라발표하면서사람들의갈등을부추겨왔고,시민안전을빌미로흑각수급을통제해왔다.더는흑각을구할수없게된각인들이고통속에병들어가는와중에자치도시포르틴의수장‘필’이라는의문의인물이엘시노어서점에서89년만에커터들의회담,빅테이블을개최한다.시진은그곳에서예기치못한인물과맞닥뜨리고혼란스러운상황속에서자신과비슷한외로움을지닌‘라티오’에게우정과측은지심을느끼게된다.시진과데인그리고라티오는산산이조각난세계에서진정한모험은소중한이들을지키는것임을깨달으면서암흑속에갇혀있던비밀들을하나씩파헤치게된다.

연여름의소설은주권을빼앗긴도시에서사라져야만했던인물의부재를통해누군가가이곳에존재했었다는사실을드러내고,더는중요하게여겨지지않는삶의가치들을조명하면서우리가지켜야하는것에관해말한다.모든게끝난후라티오는시진에게“내가모르는세상으로이어지는지평선을보며오래걸어보고싶”다고털어놓는다.끝을가늠할수없는곳을향해멀리걸어가서돌아오고싶다는바람은누군가에게는평범하게여겨질수도있지만,매일같이생사를다투는이들에게는꿈에서나가능한불가능한일일것이다.작가가작품을집필하면서참고한도서의목록대부분이팔레스타인사태를다루고있다는것은결코우연이아니다.여전히우리가사는세상에는타인의무관심속에무참히죽어가는이들이있고,소설은참혹한현실을외면하지않는다.살아있다는선명한감각을불러일으키며그어떤삶과죽음도헛될수없다는믿음아래이책,『각의도시』는모두를간절히살리고싶어하는이야기이다.이소설을읽는당신은지금어디서누구와살아가고있는가.


■작가의말

몇년전,서울공예박물관을거닐다가문득유목민으로살아가는어느뿔공예가의얼굴을어렴풋이그려보았다.그보다훨씬오래전,테이트브리튼에서존에버렛밀레이의「오필리아」를보았을때마음속에이런질문이떠올랐다.이소녀가물속으로가라앉지않을방법은없었을까.
서로다른장소에서먼시차를두고태어난그두가지생각이,어느날한자리에모여나란히걷기시작한이야기가『각의도시』다.뒤를돌아보니처음예상했던것보다멀고낯선장소까지와버리고말았지만,도착한곳에어느덧정이퍽들어버린모양이다.요몇년매일함께뒹굴던인물들을배웅하는지금,아쉬운마음이좀처럼꺼지지않으니말이다.
알아차린분도계시겠으나여러이름을윌리엄셰익스피어의『햄릿』에빚졌다.도시의이름인‘라뎀’은‘Lathem’을소리내읽은것으로‘Hamlet’의철자순서를바꾼애너그램이다.‘포르틴’은노르웨이왕자의이름,서점‘엘시노어’는성城의이름에서,흑각‘트랩’은희곡의3막2장에서극중햄릿이‘쥐덫themousetrap’이라고언급하는데서인용했다.일부등장인물의이름에도희곡인물의흔적을조금씩녹여두었으니자유로이발견해주시기를바란다.
주권과정체성을빼앗긴도시에서방향을찾고자헤매고고민하는소년은여기에도있지만,그행보가‘부재함’보다는‘존재함’으로‘사라짐’보다는‘드러남’쪽으로향하기를바라며쓴글이다.현재우리의모습을조금씩거울에비춰보기도하면서.하지만햄릿이라는이름이그저낯설게들린다해도,이소설의동행이되는데어려움은없을것이다.
책이세상에나오기까지소중한손길을더해주신분들이많다.긴여정의다정하고든든한동반자가되어주신윤소진편집자님과문학과지성사한국문학팀,초고를작업하는동안꼭필요한조언과응원을보내주신이선작가님,긴작업중에도묵묵히시간을양보하고나누어준가족들과첫번째독자다니엘에게큰고마움을전하고싶다.마지막으로이페이지를읽고계신당신께무한한감사의마음을보낸다.덕분에또써나갈용기를얻는다.

2025년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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