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인이었을 때

내가 시인이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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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내 생의 깊고 아름다웠던 날들”
내가 한때 시인이었을 때
내가 오색 풍선 날리는 시인이었을 때
그래서 긴 고통을 이긴 시인이었을 때
아름다운 시인, 마종기의 열세번째 시집 『내가 시인이었을 때』
저자

마종기

저자:마종기
시인마종기는1939년일본도쿄에서태어나연세대학교의대,서울대학교대학원을마치고1966년도미,미국오하이오주톨레도에서영상의학과의사와의대교수로근무했다.1959년『현대문학』추천으로시를발표하기시작한뒤,『조용한개선』『두번째겨울』『평균율』(공동시집),『변경의꽃』『안보이는사랑의나라』『모여서사는것이어디갈대들뿐이랴』『그나라하늘빛』『이슬의눈』『새들의꿈에서는나무냄새가난다』『우리는서로부르고있는것일까』『하늘의맨살』『마흔두개의초록』『천사의탄식』등의시집을펴냈다.그밖에『마종기시전집』,시선집『보이는것을바라는것은희망이아니므로』,산문집『별,아직끝나지않은기쁨』『아주사적인,긴만남』(공저)『당신을부르며살았다』『우리얼마나함께』『사이의거리만큼,그리운』(공저)『아름다움,그숨은숨결』등이있다.한국문학작가상,편운문학상,이산문학상,동서문학상,현대문학상,박두진문학상,대산문학상,한국가톨릭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해변의디아스포라|그해의사순절|동화사가는길|재두루미한쌍|통증의기원|백두산어지럼증|모기의날|그나라의양지|바람의이름으로|흰나비의증언|발씻는남자|아바타를떠나며|겨울의응답|동생의기일|입동즈음에

2부
후기현악사중주|첫사랑처럼|누이동생의이별|그림자의하루|늦가을와온해변|큰일을치르며|혼자사는새|먼길|비밀의마을|눈에대한소견|아침의발견|두루미한마리|왕중의왕

3부
만년의과수원|딴방을쓰며|우아한나무|잡담길들이기23|잡담길들이기24|글피나그글피|고군산도에서|고군산도에서2|친구를보내며|노을의가족|약속|신화의강|아르헨티나무지개|하나개바람|내가시인이었을때

산문
영웅이없는섬

해설
깊고아름다웠던날들의기원?·?정끝별

출판사 서평

모든그리운것이허물어져도
손바닥에담겨있는어린희망


그리운곳은다변해버렸다.
껍질을벗지못한옛모습의몸은
모두들떠난것을이제야눈치챈다.
왜모든병이창백한지를배운다.
식물도기억력이있다는중얼거림
숨어서내독백을들어주는이가
언제부턴가주위에있다는걸느낀다.

―「그해의사순절」부분


마종기시의깊게밴향수는그의내면에자리잡은그리움으로부터비롯되었다.모국과이국의변방을떠돌며어디에서속하지못한채‘경계인’으로살아와야만했던독특한경험은인간보편의삶으로확대되어개인의체험이아닌인간의삶과진리를탐구해나간다.“70년전난리통에”자라난“연한초록빛가슴뜨거웠던계획들”(「동화사가는길」)은열세살의마종기가70년후자기자신에게보내는‘어린희망’이자뒤늦은편지인셈이다.“열심히살아보겠다고다짐을해도/불안했던지난날”(「그나라의양지」)을뒤로한채“그리운곳은다변해버”리고익숙한얼굴들은곁을떠난다.영원할거라믿었던사람과장소가하나둘허물어지는것을관조하는시인은“인간은도대체모두실향민이라는철학자”의말에“함박눈으로조근조근응답”(「겨울의응답」)하는겨울의소리에귀를기울인다.가족과친구그리고이웃과자연을시의질료로마종기의시는더는만날수없는사람과돌이킬수없는추억과가닿지않는세월에안부를묻는다.“눈으로사람을평하지말고/귀로사람을보라고하네”(「눈에대한소견」)라며당부하는시인은어느덧“강물은나이들수록천천히흐른다”(「잡담길들이기24」)는사실을아는나이가되었다.언제부턴가누군가가자신의독백을들어주고있는듯하다는그의고백에는자신에게주어진삶을살아가는것에대한변치않는믿음과시간이아무리덧대어져도잊을수없는기억들이서려있을것이다.우리는이렇게아름다운시인에게또한번살아가는일에대해배운다.


그는간명한아포리즘으로경험을압축하고,기억을매개하며,인식을전환하고,감정을응축한다.안보이는사랑을,사랑의책임과의무를,그로인한외로움과그리움의근원을,삶의고통과그의미를자신만의언어로재정의하려는시적욕망의발현인것이다.그는늘삶과세계를향해자문하고자답을구해왔으며,삶과세계를이해하고그기억을살피고해석해왔다.어떤기억은왜잊히지않는지,또어떤기억은잊지않은채어떻게살아내야하는지에대한시적성찰이자의지의소산이기도할것이다.
―정끝별,해설「깊고아름다웠던날들의기원」에서


세상의진정을찾아노래하는
아름다운시인의부드러운온기


그러다내가아직시인이었을때
청하는대로술취해노래했는데
문득주위를둘러보니아무도없었어.
불안한눈물도흐르지못하고
눈치보며얼굴을떠나지못했어.

[······]

그래,눈떠라.
감추어둔내안의물길이
소리내며흐르는새벽녘,
길잃은환자가되지않기위해
풀잎사이이슬에게동행을청한다.
그래서긴고통을이긴시인이었을때.

―「내가시인이었을때」부분


시인은재두루미한쌍이짝짓기하는모습을바라보며“흥분하지도않고,침흘리지도않고,재미있어하지도않고,차분한기분으로황홀하고아름답게”바라보며젊은시절즐기곤했던“승무의귀한모습이나휘휘돌아가는살풀이춤이나티없는학춤”을떠올린다.그러고는이렇듯삶이영롱한이슬을맺는순간을마주할때면“이제는확실히시인이된모양이라고믿어도”(「재두루미한쌍」)되는지에묻는다.서로머리를맞댄채우아하게걷는두루미는자신이발딛고서있는풀밭에서살아가는의미에대해전하고시인은우리에게기꺼이그순간을나눈다.보이지않는대상의심연까지바라보고들리지않는소리에한번더귀를기울이고싶은마음에시를쓰는그는시야말로“삭막한세상에서상처치유의도구가되어야한다”(『천사의탄식』뒤표지시인의글)라는오랜믿음을품고있다.“정의는아무데서나몇푼에판다는것을/아픈목을만지면서모두배”(「통증의기원」)운그에게시쓰기란삶의아름다움을잃지않기위한무모한시도와도같다.시인은책상앞에앉은모기한마리에게서“평화롭지도공평하지도않은세상만사를/한번의죽음으로다배”(「모기의날」)우며숙연한자세를엿보다가도“내실수하나로사람을죽일까봐/실언하나로사람을다치게할까봐”염려하며시의부름에응답한다.“젊은날에는/좋은시인이되고싶어몇번이고/술마시고취해서땅에쓰러졌”던그는“나라를멀리떠나외로워져서야”“고통만이고통을치유한다”(「먼길」)사실을절실히깨닫게된다.“흔들린다는게무엇인지도모르면서”“좋은시를찾아평생을헤매다녔”다는시인은“흔들리면저절로/내온몸에서시가꽃필줄알”(「고군산군도」)았다고털어놓는다.이는의사로서의생존적차원의물음과문인으로서의시인의용도라는존재의근원에대한물음일것이다.안주할수없는세상의고통속에도시인은“하루는중년이었고하루는노년의모습”(「신화의강」)으로“그래서긴고통을이긴시인”이된자기자신과마주한다.이렇듯도덕적성숙을이룩한시인의작품은타고난고운성정과시간이지나도바래지않는순수함을전하며시를읽는이들에게깊은울림을전한다.고국을떠나이민자로살아오면서겪어야만했던삶의고단함속에서오직시를쓰는순간에만본인의정체성을발견할수있었다는그는지금도살아있는모든대상에깃든슬픔을발굴해시문학의미학을한층더끌어올리며우리의삶에서중요한것이무엇인지에관해묻는다.

그런슬픔을어머니나동생에게보일수는없었습니다.그대신나는여러편의시를썼고시를쓰면서자주혼자울었습니다.「바람의말」이니「안보이는사랑의나라」같은시가그때에쓴것이었습니다.
―산문,「영웅이없는섬」에서